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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백궁·정자지구, 제2의 수서사건?

[이슈]백궁·정자지구, 제2의 수서사건?

분당 신도시 백궁·정자지구 특혜의혹은 제2의 수서사건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반면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박종호 의원이 제기한 대로 도시설계변경정보가 토지를 매입한 에이치원개발㈜에 사전에 유출됐다면 정치적인 사건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았다면 한바탕 소동으로 끝날 사건이다. 백궁·정자동 일대 토지는 원래 장기간 미분양으로 방치된 땅이다. 한국토지공사는 이 일대 17만1천여평을 92년부터 매각을 추진해 왔으나 팔리지 않았다. 이곳은 상업용지 3만2천평을 비롯, 업무용지 8만여평, 쇼핑센터부지 3만9천여평, 공공용지 1만9천여평 등으로 지정돼 있었다. 미분양으로 고민하고 있던 토지공사는 백궁·정자동 일대 토지에 대한 도시설계를 변경, 주거 기능을 더욱 보완키로 했다. 업무용지에는 오피스텔 등 업무시설을 지을 수밖에 없지만 주거용지로 변경하면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다. 개발 수익률 측면에서 볼 때 오피스텔보다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립하는 것이 낫다. 토지를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토공은 지난 98년 10월 이 같은 용도변경을 골자로 한 도시설계변경안을 성남시에 건의했다. 그러나 당시 시는 두 달 뒤인 12월 도시의 균형 발전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반려했다. 토공은 이에 대해 학교와 도로 등 기반시설 확보 방안을 보완하는 수정안을 만들어 99년 7월 성남시에 도시설계변경을 재요청했다. 결국 성남시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8월부터 12월까지 공청회 등을 열어 지난해 5월 변경안을 최종 확정했다. 특혜의혹의 한가운데에 있는 에이치원개발이 쇼핑센터부지 3만9천여평을 매입한 시점은 지난 99년 5월. 도시설계변경 논의가 한창일 때 토지를 매입한 것이다. 또 이 회사는 그 당시 수의계약을 통해 평당 4백9만원(총 매입금액 1천5백97억원)에 사들였다. 비슷한 시기에 업무용지를 매입한 다른 업체는 평당 5백50만원을 지불했다. 토지 매입 후 1년 후인 지난해 5월 도시설계변경안이 통과됨에 따라 쇼핑센터부지가 주거용지로 탈바꿈됐고, 이 회사는 이곳에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해 1천억원 이상의 막대한 개발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즉 이 회사가 용도변경 정보를 미리 알고 헐값에 토지를 매입한 것은 여권의 고위층 등 외부 개입이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주요 골자다.

의혹과 진실 사이 백궁·정자지구 사건이 불거지면서 특혜 의혹을 입증하려는 주장들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의혹 중 상당수는 과장돼 있거나 다소 잘못 알려진 부분도 적지 않다. 토공이 수의계약으로 헐값에 토지를 넘겼다는 것을 비롯 용도변경 추진 자체가 특혜를 고려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수의계약은 미분양 토지를 팔 때 사용하는 거래형태다. 공공기관 대부분이 팔리지 않고 남아있는 땅에 대해서는 수의계약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에이치원개발이 미분양된 쇼핑센터부지를 수의계약으로 사들인 것은 당연하다. 토공이 헐값에 팔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약하다. 토공은 지난 99년 5월~6월말까지 문제가되고 있는 쇼핑센터부지를 포함, 업무용지 등에 대해 무이자 할부판매를 실시한다는 신문공고를 냈다. 그 당시 C, H 등 3개 업체가 업무용지를 평당 5백50만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이 기간 중 쇼핑센터부지는 팔리지 않고 다시 미분양으로 남게된 것. 그래서 다시 수의계약으로 토지를 매각한 것이다. 쇼핑센터부지의 경우 일반적으로 업무용지보다 가격이 저렴, 헐값에 특혜를 주었다는 것은 증명하기 어렵다. 용도변경 자체가 특혜를 고려한 것이라는 지적 또한 현실과 차이가 많다. 일산, 분당 등 신도시 지역의 미분양 토지의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미분양 토지 매각을 위해 이런 방법을 쓰기도 하지만 개발 초기 지정된 토지용도가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고 도시기반시설이 갖춰지면서 다른 용도로 전환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3억원의 자본금을 갖춘 에이치원개발이 1천6백억원의 땅을 사들일 수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 부동산개발업체들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부동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업체들은 일단 계약금을 지불하고 토지를 매입하고 나서 나중에 아파트 등을 지어 분양수익금으로 중도금 잔금을 지불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 99년 도시설계변경을 둘러싸고 계획대로 진행하려는 성남시와 토공, 그리고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간의 첨예한 갈등이 빚어졌다. 때문에 토공과 성남시가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당초 쇼핑센터부지는 포스코개발이 매입했다 사업성을 이유를 들어 계약을 포기했다. 그 후 군인공제회가 매입을 추진했으나 최종 매수자는 에이치원개발로 결정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토공이 자금력이 있는 군인공제회 대신 이 회사에 토지를 넘긴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토공은 군인공제회가 토지 매입 조건으로 개발사업이 장기화될 때 계약해제 및 대토를 요구하는 등 무리한 조건을 요구 수용할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대신 유리한 매각조건을 제시한 에이치원개발에 토지를 넘겼다는 것이 토공측 설명이다. 한편 용도변경을 반대해 온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사정당국에 조사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 감사원 등은 조사를 진행했으나 별다른 혐의가 없어 내사를 종결한 바 있다.

풀리지 않는 몇가지 문제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 문제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고 이미 지난해 검찰에서 내사를 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바 있다. 또 특혜의혹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도 현재로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 첫번째로 에이치원개발이 왜 쇼핑센터부지를 매입했느냐는 점이다. 비슷한 시기에 토지를 매입한 업체들 역시 이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쇼핑센터 부지를 매입했는데 용도변경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야말로 쓸모 없는 땅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백궁·정자지구에서 땅을 매입한 한 업체 관계자는 "쇼핑센터 부지의 가격이 업무용지보다 저렴해 매입을 고려했다"며 "용도변경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주거시설용지로 변경을 확신할 수 없어 매입을 했다간 자칫 큰 코 다칠까 우려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즉 용도변경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면 소규모 부동산개발업체가 쇼핑센터부지를 매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토지 매입 당시 에이치원개발이라는 법인조차 설립되지 않았다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99년 5월 매입 당시에는 홍모씨 등 개인 자격으로 토지를 사들였다. 그 후 5개월 후인 10월에서야 이 회사가 설립됐고, 토지 매수자도 개인에서 법인으로 바뀐 것이다. 성남시의 입장도 석연치 않다. 김병량 현 성남시장은 백궁·정자지구 도시설계변경이 시장 공약 후보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토공이 지난 98년 10월 최초로 용도변경안을 올렸을 땐 반대했다가 99년 7월 재 상정시에는 이를 수용한 것 등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당시 분당 신도시 주민들은 물론 시민단체들도 강력히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결국 이번 백궁·정자지구 특혜의혹은 위와 같은 사안에 대해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영원히 풀리지 않을 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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