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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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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기업 연봉 명세서① 총수일가 급여분석] 총수 급여는 실적과 무관합니다~

산업 일반

최근 산업계 최대 현안은 임직원의 성과 보상이다. 많은 기업에서 성과급 지급 기준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사무직마저 별도 노조를 설립하는 등 급여 제도에 대한 불만들이 표출되고 있다. 성과 보상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에는 특히 “오너 일가만 배불린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에 많은 지분을 가진 이들이 정당한 이익을 배당해 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모든 의사 결정권이 집중된 구조 탓에 근무에 따른 ‘급여’까지 좌지우지한다는 점에 있다. 는 기업집단의 ‘오너 일가’가 얼마나 많은 연봉을 받는지를 살펴봤다. 자산규모가 가장 큰 삼성그룹부터 14위 한진그룹까지 대기업집단 중 10곳의 총수 일가가 2020년 수령한 연봉을 금융감독원 공시를 토대로 분석했다. 기업집단의 동일인과 동일인의 배우자, 1촌(부모, 자식), 2촌(조부모, 형제)까지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인 포스코와 KT, 농협을 제외했고, 동일인 직계 가족의 수령 연봉이 공시되지 않는 현대중공업그룹도 제외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동일인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그룹의 직위를 맡고 있지 않으며,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도 그룹 계열 상장사에서 5억원 이상의 연봉을 수령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총수 연봉 순위는 1위 신동빈, 2위 이재현 총수 중 가장 높은 연봉을 수령한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그룹 8개 계열사로부터 150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회장의 연봉은 전년에 비해 줄었다.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등이 연봉을 축소해 지급했다. 2019년 말 대표이사 및 임원직에서 물러난 롯데건설에서는 연봉을 받지 않았다. 대신 롯데지주가 더 많은 연봉을 지급했고, 이전에 연봉을 지급하지 않았던 롯데물산과 롯데렌탈이 각 10억원씩 연봉을 지급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물산과 롯데렌탈에 미등기 임원을 맡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미등기 임원으로 근무하는 회사에서 받는 급여는 전년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많은 연봉을 받은 총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그룹 지주사인 CJ주식회사에서 67억1700만원을 비롯해 CJENM(28억6200만원), CJ제일제당(28억원) 등에서 123억79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세 번째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으로, 지주사에서 80억800만원을 수령했다. 동일인과 배우자, 2촌까지를 기준으로 보면 GS그룹도 총수일가가 받는 급여가 많다. 동일인인 허창수 명예회장을 비롯해 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이사회 의장,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과 아들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이 지난해 GS그룹사로부터 받은 연봉은 총 151억11700만원에 달한다. 이명희 회장, 정재은 명예회장,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이 142억3600만원을 수령한 신세계그룹 등도 총수일가에 많은 연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집단 동일인만 보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4명의 총수가 지난해 보다 높은 연봉을 받았다. 이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체 수령 연봉(63억원) 중 30억원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최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인상된 연봉은 ‘승진’과 관련이 있다는 게 각 그룹의 설명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기존 수석부회장 직급에서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승진에 따라 약 2개월치 급여가 더 붙었다. 2019년 4월 승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연간 회장 재임 개월이 8개월여에서 12개월로 길어짐에 따라 기본급이 소폭 상승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연봉이 63.7%나 올랐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2019년 4월 회장으로 승진한 조 회장은 승진 후 1년간 기존 사장 직급의 연봉을 받다가 지난해 4월부터 회장 직급의 급여를 받기 시작했다. 