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양 줄어도 水壓 높아지는 샤워기
| 신건봉 케이엔텍 사장 | 이대로 가면 2006년부터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라는 멍에를 안게 됐다. 이러한 불명예스러운 ‘훈장’을 과감히 떨쳐버려 줄 ‘신무기’를 들고 나선 기업이 있다. 대덕밸리 벤처기업 케이엔텍(대표 신건봉·www.iknt.co.kr)이 바로 그 주인공. 케이엔텍이 개발한 절수용 샤워기 ‘센스 터치’는 간단한 과학적 원리를 적용한 제품이다. 기존 샤워기와 다르다. 절수 버튼 없이 단지 샤워기를 기울이거나 바닥에 내려놓기만 하면 물 공급이 자동으로 차단된다. 이를 가능케 해주는 것은 샤워기 헤드 내부에 있는 특수 제작된 베어링이 수압과 헤드방향에 따라 움직여 물의 흐름을 조절해 주기 때문이다. ‘센스 터치’를 사용할 경우 일반 절수기보다 거의 44%에 달하는 절수효과를 거둘 수 있다. 중소기업청을 비롯해 각종 기관에서 실시한 시험 결과 입증된 결과다. “일반 버튼식 샤워기는 버튼을 누르면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이러한 불편을 베어링이 해결해 준 셈이지요. 마음껏 샤워를 즐기면서 언제라도 수평 이하로 기울이기만 하면 단수(斷水)할 수 있어 물의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센스 터치는 샤워기에 걸맞지 않게 여러 가지 훈장을 달았다. 국내 신기술임을 인증하는 KT마크를 획득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환경마크·Q마크·ISO9002 등 각종 국내외 공인마크와 조달청 우수제품,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잇따라 선정되는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센스 터치가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제품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제품을 출시했지만 샤워기 내 수압이 균일하게 분포되지 않는 결함이 발생한 것. 절수기능에만 치중해 개발했기 때문이었다. 출시된 제품을 모두 회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며칠간 밤낮을 잊고 골머리를 앓았다. 결국엔 샤워기와 손잡이를 상하로 연결하는 묘안을 도출해 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수압이 골고루 분포됨으로써 고장이 없어졌고 내구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었다. “힘든 시기였지요. 자금은 바닥을 드러냈고 ‘샤워기 만든다’고 하니까 그 흔한 투자도 받지 못했던 상황이었지요.” 신사장은 센스 터치의 우수성을 공인받고자 KT마크 심사에 도전장을 냈다. 첨단 IT(정보통신)·BT(생명공학)가 판 치던 시절에 샤워기 하나로 심사에 응하자 심사위원들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물의 양이 줄어도 샤워기에서 배출되는 물의 압력이 높아진다는 회사측의 설명에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라며 비웃었다. 신사장은 심사위원들에게 직접 센스 터치를 주면서 직접 사용해 보고 결과를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날 심사위원들은 3차에 걸친 기술심사를 접고 1차 심사에서 케이엔텍의 제품을 신기술로 인정한 에피소드는 직원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케이엔텍은 최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여름 휴가는 꿈도 못 꾸고 있다. 오는 9월1일부터 숙박업소와 목욕업소·골프장 등 절수용 샤워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수도법시행규칙’이 실시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절수용 샤워기의 판로는 이미 떼놓은 당상. 밀려드는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다. 재고도 바닥을 들어내고 있다. 전 직원이 매달려 생산할 경우 한달에 4만개가량을 생산할 수 있다. 반면에 전국적으로 절수용 샤워기는 1백20만개가 필요한 실정이다. 벌써 상반기 매출액이 4억원을 넘었다. 하반기에 몰리는 시장상황을 볼 때 이 상태라면 올해 20억원의 매출을 자신한다. 해외시장에서도 센스 터치의 위력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일본과 수출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미국에는 샘플을 보내 테스트 중에 있다. 신사장은 매출의 기쁨을 만끽하기보단 센스 터치에 이어 출시할 차세대 제품개발에 고민 중이다. “언제까지 절수용 샤워기 하나만 갖고 먹고살 수 있겠습니까? 시장과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케이엔텍의 명성을 쌓아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물’ 사랑도 항상 잊지 않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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