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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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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IF’ㅣ부자를 꿈꾸는 당신에게(18) 세상에 모차르트가 넘친다면] 지나친 경쟁은 화를 부른다

전문가 칼럼

모차르트에 뒤진 살리에르의 열등감… 1등 집착 버리고 무리하지 말아야 누구나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데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럴 때 초라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게 흔히 말하는 ‘질투’라는 단어인지 모르겠다. 초연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기 어렵다. 그 사람을 뛰어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을 보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부자가 된 기업들도 그렇다. 1등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에서 그런 마음이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이야 삼성하면 제일이지만, 고 이병철 회장 당시에 삼성의 전신이었던 제일제당의 설탕·밀가루·조미료가 국내에서도 1등을 못한 게 그의 한이었다. 그만큼 기업하는 사람은 1등을 최선으로 여긴다. 그런데 그릇된 ‘질투’는 자신과 기업을 파멸에 이르게 만들 수도 있다.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을 때 우리는 생을 돌아보며, 세상이 야속했다고 말할까? 아니면 그렇지 않다고 할까? ‘난 그럭저럭 착하게도 살았고, 나름 열심히도 살았는데, 돈만 나를 피해가는 거 같아.’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가 생각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푸시킨의 시를 읊으며 창밖을 바라본다. 지나온 날을 생각하며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다 할 부를 이루지 못한 것도 상당히 아쉽다. 은퇴 후 생활이 걱정되기도 한다. 꼬박꼬박 나올 은퇴 후 자금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누군가는 현재의 상황이 순조롭기만 하진 않다고 하소연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상에 먹구름이 꽉 끼는 날에는 이 시를 낭독해 보면 어떨까? 지금이 어렵더라도 내일은 다를 수 있지 않을까. 내게 생생한 기운이 샘솟을 날을 믿고 있는데 자신이 없다고 말하지 말자. 누구에게나 시련이 온다고 위안을 하자. 힘들었던 순간이 내 삶의 발자국으로 소중히 기억되기를 바라자. 누구에게나 삶에서 음지와 양지가 있다. 중요한 것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고 국면을 전환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그래서 푸시킨의 다른 시 ‘마지막 꽃들은 더 사랑스럽네’를 되내어 본다. ‘마지막 꽃들은 더 사랑스럽네. 들판에 화려한 첫 꽃들보다도. 우리 가슴에 슬픈 꿈들을. 더 생생하게 일깨우는 마지막 꽃들. 그렇게 간혹 이별의 순간은 더 생생하네. 달콤한 만남의 순간보다도.’알렉산드르 푸시킨은 1799년 모스크바의 귀족가문에서 태어났으며 자기애가 강했다. 훗날 부인 나탈리아가 사교계에 빠져 있는 모습에 실망해 심한 가정불화를 겪게 된다. 그녀의 무분별한 사치와 향락으로 많은 빚을 져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 나탈리아와 황제와의 염문은 그를 더욱 궁지로 몰아가는데, 세간에는 나탈리아가 네덜란드 대사의 양아들 조지 단테스와 불륜관계란 소문이 무성하다. 그는 단테스와 결투를 하고 부상을 입고 사망한다. 사랑하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불륜에 빠졌을 때 그는 분명히 질투의 화신이었을 것이다. ━ 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 질투가 심하면 화병이 나고 패가망신하지만, 질투를 나의 힘으로 만들어 성공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상대를 무조건 얕잡아 보는 기질도 좋은 태도라고 할 수는 없다. 흔히 가난한 처지에 머물기 쉬운 사람은 그 처지를 세상이나 부모 탓으로 돌리기 쉽다. 성공한 사람이나 부자가 나쁜 일을 해서 부를 얻었거나, 타고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보인다. 그럴만도 하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이나 부자를 존경하지 않고 혐오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자가 되려는 상당수의 사람은 성공하는 사람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본받으려고 한다.푸시킨이 쓴 희곡 단편 를 보며 인간의 마음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해본다. 그의 희곡에는 살리에르가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해 독살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둘간의 관계를 그렇게 보지 않는 게 다수설이다. 살리에르는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뛰어난 음악가였다. 모차르트 이후의 유명하고 위대한 음악가들, 예를 들면 베토벤의 스승이기도 했다. 이렇게 뛰어난 그였지만 그 역시도 하늘이 내린 천재, 모차르트 앞에선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다. 정말 노력파였던 살리에르는 오랜 시간을 열심히 고뇌하고 머리를 써서 만들어낸 훌륭한 곡보다, 모차르트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영감을 받아 겨우 몇분 만에 지어낸 곡이 훨씬 더 훌륭한 것을 보고 비통한 심정을 느꼈다. 그렇다고 독살까지 했다는 이야기는 도가 넘치고 사실이 아니지 않을까?음악의 재능을 타고난 살리에르도 모차르트를 보면서 동경, 감탄, 놀라움과 열등감으로 신을 원망했을 수 있다. 그래서 살리에르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신이여, 저에게 욕망을 갖게 했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지요…”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모짜르트가 아니라 바로 너 살리에르야.”신을 책망하며 모짜르트의 재능을 시기, 질투하는 살리에르의 열등감은 누구나 한번쯤은 접할 수 있는 일반적 이야기다. 이는 ‘살리에르 증후군’으로 표현된다. 중요한 건 스스로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이며, 이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흔히 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욕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보다 많지 않을까? 만약에 이 세상에 모차르트 같은 인물로 넘쳐흐른다면, 그 천재성으로 세상이 미쳐서 돌아갈지도 모른다.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 다 천재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서울대에 다니는 학생들이 다 천재인가? 그렇지 않다. 누구에게나 열등감은 있다. 모두가 최고가 되려는 경쟁사회 속에서 개성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그런 고민을 하다 보면 좌절의 근원이 타자 때문인지 나 자신 때문인지 생각하게 된다. ‘최고’는 오직 하나지만 ‘특유한 개성’은 여럿일 수 있다. 살리에르는 죽을 만큼 노력해도 천재인 모차르트를 이길 수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신을 원망해서야 되겠나? 그냥 ‘모차르트는 천재니까, 잘난 인간이니까’라고 쿨하게 인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학교 다닐 때 보면 죽어라고 노력하는데도 성적이 안 오를 수 있다. 나보다 공부는 훨씬 적게 하는데 성적이 뛰어난 친구들도 있다. 푸시킨의 희곡이나 여러 다른 이야기에서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방해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살리에르 정도 되는 인물이 1등을 못했다고 질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 세상 기업들이 다 나름의 개성을 살린 제품을 만든다면 부를 일구는 또 다른 길이 얼마든지 열릴 수 있는 것 아닐까. 굳이 공부가 아니어도, 어떤 분야에서든 정말 죽도록 노력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적은 시간을 들이고도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그들은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진 않다. 그렇다고 그들이 인성이나 다른 점에서 다른 사람보다 우월할까? 그렇지는 않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참담함까지 느낄 필요는 없다.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고 싶은가? 사람마다 경제적 자유로움의 정의는 다르다. 재무적 안락함을 확보하면 행복하고 아니고는 다른 변수에 따라 좌우된다. 세상은 모차르트 한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움직인다. 물론 세상이 모차르트를 기억하겠지만, 전쟁터에서 죽어간 이름 모를 무수한 의병들을 보며 푸시킨의 시를 읊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푸시킨의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독살했다는 설정에 반하는 증거가 나왔다. 오랫동안 분실된 것으로 알려져 왔던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이 체코의 박물관에서 발견됐다. 다행이다. 세상은 천재와 조금 덜 천재인 자와 그렇지 않은 여럿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너무 많은 모차르트는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 것 같다. 2등의 질투에 질식해버린 천재의 안타까운 이야기와 죽어도 1등이 될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의 고통은 영화나 연극으로 족하다. ━ 1등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학생 골프대회에서 전국 1등을 한 어느 학생의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한다고 상상해 보자. “나는 포클레인 기사고 아내는 배추 농사를 짓습니다. 딸의 재능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땅이며 축사까지 모두 팔았는데, 남들 뒷바라지에 비하면 딸에게 쏟는 금전적 비용이 한참 부족한 것 같습니다. 딸이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됐지만, 돈이 없어 바로 프로로 전향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딸아이 성적마저 점점 떨어지고 있어 걱정이 태산입니다. 빚이라도 내서 고액 과외를 시켜야 할 것 같아요. 세리 키즈로, 지애 키즈로 키우려면 어떻게든 뒷바라지를 해야 할텐데. 내 머리에는 돈 생각뿐입니다. 돈 없는 사람들이 어디 나뿐이겠어요. 세상 부모 마음은 다 똑 같겠죠. 올 한해에만 42억원의 상금을 획득한 누구 아버지를 보면 욕심을 내고 싶어요. 그분 딸도 프로에 데뷔하기 전인 4년 전만 해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5만원짜리 방에서 살았다죠. 확신을 갖고 모든 걸 걸라는 그분의 주문에 내 마음은 더욱 어두워집니다.”이런 고민을 가진 부모들이 대한민국에 넘쳐난다. 내 딸·아들 뒷바라지 못해, 부가 저긴데 여기서 그만둘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누가 속 시원하게 답을 줄 수 있겠나! 그건 각자 선택의 몫이리라. 다만 객관적인 집안의 사정과 아이의 재능과 잠재성을 감안해 결정할 사항이다.대세 가수라는 말을 한번도 듣지 못한 50대 남성이 있다. 그는 꽤 유명한 연예인이지만 데뷔 후 단 한번도 1등을 해본 적이 없다. 그는 노래에서는 1등을 한번도 못했지만 예능에서는 자리를 굳혔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부동의 심사위원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토크쇼의 단독 게스트가 될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지만 그는 2등이고 싶다고 말한다. 그에게도 왜 어려움이 없었을까. 화려한 무대에 가려진 연예인 생활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 재산을 탕진해서 빚잔치 하는 사람도 많다. 그 역시 음악제작자로 나서 처음 잘 나가던 때 모은 재산을 모두 탕진했다.그럴 정도로 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무리’ 때문이었다. 무리하게 되는 것은 성공에 대한 강한 집착 때문이다. 나름 인기는 있지만 1등이 되지 못한 콤플렉스가 무리를 낳는다. 인생에서 그런 교훈을 얻으면 2등이어도 좋은 존재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최고이면 너무 좋겠지만 인생에서 최고가 최선은 아니다. 2등이라도, 3등이라도, 아니 그보다 훨씬 못해도 인생의 의미는 나름 값진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서 인생의 연륜이 느껴진다. 젊었을 때 이런저런 실패를 해도 나중에는 그게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은 천재가 아니고 1등이 되지 못하는데 대한 속상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혹시 천재성을 보이는 후배가 나타난다면 그에게 꼭 필요한 관리자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털어넣는다. 누구나 자기 분수를 알아야 지혜롭게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다. 그래야 자신을 비우고 남을 받아들일 수 있다.2등은 패배자가 아니라 훌륭한 경쟁자이다. 2등도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삼성 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SK나 LG 다니는 사람보다 행복한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물론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1등은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그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살리에르 증후군이다. 2등부터 다른 모든 집단이 패배자여야 할까? 부모가 자식에게 왜 ‘1등을 못해’라고 다그치는지 이해는 된다. 하지만 자식이 그 때문에 패배의식을 느낀다면 그것은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길이 아니다. 한 아이가 있다고 하자. 시험에서 100점 맞고 엄마에게 칭찬받을 부푼 기대를 하고 집으로 온다.“엄마 나 수학 시험에서 100점 맞았어!”“너희 반에서 100점 맞은 사람이 너 말고 누가 있니?”“몰라, 그런 건 왜 물어? 내가 100점 맞았으면 됐지.”우리는 비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문화에 익숙하다. 남에 대한 평을 하는 데 익숙하다. 칭찬에 인색하다. 인사에서 연줄에 의존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나쁜 것, 끊임없이 비교하고 또 비교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 기형적인 사교육 시장,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행복감을 느끼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에서 한국이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생은 긴 마라톤이다. 마라톤에서는 신기록이 중요하지만 인생에서 신기록이 그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마라톤에서 1등은 한 명이지만, 인생에서 1등은 누구나 일 수 있다. 삶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는 삶이 중요하다. 1등이 꼴찌 되고 꼴지가 1등 될 수 있는 게 인생이다. 돈이 중요하지만 돈 많다고, 부자라고, 1등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 최악은 끊임없는 비교 요즘 같아서는 천재가 돈이 된다. 사업에서 천재라면 더욱 그렇다. 모차르트가 살던 당시는 달랐다. 프리랜서 예술가를 받아들일 사회적 여건이 형성돼 있지 않았다. 그의 천재성은 빛났지만 찰스부르크가 뮌헨이나, 빈, 만하임, 바이에른보다 작은 국가라 궁정악단의 실력도 한참 뒤졌고, 주교 역시 그릇이 작았다. 그의 천재성이 너무 일찍 발휘됐다. 어린 시절에는 신동이라 후원금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는 아들을 통하여 자신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불행하게도 당시 그의 아들은 궁정음악가가 되기에는 너무 어렸다. 잘못된 매니저 아버지 밑에서 재정관리를 제대로 못한 모차르트는 결혼을 하고서도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설도 있다. 물론 반박하는 이야기도 많다. 궁중은 즐거움과 기분전환을 위한 음악을 원했는데 모차르트 같은 초인 예술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가 궁중에서 일한 기간도 짧았다. 가장 슬픈 것은 그가 재정적으로 곤궁했을 때 그의 음악을 알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에게 평생 의지할 친구가 없었다는 것 역시 지극히 안타까운 일이다.모차르트의 연간 수익은 공식적인 직위가 보장해 주는 돈이 전부가 아니었다. 후원자들의 희사금, 음악 교습으로 번 돈, 연주회 수입, 저작료, 작곡 위촉을 받은 경우 사례금 등도 그의 수익원이었다. 그가 미카엘 푸흐베르크에게 절박한 대부요청을 하던 시기에도 그는 2층짜리 아파트에서, 마차와 말을 소유하고 남녀 하인 1명씩을 고용하고 살았다. 그의 편지에 나타난 경제적 곤궁 상황은 돈을 빌리기 위한 엄살이 아닐까라는 견해도 있다. 그는 1791년에 경제적 상황이 호전되자 더 비싼 아파트로 이사했다. 모차르트의 사후 6일이 지난 1791년 12월 11일, 그의 미망인 콘스탄체 모차르트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교습생인 귀족 신분의 여인의 도움을 받아 황제 레오폴트2세에게 공개적으로 탄원한다. 당시 탄원의 목표는 빈에서 만연하던 모차르트의 거대한 부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미망인인 자신이 황제의 연금을 신청할 자격이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 모차르트의 소나타에 담긴 슬픈 메시지 사실 콘스탄체는 법적으로는 그런 연금을 수령할 권리가 없었다. 모차르트가 궁정작곡가로 근무한 것은 고작 4년이었다. 연금수급권은 10년 이상 봉직한 사람에게만 주어졌다. 그러나 콘스탄체는 대담하게 법적 근거도 없는 청원을 밀어 붙였다. 그녀는 ‘자비로우신 황제폐하!’로 시작하는 탄원서에서 궁정 사람들은 모두 남편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말한다고 했다. 그들은 남편의 부채 규모에 대해 터무니없이 과장된 소문을 흘린다고 강조했다. 그 소문의 핵심은 모차르트가 남긴 부채가 실제의 10배라는 점으로 그녀의 탄원이 진실임을 꼭 믿어달라고 당부한다. 황실은 이는 이례적인 일로 이를 차후에 선례로 삼을 수 없다고 선언하며 연금지급을 승인했다. 콘스탄체의 증언은 항간에 떠도는 모차르트의 부채가 3만 굴덴이라는 이야기를 불식시키고자한 것이다. 이 탄원에 콘스탄체는 남편의 부채액에 대해서만 자세히 언급했을 뿐, 채무 발생 시기와 원인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모차르트의 부채의 원인은 미스터리로 남았다.문득 그가 1789년 5월 12일 부인에게 남긴 편지를 읽고 싶어진다. 로버트 스파에쓰링의 에 나오는 대목이다. ‘여보, 당신에게 바라는 게 있어. 쓸쓸해 하지 말고 건강할 것. 봄의 바깥바람을 만만하게 보지 말 것. 혼자 걷지 말고 우리 사랑을 확신할 것…(중략)…편지를 더 자세히 써 줄 것…(중략)…당신을 1095060437082번(이것으로 발음 연습이 되겠지) 키스하고 꼭 껴안을 게.’세상이 천재로 가득하다면 잘난 맛에 세상이 미쳐 돌아갈지도 모른다. 저마다 다른 색깔의 사람들이 모여 살기에 세상은 살 만하다. 사람들이 다양한 것처럼 부자들의 색깔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들이 맨 넥타이와 스카프가 다른 것처럼. 그렇게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다만,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처럼 재정적 곤궁으로 어렵게 되는 불상사는 막아야 한다. 천재도 2인자도 결코 행복한 말년을 보내지 못했다. 우리가 1등도 2등도 아니라도 행복할 이유는 수만 가지다. 모차르트의 7번 소나타를 듣는데, 밝은 장조 뒤에 이어지는 그의 슬픈 이야기가 가슴을 적신다. 그는 아내에게 수도 없는 키스를 말없이 하고 있었다.※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이다. 대한민국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2019.05.12 12:27