한진그룹 측은 “조 회장의 연봉은 선친인 조양호 회장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같은 설명이 연봉지급 기준을 명확히 설명해주진 않는다. 공시상의 설명에 뭉뚱그리는 ‘보수지급기준’ 등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총수 일가는 같은 직급이더라도 전문경영인보다 높은 연봉을 수령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올해부터 연봉 공개 대상이 된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같은 사장 직급에 공동대표이사를 맡는 한화솔루션의 김희철 사장보다 급여가 높게 책정돼있다. 한화솔루션 측은 이에 대해 “직무, 직급, 전문성, 회사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임원 보수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수들과 일반 직원의 퇴직금 격차는 연봉의 격차보다 더 크다. 지난해 회장직에서 물러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수령한 퇴직금은 527억원(47년 근속)에 달한다. 허창수 GS 명예회장도 GS에서 97억원(15.8년 근속)의 퇴직금을 받았다.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임원 퇴임의 경우 별도로 정해진 적립 배수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반 직원의 경우 대부분 월 급여에 근속년수를 곱해 퇴직금이 책정된다. 40년 근속, 퇴사 직전 연봉 1억2000만원(월 급여 1000만원)인 직원이 퇴직하면 4억원 가량의 퇴직금이 지급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와 달리 임원은 회사가 정한 적립배율이 곱해져 산정된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퇴직금에는 400%, 허창수 명예회장은 각각 500%에 가까운 배율이 적용됐다. 퇴직금 산정에 적용된 배율은 명확히 공시되지 않는다.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임원퇴직금지급규정의 제개정은 주주총회의 승인사항이지만 많은 회사들이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결의를 통해 규정 개정을 할 수 있도록 승인 받아 이사회에서 규정을 개정하고 있다”며 “임원이 누릴 수 있는 보수를 포함한 혜택들은 투자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퇴직해도 연봉 받는 총수들 총수 일가가 퇴직금을 받고 회사의 경영에서 물러났음에도 ‘명예회장’이라는 직함으로 연봉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창수 명예회장은 지난 3월 GS 회장 직에서 물러났지만 퇴임 이후에도 GS로부터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허 회장이 지난해 12개월간 나눠 받은 기본급은 총 14억8000만원으로, 2019년 수령한 기본급 14억5500만원보다 많다. GS그룹 관계자는 “허 명예회장은 회장 퇴임 후 고문으로 위촉돼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며 “지난해 수령한 급여는 3개월의 회장 재임 기간이 포함된 것으로 고문직에 지급하는 급여는 이전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에선 정용진 부회장의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이 거액의 보수를 받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해 신세계에서 12억6100만원, 이마트에서 26억93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동일한 급여로,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보다 급여가 높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일가가 아니더라도 고위 임원을 지낸 인물을 상근 혹은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하고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는 사례가 많으며, 그들의 인사이트가 기업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명예회장이나 고문 등 ‘명예직’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치 않음에도 대표이사보다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데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1.05.10 11:09

5분 소요
[INTERVIEW]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

CEO

