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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들·워싱턴편(3)]애프터서비스로 넘버원 '등극'
-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들·워싱턴편(3)]애프터서비스로 넘버원 '등극'
3천여명 고객 꼼꼼히 챙겨 그의 고객 명단에는 3천여명의 이름이 들어 있다. 초창기에는 고객의 정보를 노트에 기록하기도 하고, 전자수첩을 이용해 생일카드·감사카드 등을 보냈다. 하지만 고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한달 이용료 1천5백 달러(한화 1백83만원 정도)를 내고 고객관리 전문업체에 고객관리를 맡기고 있다. 이씨의 고객은 대부분 백인이나 흑인들. 한인 동포는 전체 고객 가운데 10% 정도 밖에 안 된다. 고객명단 중에서 이씨의 골수팬들도 상당수다. 미국 연방정부에서 은퇴한 70대 백인 노인인 에드워드 코빈(Edward Corbin)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버지니아의 백인 대부분이 그렇듯이 코빈씨도 포드, 한국에서는 시보레로 알려진 셰비 등의 미국차만 구입했었다. 하지만 91년 이동욱씨를 만나고 나선 열성 현대자동차 팬이 됐다. 이씨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페어팩스 현대를 찾은 코빈씨에게 현대차의 싸고 좋은 점을 열심히 설명했다. 코빈씨는 고려해 보겠다는 냉랭한 대답을 했다. 이후 몇 차례 코빈씨를 만난 이씨는 차량이 아닌 한국 음식 얘기를 했다. 우연히 코빈씨가 젊었을 때 한국에서 근무했었다는 얘기를 들은 이씨는 미국인이라면 맛을 보고 혀를 내둘렀을 한국의 김치와 고추장을 슬쩍 화두로 던진 것. 한국의 추억이 고추장만큼이나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 있던 코빈씨는 김치 얘기가 나왔던 그날 현대차의 주인이 됐다. 코빈씨와 이동욱씨의 인연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코빈씨는 가족들은 물론 형제와 친척들에게도 현대차를 열심히 선전, 코빈씨 집안은 올해까지 모두 11대의 현대차를 구입한 현대가족이 됐다. 코빈씨 외에도 이씨로부터 3∼4대의 현대차를 구입한 고객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이씨의 세일즈 활동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90년대 초 현대차의 성능이 지금처럼 뛰어나지 않았을 때 이씨는 차를 파는 것이 두려웠다고 회상했다. 초기 엑셀 등 현대차는 엔진과 트랜스미션(변속기)에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새 차를 팔아도 며칠 안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 페어팩스 현대를 찾아온 고객이 한두명이 아니었다. 어떤 고객은 새차를 구입한 후 하루만에 견인차를 타고 이씨를 찾아오기도 했다. 트랜스미션에 고장이 생겨 차가 섰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차보다 싼 일제차를 구입했던 한인 동포들의 항의가 심했다. 한국산 차를 산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던 동포들에게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기 때문. 자동차 기술자도 아닌 이씨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고객들에게 무조건 미안하다란 말과 최선의 서비스를 해주는 것 밖에 없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는 말처럼 고객들도 이씨의 친절함에 혀를 내둘렀다. 이씨는 애프터서비스 대상이 아닌 수리 비용을 자신이 부담하기도 하고, 가스(휘발유) 비용을 고객에게 주기도 했다. 그는 “89년 엑셀을 판매할 때에는 일주일 안에 결함이나 고장이 나 고객들로부터 원성을 듣느라 힘이 쪽 빠졌다”며 “그러나 요즘은 현대차가 미국의 소비자 보고서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자랑스럽고, 판매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씨의 또 다른 성공비결은 성실함. 그는 입사한 89년부터 98년까지 휴가를 떠난 적이 없다. 스스로 워커홀릭(일중독자)이라고 부를 만큼 일하는 재미로 살았다. 그가 쉬었던 날은 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신년과 부활절뿐이었다. 주5일제 근무가 정착된 미국에서도 자동차 세일즈맨들은 주말에도 일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탓에 95년 결혼한 부인 김건희씨로부터 핀잔도 많이 들었다. 그러던 이씨도 90년부터는 휴가를 가고 있다. 두 아들 성엽(4살)과 성민(2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버지니아의 자동차 판매업계에서 ‘몬스터(휴가도 반납하고 쉴 새 없이 파는 자동차 괴물)’로 통하는 그도 아이들마저 멀리하긴 어려웠다. 이렇게 열심히 뛰며 일가를 이룬 이씨도 현대차 세일즈맨을 그만둘 뻔했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혼다, 도요타와 미국 자동차 판매업체에서 페어팩스 현대보다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우트 제안을 수차례 보냈기 때문. 이씨는 “고액 연봉을 제시해오는 업체들도 있지만 현대차를 통해 수년 동안 쌓아온 고객들과의 관계를 저버리기 싫어 현대차 세일즈맨으로 남기로 했다”며 “스카우트 제의 때마다 고민할 때 가족들이 이왕이면 모국 경제에 도움되는 일을 하라고 조언해 줬다”고 말했다. "현대車 한국 공장 보고파" 새 차와 중고차를 취급하는 페어팩스 현대는 1년에 중고차 1천대를 포함해 4천대의 현대자동차를 미국 소비자들에게 판매, 한국차 수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차량판매 실적도 미 전역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페어팩스 현대가 설립된 때는 엑셀이 처음 수출되던 지난 86년. 미 동부에서는 뉴욕 등의 대도시를 제치고 제일 먼저 현대차 판매업체가 됐다. 이곳의 직원은 새차 세일즈맨 12명, 헌차 세일즈맨 5명, 수리공 15명, 융자담당 3명, 매니저 3명 등 50여명이다. 세일즈 컨설턴트 플래티넘 상 등 현대자동차에서 주는 웬만한 상은 다받은 이씨에게는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두 가지 있다. 중학교 1학년 때인 82년 가족을 따라 이민 온 1.5세대인 이씨는 한번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서울 종암동 옛집도 찾아보고 싶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숱하게 팔아온 현대자동차 생산공장이 보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도요타의 세일즈맨으로 판매실적이 좋았던 한인 친구가 일본의 도요타 본사를 다녀온 것이 부러웠다”며 “한국에 갈 기회가 있으면 생산공장도 보고, 본국 세일즈맨들과 얘기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또 다른 소망은 자신이 운영하는 현대차 판매업체를 세우는 것. 말단 세일즈맨에서 사장 밑의 매니저가 됐지만, 이씨는 미국 내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싶은 야망이 있다. 이씨는 “미국에 현대차 한인 딜러는 두 명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며 “세번째 한인 딜러가 돼 한국산 차량의 판매에 앞장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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