11분 소요
빗나간 무역전쟁

국제 경제

트럼프의 정책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미래의 혁신기술 분야에선 중국의 불공정 관행 방관하면서 철강과 알루미늄 때리기에만 초점 맞춘다 리샹푸는 중국 베이징에서 약 800여㎞ 거리에 있는 허난성 빈민가의 천장에 달랑 전구 하나 달린 단칸방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작업 중 사고로 다리 한쪽을 잃어 일을 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매일 밀밭에 나가 삯일을 했다.2001년 여름 중국 중부를 관통하는 장거리 기차 여행 중 리를 처음 만났는데 그에게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찾아온 시점이었다. 베이징의 칭화대(중국판 매사추세츠 공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금의환향하는 길이었다. 당시 서방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회사 화웨이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려는 참이었다. 1987년 전화 교환기 제조업으로 출발한 화웨이는 당시 중국의 한가한 국유 텔레콤 산업에 납품하는 수백 개 업체 중 하나였다.리는 그 뒤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승승장구했다. 지금은 새로 떠오르는 인공지능 분야의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이끄는 선임 부사장이다. 화웨이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선전에 소재한 화웨이는 중국이 세계의 저임 생산기지에서 산업·기술 강국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의 기수로 떠올랐다. 지금은 애플보다 스마트폰 판매대수가 더 많다. 중국과 개발도상국 세계 전반에 걸쳐 인터넷과 기타 텔레콤 시스템의 토대를 이루는 장비를 제공한다. 그리고 일상적인 기기·도구·물건을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하는 5G 텔레콤 네트워크의 보급을 선도하는 업체다.지난해 8월 화웨이는 글로벌 IT 기업 최초로 이른바 인공지능 칩셋을 공개했다. 스마트폰에 이 컴퓨터 칩들을 탑재하면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이미지에 담긴 얼굴과 기타 물체를 인식하고 일상언어를 아주 빨리 해석할 수 있다. 화웨이의 발표는 중국이 가난한 경제 후진국에서 얼마나 짧은 기간에 IT 초강대국으로 탈바꿈했는지를 뒷받침한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야심이 얼마나 큰지를 말해주는 가장 최근의 일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은 곧 우리의 일상생활과 글로벌 상거래를 재편할 듯하다.중국의 야심에 워싱턴 DC와 실리콘밸리 일각에서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베이징 정부는 우주항공·로봇기술·컴퓨터칩·바이오테크를 비롯한 기타 첨단 산업에서 선도국가로 올라서기 위한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첨단기술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의 최신 프로그램이다. 베이징 정부는 외국 기업들에 중국에서 사업하는 대가로 번거로운 요구조건을 내걸어 지적재산, 제조 노하우, 투자자산 소유권을 포기하도록 한다. 서방 기업의 영업 비밀을 훔쳐낼 목적으로 사이버 공격도 불사한다. 그리고 화웨이는 중국 정부가 불투명한 소유 구조를 통해 중국 기업들과의 유착 관계를 은폐한다는 비판을 받는 기업 중 하나다. 워싱턴 정부는 수년간 베이징의 부정행위를 과소평가하는 선에서 그쳤다. 미국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방대한 중국 시장에의 접근을 원했기 때문이다. 베이징 정부가 스스로 경제개혁을 계속하는 한 양국 관계는 윈윈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그런 논리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예전보다 크게 둔화됐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이 중국시장 개방 속도를 조절하면서 오히려 빗장을 닫아걸은 분야도 있다. 미국 외교협회(Council of Foreign Relations)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제조 2025 계획은 ‘미국의 기술 리더십에 대한 실존적 위협’을 상징한다.실존적 위협은 미국이 중국에 강경입장으로 돌아서기에 충분한 이유가 될지 모른다. 실제로 양국간에 본격적인 무역전쟁이 진행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그리고 그 밖에 광범위한 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1월 7일 시작된 미-중 협상에서 합의를 못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월에 관세를 25%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맞서 중국도 각종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고 대두와 기타 농산품 구입량을 감축했다. 동시에 애플처럼 중국에 제품을 판매하는 유명 브랜드들은 현지 고객이 미국 브랜드를 기피하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엉뚱한 표적을 겨냥해 전쟁을 벌인다는 점이다. 그의 관세는 선진국의 미래 번영에 훨씬 더 중대한 영향을 미칠 성장 산업을 외면한다. 중국의 철강 수출 제재에만 초점을 맞추는 탓에 장기적으로 미국의 첨단기술에 극심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약탈적인 행위를 묵과하고 있다.3월 관세 인상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트럼프 정부는 다른 나라들을 희생시켜 IT를 지배하려는 중국의 반시장적 산업정책에 맞대응할 기회를 잡았다. 그렇게 하면 파멸적인 무역전쟁 위험을 줄이면서 실질적인 중국 내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베이징의 일부 경제 개혁파들은 말한다. 이 같은 방향이 중국을 포함해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그러나 백악관은 아직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대처하는 일관된 어떤 정책의 틀도 잡지 못했다. “인공지능과 5G가 선도하는 기술 혁신은 우리 몫”이라고 구글 차이나 사장 출신으로 현재 자신의 벤처 캐피털 업체를 운영하는 리카이푸는 말했다. “내가 아는 바로는 미국 정부에는 이런 두드러진 변화의 미래상을 설계할 만한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없다.” ━ 기술-내셔널리즘의 부상 중국은 내가 기차에서 리를 만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그것은 중국의 글로벌 경제 복귀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이정표였다. 미국이 이끄는 나머지 세계는 중국 같은 잠재력을 가진 대국을 원칙 기반의 무역체제 안으로 끌어들여야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여겨 어떻게든 가입을 성사시키려 애썼다. 그때부터 중국의 경제성장에 거의 모든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는 가속이 붙어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뤘다. 지금은 세계 제2경제대국이며 10~20년 뒤에는 미국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라설 기세다. 중국은 WTO 가입 직후 투자와 무역에 국내 경제를 개방하기 시작했으며 그런 노력을 계속하기로 약속했다.시 주석 체제 들어 그런 약속은 사산아가 되고 말았다. 베이징 정부가 국내 기업 육성에 힘쓰는 텔레콤·컴퓨팅·우주항공 등 주요 경제분야에서 상황이 악화됐다. 석유·가스·대체에너지·제약처럼 중국이 ‘전략 산업’으로 여기는 분야에서 외국 기업의 특허신청 퇴짜 비율이 비전략 업종보다 훨씬 높다고 버클리대학법·기술 센터의 마크 코헨 소장은 말했다. 그리고 그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 중국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가 2017년 사업환경 조사를 실시했더니 회원사의 60%가 보호무역주의의 범위와 확대 속도를 지목하며 향후 몇 년간 중국이 시장을 더 많이 개방하리라는 믿음이 거의 또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중국의 WTO 가입 이후 미국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경제가 성숙해지면 현지 합작 파트너들에게로 기술이전(중국 경제개방 후 초창기의 일반적인 사업절차)을 해달라는 베이징의 요구가 줄어들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은 갈수록 더 중요한 기술을 현지 파트너들에게 이전하라고 외국 기업들에 요구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정부가 베이징 정부에 날카롭게 따져왔던 문제다.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불만이 쌓이던 순간에 발표된 중국제조 2025 계획은 부담스러운 요구조건을 내건다. 해외 다국적기업들은 생산과 조립 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종종 소수파 합작 벤처 파트너로 미래 경쟁자들과 협력해야 한다. 마이클 프로먼 전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그들은 이런 산업에서 세계적으로 패권을 차지할 계획이며 신흥 산업에의 직접적인 보조금뿐 아니라 외국 라이벌들과의 경쟁에서 중국 ‘국가대표 기업들’의 보호에 이르기까지 필요하다면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의도가 암묵적으로 깔려 있었다”고 말했다.한편 워싱턴 소재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캐서린 콜스키 정책분석가는 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평했다. ‘중국은 미국과 기타 시장기반 경제의 개방성을 지렛대 삼아 첨단 연구와 데이터에 접근하고 중국 정부의 자금지원을 통해 첨단 기업의 인수· 투자를 실행하면서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해외에 내다판다. 중국 정부가 이런 노력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어 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데 심각한 제약을 받는다.’통상 전문가들은 중국의 정책을 ‘기술-내셔널리즘’으로 부른다. 요즘 중국은 선호하는 경제분야로의 자원 이전에 더 직접적으로 개입한다(콜스키 분석가는 이를 “대규모 국가자금지원”으로 부른다).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 분야에만 20억 달러를 지출해 베이징에 연구개발 전용 테크노 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러 성 정부도 그 뒤를 따라 청두·광저우 등지에 자체적으로 테크노 파크를 신설한다. 리카이푸의 말마따나 베이징 정부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대상의 보조금과 경제 전반에 걸친 인공지능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후한 조건의 관급 계약 등 신규 자금을 쏟아부어 터보 엔진을 달아준다.”베이징이 품고 있는 핵심 기술 패권욕의 중심에 현대 경제의 주요 구성요소인 컴퓨터 칩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인텔·퀄컴·AMD·엔비디아 같은 미국 기업이 글로벌 칩 산업을 선도한다. 세계 반도체의 절반을 중국이 소비하지만 그중 80%를 외국 업체가 납품한다. 2014~2016년 글로벌 칩 업계의 인수합병 991건 중 3분의 1에 중국이 관련된 까닭이다. 중국 국영 매체에 따르면 베이징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에 걸쳐 1600억 달러를 투입해 국내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칩 시장에서 서방을 뛰어넘기 위한 열쇠는 인공지능이다. 베이징 정부는 다른 중국 기업들도 화웨이를 본받아 딥신경망(deep neural networks)을 구동하는 혁명적인 칩 디자인의 개발에 성공하기를 원한다. 딥신경망은 많은 인공지능 응용분야의 열쇠인 머신러닝의 한 분야다. 문어와 구어를 분석하고 디지털 이미지에 담긴 얼굴과 기타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컴퓨터와 자율주행차에 사용된다. 실제로 중국제조 2025 계획은 구체적으로 인공지능 응용기술 분야의 필수품인 인비디아의 M40 칩보다 20배 성능이 뛰어난 신경망 칩의 개발을 요구한다. 지난 7월 중국 인터넷 검색 대기업 바이두는 독자적으로 머신러닝 칩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으며 화웨이는 중국 기업 캄브리콘과 합작으로 휴대전화용 인공지능 칩을 개발 중이다.화웨이의 경쟁자와 비판자들은 그들의 급속한 발전이 지적재산을 훔친 결과이며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여긴다. 2003년 시스코가 화웨이에 소송을 제기해 나중에 합의를 봤으며 캐나다의 노텔 네트워크스는 중국이 자사 시스템에 대한 해킹으로 핵심 기술을 훔쳐내 화웨이에 넘겨줬다고 믿는다. 적어도 노텔 네트워크스의 전 임원 한 명은 그로 인해 결국 회사가 파산하게 됐다고 본다. 화웨이는 그런 혐의를 부인하며 그것을 뒷받침할 공개적인 증거가 없다고 반론한다.미국 정보계의 화웨이에 대한 경계심은 뿌리 깊다. 그들은 화웨이의 컴퓨터 칩에 ‘백도어’가 숨겨져 있어 화웨이 장비로 구축된 네트워크를 베이징 정부가 해킹할 수 있으리라 의심한다. 그에 따라 워싱턴 정부는 화웨이의 미국 내 투자를 차단했다. 오랫동안 화웨이를 따라다녔던 의혹이 지금은 미-중 통상관계에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그러나 중국 정부와 주요 중국 기업이 부정한 방법으로 여기까지 왔느냐 아니냐는 미래를 논할 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일부 IT 경영자들은 말한다. 인공지능의 기업창업 환경은 실리콘밸리보다 중국이 더 우호적이라고 리카이푸는 단언한다. 물론 딥러닝의 개척자들은 주로 서방에 있지만 리는 신저 ‘AI 슈퍼파워(AI Superpowers)’에서 이런 발전을 상업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은 중국 엔지니어들이 훨씬 앞섰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국에서 전기가 발명된 초기 “수천 명의 엔지니어가 전기를 이용해 새로운 기기를 돌리고 공정을 개선하면서 이런저런 실험(tinkering)을 시작했던” 시기와 비슷하다고 리는 말한다. 현재 중국에는 인공지능 ‘실험자’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다는 설명이다.베이징이 품고 있는 핵심 기술 패권욕의 중심에 현대 경제의 주요 구성요소인 컴퓨터 칩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인텔·퀄컴·AMD·엔비디아 같은 미국 기업이 글로벌 칩 산업을 선도한다. 세계 반도체의 절반을 중국이 소비하지만 그중 80%를 외국 업체가 납품한다. 2014~2016년 글로벌 칩 업계의 인수합병 991건 중 3분의 1에 중국이 관련된 까닭이다. 중국 국영 매체에 따르면 베이징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에 걸쳐 1600억 달러를 투입해 국내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칩 시장에서 서방을 뛰어넘기 위한 열쇠는 인공지능이다. 베이징 정부는 다른 중국 기업들도 화웨이를 본받아 딥신경망(deep neural networks)을 구동하는 혁명적인 칩 디자인의 개발에 성공하기를 원한다. 