세계 최고의 악기 회사인 미국의 스타인웨이를 인수했다. 지난해엔 경영권도 확보했다. 그에 앞서 세계 2, 3위인 유럽 피아노 회사들도 손에 넣었다.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 이야기다. 정작 그는 “좋은 일을 하다 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뛰어난 경영자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인수·합병(M&A)에 능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그리고 삼성의 CEO들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경영자들이죠. 나는 한국의 탁월한 중소기업인들도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는 경영 능력을 갖췄다고 봅니다.”김종섭(65) 삼익악기 회장은 “우리 중소기업인들도 이런 능력을 발휘해 해외 M&A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1979년 건설 장비 플랜트 전문업체 스페코를 창업한 김 회장은 2002년 법정관리 위기에 몰린 삼익악기를 인수했다. 그 후 독일의 유명 피아노 회사 벡스타인(세계 2위)과 자일러(세계 3위)를 인수한 데 이어 2009년엔 세계 최고의 피아노 회사인 미국 스타인웨이의 최대 주주가 됐다. 스타인웨이는 전 세계 연주홀에 놓인 그랜드피아노의 98%를 점유하고 있는 명품 피아노. 세계 80여 개국에 수출되고 가격은 대당 3억원을 웃돈다. 스타인웨이는 과거 그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피아노를 납품하고 싶어했던 회사이기도 하다.삼익은 지난해 3%의 스타인웨이 황금주까지 인수했다. 스타인웨이의 황금주는 보통주 98배의 차등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주식이다. 주주총회 결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00년 두산그룹이 박용만 회장 주도로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의 전신)을 인수할 당시 경합하기도 했다. 그는 M&A를 할 때 브랜드 파워가 세계 시장에서 1, 2위인 업체를 노린다. 그런 회사라야 메리트가 확실하고, 경영 능력이 떨어지거나 경영 환경이 악화하더라도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2위 브랜드를 인수할 때의 효용은 그만한 브랜드 가치를 축적하는 데 소요되는 막대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인웨이는 158년 역사의 독보적인 브랜드다. 50년 역사의 삼익은 세계 최고급 목재를 사용하고도 스타인웨이 제품의 10분의 1 값밖에 못 받는다.“정보기술(IT) 업계를 예로 들면 애플이나 삼성전자는 누가 인수하든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노키아를 인수한다면 다시 애플과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기를 써야겠죠. 중소기업도 할 수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비즈니스 플랜이 확고하면 외부의 도움을 받아 해외 M&A를 할 수 있어요.”M&A 대상은 세계 1, 2위 브랜드그는 스타인웨이의 가능성에 대해 이런 저런 구상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스타인웨이 생수’를 만들어 파는 식이다.“우리나라에서 페리에와 에비앙의 소비가 크게 늘었듯이 요즘 중국 부자들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물을 먹지 않습니다. 스타인웨이를 인수한 목적 중 하나가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었죠.”지난 3월 중순 논현동 삼익악기 사옥에서 김 회장과 두 차례 만나 인터뷰를 했다. 그의 방엔 커다란 세계지도가 걸려 있었다. 그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무역장벽을 쌓고 그 안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단적으로 어느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든 우리가 손해날 수도 있다는 피해의식을 버려야 합니다. 그보다는 잘 활용할 생각을 해야죠. 피아노를 예로 들면 삼익 피아노는 1500달러인데 중국산은 800달러짜리도 있습니다. 가격이 삼익의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밀리지 않아요. 이렇게 모든 사물엔 양면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산 식품을 잘 안 먹듯이 우리 농산물도 브랜드 가치를 키우면 두세 배 값 받고 팔 수 있어요. K팝이 그런 예죠. 이수만 씨가 이끄는 SM의 아이돌 가수 연습생은 일본어·중국어·영어를 하는 지망생들로 구성됩니다. 해당 언어권을 겨냥한 포석이죠. 이렇게 5년 동안 훈련을 시키니 먹히는 거예요. K팝의 비즈니스 모델을 축구에 원용하면 한국 축구도 세계를 제패할 수 있습니다.”그는 한때 풍미했던 ‘샌드위치론’도 일축한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바짝 따라잡고 중국과의 격차는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일본 업체들과 미팅을 해 보면 지난 5년 동안의 엔화 강세로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특유의 저력으로 잘 버텼지만 이제 한계에 이른 셈이죠. 