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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있어도 특수(特需)는 없다"

"전쟁은 있어도 특수(特需)는 없다"

“전쟁은 있어도 특수(特需)는 없다.” 한국 방위산업체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 방위산업체들은 이번 미국 테러 전쟁에서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 미국의 방위산업체들이 표정을 감추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미국의 록히드 마틴이나 노스롭 그루먼, 레이테온 같은 회사는 테러 발생 후 한 달 동안 주각가 20∼40%씩 올랐다. 한국 방산업체도 주가는 요동치고 있다. ‘테마주’라는 명목하에 ‘전쟁수혜주’로 한꺼번에 묶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의 현실을 보면 ‘전쟁수혜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전쟁과 관련해 추가주문이나 계약을 체결한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항공기 엔진과 자주포를 생산하는 삼성테크윈은 ‘전쟁수혜주’로 분류되지만 눈에 띄는 실적은 없다. 장기전으로 가면 수출물량이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전으로 갈 경우 영향은 미미하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국의 비축물량이나 군수용품이 부족해져야 한국 제품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투기 KF-16의 엔진 부품은 2005년까지 1억 달러를 미국 보잉사에 납품하기로 돼 있다. 물론 테러나 전쟁 전에 맺어진 장기 계약이다. 터키에 수출하기로 계약한 10억 달러 규모의 자주포도 이번 테러사건 전에 체결한 것이다. 삼성테크윈 관계자조차 “전체 생산물량의 90% 이상이 내수용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터진 전쟁으로 영업실적이 올라갈 것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다. 탄약을 생산하는 풍산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방산부분에서만 2천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큰 규모의 업체지만 이번 전쟁으로 인한 특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산 매출의 25% 정도가 수출에 의한 것이지만 대개 남미나 동남아 등으로 팔려가 이번 전쟁과는 큰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전투병이 참가하면 특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지만 정치권의 반대와 국민 정서상 전투병 파병의 거의 가능성이 없다. 풍산의 한 관계자는 “증시에 ‘전쟁수혜주’라고 나오는 것이나, 언론에서 전쟁수혜주에 대해 쓰는 것을 보고 회사 직원들도 ‘코미디’라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장갑차와 함포 생산업체인 대우종합기계도 사정은 마찬가지. 함포의 경우 대부분 내수용이고 장갑차의 경우도 말레이시아에 평화유지군 활동용으로 수출한 정도다. 회사 관계자도 “사실상 전투와 관련돼 추가적으로 수요가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다만 위기가 고조되거나 확전될 경우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탄약과 미사일을 생산하는 한화도 실제 특수는 없다. 다만 현재 주식시장이나 언론의 수혜주 논란은 “분위기 때문에 일어나는 막연한 기대감”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군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테크메이트의 경우 전체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10% 정도. 지난해 2백만 달러 수출에 이어 올해는 벌써 5백만 달러를 수출했다. 대상 지역은 주로 동남아와 미국 등이다. 이 회사도 전쟁 발발 후 상담은 다소 늘어나고 있지만 실적은 아직 없다. 이처럼 한국 방산업체가 전쟁 특수에서 소외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전체 매출에서 수출비중이 미미하다. 한국 방산업체는 대부분 국내의 방어용 무기를 공급하기 위한 업체들이다. 원래 수출이나 세계시장을 겨냥한 업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또 미국과의 협정도 한국 방산업체가 수출을 할 수 없는 원천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 기술이 들어간 무기는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수출이 가능하다. 또 중동 같이 무기 수요가 많은 지역은 미국이 군수제제를 가하고 있어 수출하기도 힘들다. 지난 8일 미국의 보복공격이 시작되면서 불기 시작한 ‘전쟁수혜주’ 랠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증권사에서도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은 “국내 방산업체들이 미국 방산관련주의 부각에 따라 덩달아 관심을 끌고 있지만 국내업체들은 방산부문 매출 비중이 적은데다 그마저도 대북방어용 내수 수요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결코 호재는 아니다”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또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분쟁지역을 중심으로 국내방산장비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지만, 역으로 비중이 훨씬 큰 비(非)방산부문의 부진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만 무성한’ 방산업체와 달리 실제로 수혜를 보고 있는 업체도 있다. 방독면 제조업체인 삼공물산과 부품업체인 혜룡실리콘이 대표적인 경우. 삼공물산의 경우 테러 직후 2백만 달러에 달하는 방독면을 수출했다. 테러로 인한 특수다. 또 평소에 비해 수십 배가 넘는 수출 상담과 문의전화가 오고 있다. 주로 미국이나 캐나다·중동 등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삼공물산의 수출 규모는 특별한 사건이 없을 경우 산업용이나 경찰용으로 연간 1백만 달러 정도. 하지만 테러나 전쟁이 터지만 곧바로 특수로 이어진다. 지난 90년 걸프전이 일어났을 때도 ‘1천만불 수출탑’을 받을 정도로 주문이 폭주했다. 평년의 10배가 넘는 물량이다. 1950년 군용 우의(雨衣) 생산에서 시작한 삼공물산은 지난 70년에 방산업체로 선정된 뒤 방독면을 생산해 오고 있다. 혜룡실리콘은 삼공물산에 안면마스크를 납품하는 부품업체다. 간접적인 수혜주인 셈이다. 지난주에는 자체적으로 마스크 1백개를 미국에 샘플로 수출도 했다. 이번주에 샘플 수출에 대한 결과가 나온다. 코스닥에 등록돼 있어 삼공물산의 수혜주 혜택까지 한꺼번에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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