딥신경망은 많은 인공지능 응용분야의 열쇠인 머신러닝의 한 분야다. 문어와 구어를 분석하고 디지털 이미지에 담긴 얼굴과 기타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컴퓨터와 자율주행차에 사용된다. 실제로 중국제조 2025 계획은 구체적으로 인공지능 응용기술 분야의 필수품인 인비디아의 M40 칩보다 20배 성능이 뛰어난 신경망 칩의 개발을 요구한다. 지난 7월 중국 인터넷 검색 대기업 바이두는 독자적으로 머신러닝 칩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으며 화웨이는 중국 기업 캄브리콘과 합작으로 휴대전화용 인공지능 칩을 개발 중이다.화웨이의 경쟁자와 비판자들은 그들의 급속한 발전이 지적재산을 훔친 결과이며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여긴다. 2003년 시스코가 화웨이에 소송을 제기해 나중에 합의를 봤으며 캐나다의 노텔 네트워크스는 중국이 자사 시스템에 대한 해킹으로 핵심 기술을 훔쳐내 화웨이에 넘겨줬다고 믿는다. 적어도 노텔 네트워크스의 전 임원 한 명은 그로 인해 결국 회사가 파산하게 됐다고 본다. 화웨이는 그런 혐의를 부인하며 그것을 뒷받침할 공개적인 증거가 없다고 반론한다.미국 정보계의 화웨이에 대한 경계심은 뿌리 깊다. 그들은 화웨이의 컴퓨터 칩에 ‘백도어’가 숨겨져 있어 화웨이 장비로 구축된 네트워크를 베이징 정부가 해킹할 수 있으리라 의심한다. 그에 따라 워싱턴 정부는 화웨이의 미국 내 투자를 차단했다. 오랫동안 화웨이를 따라다녔던 의혹이 지금은 미-중 통상관계에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그러나 중국 정부와 주요 중국 기업이 부정한 방법으로 여기까지 왔느냐 아니냐는 미래를 논할 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일부 IT 경영자들은 말한다. 인공지능의 기업창업 환경은 실리콘밸리보다 중국이 더 우호적이라고 리카이푸는 단언한다. 물론 딥러닝의 개척자들은 주로 서방에 있지만 리는 신저 ‘AI 슈퍼파워(AI Superpowers)’에서 이런 발전을 상업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은 중국 엔지니어들이 훨씬 앞섰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국에서 전기가 발명된 초기 “수천 명의 엔지니어가 전기를 이용해 새로운 기기를 돌리고 공정을 개선하면서 이런저런 실험(tinkering)을 시작했던” 시기와 비슷하다고 리는 말한다. 현재 중국에는 인공지능 ‘실험자’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다는 설명이다. ━ 초점 잃은 미국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트럼프 정부에는 기술적 위협에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할 능력이 없다. 대신 “관세와 환율 문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통해 중공업(철강과 알루미늄)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의제”를 수행해 왔다고 중국 주재 미국 상공회의 소장 출신으로 현재 APCO 월드와이드의 상하이 주재 컨설턴트인 짐 맥그리거는 말했다. “이런 정책은 1950년대에 더 어울린다.”이런 백악관 정책을 주도하는 사람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수십 년 전부터 통상 파트너의 무릎을 꿇리는 관세의 힘을 신봉하는 보호무역주의자였다. 중공업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으로 미국 중서부 공업지대의 몇몇 주에서 승리했다. 대중 관세가 현명한 정책이든 아니든 또 하나의 선거공약을 이행한 셈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중국에 주는 고통을 계속 키워 공정무역을 해야 고통이 줄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게 대통령의 목적”이다.트럼프 대통령의 두 통상 고문인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과 윌버 로스 장관은 명백한 보호무역주의자들이지만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골드만삭스 출신)은 진정한 자유무역주의자들이다. 현재 대중 무역협상을 이끌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36쪽 참조)를 언론에선 종종 나바로 위원장과 로스 상무장관의 보호무역주의 동지로 묘사한다. 그러나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적재산 도용과 강제 기술이전 등 중국의 무역정책을 가장 먼저 목청 높여 경고했던 인물 중 하나다. 그가 스캐든·압스·슬레이츠·미거&플롬의 변호사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이들 세 사람은 중국이 약탈적인 기술 내셔널리즘 관행을 일삼아 왔다고 간주하며 미국이 거기에 맞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믿는다.미국 정부가 관세 같은 둔기 이외에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테크노 전쟁에 임해야 할까? 이 문제와 관련해 우방국들을 규합하려는 집중적인 노력이 그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많은 전·현직 외교관은 말한다. 중국이 기술적 패권을 좇아 국제 규범을 위반하는 만큼 미국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워싱턴 정부가 국제 통상 원칙에 관한 한 중국의 이단자 이미지를 제대로 부각시킬 수 있다면 중국을 고립시켜 핵심적인 문제를 마주하게 할 수 있다. 국제통상 체제에 관한 한 중국이 책임 있는 이해관계자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다.미국 정부는 이 문제에서 진전의 조짐을 보였다. 지난해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캐나다·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을 부분적으로 마무리지어 백악관 한 경제 관료의 말마따나 “다른 통상 문제를 접어두고 가장 중요한 중국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그 뒤 지난해 12월 말 미국 법무부는 중국 국가안전부와 관련된 주후아와 장시롱 두 사람을 기소했다. 광범위한 산업에 걸친 지적재산 사이버절도 혐의였다. 소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정부 지시를 받는 APT10이라는 대규모 해킹 그룹의 일원이었다. 타깃이 미국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첩보기관들은 사건 관련 정보를 많은 우방과 공유했다.기소가 이뤄졌을 때 독일·일본·영국 같은 나라가 모두 강력한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그 과정에서 중국이 해왔다는 문제의 불법 관행을 규탄했다. 바로 이런 ‘개인은 전체를, 전체는 개인을(one-for-all, all-for-one)’ 위하는 외교가 통상 문제에서 중국과 대적하는 데 필요하다고 대다수 전문가는 말한다. 미국 외교협회의 아담 시걸 선임 연구원이 썼듯이 “한목소리를 낸 그 성명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행동에 대한 세계 각국의 깊은 짜증을 표면화시켰음을 보여준다.”강경하고 효과적인 정책의 제2단계는 지적재산 도용의 혜택을 보는, 특히 국유기업들을 포함한 중국 기업들에 대해 미국과 우방들의 경제 제재를 발동하는 것이라고 많은 분석가는 주장한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중국 수혜 조직들의 정체에 관한 장문의 보고서를 우방들과 공유했다.하지만 아무런 제재도 나오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1월 초 미-중 통상회담 재개를 앞두고 제재를 꺼내면 회담의 성공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므누신 재무장관의 주장이 먹혀들었다. 현재로선 미국 정부가 문제의 사이버 절도에 연루된 중국 관료들의 “명단을 발표하는(name and shame)” 선에서 그치게 된다. ━ 미국이 중국에게서 원하는 것은? 이번 사례는 트럼프 정부에 중요한 의문을 던졌다. 통상과 관련해 중국에 무엇을 원하는가? 미국 정부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자신과 중국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서 의심하듯 트럼프 대통령이 단지 현재 375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대폭 감축하길 원하는가? 중국이 더 실질적인 시장개방 조치까지 취하길 원하는가? 나바로 위원장이 시사했듯이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어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아오기 원하는가? 중국제조 2025 계획의 이행을 저지하고자 하는가? 아니면 지금까지 말한 모든 것인가?베이징 정부도 궁금해 한다. 1970년대 세계에 문호를 다시 개방한 뒤 중국인은 상당히 실용적으로 협상에 임해 왔다. 2017년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정상회담 전 중국의 한 통상 관료가 미국 측 파트너 한 명에게 “트위터에 올릴 만한 어떤 성과를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 통상 관료는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요즘 일부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조용히 회자되듯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미래의 첨단산업 패권을 차지하려는 중국의 욕구에 대응하려면 미국 기업계를 끌어들여 중국의 산업정책을 정면 공격하는 것도 중요하다. 베이징 정부 정책의 주요 측면(대표적으로 강제 기술이전)은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할 때 서명한 입회 문서에 명백하게 금지돼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제껏 그런 의무를 위반하고도 아무런 뒤탈이 없었던 듯하다. 미국 기업들이 베이징의 보복이 두려워 WTO 규정 위반의 구체적인 증거를 미국 정부에 제시하기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성장하는 거대한 중국 시장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는 다국적 기업이 너무 많아 많은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설득하면 보복을 유발하지 않고 관행을 바꾸도록 할 수 있을까? 취재하면서 인터뷰한 소식통 중 여럿이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쓰는 단어로 답했다. 바로 상호주의(reciprocity)다. 맥그리거 컨설턴트는 “미-중 협상은 실행 가능한 상호주의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약속이 아니라 진짜 행동으로 판단하라는 의미다. 시장접근과 해외투자의 경우 한 나라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그런 배경에서 워싱턴 정부는 중국의 대미 특히 기술분야 직접투자를 집중적으로 조사해 왔다. 그 결과 베이징으로부터 유입되는 투자자금이 급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방들도 미국을 따라 베이징 정부가 외국인의 투자와 중국 시장 접근 제한을 완화한다는 명확한 증거가 드러날 때까지 계속 압박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마이클 프로먼 전 대표는 말했다.국유기업들이 집권 공산당의 돼지저금통 역할을 하면서 불법적인 중국 정책의 수혜를 보는 산업을 집중 공략하면 중국 정부도 신경 쓰일 것이다. 지난해 12월의 기소 이후 제재가 이뤄지지 않은 데 통상 강경파들이 그렇게 실망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런 일은 이번뿐이 아니었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대북 무역에서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중국의 국유 텔레콤 기업 ZTE를 정조준했을 때 중국이 “기겁했다”고 시저스 연구원은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ZTE 납품업체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미국 정부는 제재 위협을 철회했다.오는 3월 미국의 관세 인상이 발효되기 전에 무역분쟁을 타결 지을 목적으로 미국 정부가 중국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현 시점에도 미국 정책이 바로 그런 오락가락 행정에 휘둘린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도 몇 가지 카드를 갖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와 약화를 초래하는 듯한 무역분쟁 등에 공산당 엘리트들이 불만스러워 한다는 정치적 가십이 중국에서 많이 흘러나온다. 이 같은 루머는 시 주석이 무역 현안의 해소 노력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수정할 의사가 있고, 외국인 투자 관련법 개정안의 초안을 작성했으며, 외제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다고 밝혔다.전면적인 관세 인상 위협으로만 몰아붙이면 그에 굴복하는 시주석이 체면을 잃게 된다. 그보다 트럼프 정부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글로벌 경쟁업체들을 희생시켜 지배적 IT 기업을 키우려는 목표의 반시장적 산업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내놓는 편이 현명하다.하지만 지금은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초 화웨이의 런정페이 창업자 겸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캐나다에서 체포됐으며 미국은 그녀의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사법부는 제재 대상 첨단기술 제품을 홍콩을 통해 이란으로 빼돌리려는 음모에서 멍 CFO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의심한다. 이번 체포로 미-중 간에 깊게 패인 골이 한층 더 벌어지고 말았다. 악화되는 양국 관계의 한복판에 화웨이와 그들을 둘러싼 의문들(부상배경·전술·야심)이 자리 잡고 있다.취재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의 미-중 관계 변화에 관한 의견을 들어보려 리샹푸와 접촉을 시도했다.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스토리에는 새 중국의 희망과 낙관적 미래상이 담겨 있었다. 그는 행실 바르고 똑똑하고 모범적인 청년이었다. 호황을 맞은 경제에서 유망한 회사에 취직했다. 가난한 부모님에게 아파트를 사드릴 작정이었다(뜻을 이뤘다). 아메리칸 드림과 비슷해 보이는 이른바 차이나 드림(중국몽)의 표상이었다.2001년 여름은 정말 좋은 시절이었다. 아주 오래 전 추억이다. 요즘엔 아마도 화웨이 중역 입장에서 미국인 기자와 말을 섞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에게서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2019.01.2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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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17)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독서 경영으로 구성원 소통 능력 키워