일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과는 20년의 격차가 있습니다.”삼익악기는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올린다. 인력의 80%도 해외 법인에 근무한다. 인도네시아 생산법인에만 2900여 명이 소속돼 있다. 올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삼익 측은 전망했다. 삼익은 2004년 부도 직전이었던 영창악기의 지분을 인수했지만 독점을 우려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회사의 합병을 불허해 인수가 무산됐다. 이 일로 삼익은 큰 손실을 입었다. 그는 당시 미국 현지법인 사장이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자고 제의했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에 글로벌 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으면 그런 기업들이 점차 불편해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김 회장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출신이다. 동성고 3학년 시절 좋아하던 선생님이 “사회복지학은 앞으로 뜰 학문”이라고 귀띔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 성적도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하면 따 놓은 당상이었다. 어려서 뇌막염을 앓아 정신장애가 생긴 동생도 눈에 밟혔다. 입학하고 보니 사회복지학은 정말 좋은 학문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지금도 주변 사람들에게 “딸은 사회복지학을 전공시키라”고 권한다.그는 “사회복지학이야말로 부자를 위한 학문”이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맹점을 보완하는 학문이라는 뜻에서다. 그는 이런 예를 들었다. 어느 마을에 큰 부자가 살았다. 어느 해 이 마을에 극심한 기근이 들었다. 부자는 이런 상황에서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나는 수백 가마에 이르는 쌀을 지키기 위해 담장을 높이 쌓는 것이다. 곳곳에 경호원을 배치하고 외출할 때면 방탄차를 탄다. 그 결과 집은 마치 왕궁 같지만 대문만 나서면 지옥이 따로 없다. 다른 하나는 보유한 쌀의 30%쯤 푸는 것이다. 그러고 났는데 이 집에 불이 났다고 가정해 보자. 쌀을 풀기 전 굶어 죽을 수 없어 이 집 담장을 넘으려던 마을 사람들이 물동이를 들고 불을 끄러 올 것이다. 대문을 나서면 반갑게 인사하고 혹시 도울 일이 없느냐고 물을 것이다.그는 연말이면 직원들 동원해 연탄 나르고 김장 담그는 대기업들이 딱하다고 했다. 사진 찍혀 신문·방송에 나가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정작 도움 받는 당사자들에게선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얘기다.“요즘 연탄은 질이 낮아 한겨울에 하루 세 번은 갈아야 합니다. 당사자인 할머니들이 고달파요. 그런데 100만원이면 전기 보일러로 바꿔줄 수 있습니다. 영세민들은 전기료도 공짜지요. 100만원씩 100세대라고 해 봐야 1억원입니다. 연탄 나르는 은행장의 연봉을 일당으로 환산하면 100만원입니다. 그런 고액 연봉자가 연탄을 나른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죠. 김장 김치 담가 돌리면 할머니들이 도로 가져가라고 합니다. 김치 다섯 포기면 겨울을 나는데 매일 김치만 먹습니까?”문제는 사회공헌 활동에 담긴 진정성이라고 했다. 연탄 나르고 김장 담그는 일은 중소기업이나 지역사회에 맡기고 대기업은 규모에 걸맞은 일, 돈과 조직, 아이디어가 요구되는 활동을 하라는 것이다.“재벌 총수 한 분쯤은 ‘연탄 쓰는 가구 없애기 운동’을 벌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1년에 10억원씩 10년만 투입하면 없앨 수 있을 텐데요. 전 세계에 백신을 보급해 소아마비를 추방하겠다고 선언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처럼 말이죠. 재산도 재산이지만 자녀들에게 그런 평판을 물려줘야 합니다.”그는 뜬금없이 “사채업자 후손 가운데 성공한 사람 보았냐”고 물었다. 그러더니 “단 한 명도 없다”고 자문자답했다.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이 없어 성공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평범했다면 욕을 안 먹었을 텐데 돈이 많아 욕 먹는 사람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도 자체 구내식당에 동네 노인들을 초대해 밥 한 끼 대접하는 건 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삼익악기는 2010년 업종 대표 중소기업 가운데 매출액 대비 가장 많은 기부를 했다. 약 0.6%로 6억원 가량이다. 그는 대주주로서 자신이 받는 배당을 기부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기부를 하려면 배당금에서 또 세금을 떼이기 때문이다. 그는 스타인웨이 경영진에게도 매출액의 1~3%를 사회에 환원하라고 제안했다고 강조했다.“스타인웨이는 ‘위대한 회사’ ‘위대한 이름’이라고 하는데 아프리카의 흑인 소년한테서도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으냐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10만 달러짜리 피아노를 10만3000달러에 팔아도 살 겁니다. 