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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자마자 주식계좌 열어보는 나, 설마 주식 중독?”

코로나19 이후 ‘주식 중독’ 상담 의뢰인 2배↑
젊을수록 충동적 투자로 중독 가능성 커
자가 테스트 8점 이상이면 전문가 상담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주식 중독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년 전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A씨(55세)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는 일은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을 여는 것이다. 밤새 미국 주식시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증시와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오전 8시 50분만 되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오늘은 얼마나 벌지, 또는 얼마나 손해를 볼지가 걱정돼서다. 특히 요새처럼 증시가 롤러코스터일 때는 더 초조하다. 올해 들어서만 이미 20% 이상의 원금 손실을 본 터라 더 예민하다. 
 
A씨는 “장기 투자보다 투자 기간을 짧게 잡는 단타 투자를 하기 때문에 주가 변동에 더욱 민감하다”라며 “요새는 회사 일보다 어느 종목을 사고팔아야 하는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얼마 전 추가 대출을 받아 ‘물타기(주가가 내려갈 때 주식을 더 사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도 한 상태다. 그는 “처음에는 용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는데 이제는 투자를 안 하면 불안하고 고수익을 올리는 남들보다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져서 주식투자를 끊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주식 투자에 대한 집착 때문에 불안 증세를 보이고, 원금 회수 생각에 빚을 내서 무리한 주식 투자를 한다면 ‘주식 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돈을 벌든, 잃든 투자를 계속해야 하고 투자를 하지 못하면 신경질·우울감·불안감 등을 보인다. 일종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돈에 집착하거나 예민해질 때 나타나는 증세다.
 
22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식 중독’ 증세를 호소하며 센터에 상담을 의뢰하는 사람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한 해엔 591명에 그쳤지만, 발생 이후인 2020년엔 1047명으로 2배가량 뛰었다. 주식 중독 증세 확산은 코로나19 이후 동학 개미 열풍 등으로 증시활황이 이어지면서 주식 투자자 수가 급증한 탓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이어진 증시호황에 한탕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하는 20~30대 젊은층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30대의 주식 보유 잔액은 2019년 말 14조원에서 지난해 말 39조원으로 2년 만에 178% 늘었다. 부모 세대인 50대(108%)와 60대(95%)보다 증가율이 훨씬 높았다. 20·30세대는 코로나19 이후 기성세대보다 공격적으로 자산 투자에 나섰다.
 
젊을수록 충분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걱정이 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며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주식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주식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한 논문도 나왔다. 최근 안영규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식 중독의 원인 및 대응방안’ 논문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주식 중독자 4명의 사례자를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했다. 주식 중독자들의 공통점은 노동에 대한 왜곡, 투자와 투기에 대한 혼돈 등의 증세를 보였다.  
 
주식으로 2억원을 잃었다는 A(45)씨는 “애들 학원비 번다고 아르바이트도 했었는데 주식으로 돈 벌던 것이 생각나서 이제 다른 일은 못 한다”며 “식당에서 일당 10만원, 이까짓 것 클릭 한 번으로 버는데 땀 흘려 일할 생각이 들겠나. 노동 의욕은 완전 상실이다”라고 털어놨다.
 
5억원을 날리고 치료를 받는 전문직 종사자 D(49)씨는 “지인들은 어제도 3000만원을 벌었네, 5000만원을 벌었네 하니까 밤에 잠이 안 온다”며 “주식 그만하라고 상담받을 때마다 얘기를 듣지만 내가 종목을 잘못 고른 것이라고 생각하지, 중독치료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자문을 받아 ‘성인 주식 자가 진단 테스트’ 표를 만들었다. 테스트는 최근 1년 간 본인의 모습을 토대로 응답하면 된다. 질문을 읽은 뒤 체크한 점수가 0점이면 주식으로 건전한 재테크를 하는 상태, 1~2점이면 주식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태, 3~7점이면 과도한 주식 충동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수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8점 이상이면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할 수 있다.   
 

불법 아니어도 중독 위험성 인지해야

스스로 주식 중독을 인지하거나, 사전에 중독되지 않도록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과 달리 주식 중독은 불법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는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박진희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상담사는 “상담자 상당수는 주식은 불법이 아니고, 본인은 어느 정도 정보를 분석해서 투자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즉 주식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단순히 불법 여부가 아닌, 중독 자체의 위험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식 시작 전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주식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은 손해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합리화하지 말고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만약 이미 주식 중독에 빠졌다고 판단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최성진 한국건강심리학회 이사(동명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행위중독의 문제는 스스로 통제감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지로 판단할 수 있다”면서 “만약 주식 투자를 하면서 스스로 통제가 어려워 일상생활, 대인관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다원 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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