전문가 칼럼

건설업은 사람에 대한 이해 필수… 책은 자기 계발의 가장 중요한 수단 1996년 한미글로벌(옛 한미파슨스)을 창업한 김종훈 회장은 “기업 경영은 소통의 과정이라고 할 만큼 기업 활동에서 소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회사 안에서의 상하 간, 동료 간, 부서 간, 본사-현장 간 소통은 말할 것도 없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도 소통을 잘해야 합니다. CM이라는 업종은 특히 다양한 고객 및 협력업체와의 소통이 중요해요. 회사 업무란 사실 끝없는 소통의 연속이고, 소통 잘하는 회사가 바로 경쟁력 있는 회사예요. 회사의 리더는 회사 방침과 경영진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부서원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그는 커뮤니케이션·프레젠테이션 등 소통의 능력을 기르는 데 독서만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건설이란 기본적으로 사람이 활동하는 공간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일을 잘하려면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해요. 독서를 통해 인문학과 예술을 접해야 다양한 사람들과 접점이 생기고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죠. 독서를 해야 사고의 폭이 넓어집니다.” ━ 소통 잘하는 회사가 경쟁력 있는 회사 김 회장은 한국 CM의 선구자이자 전도사이다. CM은 사업주를 대신해 기획·설계에서 발주·시공·감리에 이르는 건설사업의 전 과정을 관리·감독하는 일이다. CM 회사에 일을 맡기면 건설 품질이 높아질 뿐더러 공사비가 절감되고 공기가 단축된다. 서울 상암동의 월드컵주경기장, 도곡동 타워팰리스, 국립과학관,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SK텔레콤 본사 사옥 등이 한미글로벌의 CM 작품이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총 2143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리비아 벵가지 신도시, 사우디 ITCC 등도 이 회사의 손을 거쳤다.한미글로벌은 미국의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인 오택을 인수해 선진국 시장에 진입했다. 친환경 컨설팅 기업인 에코시안, 건축 설계사 larc를 인수했고 유럽과 미국에서 추가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다. 세계 58개국에 진출했고, 10개 계열사에 1500여 명이 근무한다.김 회장은 서울대 건축학과를 나와 한샘건축연구소·삼성물산 등에서 일했다. 삼성물산 시절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건설 공사에 책임자로 참여한 초고층빌딩 전문가이기도 하다. 김 회장의 좌우명 중 하나가 ‘날로 새로워진다’는 뜻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다. “날마다 생각을 새롭게 바꿔나가야죠. 서양 사람들은 ‘What’s new?’라고 인사를 하기도 합니다. 우리 회사는 배우고 공부해 새로워지려 독서 경영을 합니다.”독서 경영은 대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 사업에 따라 2018년 인증을 받은 직장은 78곳에 이른다. 독서의 학습 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란 책을 낸 김도윤씨는 수능 만점자 30명을 1년 간 인터뷰했다. ‘공부의 신’들의 경험을 근거로 그는 “독서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학창 시절에 배운 지식만으론 평생 버틸 수 없어” 김 회장은 “사회구조적 변화에 기술 발전이 급속히 이뤄져 학창 시절에 배운 지식으로는 평생 버틸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자기 계발과 시대 변화에의 적응에 가장 중요한 수단이 바로 책입니다. 독서를 꾸준히 하면 실력이 늘 뿐더러 인사이트가 생기고 눈높이가 달라집니다. 자기성찰은 물론 조직과 이웃을 생각하게 되고 세계관도 바뀌죠. 독일과 일본 국민들은 독서를 많이 합니다. 국민들의 독서열은 그 나라 문명의 척도라고 할 수 있어요.”그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성공할 확률도 높다고 단언했다. 독서 경영의 요체는 경쟁력 향상이라고 말했다. “링컨 대통령, 스티브 잡스, 손정의 같은 사람의 자서전이나 전기를 읽고 이들을 모델링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인생철학이 뭔지, 인생의 과제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도전했는지, 그 과정에서 고난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성공 노하우가 뭔지 책을 읽으면 짧은 시간 동안 저비용에 간접 체험할 수 있어요. 예컨대 잡스는 창조적 베끼기에 능했고 미니멀리즘을 실현한 사람이죠. 소비자 조사를 하지 말라고 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고객이 장차 필요로 할 것을 만들어 새로운 시대를 리드한 사람입니다. 생각의 스케일이 큰 손정의는 20대에 2~3년 불치병에 가까운 병고를 겪는 동안 3000권의 책을 읽은 사람입니다. 독서와는 떼려야 떼 놓을 수 없는 사람이죠.”그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강연·강의는 책과 비교해 정보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서 경영을 하면 회사의 성장에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 회사의 모토가 ‘엑설런트 피플이 되어 엑설런트 컴퍼니를 만들자’인데 구성원들이 기술서 등 전문 서적을 읽고 폭넓은 독서를 통해 기업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쌓으면 탁월해질 수밖에 없어요.”한미글로벌은 100여 곳에서 물류센터 CM을 담당했고, 지금도 물류센터 5곳의 CM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세계 최고의 물류 기업 아마존을 다룬 책을 통해 물류센터 운영에 관한 간접 경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기업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나름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평생 샐러던트(saladent)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샐러던트란 봉급생활자(salaryman)와 학생(student)의 합성어다. 직장인 10명 중 네 명이 샐러던트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인은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 2017년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1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독서율)은 59.9%로 조사됐다.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10명 중 네 명꼴인 셈이다. 1994년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라고 한다. “독서 경영을 하려면 인간의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습니다. 일례로 동료에게 인사하기 캠페인을 벌여도 인사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아요. 결국 책 읽는 게 몸에 배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책 읽기가 좋은 습관이 되도록, 회사가 만들어 줘야 합니다.”다양한 독서는 또 인간으로서의 포용력을 키워 준다. “인문서를 통해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알 수 있죠. 사고의 스펙트럼이 넓어집니다.” 그는 일본에서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통하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주를 예로 들었다. “이나모리는 한때 스님이 됐던 사람입니다. 그는 능력과 열정보다 중요한 게 가치관이라고 설파했죠. 히틀러는 말하자면 능력과 열정을 인류를 파멸시키는 데 쓴 사람입니다.”그는 색다른 세계에 눈뜨는 데도 독서만 한 게 없다고 말했다. 해외 여행을 떠나기 전 미지의 세계의 건축물과 명소를 책을 통해 간접 경험하면 아는 만큼 보고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리더는 시야가 넓어야 한다. 실무자의 시야각이 90도라면 CEO는 180도의 시야를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 폭넓은 독서는 시야를 넓혀 준다. “현대의 기업은 경영 환경이 복잡해 CEO 노릇 하기가 힘듭니다. 구성원의 성향도 바뀌었고 세대 간 격차도 커졌죠.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잡고 의사 결정을 잘하려면 많이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알아야 면장을 하죠. 경영진은 스페셜리스트로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너럴 리스트가 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사 담당 임원이라면 인사는 물론이고 심리학 나아가 세계 경제도 알아야 합니다. 기업이 망하는 건 순식간입니다. CEO와 그 측근이 작심하고 2년만 노력하면 바로 망해요. 더욱이 중소기업은 CEO의 비중이 90% 이상입니다. 중소기업의 활동은 사실상 1인 플레이라고 할 수 있어요.” ━ 나는야 샐러던트 CEO 그는 샐러던트로서 사내에 모범생이 되려 한다고 말했다. “나이 든 사람도 공부해야 합니다. 독서는 은퇴 후에 더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는 유용한 수단이죠. 삼성에서 CEO를 지내 먹고살 만한 사람도 퇴직 후 친구 만나 골프 치며 소일합니다. 그러다 골프 칠 체력도 안 되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을 해요.” 많은 기업에서 독서 경영이 구두선에 그치는 건 CEO가 솔선수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경영 풍토도 독서 경영을 가로막는 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 경영은 애초에 어려운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어려운 화두라는 자세로 시작해야 합니다.”그는 독서 경영을 제대로 하려면 CEO로서의 재임 기간이 10년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대표적이지만, 우리나라 리더들은 전임자가 벌인 일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독서 경영은 단기 성과가 나지 않습니다. 장기적인 리더십이 필수라는 거죠.”한미글로벌은 독서 경영을 위해 페널티와 인센티브를 적절히 활용한다. 직원들은 매달 회사가 사 준 책을 읽고서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앞으로 독후감을 제출하지 않으면 진급에 불이익을 줄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다. 추가로 읽는 책에 대해서는 책값을 지원한다. 한미글로벌 필독서 100권도 선정 중이다. ━ 김종훈 회장이 권한 - CEO가 일독할 만한 책은 월터 아이작슨의 김 회장은 “왜 역사를 스티브 잡스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두껍지만 무척 재미난 책”이라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완벽에 대한 열정과 맹렬한 추진력으로 여섯 개의 산업 부문에서 혁명을 일으킨 이 창의적인 기업가는 그 과정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보여 준다. 탁월함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교과서 같은 책.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의 권 회장은 “초격차란 비교 불가의 절대적 기술 우위와 끊임없는 혁신, 그에 걸맞게 구성원의 ‘격(格)’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힌다.차동엽 신부의 사제가 쓴 행복론이자 성공론으로 젊은 세대가 탈무드처럼 항상 곁에 두고 봤으면 하는 책.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성취를 믿으라, 말을 다스리라, 습관을 길들이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등 일곱 개의 원리를 제시하는데 예화를 들어 재미있게 설명한다.이타가키 에이켄의 ‘손자×손정의가 만나다’란 부제가 달렸는데 을 쓴 손자의 ‘손’과 20대에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손정의의 ‘손’을 곱했다는 뜻으로 책 제목을 이렇게 붙였다. 불후의 병법서 에서 엄선한 14문자에 손정의가 만든 11문자를 조합한 25문자로 구성돼 있다.

2019.01.1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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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와 부동산의 역학관계] 금리 오르면 상가·오피스텔·아파트 위축

부동산 일반

단독·다세대주택·토지는 악영향 덜한 편…부동산 투자 땐 대출 30% 이내에서 받아야 부동산 투자자에게 ‘금리 인상’이라는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금리 인상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한국도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중간선거가 끝난 후 처음 열린 금리 결정 회의에서 12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의 점도표(금리 인상 횟수 전망)는 3회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 연 3%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한국의 금융시장은 미국에 후행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인상 정도가 문제일 뿐 한국도 일정한 시차를 두고 올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오른 후 1년째 1.50%에 머물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19년 국내외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은행이 한 차례 정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부동산 시장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 시중금리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부동산가격과 반비례 관계인 금리 상승은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투자수익률을 끌어내리고, 이것이 거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실물경기 급랭 가능성까지 겹쳐 부동산 시장에 금리 인상은 최대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실물경기가 그나마 받쳐준다면 인상 충격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 실물경기 급랭 가능성이 있어 금리 인상에 따른 악영향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 다만 금리 인상에 따른 파장은 상품마다 다소 반응이 다를 수 있다. 금리 민감도가 높은 재개발·재건축이나 레버리지를 많이 이용하는 투자용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또 시중금리와 비교 우위를 통해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수익형부동산도 수요 감소 등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들 상품 중 임대료가 극히 낮은 지역이 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면 임대료를 받아서 대출 이자를 내고 남는 수익이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른바 ‘역(逆)레버리지 효과’다.대지지분이 많지 않고 단순한 임대소득만을 추구하는 구분 상가나 오피스텔도 악영향을 받을 게 분명하다. 수익형부동산은 물론 아파트 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라도 과거와 달리 대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이들이 많이 몰리는 중소형 아파트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가뜩이나 공급 물량이 많고 대출 규제로 대출 자체도 되지 않는 마당에 실수요까지 위축되면 일부 지역에서는 역(逆)전세난이나 아파트값 하락으로 홍역을 치를 수 있다.이와 달리 토지 면적이 많아 자본이득 기대가 높은 다세대·다가구주택이나 꼬마빌딩, 사무용 빌딩은 상대적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레버리지가 많지 않은 토지 시장 역시 상대적으로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형부동산이라도 임대료가 잘 나오는 역세권 알짜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은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더라도 이를 상쇄할 수 있다.금리 인상과 관련된 이슈는 소비자에게 결국 빚의 문제로 이어진다.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라는 속담에서 보듯 옛날에도 돈의 힘은 대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소불위의 위력을 발휘하는 요즘에 비하면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오늘날 금융 자본주의는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돈은 영화 의 절대반지처럼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다. 절대반지만 있으면 욕망하는 것을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돈은 없다. 이 때 남의 돈, 즉 빚을 쉽게 떠올린다. 빚은 나의 욕망을 쉽게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지렛대이기 때문이다.사람들은 대체로 빚을 낼 때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투자 성공 시나리오만 가득 찬다. 행운까지 따라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면서 리스크(위험요소)는 무시해버린다. 운은 과대평가하고, 위험은 과소평가하는 셈이다. 미래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는 자기 과신으로 쉽게 이어진다. 그 결과 과도한 빚을 끌어들여 무리한 베팅을 감행한다. 가격이 오를 때에는 빚이 많을수록 수익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는 항상 성공만 하는 게 아니라 실패도 있는 법이다. 실패를 해도 내 돈이 많이 남아 있다면 충격은 덜하다. 하지만 투자금액의 상당 부분이 빚이라면 나락으로 쉽게 떨어진다. 빚은 잘만 쓰면 영화 의 누렁이 소처럼 원하는 수익을 올리는 데 큰 힘이 되지만, 지나칠 때는 파멸을 부르는 괴물이 된다. 경제사학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니얼 퍼거슨이 “경제의 핵심은 수익과 부채의 균형”이라고 말했던 것도 이 때문이리라.‘집 가진 가난한 사람’을 뜻하는 ‘하우스 푸어’ 문제도 결국 빚의 문제다. 내 돈으로 집을 산 사람에게는 하우스 푸어란 말 자체가 안 맞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부채주의 시대(Debtism, 빚으로 수익을 내서 빚을 갚는 시대)’는 외줄타기 광대처럼 조마조마한 삶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때 빚을 내는 게 돈을 버는 것이라는 ‘빚테크’라는 말이 있었다. 빚테크는 집값이 크게 오를 때 남의 자본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말하자면 지렛대를 통해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는 빚테크도 유효한 방법으로 칭송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값이 크게 오르기 힘든 저성장 체제에서 과도한 빚은 자신을 몰락으로 내몰 수 있다.물론 부채라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베스트셀러 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는 신용카드 빚과 투자를 위한 빚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령 소비를 위해 쓰는 신용카드 빚은 ‘나쁜 빚’, 임대료를 받기 위해 건물을 구입하는 빚은 ‘좋은 빚’이라고 했다. 그는 좋은 빚을 활용해 투자한 주거용 부동산과 상업용 부동산이 모두 1400채에 이른다. 투기 목적보다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노린 부동산 투자다. 하지만 최근에 그가 운영하는 회사의 파산소식이 들려왔다. 파산 이유야 어떻든, 부자 아빠가 되기 위해 벤치마킹에 나섰던 평범한 샐러리맨 입장에서 배신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기요사키의 명언도 가려서 들을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소비를 위한 빚이든, 투자를 위한 빚이든 적정량이 중요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돈을 빌리더라도 빚이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바위덩어리라면 그것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집을 살 때에도 집값의 30% 이상 빚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큰 빚을 내서 내 인생을 돌려놓을 한 번의 대박을 꿈꾼다면, 이런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때 이런 격언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빚은 남을 위해 사는 인생이지만, 저축은 나를 위해 사는 인생이다.’ 자칫 ‘영혼의 감옥’이 될 수 있는 부채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말이다. ━ 자기 자본 비중 높여야 내년 부동산 시장은 대체적으로 조정국면에 접어들 것 같다. 금리 인상은 물론 종부세·양도세 강화, 대출 규제 등 악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안갯속 시장에서는 가급적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안전 투자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남의 돈을 빌려 투자하는 레버리지 극대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을 살 때 자기자본 비중을 높이는 게 좋다. 내 돈으로 투자한 사람들은 가격이 하락해도 마음이 덜 불안하다. 침체기에는 ‘돈’에다 ‘집’을 맞추는 알뜰·실속 소비가 좋다. 그래서 대출금은 집값의 30% 이내에서 빌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또 매달 갚은 대출 원리금이 월급여의 30% 이내가 바람직하다. 레버지리는 결과를 확대할 뿐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 ‘연을 날 릴 때는 연줄을 모두 풀지 않는다’는 증시 격언은 교훈적이다. 내년은 이래저래 살얼음 걷듯 조심조심한 접근이 좋을 것이다. 아예 쉬는 것도 좋은 투자일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부동산학 박사)

2018.11.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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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의 ‘브라보! 세컨드 라이프’(2) | 오종남 김&장법률사무소 고문] 정년 전에 회사 나와 ‘쓸모’를 유지하라

