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층 아파트, 사두면 언제간 돈 된다
60세 유지해 선생, 일생을 청렴하게 산 그는 공무원을 정년 퇴직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그는 현재 살던 경기도 과천의 주공 16평 아파트를 처분하고 분당지역의 단지형 빌라 22평형으로 옮길 계획을 갖고 있다. 40세(1982년)였을 때, 7급 공무원 시절에 과천의 16평 주공아파트(대지 지분이 20평 정도)를 1천5백만원(국민주택 기금 융자 7백만원 포함)에 분양 받았다. 현재 이 아파트의 가격은 재건축 상승 붐에 힘입어 무려 3억3천만원이나 한다. 분당의 빌라 가격은 현재 2억원 수준이니 가격 차액만 1억3천만원이다. 분당의 22평 빌라는 대지 지분이 건평에 상응하는 데다가, 지은 지 5년이 경과해서 향후 15년에서 20년까지 노후생활을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아울러 신도시 단지형 빌라는 열 병합 지역난방 공급의 장점 외에도 지상은 정원이고, 모든 주차장은 지하로 되어 있다. 이 빌라는 종합병원은 물론 각종 의료·쇼핑시설 등 아쉬울 게 없는 ‘천당 밑의 999당’으로 불리는 분당의 편의성과 쾌적성이 뛰어난 지역에 위치해 있다. 여기서 저층 아파트·빌라 단지 투자의 효능에 관한 포인트를 살펴보자. 먼저 대지(땅) 지분이 넓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용적률이 70~1백%의 단지형 저층 아파트나 연립은 용적률이 2백~5백%의 고층 아파트에 비해 대지지분의 비율이 무려 3배에서 8배에 이른다. 알다시피 건물은 감가상각이 되어도 땅은 감가상각되지 않는다. 수도권 요지의 경우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상승한 경우가 많다. 세월이 15년에서 20년 흐르면 재건축 차원에서 보면 가치의 차이가 커진다. 아파트 건물의 값어치는 마치 자동차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내려간다. 하지만 대지지분이 높아 재건축을 통해 가치 창출이 가능한 저층아파트는 건물이 낡을 수록 최신형 모델의 아파트로의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헌 집 줄게 새 집 다오)이 커진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유지해 선생이 박봉의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국민주택기금 대출 이외에 빚을 지지 않았던 까닭은 셋방살이하다가 뒤늦게 장만한 과천의 주공아파트 덕이라는 점. 이사가지 않고 꾸준히 그 지역에서 20년간 거주한 덕에 해마다 세입자들이 겪는 보증금 인상, 이사 비용, 부동산 중개수수료, 가구 비용 등이 들 필요가 없었고, 소형 아파트이다 보니까 관리비도 적게 들었다. 세번째 포인트는 저층 아파트·빌라 단지는 복도식이 아니고 계단식이라는 점이다. 즉 동일 평형 대비 거주면적이 넓고 편하다. 최근에는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볼 수 있겠지만, 저층 아파트나 연립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계단식이다. 계단식 아파트나 연립은 베란다(서비스 면적)가 양쪽으로 되어 있다. 반면 복도식은 한쪽에만 있다. 실제 주부들이 사용할 수 있는 거주공간 개념으로 보면, 계단식 주공 아파트 16평이면 전용면적 14평, 베란다 3.5평으로 실 주거면적 17.5평이다. 복도식 아파트 21평(전용 15평에 베란다 2.5평) 수준이다. 아울러 분당 빌라 22평형(전용18평+발코니 서비스 면적 7평) 복도식 아파트 30평 정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외형이 아니고 실제로 사는 공간이다. 네번째 포인트는 나이든 사람들은 저층에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필자도 아파트에 살지만 고층의 경우에 엘리베이터가 고장날 때 무척 곤혹스럽다. 특히 엘리베이터가 없는 저층(3~5층) 아파트나 연립의 경우, 연로한 분들이 다니기에 1~2층이 좋다. 재건축 대상이 되기 전에는 중간층(2~3층)이 로열층(?)이므로 가격이 비싸지만 나중에 팔 때 되면 층별 구별이 없어진다. 상대적으로 싼 1층을 사서 오래 버티다 보면 팔 때쯤 값이 동일해지므로 수익률도 좋고 설령 노후에 살더라도 1층이라서 마음 편하고 무리가 없다. 또 이사가지 않고 오래 살아도 가치가 보존되면서 오히려 가치가 상승하므로 금융기관 입장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안성맞춤이면서 거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건축이 된다면 재건축 기간 3년 정도를 제외하고는 최초 구입부터 재건축 기대 시점까지 어림잡아 25년, 재건축 신축 후 예상 거주 기간 25년을 포함하여 무려 50년 정도를 살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38세에 장만한 동일지역의 집을 91세 정도까지 거주하는 게 가능하다는 소리다. 또 재산 증식 목적으로도 유씨의 경우처럼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 팔고, 다른 지역의 보다 넓은 집으로 이사하면서도 차액을 챙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노후 대책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흔히 주공아파트라고 하면, 대지지분이 넓고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다고 하는 편견(?)을 갖고 계신 사람이 많은 데, 주공아파트도 고층이고 복도식인 경우에는 오히려 민영 아파트보다도 더 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땅 지분이다. 아울러 저층 아파트 단지에 투자한다고 위의 예처럼 모두 다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모 부동산 전문가의 말처럼 토지도 수도권의 토지는 ‘땅’이고, 지방의 토지는 ‘흙’이라고 보통 평가받는다. 마찬가지로 수도권의 유망지역이 아닌 곳이라면 투자에 신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문의:emoneydoctor@empa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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