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중독' 검색결과
2 건

#20대 남성인 A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가진 모든 돈을 투자해 주식을 시작했으나 손실 발생으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면서까지 주식을 하게 돼 억 단위의 부채가 발생했다. #15년 전 처음 주식을 시작한 B씨는 주식과 선물옵션을 하다가 저축한 돈 6000만원을 잃었다. 부모님이 주식으로 생긴 부채를 갚기 위해 1억7000만원을 대출받기까지 했지만, 다시 주식을 시작해 한 달 만에 1억40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주식투자 중독 상담을 받은 사람이 지난 2017년에 비해 6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투자 중독 역시 도박중독과 유사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서 주식투자 중독상담을 받은 사람은 1627명이었다. 이는 2017년(282명) 대비 6배 폭증한 수치다. 주식중독 상담을 받은 인원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282명, 2018년 421명, 2019년 591명, 2020년 1046명, 2021년 1627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7월까지는 1312명이 상담받았다. 지역별로 상담인원 증가 폭이 가장 컸던 지역은 강원도였다. 2017년 4명에서 2021년 64명으로 16배 뛰었다. 이어 경남이 9명에서 94명으로 10.4배, 세종이 2명에서 20명으로 10배, 충남이 7명에서 63명으로 9배, 전남이 6명에서 47명으로 7.8배 순이었다. 한편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전체 상담인원 대비 주식중독 상담인원 비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 3.6%, 2018년 3.7%, 2019년 3.9%, 2020년 6.2%, 2021년 8.2%, 2022년(7월) 9.1%로 2022년 상담인원 비율은 2017년의 2.5배에 달했다. 송 의원은 “자산투자도 과도한 투기로 이어질 경우 도박 중독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주식중독 치료 및 상담프로그램 강화 등 심각한 중독 상태에 놓인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범부처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다원 기자 daone@edaily.co.kr
2022.10.04 10:04
2분 소요
2년 전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A씨(55세)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는 일은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을 여는 것이다. 밤새 미국 주식시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증시와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오전 8시 50분만 되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오늘은 얼마나 벌지, 또는 얼마나 손해를 볼지가 걱정돼서다. 특히 요새처럼 증시가 롤러코스터일 때는 더 초조하다. 올해 들어서만 이미 20% 이상의 원금 손실을 본 터라 더 예민하다. A씨는 “장기 투자보다 투자 기간을 짧게 잡는 단타 투자를 하기 때문에 주가 변동에 더욱 민감하다”라며 “요새는 회사 일보다 어느 종목을 사고팔아야 하는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얼마 전 추가 대출을 받아 ‘물타기(주가가 내려갈 때 주식을 더 사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도 한 상태다. 그는 “처음에는 용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는데 이제는 투자를 안 하면 불안하고 고수익을 올리는 남들보다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져서 주식투자를 끊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주식 투자에 대한 집착 때문에 불안 증세를 보이고, 원금 회수 생각에 빚을 내서 무리한 주식 투자를 한다면 ‘주식 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돈을 벌든, 잃든 투자를 계속해야 하고 투자를 하지 못하면 신경질·우울감·불안감 등을 보인다. 일종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돈에 집착하거나 예민해질 때 나타나는 증세다. 22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식 중독’ 증세를 호소하며 센터에 상담을 의뢰하는 사람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한 해엔 591명에 그쳤지만, 발생 이후인 2020년엔 1047명으로 2배가량 뛰었다. 주식 중독 증세 확산은 코로나19 이후 동학 개미 열풍 등으로 증시활황이 이어지면서 주식 투자자 수가 급증한 탓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이어진 증시호황에 한탕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하는 20~30대 젊은층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30대의 주식 보유 잔액은 2019년 말 14조원에서 지난해 말 39조원으로 2년 만에 178% 늘었다. 부모 세대인 50대(108%)와 60대(95%)보다 증가율이 훨씬 높았다. 20·30세대는 코로나19 이후 기성세대보다 공격적으로 자산 투자에 나섰다. 젊을수록 충분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걱정이 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며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주식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주식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한 논문도 나왔다. 최근 안영규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식 중독의 원인 및 대응방안’ 논문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주식 중독자 4명의 사례자를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했다. 주식 중독자들의 공통점은 노동에 대한 왜곡, 투자와 투기에 대한 혼돈 등의 증세를 보였다. 주식으로 2억원을 잃었다는 A(45)씨는 “애들 학원비 번다고 아르바이트도 했었는데 주식으로 돈 벌던 것이 생각나서 이제 다른 일은 못 한다”며 “식당에서 일당 10만원, 이까짓 것 클릭 한 번으로 버는데 땀 흘려 일할 생각이 들겠나. 노동 의욕은 완전 상실이다”라고 털어놨다. 5억원을 날리고 치료를 받는 전문직 종사자 D(49)씨는 “지인들은 어제도 3000만원을 벌었네, 5000만원을 벌었네 하니까 밤에 잠이 안 온다”며 “주식 그만하라고 상담받을 때마다 얘기를 듣지만 내가 종목을 잘못 고른 것이라고 생각하지, 중독치료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자문을 받아 ‘성인 주식 자가 진단 테스트’ 표를 만들었다. 테스트는 최근 1년 간 본인의 모습을 토대로 응답하면 된다. 질문을 읽은 뒤 체크한 점수가 0점이면 주식으로 건전한 재테크를 하는 상태, 1~2점이면 주식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태, 3~7점이면 과도한 주식 충동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수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8점 이상이면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할 수 있다. ━ 불법 아니어도 중독 위험성 인지해야 스스로 주식 중독을 인지하거나, 사전에 중독되지 않도록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과 달리 주식 중독은 불법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는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박진희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상담사는 “상담자 상당수는 주식은 불법이 아니고, 본인은 어느 정도 정보를 분석해서 투자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즉 주식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단순히 불법 여부가 아닌, 중독 자체의 위험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식 시작 전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주식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은 손해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합리화하지 말고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만약 이미 주식 중독에 빠졌다고 판단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최성진 한국건강심리학회 이사(동명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행위중독의 문제는 스스로 통제감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지로 판단할 수 있다”면서 “만약 주식 투자를 하면서 스스로 통제가 어려워 일상생활, 대인관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다원 기자 hong.dawon@joongang.co.kr
2022.02.22 07:00
4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