전문가 칼럼

성공은 또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는 것...손해 보는 게 복 받는 길 이른바 ‘백세시대’입니다. 인생의 가을은 성공보다 행복을 추수하는 시절입니다. 수명 연장으로 퇴직을 해도 일해야 하는 ‘반퇴시대’이기도 합니다. 본지가 세컨드 라이프를 잘 개척한 이 땅의 행복한 사람들을 찾아갑니다. “사람들이 또 만나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환갑이 됐을 때 저 나름대로 성공에 대해 정의해 봤습니다. 바로 또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죠. 그런데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은 나를 위해 손해 보는 사람이에요.” 오종남 김&장법률사무소 고문은 “손해 보는 인생을 사는 게 실은 복 받는 길”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입니다. 아니 저야말로 가장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아닐 말로 친구에게서 평생 나한테 밥 산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으면 언젠가 그 친구가 단 한 번에 그 빚을 갚을 수도 있어요.”길게 보면 좋은 평판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10여 곳에서 무보수 명예직으로 봉사를 하는 것도 그로서는 충분한 보상을 얻기 때문이다. 서울대 과학기술산업융합최고전략과정은 11년째 무보수로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지금은 명예주임교수지만 하는 일은 동일하다. 그가 매주 강사들을 선정하고 직접 강의도 한다.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하지만 그는 평판과 보람이라는 비물질적 보상을 받는다. “처음 대학 측에서 보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얼마를 지급하든 자진 반납하겠다고 했어요. 모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보람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 지식은 남과 나눠도 줄지 않는다 지식은 남과 나눠도 줄어들지 않는다. 물질과 다른 점이다. 가진 지식을 서로 교환하면 각자 두 개가 된다. 평생 학습을 하고, 배우고 깨친 것을 남들과 나누면 무엇보다 인생이 즐겁다. “인생의 황혼기에 젊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배워야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짜리 손주가 저에게 걸핏하면 ‘할아버지 그것도 몰라요’라고 합니다. 나이 들어 그런 말을 들으면 서러워요.”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국제경제학 박사인 그는 한국방송통신대 석좌교수를 지냈다. 그에 앞서 방송대 발전후원회장과 홍보모델을 했다. 홍보모델을 한 건 마지막 공직이었던 통계청장 시절 이 대학 영어영문학과를 나왔기 때문이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영화배우 심혜진씨와 함께였다. 지금은 재학생의 절반이 그처럼 대학을 나온 사람이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대학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게 본래 이 학교의 설립 목적이었다. 석좌교수 시절 그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 멋지게 사는 사람들과 인터뷰 하는 방송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대학을 나와야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마흔다섯에 노래를 시작해 대한민국의 유명 소리꾼이 된 장사익씨, 검정고시 출신인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 등과 인터뷰했다(학교 규정상 석좌교수 급여는 받았지만 다른 곳에 기부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도 무급으로 했다. 후원자들이 기부한 돈으로 보수를 받는 게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기부하는 분들에게 큰소리칠 수 있었죠. 보수를 안 받으면 신뢰를 얻을 수 있어요. 재벌들이 회사 돈 말고 개인 돈으로 기부를 하면 평판이 좀 달라질 겁니다.”그는 스크랜턴여성리더십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 10년 간 1000여 명의 아시아 개발도상국 여성들에게 대학등록금을 전액 지원했다. 이들은 거의 모두 가족 중 최초의 대학생이다. 이 단체의 종잣돈은 135년 전 볼드윈이라는 미국의 부인이 마련했다. 꼬레아의 여성은 이름도 없고 한 인격체로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접한 그녀는 언젠가 이 나라가 개방되면 이 나라 여성을 위해 써 달라고 당시로서는 매우 큰돈인 88달러를 작정 헌금했다. 2년 후 미국 여성 스크랜턴 여사가 최초의 여선교사로 조선에 들어와 시작한 학교가 이화학당의 모태이다. 그녀의 목표는 ‘조선 여성을 더 나은 조선 여성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조선 여성을 더 낫게 만드는 꿈은 그러나 그보다 2년 전 오하이오의 한 부인이 꾼 것이었다. “잘 때 꾸는 꿈은 좋은 것으로 꾸고 싶다고 꾸어지는 게 아니지만 깨어 있을 때 꾸는 꿈은 원대한 비전이 될 수 있습니다.”그는 나눔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못하는 건 사람들이 위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옆을 보면 위안을 얻고 아래를 내려다볼 때 비로소 나보다 못한 사람과 나눌 수 있다. 서울 도심에 목디스크 병원이 유독 많은 건 사람들이 자기보다 위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기 때문이라고 그가 조크를 했다.행정고시 동기 중 선두주자였던 그가 김&장에 몸담은 건 통계청장을 마치면서 국영기업체 포함해 공직은 맡지 않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재정경제비서관 등 청와대에서 네 개의 비서관을 지낸 그는 권력의 맛을 볼 만큼 봤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물먹었다고 한 통계청장도 지원을 해서 갔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절 입각을 제의 받았지만 그는 고사했다.“저 같은 지공거사(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어르신’)가 매일 출근한다는 건 감사한 일이죠. 봉급쟁이가 정년을 한 10년 남겨 놓고 일찍 세컨드 라이프를 시작하면 쓸모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이 정년을 채우고 기업에 몸담는 건 자칫 ‘의탁’이 될 수 있어요. 돌이켜보면 법대 시절 경제학을 가르치신 은사가 법조인 말고 공무원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그 덕에 경제기획원에 근무한 것과 평생의 비판자인 제 아내를 반려로 만난 것이 저로서는 말하자면 ‘인생 결단’이었죠.”나눔은 일찍이 시작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2 때 가정교사를 시작한 그는 대학도 가정교사로 스스로 벌어서 다녔다. 그 시절에도 친구를 만나면 거의 그가 밥값을 냈다.지난해 봄 주민센터에서 ‘어르신교통카드’를 발급받은 그는 그 전에도 지하철을 많이 탔었다. 과거 고소득층 시니어에 대한 지하철 무상 이용 혜택은 예산 낭비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짐 되는 노인’이 아니라 ‘보탬이 되는 어르신’이 되기로 마음을 바꿨다. “국가가 세금을 제대로 써야 조세 저항이 줄어듭니다.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역할도 해야죠. 우리의 활동 무대를 지구촌으로 확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무역 규모가 중계무역을 많이 하는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세계 5~6위 수준입니다. 일본·중국을 포함해 우리보다 무역 규모가 큰 나라의 통화는 다 국제통화가 됐습니다. 원화가 국제통화가 될 때가 무르익었다는 거죠.”국제통화기금(IMF) 대리이사를 지낸 그는 공직을 마친 후 IMF 상임이사를 지냈다. 호주·뉴질랜드를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14개 국을 대표하는 자리다. 대한민국은 이른바 ‘IMF 체제’를 겪고서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지만, 성공이 실패의 아버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30년 걸려 압축성장을 했는데 1인당 소득 1만 달러가 된 1994년 이래 3년 만에 경제식민 각서를 쓰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로부터 20년, 다시 자만에 빠질 수 있습니다. 개인도 국가도 자만에 빠지면 파멸하게 마련이죠.”

2018.05.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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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상담 도박 중독 갈등 극복] 일·운동·공부로 건전한 중독을

헬스케어

스트레스 풀고 성취감 느껴야...돈 문제는 가족 등과 함께 풀어야 그는 35세 회사원이다. 결혼 전, 도박을 좋아하던 친구 탓에 스크린경마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돈을 좀 땄는데, 1년 가까이 하다 보니 결국 몇 달치 월급이 사라졌다. 손해를 만회해볼까 하는 생각에 경륜을 하게 됐고, 2년 사이에 빚이 2000만원으로 불어났다. 문득 도박은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자각이 들었다. 날린 돈이 너무 아까웠지만 마음을 정리하고 경륜에서 손을 뗐다.결혼 후, 몇 년이 지난 상황에서 다른 친구가 주식을 권유했다. 주식 경험이 없던 친구인데, 온라인카페 추천주로 1년 투자해 4000만원 빚으로 2000만원을 벌었다고 자랑하며 본인 계좌를 보여줬다. 주식은 투기가 아닌 투자라 생각했다. 솔깃한 마음에 은행 대출을 타진해보니 7000만원까지 가능했다. 우선 3000만원을 대출받아 시작했다. 한 달 만에 100만원을 벌었다. 욕심이 생겨 4000만원을 더 대출받고, 비교적 안전하다는 대형주에 투자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이슈 탓에 주가가 폭락했다. 어떻게든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제2금융권에서 3000만원을 더 대출받아 다른 주식을 샀는데, 그마저도 하락해 현재 빚이 1억원 가까이 된다.충동이 생길 때는 정말 귀신에 홀린 듯하다. 큰 돈을 벌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잃은 돈 생각에 너무 억울하고, 만회하고픈 충동에 사로잡힌다. 집에서 휴대폰만 보고 있는 그를 수상하게 여긴 아내가 신용정보를 조회해 그의 빚을 알게 됐다. 이젠 집에 가기도 싫고, 죽고 싶은 생각만 가득하다. ━ 큰 돈 벌 것 같은 환상에 빠져 한국은 도박공화국이다. 도박산업의 규모가 100조를 넘는다. 1년 국가예산의 30%에 가깝다. 성인 5~10%가 문제 도박자다. 외국은 1~2% 수준이다. 최근 청소년층에 인터넷도박이 급증하고, 청년층에 암호화폐가 성행한다. 도박은 불확실한 결과에 돈을 걸고 하는 내기다. 한국인은 도박을 좋아한다. 서너 명이 모이면 고스톱을 친다. 노름과 놀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내기를 좋아한다. 돈내기·밥내기·술내기가 성행한다. 적당한 도박은 여가이고 삶의 활력소다. 한국인은 투기를 좋아한다. 일확천금을 꿈꾼다. 적절한 수익을 기대하면 투자지만, 돈 버는 짜릿한 쾌감을 바라면 투기다.누구나 도박에 중독될 수 있다. 중독은 강력한 습관이다. 알코올은 경험자의 10%에서 중독되고, 담배는 30%, 도박은 50%에서 중독된다. 도박은 습관성 중독이 거의 없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재미로 시작한다. 이득 단계에서 거액을 따는 승리경험을 한다. 짜릿한 쾌감과 스릴을 맛본다. 강렬한 경험이 없다면 중독에 안 빠진다. 손실 단계에서 거액을 잃게 된다. 손실의 아픔은 이득의 기쁨보다 훨씬 크다.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매달린다. 절망 단계에서 여기저기 돈을 빌린다. 가산을 탕진하고, 인간관계가 파탄에 이른다.아무나 도박에 중독되지 않는다. 중독은 강박적 습관이다. 갈망·내성·금단을 보인다. 간절히 바라고, 더 큰 판돈을 걸고, 중단하면 불안해한다. 도박에 잘 빠지는 성향이 있다.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다. 경쟁적이다.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산다. 도박에선 평균적으로 절대 돈을 딸 수 없다.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다. 충동적이다. 즉각적인 만족을 바란다. 작은 자극에 흥미를 잃고, 더 큰 자극을 추구하다 파멸한다. 도피성이 강한 사람이다. 의존적이다. 중독은 살맛 나는 상태다. 외롭고 고달픈 현실을 잊기 위해 도박에 빠진다.도박 중독자의 착각과 현실은 이렇다. ①승리경험만 기억한다. 대박경험이 쪽박으로 간다. ②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 쾌감중추가 망가져 의지로는 어렵다. ③승률을 조절할 수 있다.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잃는다. ④미신적이다. 승리했던 상황을 고집하다 큰 돈을 잃는다. ⑤한 판에 만회해 모든 것을 회복하려 한다. 행운은 절대 안 오고, 중독의 대가만 기다린다. ⑥본전만 건지면 그만한다. 매몰비용 때문에 쉽게 발을 못 뺀다. ⑦빛만 갚아주면 절대 안 한다. 사돈의 팔촌까지 피해를 끼친다. ━ “인생에서 쌓은 부는 가져갈 수 없다” 도박 중독은 가치에 중독되는 것이다. 도박은 돈과 연관된다. 돈이 인생의 최고 가치라면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도박은 승부와 연관된다. 성공이 인생의 최고 가치라면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성공의 끝을 보았다. 하지만 일터를 떠나면 삶의 즐거움은 많지 않았다. 지금 병들어 누워 과거를 회상하며 순간 깨달았다. 사회적 인정과 부는 죽음 앞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생을 통해 쌓은 부를 가져갈 수는 없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사랑이 넘치는 기억뿐이다. 가족 간의 사랑을 소중히 하라. 배우자를 사랑하라. 친구들을 사랑하라.”자, 그에게 돌아가자.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솔직하게 털어놓자. 도박으로 생긴 빛을 도박으로 청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①과거를 숨기지 말자. 그는 이미 도박 중독자다. 현실로 돌아올 때 찾아오는 고통을 직면해야 한다. 기회는 한번 오면 다시 오지 않는다. ②거짓말은 하지 말자. 처음은 어렵지만 반드시 반복된다. 한판의 요행을 또 기대한다면 빛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신뢰는 한번 깨지면 되돌리기 힘들다. ③돈 문제를 함께 풀자. 그는 이미 조절능력이 없다. 빛은 건전하게 벌어서 천천히 갚아야 한다. 인생은 한번 잃으면 되찾기 어렵다.둘째, 건전한 중독으로 바꾸자. 도박이 주는 쾌감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구나 강한 자극에 더 쏠린다. 그래도 약한 자극에 맡겨보자. ①일에 빠지자. 스트레스를 일로 해소하자. 성취감을 느껴보자. 중독은 완벽성에서 온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 휴식이 필요하다. ②운동에 빠지자.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자. 즐거움을 느껴보자. 중독은 조급증에서 온다. 그동안 쫓기며 살았다. 여유가 필요하다. ③공부에 빠지자. 스트레스를 공부로 해소하자. 재미를 느껴보자. 중독은 의존성에서 온다. 그동안 매여서 살았다.셋째, 어떻게든 도움 받자. 도박 중독을 혼자 의지로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①중독 치료는 0% 아니면 100%다. 100번의 충동 중 99번을 참았던들 무슨 소용인가. 이성은 항상 충동에 굴복한다. 안 하는 것이 편한 상태가 돼야 한다. ②중독 치료는 마라톤이다. 잠시 안 한다고 좋아하지 말자. 안하는 것이 아니고 못하는 것이다. 다시 했다고 실망하지 말자. 반복해서 시도해야 한다. ③모든 치료를 동원해야 한다. 가족의 도움이 필수다. 도박을 안 하는 것보다 무엇을 하는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항갈망제(날트렉손)를 1년 이상 복용해 보자. 도박문제관리센터가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2018.01.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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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대가가 건네는 ‘인생 나침반’ㅣ나를 사랑하는 힘(2)] 자신에 대한 투자에는 세금이 없다