부유층에게 ‘당신이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사면 아프리카 대륙의 아이들에게 3000달러가 기부된다’고 하면 좋아할 거예요. 복 받을 일이니까요.” 나눔 활동은 감성 마케팅 툴그래서 구상중인 게 스타인웨이 재단이다. 그는 일찍이 이런 생각을 마케팅과 연결시켰다. ‘복 마케팅’이라고 할까. 과거 스페코의 장비를 팔 때 그는 “우리 기계는 복 받는 기계”라고 소개했다고 한다.“‘우리 기계를 들여놓으신 분들은 다 돈을 벌었습니다. 복 받는 기계이기 때문이죠. 돈 벌면 저도 좋은 일에 쓸 겁니다. 그래서 사업 하는 거고요. 그러니 동참하시죠’라고 말했습니다. 당시엔 레미콘·아스콘 붐이 일 때라 실제로 고객들이 돈을 벌었어요.”그 연장선에서 그는 “나눔 활동을 통해 감성 마케팅을 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삼익과 영창이 어떻게 다르냐고 묻는데 피아노 소리가 어떻고 저떻고 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겁니다. ‘우리는 수익금 일부를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 데 씁니다’라고 하는 게 더 고차원 마케팅이죠.”삼익악기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각각 20만 달러씩 출자해 삼익 측 부지에 기술학교를 세웠다. 정식으로 당국에 등록을 하고 지난 2월 개교식도 했다. 이름은 삼익기술학교. 교장은 교사 출신의 현지인이다. 1년 과정으로 피아노 조율, 악기 제조 목공예, 제빵, 봉제, 이·미용 기술 등을 가르친다. 과정을 마친 학생들에게는 마이크로 크레딧을 통해 창업 비용을 대출해 주려고 한다. 창업 인큐베이팅을 거쳐 자립까지 시키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으로서는 전공인 사회복지를 제대로 살리는 셈이다.“우리나라 ‘미소금융’은 대출금액이 커 보입니다. 본래 마이크로 크레딧의 취지는 소액 대출을 해주는 겁니다. 우리는 100만원 이하를 빌려주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겐 별 것 아니지만 거기서는 그 돈이면 구멍가게를 차릴 수 있죠. 이게 성공하려면 사회적 약자이자 생활력이 강한 여자들한테 돈을 빌려줘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가정을 책임지게 하는 거예요. 자립하면 돈을 갚게 하고요. 여자들은 평생 이런 도움을 받아본 일이 없어 돈을 떼이는 일도 없을 겁니다. 한국인이 하는 봉제공장에 취직도 시킬 겁니다. 이런 계획을 밝혔더니 한국 공장들이 기술학교에 미싱을 제공하겠다고 합디다. 봉제 일을 하는 인력을 우리가 공장에 공급하는 거죠. 기술을 배우는 동안 한국어도 익히면 여러모로 이득이죠. 현지 법인 우리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서 20년 벌었는데 지역사회에 현지인을 고용하는 것 이상의 사회환원을 해 보자고.”그는 인도에 진출하면서 현지인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포스코를 비롯해 우리 기업들이 이런 ‘선무작업’을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공장가면 반드시 공장밥 먹어 봐기업을 인수하거나 공장을 찾을 때면 그는 반드시 공장밥을 먹는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짐짓 식사의 질을 높이라고 한 마디 한다. 이 소문이 나고 다음 날부터 식단이 좋아지면 공원들의 일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회장이 자신들을 배려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있던 노사분규도 잦아든다. 그래서 노사분규 철이 되면 아예 식단의 질을 올리라고 지시한다. 삼익악기 인수 후 인도네시아 법인을 방문했을 땐 50만 달러를 들여 식당을 수리하게 했다.“대원군 시절 임오군란이 일어난 것도 배급 쌀에 돌을 섞은 게 빌미가 됐습니다. 인도네시아 공장식당에 가서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을 먹는데 도저히 못 먹겠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인 직원들에게 당신들은 먹어 봤느냐고 물었더니 진출한 지 10년인데 한 명도 먹어본 적이 없더라고요.”그는 대한적십자사 부총재와 서울대발전기금 이사를 맡고 있다. 그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지는 서울대 글로벌 사회공헌센터의 건축비를 그는 이중근 부영 회장에게 ‘떠넘겼다’고 했다. 동남아 국가 각급 학교에 디지털 피아노를 기증하고 있는 부영은 이 일을 위해 삼익 제품을 1만 대 구입했다. 이를 눈여겨본 그가 일면식도 없는 이 회장을 점 찍은 것이다. 글로벌 사회공헌센터 조감도 한 장 달랑 들고 이 회장을 찾아간 그는 “서울대 안에 지어지는 이 건물에 부영 간판을 하나 다시라”고 권했다. 피아노를 많이 사줘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온 줄 알았던 이 회장은 그의 제의를 즉석에서 수락했다.“프로그램만 잘 만들면 기부할 기업들 많습니다. 삼성도 좋은 프로그램을 제시하면 1조원은 쏠 겁니다. 석유왕 록펠러, 철강왕 카네기도 악착같이 벌어 대학 등에 기부해 자선가로 후세에 이름을 남기지 않았습니까?”1960년대 후반 사회복지학도 시절 김 회장은 정신지체아동 보호시설을 찾았다. 한겨울에 여성 봉사자가 찬물에 옷을 빨고 있었다.