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사태 1년… '경제 후폭풍’ 몰려온다
9·11사태 1년… '경제 후폭풍’ 몰려온다
충격의 9·11테러 그 후 1년 동시다발 테러→경악→주가폭락→공황심리→아프간 공격→애국심 발휘→소비심리 회복→회계부정 파문→주가폭락→월드컴 등 기업도산→기업개혁안→소비심리 위축. 전세계를 경악케 했던 9·11 테러사태 발생 이후 지금까지 1년간 걸어온 미국 경제의 간략한 이력이다. 테러의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엔론·월드컴 등의 회계부정 파문과 조지 W. 부시 경제팀에 대한 불신까지 겹쳐 미 경제로서는 아주 어려운 1년을 보냈다. 이에 부시 행정부는 1930년대 대공황 이래 가장 강력한 기업개혁법안을 만들어 시장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1년 전 테러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와 나스닥지수는 테러 이전에 비해 아직 10% 정도 하락해 있다. 소비자 및 기업 신뢰지수는 올해 초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테러 직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양상이다. 미 경제성장률(GDP)도 아프간 전쟁에서 미국의 승리로 분위기가 호전됐던 올 1분기에 5%를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1.1%로 급격히 하락, 이른바 W자형의 ‘더블 딥(이중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정부는 테러사태 이후 일방주의 외교노선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국제적으로 고립돼 가는 모습이다. 부시 대통령이 대테러 무한전쟁을 선포하고 유럽을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는 물론 중동 국가들까지 테러반대를 선언하던 작년 말 분위기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이 철강 수입제품에 30%의 고율관세를 부과해 유럽·일본 등의 분노를 초래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전세계 1백여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요하네스버그 지구환경 정상회의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 ‘환경 불량국가’라는 비난마저 받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방침에 대해 중국 러시아는 물론 독일까지 등을 돌려 미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9·11테러 1주년을 맞은 지금, 미국과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은 대략 세 가지다. 첫째는 아직도 가시지 않은 소비자와 기업의 불안심리이며, 둘째는 회계부정 등 경제에 대한 신뢰추락, 세째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비롯한 대테러전쟁의 향방이다. 이들 요인들은 1년 전 테러사태 직후의 충격보다 더 심각한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도 있다. 아직도 가시지 않은 경제 불안심리 미국의 24시간 뉴스채널인 CNN방송은 최근 미 경제가 9·11 테러 1주년을 맞아 일시적인 휴지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해 주목을 끌었다. 테러의 참혹한 기억이 충격을 몰고올 것이란 진단으로 실제 항공사와 호텔·식당·영화관 등은 이를 전후로 고객이 감소, 걱정이 태산이다. 이때 광고를 내보내지 않겠다는 기업들도 많다. ‘1년 전의 참상을 기억하자’는 분위기 속에서 요란한 광고와 판촉활동을 해봐야 효과가 없을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런 충격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난해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과 9·11테러, 회계부정 파문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경제체력이 저하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년 반 이상의 증시침체로 공중분해된 미 자산만 7조 달러가 넘는다. 주가는 올 들어 긴 하락과 짧은 반등을 지속, 투자자들의 이탈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실업률이 6%에 육박하면서 고용불안 심리도 확산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릴 것이란 우려도 높다. 기업들의 불안심리도 여전하다. 기업들은 1990년대의 신경제 호황 당시 과도한 투자와 이로 인한 부채부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통신 분야의 과잉투자가 해소되려면 아직 멀었으며, 테러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 분야에서는 연쇄 파산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기업의 감원 등 경비절감이 일시적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그것이 전 산업으로 확산될 경우 불황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태에서 미 경제의 조타수라 할 수 있는 앨런 그린스펀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FRB가 할 수 있는 일은 금리를 인하해 자금을 더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나, 현재 단기금리가 40년 만의 최저치인 1.75%로 더 내릴 여지가 많지 않다.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경우 경기진작 효과보다는 가계와 기업이 대출을 더 늘려 경제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과 테러 후폭풍 경제 내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아직도 미해결로 남아 있는 가운데 테러의 상처도 고통을 주는 요인이다.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는 대표적이다. 9·11 테러 가담자 가운데 상당수가 사우디 출신으로 미국 내에서 사우디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진데다 8월 중순에는 테러 희생자 유족들이 사우디 부호 등을 상대로 수조 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 사우디 부호들과 자선기금이 테러조직에 자금지원을 하고 있다며, 미국 내 사우디 자산을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사우디 부호들이 자금을 대거 회수하고 있다. 미국 내 사우디 자금은 최대 7천5백억 달러에 이르는데, 일부에선 2천억 달러가 회수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동 오일달러의 이탈로 달러가 하락할 경우 국제투자자금의 이동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잠재적인 시한폭탄이다. 세계적인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후세인 제거를 목표로 한 이라크 공격 시점을 계산하고 있다. 실제 전쟁이 벌어질 경우 경제에는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부시 현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10년 전 이라크를 공격할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전쟁비용을 미국이 거의 대부분 부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전쟁비용을 3백억∼5백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1천5백억 달러의 재정적자로 이미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으로선 부담이 아닐 수 없다. 10년 전에는 연합군이 80% 정도의 자금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부담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라크 공격은 동시에 유가불안을 초래하게 된다. 전쟁이 발발하면 곧바로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게 되고, 아랍권이 동맹해 미국에 맞설 경우 파장은 더욱 심각해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석유 수출을 제한할 경우 유가가 최대 50달러로 치솟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쟁으로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은 자명한 일로 미국과 세계 경제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테러 후폭풍이 몰아칠 경우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이나 일본은 물론 한국경제에도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만성적인 고실업으로 경제적 탄력성이 현저히 둔화돼 있는데다 경제통합 이후 통화정책, 즉 금리조정을 통한 경기조절 기능도 저하돼 어려운 상태다. 일본은 올 1분기의 회복이 반짝 경기로 그치고 다시 하강할 조짐을 뚜렷이 보이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직접적인 사정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건설을 비롯한 내수 산업의 성장으로 6%대의 고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오히려 저금리 정책이 부동산 투기 붐을 일으키면서 경제적 불균형을 확대시키고 있다. 한국은행과 정부에서도 이로 인한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골드먼삭스를 비롯한 외국 금융기관들은 올해 한국이 6% 안팎의 성장을 이루겠지만, 내년에는 4%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경제는 외적 환경의 불투명성 속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부터 불어닥칠 9·11테러 후폭풍을 어떻게 돌파해내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려 있다. 향후 수개월 또는 1년의 기간이 한국경제의 저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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