전문가 칼럼

워런 버핏의 원칙이 있는 삶과 습관의 힘...“좋아하는 일을 주저없이 하라” 저성장·양극화·고령화로 대별되는 뉴노멀의 시대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변혁으로 생산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삶이 축복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종착역이 어딘지 모르고 살고 있다. 올바른 ‘나’를 세우고 디지털 세상을 똑바로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은 없을까. 경제·경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의 가르침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아 나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잠재력을 끌어 올려보는 건 어떨까. 나를 방해하는 수많은 유혹에서 나를 지키는 힘도 키워보자. 혼돈의 시대 자아를 재발견하는 여정을 떠나는 이유다. 아흔 가까운 인생을 산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만인이 아는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다. 그는 ‘주식을 사기 전에는 스스로의 인생을 낭비했다’고 말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 주식시장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본 대부분의 사람은 영어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이 투자의 귀재는 투자에 대한 열정으로 인생을 살아왔다. 그럼 당신은 반문할 수 있다. 그가 돈의 노예였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진짜 그럴까? 세상에 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를 차치하고 그의 진정성을 살펴보자. 그는 주식을 통해 인생의 가치를 제대로 논하고 싶었다.6살 무렵 껌과 콜라를 팔아 한 푼, 두 푼을 모은 꼬마가 있었다. 열 살 무렵 이란 책을 읽는다. 그리고 서른 다섯 살에 백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그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세계 부호의 반열에 일찍이 들어선 버핏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자, 이제 그의 투자법에 대해 담담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투자 철학을 들어보고 그를 판단하자. 그는 인생을 논하려면 자기와의 약속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자존감을 세운 사람들에게 흔히 느껴지는 태도다. “나는 투자에 분명한 원칙을 둡니다. 성장주를 사는 데 15%, 가치주를 사는 데 85%를요. 15%는 피셔, 85%는 그레이엄이죠.” ━ 투자에 대한 열정과 분명한 원칙 필립 피셔(Philip A Fisher)는 성장주 투자의 원칙을,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은 가치주 투자의 원칙을 정립한 인물이다. 버핏의 인생을 보면 그만에게서 느껴지는 삶의 원칙이 느껴진다. 그는 돈을 버는 데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비정상이고 이기적인 방법을 가능한 피한다. 그의 고향은 오마하다. 사람들은 그를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를 보면 잘못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오해는 순식간에 불식된다. 그가 기업과 투자가가 상생하는 바람직한 투자를 실천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공공의 선에 위배되지 않는 투자 철학을 나름 실천했다. 그게 자신과 세상을 사랑하는 법이었다. 원칙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삶의 중요 가치라고 생각한다. 삶의 가치를 고수하기에 원칙이 삶의 존재이유가 되고 자아에 대한 존중감이 커지게 된다. 그들은 원칙을 바라보며 꿈과 야망을 이야기 한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강하게 느끼게 되기에 삶이 열정적으로 되는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의 현명한 사람은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는 자신만의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다. 삶의 원칙은 버핏처럼 어린 시절부터 빨리 세워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쉽다.그는 투자 원칙에서 가치주에 더 많은 부분을 할당했다. 그의 투자 원칙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어쩌면 그는 신기루 같은 삶을 살기보다도 삶의 정도(正道)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오래 존속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가치를 삶에 투영하고, 질주하다 어디론가 사라져 없어질지 모르는 삶은 멀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자. 우리는 어떤 원칙을 지키며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있나? 그게 진정 우리 내면의 울림에서 세워진 원칙인가? 그런 원칙을 세우기나 한 건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지금 당장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원칙을 세우자. 그게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처음에는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로 시작할 수도 있다. 좀 더 어려운 원칙에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거나 남이 가진 부에 미련을 갖지 않는다는 것도 포함할 수 있겠다.버핏 이야기를 하기 전에 소설가이자 시인인 노벨문학상 수상자 독일의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를 잠시 생각해 본다. 그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소설 의 장면을 떠올려 본다. 헤세는 누구나 그러하듯이 방황과 우울의 시간을 겪는다. 그런 힘든 시기를 경험하고 인생을 회고하며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싯타르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본성과 자아실현, 세상과 자신에 대한 사랑의 원리를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싯타르타의 의미있는 깨달음의 구절을 보자. “이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놓아둔 채 그 자체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리고 기꺼이 그 세상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죄악이 필요했고 쾌락과 욕심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았네. 그리고 사랑을 깨닫기 위해 가장 수치스러운 절망도 필요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아무 것도 부족함이 없는 싯타르타는 삶의 공허함을 느끼고 세상을 찾아 나선다. 깨달음을 뒤로 하고 세속에 다시 물든 그는 모든 것을 잃는다. 그리고 위의 이야기처럼 득도를 하게 된다. 자신이 집을 나온 후 태어나서 어머니의 사랑만 받으며 자란 아들은 거지꼴을 한 뱃사공이 된 아버지 싯타르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들에게 멸시를 받으며 그는 깨닫는다. 자신에게 그토록 잔인한 아들이었음에도 그를 미친 듯이 사랑하는 마음이 완전한 자아이자 진정한 사랑이었음을.돈 벌기에 몰두한 투자의 귀재는 한때는 남을 돕는 데 인색했지만 이후에는 기부에 앞장서고 사회공헌에 애쓰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버핏세’ 도입도 주장했다. 그는 2011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자신의 소득세 세율보다 20명의 부하 직원이 낸 소득세의 평균 세율이 두 배가 넘는다고 ‘양심선언’을 하면서다. 그건 미국이 자본소득세에 관대해서 나온 역설적 현상이다. 그래서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부유층의 자본소득에 적용되는 실효세율이 적어도 중산층 이상의 세율이 되도록 세율의 하한선을 정하자는 게 버핏세의 골자다. 조세가 능력과 이익에 상응하는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의 생각은 평소 철학에서 비롯된다. 그의 신조를 들어 보자. “나는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돈의 원리를 터득하는 것과 돈을 버는 재미, 그리고 돈이 불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 가장 중요한 목표에 집중하라 우리는 헤세와 싯타르타의 방황과 버핏의 삶에서 깨달음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런 깨달음을 실천하는 인물이다. 이제 버핏을 통해 그의 삶과 투자의 원칙을 이야기 해보며 나를 진정 제대로 사랑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보자. 버핏은 어느 날 자신의 전용 헬기 조종사에게 인생에서 하고 싶은 25개를 작성한 후 5개만 선택해 보라고 말한다. 조종사는 5가지를 꼭 실천하고 나머지 20가지는 틈틈이 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버핏은 조종사에게 틀렸다고 말하며 5가지를 이루기 전에 나머지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조언한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일에 가치를 둔다. 크게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도 자기에게 진정하게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를 깨닫는 차이가 아닐까? 우리는 버릴 줄 아는 지혜를 갖출 필요가 있다. 하나라도 자신과 약속한 것을 제대로 지키려는 자세를 가지고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진정한 자아실현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때로는 성공전략이 ‘무엇을 이룰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선택하지 않을 것인가’일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은 일의 중요도가 떨어져도 늘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 목표를 최대한 많이 달성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핏은 가장 중요한 목표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나머지 작은 목표는 최우선 목표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버핏은 책과 여러 기사와 사유로 하루의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사고하는 자세는 그가 나름의 삶의 철학을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차원이 다른 부자로서 느껴지는 그의 삶에 묻어나는 향기는 그냥 저절로 생긴 것이 절대 아니다. 그가 금과옥조로 느끼는 삶의 조언을 나열해 보자.오늘 누군가가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 건 다른 누군가가 오래 전에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좋은 평판을 얻는 데는 20년이 걸리고 평판을 망치는 데는 5분 밖에 안 걸린다. 이 점을 생각하면 여러분은 다르게 일할 것이다.’‘나는 거의 매일 무엇을 읽으면서 긴 시간을 보낸다. 이건 미국식 비즈니스에서는 드문 일이다.’‘만일 당신이 가장 운 좋은 인류의 1%에 해당한다면 당신은 나머지 99%에게 빚을 진 것이다.’‘방대한 소유물은 종종 그 주인을 소유하게 된다. 내가 가치를 두는 자산은 건강을 빼고 말한다면, 그건 흥미, 다양성, 오래가는 우정이다.’‘나쁜 사람과 좋은 거래를 할 수는 없다. 정직은 아주 비싼 선물이다. 싸구려 같은 사람한테서 받을 수 있다는 기대는 버려라.’버핏의 조언을 듣고 있으면 그가 진정 천문학적인 돈을 번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그가 젊은이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하는 것을 들어 보자. “나는 누군가를 고용할 때 세 가지를 봅니다. 성실성(Integrity), 지적능력(intelligence), 열정(energy)입니다. 스마트하다고, 열정이 있다고 세상을 다 잘 살 수 없습니다. 진실한 성실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똑똑함과 열정이 그냥 죽는 거죠. 여러분은 그래서 성실성을 담보할 습관을 잘 키워나가야 합니다. 습관의 힘은 생각보다 대단히 중요합니다. 지금 이 나이에 내게 골프 수업을 제대로 해준다고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요. 여러분 나이에 내가 골프를 열심히 했다면 좋은 골프 선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요.” ━ 젊은 시절에 성실성 담보할 습관 길러야 그는 특히 젊은 시절의 습관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습관을 하나의 긴 체인으로 비유하며 젊은이들에게 그 중요성을 설명한다. 사람들은 습관이란 체인이 너무 견고해서 부서지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습관을 쉽게 고칠 수 있는 가벼운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50, 60이 되어서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이 잘 변하지 않는 이유이다. 나이 들어 자기 파멸적인 삶을 살고 습관이란 감옥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혹시 우리는 잘못된 습관의 체인에 둘둘 말려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분들은 젊으니까 ‘습관의 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좋아하는 사람의 성향의 10%를 돈으로 살 수 있다고 가정해 보아요. 혹시 그 목록에 스스로가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지 물어 보세요?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그는 젊은 시절 노력하면 습관은 길들이기 나름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재무설계와 관련해서도 습관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 바 있다. 젊은 시절부터 재무설계를 제대로 하는 습관을 키워야 하는데 그는 일단 신용카드를 버리라고 강조한다. 신용카드 탓에 고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엉망이 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버핏은 많은 사람이 술과 차 입 때문에 실패하는 것을 보았다. 그건 잘못된 재무 습관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행동이다. 그는 똑똑하다면 돈을 빌리지 않고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용카드에 대한 이자율이 매우 높기에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신용카드 금리로 돈을 빌렸다면 파산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러분은 혹시 누군가에게 여러분이 좋아하지 않는 기질이나 특성을 팔고 싶은 생각을 해보셨나요. 그런 것이 너무 이기적이거나 해서 싫다면 과감히 버리세요. 정치인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도 벤저민 그레이엄도 10대에 그렇게 했어요. 벤저민 그레이엄은 주위를 둘러보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가 누구를 존경해야 할까요?’ 사실 그는 스스로가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말을 했던 것입니다. 그의 말을 계속 들어 보죠. ‘내가 왜 다른 사람을 존경해야 하나요. 내가 어떤 이유로 그들을 존경한다면, 다른 사람도 내가 비슷한 방식으로 행동하면 존경할 이유가 충분히 있지 않을까요?’ 맞는 이야기죠. 누구나 존경받는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벤저민 그레이엄은 그가 원하는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를 결심합니다.”그는 모든 문제는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나 상황 탓에 쓸데없는 감정의 낭비를 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그래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당부한다. 아울러 삶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좋아하는 일을 주저함이 없이 하는 것임을 힘주어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그래야 에너지가 제대로 발산됩니다. 내 말은 능력이 된다면 남들이 바라는 사람이 되지 마시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입니다.” ━ 다른 사람·상황 탓하며 감정 낭비 말아야 그의 이야기가 사뭇 재미있어지는데 좋은 일과 관련한 일화를 이야기 한다. “많은 젊은이가 이 일 저 일을 싫든 좋든 합니다. 일전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공항에 한 학생이 나를 데리러 왔습니다. 그 친구가 말하더군요. 하버드 학부를 나와서 X, Y, Z에서 일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다닌다고요. 그는 유명한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고 싶어 해요. 그런데 그가 그러더군요. 자신의 모든 과정이 이력서를 멋지게 하는 것이라고요. 그래서 내가 물었죠. 그곳에서 근무하는 것이 정말 원하는 것이냐고요. 그러자 그가 말했습니다. 아니라고요. 그래서 내가 다시 물었죠. 그럼 언제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이냐고요. 그는 그냥 언젠가라고 말하더군요.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아시나요. 당신은 젊은 날의 섹스를 노인이 돼서 하려고 비축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했지요. 정말 의미가 없어 보이더군요.”버핏은 지금은 힘들어도 10년 후 좋아질 것 같은 회사, 혹은 지금은 보수가 적지만 10년 후에는 열 배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 이런 회사는 절대로 선택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지금 즐겁지 못하면, 10년 후에도 마찬가지란 것이다. 10년 후 부자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 선택하고 싶은 직업, 그런 직업을 선택하라고 강조한다.버핏은 그의 투자 인생을 시작할 무렵부터 하루에 600~1000페이지의 무언가를 읽었다. 지금도 그는 하루의 상당 부분을 무언가를 읽는 데 할애한다. 습관의 힘이다. 그는 그런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하는 일은 더 많은 사실과 정보를 모은 다음에 그걸 통해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듣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실을 얻고 그걸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 하루에 600~1000 페이지 읽어 우리는 분명히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치 있는 신호와 우리의 시야를 흐리는 소음을 구분해야 한다. 팩트(사실)에 기반한 지속적인 투자는 소음이나 운에 의한 투자와는 구별해야 한다. 습관의 힘을 생각하며 그의 돈의 철학을 들어보자. 돈이란 게 너무 없으면 자존감이 상실된다. 그러므로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의 돈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버핏의 돈의 철학에 관련된 조언을 나열해 본다.1. 돈을 잃지 마라 Never lose money - 우리가 손실을 보고 있다면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도 회복하기 힘든 것이다. 만약 지금이라도 전망이 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면 당장 벗어나야 할 것이다.2. 낮은 가격에 높은 가치를 얻어라 Get High Value at a Low Price - 버핏은 양말을 사던 주식을 사던, 질 좋은 물건의 가격이 떨어졌을 때 사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3. 건강한 금전 습관을 형성해라 Form Healthy Money Habits - 가장 큰 실수는 저축하는 습관을 제대로 배우지 않는 것이다. 저축은 습관이다.4. 빚을 피해라. 특히 신용카드를 피해라 Avoid Debt, Especially Credit Card De - 버핏은 다른 미국인들처럼 빚으로 인한 이자를 갚기 위해 일을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을 위한 일에 흥미를 가지면서 부를 축적했다.5. 돈을 손안에 두어라 Keep Cash on Hand - 안전을 담보하는 데 주요한 방법은 현금 자산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이다. 버핏은 적어도 200억 달러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다. 이 예금이 버크셔 해셔웨이(Berkshire Hathaway)가 다른 기업이 휘청거려도 도산하지 않은 이유다.6.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라 Invest in Yourself - 우리가 우리를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나 재능을 발전시키는 데 투자하면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다른 자산과 투자와 다르게 자신에 대한 투자에는 세금이 없다.7. 돈에 관하여 배워라 Learn About Money - 위험은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무지할 때 발생한다. 버핏의 공식은 간단하다.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이다. 이자가 복리로 붙는 것처럼 지식이 쌓일 것이다.8. 포트폴리오에서 낮은 비용이 드는 인덱스 펀드를 믿어라 Trust a Low-Cost Index Fund for Your Portfolio - 버핏은 인덱스 펀드를 좋아한다. 버핏은 버크셔 해셔웨이 주주 서한에서 “돈의 10%를 단기 국채를 사는 데 쓰고 90%를 저가 S&P 500 인덱스 펀드를 사는 데 쓰라”고 했다.9. 되돌려 줘라 Give Back - 당신이 억만장자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은 당신의 삶을 풍족하게 할 것이다.10. 돈을 장기간의 게임이라고 생각해라 View Money as a Long-Term Game - 재무적 성공의 씨앗을 심고 기르는 것은 훗날 빚으로부터의 자유, 은퇴 후의 안정된 삶, 자녀의 대학 비용을 보장할 능력과 같은 삶의 즐거움으로 이어진다.버핏은 인생에서 감사하는 태도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그의 삶을 슬기롭게 살아간다. 그의 인생관을 보며 어떻게 그가 그를 사랑하는지를 보자.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즐깁니다. 나는 날마다 탭댄스를 추며 출근합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일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나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미래는 언제나 나를 흥분시킵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은 돈 때문에 결혼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내 회사를 경영하는 게 즐겁습니다. 만약 인생을 즐기는 것이 자연 수명을 연장시킨다면 전설의 최고령자 므두셀라의 기록은 위험에 빠질 것입니다.” ━ “미래는 언제나 나를 흥분시킨다” 아.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삶은 축복받은 삶이다. 므두셀라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로 969년을 살았다고 한다. 사랑하는 일을 하면 아침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는 그의 말은 진심이다. 그는 분명히 축복받은 인물이다. 그는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 역시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수십 억 명의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모두 한 장씩 복권을 뽑아야만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복권에는 각자 평생 어떤 조건 하에서 살게 되는지 인쇄되어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별, 인종, 출생지역(도시·국가 등), 살아갈 나라의 정부 형태, 부모님 이름, 수입 수준, 직업, IQ(100이 될 확률이 약 66%이고 표준편차가 20인 정상분포에 따름), 키, 몸무게, 머리카락 색깔, 성격 특성, 기질, 유머감각 정도, 건강, 질병 위험…. 우리 모두는 실제 이런 복권을 한 장씩 뽑아 들고 세상에 태어납니다. 자유로운 나라에서,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게 어렵지 않은 곳에서 평균적인 지능을 갖고 큰 병에 걸리지 않은 상태로,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는 조건으로 태어나는 것은 아주 낮은 확률을 갖고 있습니다.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뭘 잘해서 해놓은 것도 별로 없습니다. 우리는 좋은 복권을 뽑은 행운아에 속한 것뿐입니다.”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감사하는 법을 잊고 산다. 내가 갖지 못한 것, 내가 잘 못하는 것을 더 자주 의식하곤 한다. 현재 내게 주어진 것,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한 번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의 말과 글 속엔 인간적 소박함이 느껴진다. 삶의 체취와 정곡을 찌르는 언어는 그가 왜 존경받는 인물로 살아가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는 우리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인생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자신에 대한 투자에는 세금이 없다는 그의 말이 나를 사랑하는 법의 핵심이다.※ 필자는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파이낸스 석사)를 졸업했다. 행시(재경직) 34회 출신으로 재무부·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에서 관세·물가·복지·국제금융·통상 등의 분야에서 일했다. 저서로는 등이 있다.