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그녀의 손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그렇게 희생적인 봉사를 할 자신이 없었다. 그 시절에 이미 미팅 주선으로 가정교사 이상의 수입을 올린 그는 돈 버는 재주를 살려 남을 돕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또래들이 행정고시를 거쳐 공무원의 길을 걸을 때 창업을 했다.“기업인 김종섭은 스타인웨이 인수로 1등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회사를 잘 지키는 것으로 족해요. 그런데 그보다 좋은 일을 하다 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 방면에선 나만큼 지식을 쌓고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도 없고요. 나는 좋은 일을 하려고 돈을 법니다. 이런 생각으로 돈을 버니까 돈도 잘 벌리더라고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해야죠. 이 나이에 돈 더 남기겠다고 뛴다면 얼마나 초라하겠어요?”

2012.04.26 14:49

9분 소요
[Tax]  다양한 절세상품 - 연금저축·체크카드로 세금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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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에서 수익률을 높이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세금을 줄이는 것이다. 이른바 세테크는 재테크의 기본 중 기본이다. 재테크의 주요 수단인 금융상품과 부동산에 붙는 세금은 다양하다. 우선 금융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을 보자. 금융소득이 발생함에 따라 부과되는 이자소득세, 주민세, 농어촌특별세가 있다. 저축상품에는 이자소득세와 주민세를 합해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비과세상품은 이런 15.4% 세금이 없어 그만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그러나 상품마다 몇 가지 제한이 있다. 예컨대 가입 한도 3000만원 안에서 100% 비과세 되는 ‘생계형저축’은 가입 대상이 60세 이상의 남녀 노인, 장애인, 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로 제한돼 있다. 생계형저축의 보험상품은 가입한 날로부터 10년 이상이 지나야 보험 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가입 조건·한도 따져봐야‘장기주택마련저축’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가입자가 7년 이상 가입해야 이자소득세가 완전 비과세 되고, 소득공제 혜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비과세를 받을 수 있는 한도는 가입한 모든 금융회사 상품의 세금을 합산해 300만원 이내다.세금을 우대받는 ‘세금우대종합저축’은 세율 9.5%를 적용 받는다. 20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지만 1년 이상 예치해야만 절세혜택을 볼 수 있다. 가입 한도는 1인당 1000만원이다. 이자소득세 9%와 농어촌특별세 0.5%가 적용된다.금융상품의 세금절감 효과는 적지 않다. 시중은행에서 3000만원으로 고정금리 4%의 1년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한 사례를 보자. 일반과세 15.4%의 세율을 적용하면 세후 수익률은 3.38% 정도다. 비과세 혜택을 받으면 세후 수익률은 그대로 4%다. 수익률 차이가 약0.62%에 이른다. 돈으로 따지면 18만6000원 차이다.절세형 금융상품은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는 펀드나 보험 형태로 드는 장기주택마련저축, 장기주식펀드, 연금저축을 꼽을 수 있다. 세 가지 중 장기주택마련저축과 장기주식펀드는 가입이 제한돼 기존에 가입한 사람만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은 지금도 가입할 수 있다. 보험이나 펀드 형태로 가입하는 연금저축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노후자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더욱 주목 받고 있는 상품이다.연금저축은 연400만원 이내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만 18세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고 10년 이상 불입해야 한다. 일정 연령이 되면 연금형식으로 불입액을 받는 게 원칙이다. 단, 가입기간이 긴 만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일시금으로 납입금을 수령하거나 해약하면 세제 불이익이 있기 때문이다.연봉 4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400만원을 공제받으려면 자녀 2.6명이 있거나(자녀1인당150만원 공제), 연간 병원비 520만원을 쓰거나, 신용카드 3000만원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과세표준 연봉 1200만~4600만원인 사람은 연금저축으로 연 400만원을 환급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을 펀드로 가입할 때는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으로 구분해 가입할 수 있다. 