2018.01.07 17:53

13분 소요
[김경준의 디지털 인문학] 인간세계를 지배하는 경쟁의 본질

산업 일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찰리 채플린)평화롭게 길거리를 지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한 명 한 명을 찬찬히 뜯어보면 격렬한 감정이 휩싸여 있거나 불행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관찰된다. 다리 위를 지나는 야간열차의 환한 창문을 통해 멀리서 보이는 승객들이 모두 활기차 보여도 가까이에서 보는 표정에서는 일과에 지친 고단함이 묻어있다. 역사적으로도 큰 변화 없이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졌던 시기에도 이면에는 사회 내부적 경쟁과 갈등으로 격변의 씨앗이 잉태되고 있게 마련이다. 인간사회는 물론 자연생태계에서도 불가피한 현상인 경쟁의 본질을 생각해 보자.‘한 쌍의 동종 생물이 중요한 자원을 놓고 경쟁하면 조만간 하나가 다른 하나를 제거해 버린다. 수백 만년에 걸쳐 복잡다기한 상호경쟁 작용이 전개되어 오늘날 100만종이 넘는 독특한 생명체가 식별되었다…(중략)…이러한 엄청난 수효를 설명해 주는 것은 바로 변종(variety)이다…(중략)…생태계의 경쟁에서건 상거래상의 경쟁에서건 두 가지 모두에서 자연적·조직적 특성이 경쟁환경에 맞게 적응하고 진화한다. 자연에서와 똑같이 기업에서도 누가 살아남고 누가 도태될 것이냐를 진화가 결정한다.’(브루스 핸더슨 )자연 역시 멀리서 보면 평화롭지만 가까이서 보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생태 다큐멘터리를 보면 멀리서 보면 평화로워 보이는 들판이지만 그 속에는 먹이를 찾는 사자, 독수리, 메기들과 이를 피하는 작은 생물들의 숨 막히는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땅 밑에서는 나무들끼리 서로 양분을 차지하기 위해 뿌리를 뻗으며 치열하고 싸우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의 경쟁을 피상적으로 보면 각 개체의 비극과 고통으로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사자에게 잡혀 먹히는 얼룩말은 개체 차원에서는 생명이 스러지는 비극이지만, 그렇다고 얼룩말 집단 자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얼룩말을 잡아먹는 사자가 나쁘다고 훈계하는 것도 어불성설의 코미디이다. 얼룩말과 사자는 모두 생태계에서 주어진 각자의 역할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은 얼룩말과 사자 무리와 생태계 전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역동적으로 진화시키는 기본 동력이다.인간사회에서는 경쟁하면 시장을 떠올리고 무한경쟁, 파멸적 경쟁, 비인간적 경쟁으로 도식화해 경쟁을 제한하기 위한 인간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단선적 논리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태계의 변종 출현과 진화를 인간이 계획할 능력이 없듯이 시장의 경쟁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은 일종의 자연 질서로서, 각자의 역량으로 가치있는 물건을 공급해 시장의 수요자에게 인정받는 과정을 모두 계획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다. 또한 시장의 표면적 현상은 경쟁이지만 내재적 본질은 경쟁을 통한 발견에 있다. 그리고 이런 발견은 정보에 기반한 시행착오와 재탐색의 반복적 과정으로 이루어지고 일단 확립된 평판과 신뢰는 일종의 무형자산이 되어 발견에 드는 비용을 감소시킨다.우리가 시장에서 단순한 물건을 살 때도 여러 가지 물건에 대한 가격, 품질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 판매자와 제조자의 평판을 알아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일단 결정해 구입한 물건을 사용한 후 만족하면 반복 구매가 일어나고 불만이면 기존 품목을 제외하고 다시 탐색의 과정에 들어간다. 또한 기존에 구입하던 제품이라도 시장에서 새로운 제품이 더 큰 가치를 준다고 생각되면 다른 제품을 산다. 이런 발견의 과정이 모든 상거래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시장경제의 본질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지적대로 사회적 차원의 경쟁은 ‘발견의 방법’이다. 다양한 방식들이 경쟁하는 과정을 거쳐서 가장 나은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사회는 진화하고 발전한다.시장은 상호이익을 전제로 성립된다. 상거래는 상호 이익이 되기 때문에 유지되며, 정상적 시장에서 한 쪽이 일방적으로 취하는 이익은 단기간은 몰라도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시장에서 발생되는 부당거래에 대한 정보가 당사자들에게 알려지면 거래 중단, 다른 대안 모색 등으로 거래관계에 변화가 오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계에서의 진화 과정과 마찬가지로 상거래에서도 기존 기업들과 다른 방식으로 생존하려는 변종 기업, 즉 남보다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집중적으로 발전시키려는 혁신 기업들이 출현하면서 사업의 범위를 확장해왔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에 성공한 기업의 숫자와 역량이 임계점을 넘으면, 기존 산업의 질서가 바뀌게 된다. 또한 생태계에서도 자연환경의 변화에 따라 대멸종이 일어나듯 인간사회와 경제시스템도 기존 판도가 변하는 대변혁이 주기적으로 찾아온다.경쟁을 통해 선택을 받는 것은 개별 개체 수준에서는 생존과 소멸, 성공과 실패가 교차하는 매우 고단한 과정이다. 하지만 집단의 관점에서는 생존력을 높이며 생태계 전체를 건강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경쟁의 개념을 인간사회에 적용해 본다면 경쟁 자체는 자연적이며, 혁신을 통한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다만 사회를 발전시키는 올바른 경쟁을 하도록 규칙과 도덕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며, 올바르지 않은 경쟁으로 사회의 역동성을 감소시키고 사회를 퇴보시키는 부분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가치 경쟁이 일어나지만, 공산주의와 같은 계획경제에서는 권력투쟁이 상존한다. 이는 시장경제에서는 수요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이 살아남고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계획경제에서는 정치권력이 경제적 자원배분권을 쥐기 때문에 권력을 확보해야 살아남고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자연은 멀리서 보면 평화롭지만 가까이서 보면 모두 경쟁이듯이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도 마찬가지로 피상적으로 보면 평화롭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경쟁이다. 경쟁 자체는 자연과 사회의 본질이다. 다만 건전한 경쟁을 통한 발전의 메커니즘이 살아있는지, 아니면 잘못된 경쟁으로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퇴보하고 있는지가 문제이다. ‘경쟁은 거지같지만 경쟁이 없으면 거지같이 살게 된다’라는 역설은 인류의 역사를 관통해온 법칙이다. 기업 경영자는 물론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쟁의 본질은 자연과 인간사회가 생명력을 지니고 발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1세기 글로벌 기업과 산업의 변화를 이해하면서 인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어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융합형 경영전문가로 평가받는다.

2017.10.28 16:27

4분 소요
죽음과의 병적인 대화

산업 일반

록 밴드 사운드가든의 크리스 코넬 사망…‘Superunknown’ 앨범은 그런지록 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혀 1994년 사운드가든(시애틀 출신 그런지록 밴드)의 크리스 코넬은 죽음과 파멸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룹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사망한 지 얼마 안 돼서였다. 당시 사운드가든의 걸작으로 불리는 ‘Superunknown’ 앨범은 수백만 장이 팔려 나갔고(이 앨범은 1994년 베스트셀링 앨범 13위를 차지했다) 거기 수록된 ‘Black Hole Sun’은 라디오를 장악하고 있었다.코넬은 죽음이 음악과 뮤지션들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우드(시애틀 출신 록 밴드 ‘마더 러브 본’의 앤디 우드)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난 약 2년 동안 그의 노래를 들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노래 가사는 그 죽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내 가사도 마찬가지다. 일종의 병적인 대화라고나 할까? 우드 같은 작곡가가 죽으면 사람들은 그가 쓴 가사에서 죽음의 의미를 찾아내려고 샅샅이 파고들기 시작한다.”코넬은 지난 5월 17일 세상을 떠났다(사망 원인은 자살로 추정된다). 이제 와 보니 그의 말이 옳았다. 그것은 병적인 대화다. ‘Superunknown’의 구석구석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Mailman’은 상관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남자의 병적인 심리상태를 조명한다. 마지막 곡 ‘Like Suicide’는 새 한 마리의 죽음을 반추한다.‘Spoonman’에는 ‘내 친구들은 모두 해골(All my friends are skeletons)’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별로 과장이 아니다. 코넬의 가까운 친구이자 룸메이트였던 우드는 1990년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코넬이 펄 잼 멤버들과 추진했던 사이드 프로젝트 ‘Temple of the Dog’은 우드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Superunknown’은 코베인이 주검으로 발견된 후 정확히 한 달 뒤 발매됐다. 당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록 음악은 자기파괴나 슬픔과 동의어가 돼 있었다.‘Superunknown’은 사운드가든의 빛나는 업적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 앨범은 너바나의 ‘Nevermind’처럼 선동적이거나 펄 잼의 ‘Vs’만큼 격한 감정을 이끌어내진 않는다. 하지만 우울과 절망을 정면으로 파고든다는 점에서 90년대 초 최고(결국 사상 최고라는 의미)의 그런지 앨범으로 꼽을 수 있다. 코넬의 절망적이면서도 예리한 가사와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가 큰 몫을 했다.이 앨범에는 굉장한 히트곡이 많다. ‘Black Hole Sun’은 한 시대를 정의하는 만화경 같은 작품이며 ‘The Day I Tried to Live’는 레드 제플린에 비견되는 보컬의 절정을 보여준다. 4분의7박자 리프(반복악구)로 유명한 ‘Spoonman’은 숟가락을 악기로 사용한 곡 중 유일하게 빌보드 차트에 올랐다.‘Fell on Black Days’는 킴 테일의 기타 명연주로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다. 코넬에 따르면 이 곡은 많은 사람이 겪는 정신적 혼란의 위기를 표현하고자 했다. “인생이 행복하고 모든 게 잘 돼간다고 느끼는 순간 갑자기 자신이 지극히 불행하다는 자각이 밀려오면서 두려움에 떨게 되기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Fell on Black Days’의 마지막 대목에서 코넬은 ‘내 운명이 이렇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느냐(How would I know that this could be my fate)?’고 외친다. 록 앨범에 이런 히트곡이 1곡만 있어도 성공적인데 ‘Superunknown’에는 4곡이나 든 셈이다. 게다가 펑키하고 원초적인 느낌의 ‘Kickstand’와 어두운 아르페지오가 매력적인 ‘Limo Wreck’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Superunknown’은 러닝타임이 70분이나 되지만 끝까지 김빠지는 느낌은 없다. 곡의 배열 덕분이다. 너바나의 ‘Nevermind’부터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Millennium’까지 1990년대의 히트 앨범 대다수는 히트곡을 앞쪽에 배치했지만 ‘Superunknown’은 중간중간에 끼워 넣었다.이 앨범의 노래들에서는 절망과 고립감이 묻어난다. 사운드가든의 드러머 매트 캐머런은 “ ‘Superunknown’의 노래 가사는 매우 내향적이고 어둡다”고 말했다. “세상을 조롱하는 외침이자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 두라’는 애원이다.” 코넬의 죽음은 갑작스럽고 슬프다. 중년에 세상을 등지는 록 스타 대열의 최근 사례다. 최근 들어 40~50대의 때 이른 죽음으로 활동기간이 20~30년 단축되는 팝 스타가 꽤 많았다.이런 죽음은 비극적일 뿐만 아니라 요절하는 팝 스타보다 낭만적으로 묘사하기도 더 어렵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인 57세에 사망한 프린스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활기 넘치고 나이를 안 먹는 듯 보였던 팝 아이콘으로서 매우 갑작스럽고 때 이른 죽음이었다. 또 다른 1980년대의 아이콘 조지 마이클도 지난해 12월 53세에 세상을 떠났다.그런지 록계에는 코넬보다 앞서 세상을 등진 스타가 많다. 코베인과 레인 스테일리, 스콧 웨일랜드 등이다. 그룹 ‘스톤 템플 파일러츠’의 싱어였던 웨일랜드는 48세 때인 2015년 마약 남용으로 사망했다. 당시 음악 평론가 스티븐 토머스 얼라인은 “웨일랜드는 전성기가 아니라 얼룩투성이의 긴 황혼기에 꺾였다”고 평했다.코넬의 황혼기는 전성기보다 빛이 바랬을진 모르지만 그렇게 암울하진 않았다. 그가 2010년부터 추진한 오디오슬레이브와 사운드가든의 재결합은 성공적이었다. 난 2014년 이 밴드가 ‘Superunknown’ 발매 20주년을 기념해 앨범 전곡을 공연하는 걸 지켜봤다.이 공연은 처음에 나이 든 팬들이 모여 옛 추억이나 떠올리는 자리가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밴드가 ‘Let Me Drown’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그런 조롱은 자취를 감췄다. 코넬의 실력은 빛을 잃지 않았다. 그는 한 음 한 음을 정확히 노래했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도 여전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가고 없다.‘그는 이제 그의 음악 속에 영원히 살아 숨쉴 것’이라고 말하면 너무 진부한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코넬의 말마따나 “‘Superunknown’ 속에 살아 숨쉰다’”고 말하면 훨씬 더 멋있지 않을까?- 잭 숀펠드 뉴스위크 기자