시장상황에 따라 가입 방식을 바꿀 수 있어 활용 여부에 따라 일반 저축보다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보장성보험은 피보험자가 기본공제 대상이면서 만기환급금이 납입보험료를 초과하지 않는 상품으로 연 10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청약종합저축은 무주택 가구주가 전용면적 85㎡이하인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에 청약하는 상품이다. 연 120만원 한도로 납입금액의 40%(48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배우자나 부양가족이 있는 무주택 가구주가 지출한 월세의 40%도 소득공제 대상이다. 단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에 살고 총 급여액이 30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저축보험과 변액유니버셜상품도 투자 매력이 있는 비과세상품이다. 이를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펀드 중에서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절세효과가 크다. 해외 펀드나 채권형 펀드는 비과세 혜택이 없거나 적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절세효과가 큰 이유는 매매차익과 평가차익에 따른 수익이 대부분 과세되지 않기 때문이다.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도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연 소득이 6000만원인 직장인 A씨와 B씨가 있다. A씨는 신용카드로, B씨는 체크카드로 각각 3000만원을 썼다. 지난해에 소득공제를 받을 때 둘은 똑같이 72만원씩을 돌려받았지만 올해 연말정산 때 A씨는 48만원을, B씨는 96만원을 돌려받는다. 지난해 연말정산과 비교해 신용카드는 공제한도가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었고, 공제기준도 강화됐다. 조금이라도 세금을 더 돌려받으려면 올해부터 소득공제율이 30%로 늘어난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올해는 전통시장 소득공제 항목이 신설 추가됐다. 전통시장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공제비율 30%의 혜택을 받는다. 소득공제 한도도 100만원이 추가됐다. 다만 기본적으로 총 급여의 25% 이상을 카드로 사용해야 소득공제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맞벌이 부부라면 월급이 적은 사람의 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증여도 요긴한 세테크 수단절세상품뿐만 아니라 가진 자산을 잘 관리하는 것도 세테크의 기본이다. 증여와 상속은 절세의 핵심. 증여 관련 절세의 가장 기본적이고 손쉬운 방법은 ‘사전 증여’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세율이 똑같지만 미리 증여하는 것과 상속하는 것은 과세표준이 달라 세금도 달라진다. 만약 50억원의 자산을 한 번에 상속하는 경우와 두 자녀에게 사전에 10억원씩 증여한 후 상속하는 경우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난다. 상속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증여하면 자녀 1명 당 추가로 3000만원의 공제를 받을 수 있고, 과세표준이 작아지기 때문에 누진공제액이 커진다. 누진세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상속세를 전부 납부하는 것보다 세금을 4억원 이상 줄일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사망하기 10년 이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 사망하기 5년 이내 상속인이 아닌 손자·손녀에게 증여한 자산은 상속가액이 합산되기 전에 미리 증빙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상속 개시일 1년 이내에 2억원 이상 또는 2년 내에 5억원 이상의 자산을 처분한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처분된 자산도 상속재산에 포함돼 과세표준이 커진다. 동일한 기간 내에 부채의 증가를 증빙하지 못할 경우에도 과세표준이 커지기 때문에 사망하기 1~2년 전에 자산의 처분에 대한 증빙자료를 잘 갖춰야 한다.주식도 증여를 통해 절세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증여세법에서 주식은 증여가액을 증여 시점 전후 3개월간의 주가 평균치로 산정한다. 따라서 주가가 하락했을 때 주식을 증여하는 게 좋다. 만약 증여한 후 주가가 급등하면 3개월 안에 증여를 취소하면 된다. 증여 후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 증여를 취소하고 다시 재증여 하는 방식으로 상속재산가액을 낮출 수 있다.

2012.02.2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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