2017.06.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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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CEO를 위한 인문학-역사를 만든 ‘죽은 백인 남자들’(13) 톨스토이

CEO

최고경영자에게도 중년의 위기나 ‘영혼의 위기’가 들이닥칠 수 있다. 그런 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소위 ‘100세 시대’의 초입에 들어선 요즘, CEO는 어떤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할까? 우리는 어쩌면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삶에서 ‘최상의 실천 사례’와 반면교사(反面敎師)를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톨스토이(1828~1910)는 위대한 문호(文豪)이자 위대한 사회 운동가다.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는 톨스토이를 ‘가장 위대한 소설가’라고 평가했다. 그가 다섯 손가락이나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문학가인 것은 확실하다. 인도 독립운동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1869 ~1948)는 그를 일컬어 “이 시대가 배출한 가장 위대한 비폭력의 사도”라고 표현했다.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1869)와『안나 카레니나』(1877)의 저자로 유명하다. 사실주의 문학의 백미 중에서도 백미다.『전쟁과 평화』에는 580명의 인물이 나온다. 그럼에도 통일성과 섬세한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전쟁과 평화』는 폭력,『안나 카레니나』는 욕정이 핵심 테마라고 볼 수 있다. 폭력과 욕정은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하지만 폭력과 욕정은 인간을 파멸시킬 수 있다. 폭력이 평화로, 욕정이 사랑으로 바뀌면 파멸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을 톨스토이가 제시한다.비폭력이나 사랑을 표방하는 사상은 지구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고 돈다. 인도 사상과 종교가 톨스토이에게 영향을 줬고, 톨스토이의 비폭력 사상은 다시금 인도 독립운동에 영향을 행사했다. 간디를 통해서다. 간디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변호사로 활약할 때 톨스토이의 책들을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은 나머지 그와 서신교환을 시작했다. 톨스토이의 비폭력·평화운동은 마틴 루서 킹 2세 목사(1929~1968)의 민권운동에도 영향을 줬다. 비폭력을 실천한 우리나라 촛불시위마저도 톨스토이와 무관하지 않다. ━ ‘산상수훈’에서 해답을 얻다 그리스도교와 인도 종교가 만나는 교차점에 톨스토이가 있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지 이야기를 풀어가 보자. 어떤 경우에는 한 단락 분량의 말이 방탕이나 방황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을 탈출시킨다. 한때 방탕하게 살았던 그리스도교의 교부(敎父) 성 아우구스티누스(354~430)를 ‘살린’ 것은 바울의 서간문인 로마서 13장 13~14절이었다. 다음과 같다. “진탕 먹고 마시고 취하거나 음행과 방종에 빠지거나 분쟁과 시기를 일삼거나 하지 말고 언제나 대낮으로 생각하고 단정하게 살아갑시다.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온몸을 무장하십시오. 그리고 육체의 정욕을 만족시키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마십시오.”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1483~1546) 또한 신앙이 흔들렸지만, 로마서 1장 17절을 읽고 중심을 잡아주는 ‘깨달음’을 얻었다. 다음이다. “복음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과 올바른 관계에 놓아주시는 길을 보여주십니다. 인간은 오직 믿음을 통해서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성서에도 ‘믿음을 통해서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가지게 된 사람은 살 것이다.’ 하지 않았습니까?”부계·모계 모두 ‘빵빵한’ 러시아 귀족 가문 출신인 톨스토이는 젊었을 때 방탕한 생활을 했다. 여자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바람둥이였다. 음주에 도박에··· 추락의 끝이 보이지 않던 톨스토이는 ‘산상수훈’, 특히 5장 38~42절에서 자신을 새롭게 이끌 해답을 얻었다. 이런 내용이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앙갚음하지 마라.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돌려 대고 또 재판에 걸어 속옷을 가지려고 하거든 겉옷까지도 내주어라. 누가 억지로 오 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 리를 같이 가주어라. 달라는 사람에게 주고 꾸려는 사람의 청을 물리치지 마라.”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루터가 바울이 쓴 글을 통해 회심했다면, 톨스토이는 예수가 한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가톨릭 교회의 성립, 루터는 종교 개혁 과정을 통해 개신교회의 성립에 기여했다. 반면, 톨스토이는 전통적인 의미의 제도화된 그리스도교에서 벗어나 ‘톨스토이주의’의 창시자가 됐다. ‘톨스토이주의’는 어떤 내용일까. 톨스토이에게 예수는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었다. 삼위일체 교리는 의미가 없었다. 그는 사후세계도 인격신의 개념도 믿지 않았다. 예수는 톨스토이에게 ‘하느님 나라’를 다스릴 일종의 ‘철인왕(哲人王, philosopher king)’이다. 그에게 예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럴리스트였다. 톨스토이는 교회와 교회의 도그마에 반대했다. 국가와 결탁한 교회가 사람들을 예수의 가르침으로부터 멀어지게 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신약에 나오는 예수의 기적을 부인했다. 기적은 교회가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신약에 끼워 넣은 장치라고 주장했다. 귀족이었던 톨스토이는 차르 황실, 정부와 교회에 아는 유력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톨스토이를 최대한 보호했다. 톨스토이의 국제적 명성 때문에 그는 러시아 황실의 ‘뜨거운 감자’였다. 1901년 참다 못한 러시아정교회는 결국 톨스토이를 파문했다. 교회의 위선을 공격한 소설 『부활』(1899)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하지만 파문은 톨스토이를 더 유명하게 만들었다. 18세에 정교회 신앙을 상실했던 톨스토이는 한때 열렬한 정교회 신자가 됐다. 파문으로 그는 정교회와 ‘결별 당했다’. 톨스토이는 19세기에 태동한 ‘예수주의(Jesusism)’에서 중요한 흐름을 형성했다. 예수주의는 ‘바울적 기독교(Pauline Christianity)’를 탈피해 예수의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신학이다. 예수주의와 톨스토이는 제도화된 기독교에 반대한다. 톨스토이는 교회가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예수가 가르친 게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예수주의와 톨스토이주의에는 무정부주의·이성주의 성향도 있다. ‘그리스도교적 무정부주의’의 아버지들 중 한 사람인 톨스토이는 “진정한 의미의 그리스도교는 국가를 종식시킨다”고 주장했다. 무정부주의자로서 톨스토이는 자본주의와 사유재산, 분업에 반대했다. 그는 또한 과학의 가치와 산업혁명의 성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큰 틀에서 보면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사람으로 미국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1743~1826) 또한 예수주의 운동의 초기 가담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성경에서 ‘믿을 만한’ 내용만 추려내 을 집필했다.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그리스도교를 표방한 톨스토이 또한 성경에서 믿을 수 없는 내용을 삭제하고 『톨스토이 성경』을 만들었다. 그의 성경은 예수의 죽음으로 끝난다. 부활은 없다. 톨스토이는 아주 넓은 의미에서 크리스천이다. 하지만 그는 예수는 크리스천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 ‘그리스도교적 무정부주의’의 아버지 톨스토이는 비폭력뿐만 아니라 채식주의를 실천했다. 비폭력과 채식주의는 불교나 자이나교를 비롯한 인도 종교의 트레이드마크다. 러시아 정교회의 영향권에서 자라난 톨스토이에게서 강한 동양 종교적 성향이 발견되는 이유는 뭘까. 이런 가설을 세울 수 있다. 톨스토이는 1844년 입학한 카잔 대학에서 법학과 동양 언어를 전공했다. 정신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톨스토이는 성경을 열심히 읽었다. 성경구절 중에서도 ‘산상수훈’의 비폭력주의가 눈에 번쩍 띄었을 가능성이 있다. 동양학에 대한 그의 이해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비폭력주의가 담긴 기원전 1~4세기 경에 쓰인 철학·격언서 『티루쿠랄』을 읽었다. 톨스토이는 또한 공자·노자를 읽었다. 자이나교의 ‘5대 서원은 폭력 쓰지 않기, 진실하기, 훔치지 않기, 갖지 말기, 섹스 안하기다. 불교의 오계(五戒)는 살생하지 말라, 훔치지 말라, 음행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술 마시지 말라다. 톨스토이가 제시한 5계명은 화내지 말기, 음욕 품지 않기, 맹세하지 말기, 악에 저항하지 말기, 정의와 불의를 모두 잘 대하기다. 이중 마지막 두 계명은 이해하기 힘들 수 있겠다. 두 가지 표현, ‘죽음과 대면하고 죽음을 극복한 삶.’, ‘농민이 되고 싶어했던 귀족’이 톨스토이의 삶을 요약한다. 그가 1살일 때 어머니가, 8살 때 아버지가 사망했다. 친척들 손에 컸다. 크림전쟁 참전을 통해 죽음을 목격했다. 유럽을 여행하던 중 파리에서 사람이 처형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특히 1870년대 말부터 죽음의 문제에 집착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필연적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죽음이 파괴하지 못하는 내 삶의 의미가 있을까.” 톨스토이는 농민들을 관찰한 결과 그들이 죽음을 평온하게 대하는 것을 알게 됐다. 톨스토이는 러시아 농민들의 삶과 신앙에서 죽음을 극복할 실천 방안을 찾았다. 최대한 단순하고 원시적인 삶이 답이었다. 톨스토이는 농민의 옷을 스스로 디자인해 입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리스도교의 금욕주의, 동양종교의 금욕주의와 농민들에게 어쩌면 ‘강요된’ 금욕주의가 만났을 때 태어난 게 톨스토이의 작품과 사상이다. 톨스토이의 아내는 소냐다. 소냐와 톨스토이는 16살 차이다. 1862년 톨스토이가 34세, 소냐가 18세였을 때 만났다.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첫눈에 반했다. 결혼 전 톨스토이는 좀 황당한 제안을 소냐에게 했다. 그 어떤 것도 숨기는 일 없이 살기 위해 서로 일기를 공개하자는 것이었다. 톨스토이의 일기에는 그가 ‘총각 딱지를 뗀’ 경위, 여성 농노 사이에 사생아를 둔 이야기 비롯해 온갖 은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 애정에서 증오 관계로 바뀐 톨스토이 부부 소냐는 음악과 사진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에 대해 톨스토이는 시큰둥했다. 성격이 까다로운 남편인데다가 유머감각도 없었지만 어쨌든 부부생활은 행복했다. 궁합이 좋았을 것이다. 둘은 13명의 자식을 낳았다. 시대적인 보건 환경 때문에 그중 5명은 10세 이전에 사망했고 8명이 성인이 됐다. 아내 소냐는 톨스토이의 조언자이자 비서이자 편집자였다.『안나 카레니나』에서 톨스토이는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불행하다”라고 썼다. 말이 씨가 된 듯 하다. 회심이 완료된 톨스토이는 사냥·고기·술·담배·섹스 등 그가 좋아하던 것들을 포기했다. 다른 역사적인 위인들과 마찬가지로 톨스토이 또한 자신이 표방한 것을 모두 실천하지는 못했다. 스스로 “나는 추잡한, 호색한 늙은이”라고 고백했다. 성격이 고약한 데가 있었다. 바보스러울 때가 있었고 쫀쫀하기도 했다. 셰익스피어(1564~1616)에 대해서는 특히 평가가 박했다. 톨스토이는 거의 모든 주위, 아는 사람들과 싸웠다. 지인들을 희생시켰다. 결과적으로 그의 아내에게도 가혹했다. 특히 톨스토이가 회심한 다음부터 문제가 생겼다. 재산을 사회, 특히 농민들에게 환원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자식들을 위해 학교를 세웠고 교과서를 직접 집필했다. 백작 작위마저 포기했다. ‘톨스토이식 예수 중심주의’가 유명해지자 추종자들이 몰려들었다. 예수나 부처, 공자의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톨스토이 추종자들은 톨스토이의 ‘말씀’을 열심히 기록했다. 소냐는 제자들을 질투했다. ‘수제자’라고 할 수 있는 블라디미르 체르트코프(1854~1936)는 톨스토이 부부의 가정사에까지 참견하려고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아내가 있을까. 원래는 뜨겁게 사랑하던 둘 사이는 애증관계를 거친 다음 증오로 까지 바뀌었다. 소냐는 톨스토이가 유언장을 새로 쓰지 않았는지 의심했다. 톨스토이의 서재를 뒤지다 들켰다. 부부싸움을 한판 크게 벌인 톨스토이는 48년 부부생활을 뒤로 하고 주치의와 막내 딸 알렉산드라와 함께 가출했다. 나름 마음의 평화와 수행을 위해서였다. 그는 기차 여행을 하다 쓰러졌다. 뉴욕타임스 등 당대의 언론들이 톨스토이의 병세를 집중 보도했다. 온갖 오보가 난무했다. 톨스토이는 1910년 11월20일 숨을 거뒀다. 마르크스나 엥겔스 못지않게 러시아 볼셰비키에 영향을 준 것은 톨스토이였다. 볼셰비키의 진정한 이념적 아버지는 톨스토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레닌(1870~1924)은 톨스토이를 “혁명의 거울”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밀월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볼셰비키는 톨스토이주의자들을 감옥·강제수용소·정신병원으로 보냈다. 100명 이상을 총살했다. 영웅사관에 반대한 톨스토이는 위대한 사건에서 지도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우연이나 운명, 상황이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영적 지도자이자 가난한 사람의 친구였던 톨스토이야말로 역사의 물줄기에 큰 영향을 미친 영웅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 김환영 중앙일보 논설위원 kim.whanyung@joongang.co.kr 톨스토이의 인생 1828년 러시아 야스나야폴랴나에서 출생 1847년 카잔대 중퇴 1851년 러시아군에 입대. 1854~5년 크림전쟁에 참여. 1857~61년 유럽 여행 1862년 소냐 안드레예브나 베르스와 결혼 1881년 출간 1910년 러시아 아스타포보에서 폐렴으로 별세 톨스토이가 남긴 음미해볼 말말말● 어떤 사람이 익숙해질 수 없는 삶의 조건은 없다. 특히 그 조건을 주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을 봤을 때 말이다. ● 역사적 사건에서 소위 위인은 그 사건에 붙인 이름표에 불과하다. 위인은 사건과 관계 없다. ● 최강의 전사(戰士)는 시간과 인내심이다. ● 행복하게 되고 싶다면, 행복하라. ●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졌다’고 말하는 순간 진 것이다. ● 지극히 작은 변화가 일어날 때 우리는 진짜 인생을 산다. ● 역사가들은 누구도 묻지 않은 질문에 대답하는 귀먹은 사람과 같다. ● 단순함·선함·참됨이 없는 곳에는 위대함도 없다. ● 모든 사람이 세상을 바꿀 생각을 하지만 그 누구도 스스로를 바꿀 생각은 안 한다. ● 인류에 봉사하는 게 유일한 삶의 의미다. ● 인생에서나 예술에서나 단 한 가지, 진실을 말하는 게 필요하다. 김환영 - 중앙일보 심의실장 겸 논설위원. 서울대 외교학과, 스탠퍼드대 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 쓴 책으로 『마음고전』,『세계사의 오리진을 만나다』,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 등이 있다.

2017.03.2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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