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투기꾼...홍콩 가면 외국큰손
내국인도 홍콩 가면 외국인으로 둔갑? 수천억원대의 금융사고를 낸 장본인은 ‘OZ CAPITAL’로 알려진 정체불명의 외국계 펀드. 이 펀드는 1년 전부터 증권사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으로 단기매매에 치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코스닥등록기업인 K기업의 주요주주로 확인돼 단순 사고가 아니라 ‘검은 머리 외국인’의 주가조작 가능성으로 확대됐다. 금융감독원이 현재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 결과 주범이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밝혀질 경우 시장에 큰 파문을 던질 전망이다. 작전 세력이 삼성전자라는 한국 대표주를 노렸고, 한국 증시의 가장 ‘큰손’인 외국인 정보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홍콩에 있는 한국인이 외국인으로 가장해 삼성전자를 1천억원어치 매입한 사실이 국내투자자에게는 진짜 외국인이 샀다는 정보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내국인이 홍콩에 가서 외국인으로 둔갑하는 작업이 비용도 적게 들고 절차도 까다롭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당국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검은 머리의 실체는?= 얼마 전에는 유명 금융기관이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작전의 배후에 있었음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이용호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지난 2000년 산업은행이 삼애인더스 해외전환사채(CB) 발행 과정에서 검은 머리 외국인 역할을 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당시 산업은행은 국내 증권사를 주간사로 9백만 달러어치의 삼애인더스 해외CB를 발행한 뒤 해외증권사를 통해 이를 인수해 외국인이 CB를 인수한 것처럼 가장했다. 검은 머리 외국인은 지수선물·옵션시장 등 파생상품시장도 종횡무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선수가 ‘홍콩 물고기’라는 별명을 지닌 거대 투기세력. 홍콩 소재 기관에서 주문을 내고,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잘 빠져나간다는 이미지를 풍기는 이름이다. 이들이 등장했던 초기 99년께는 외국의 헤지펀드 그룹이 국내 증시를 교란시키고 이를 통해 이익을 챙긴다는 설이 유력했으나, 최근 들어 가짜 외국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해외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이 적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홍콩의 외국 금융기관에서 펀드 매니저로 오랜 기간 근무한 A씨는 “외국인을 가장한 한국인 투자자들이 매우 확산돼 있다”고 주저없이 말했다. 특히 이들은 미국 등 토종 외국계 펀드와 달리 극도로 단기화된 매매에 주력하며 일부 중소형 종목에도 관심을 갖는다. A씨는 “이번 미수 사고는 지수를 좌우하는 삼성전자를 대량 매매했고, 시기가 선물옵션 만기일과 겹쳐 주식과 파생상품 매매가 연계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확신했다. 금감원, 검은 머리 외국인 대책 없어 한국인의 외국인 계좌 개설이 매우 용이한 게 현실이다. 홍콩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계좌 개설을 대행하는 변호사나 회계전문가 사무실이 적지 않으며, 비용 부담도 크지 않고, 설립 절차도 간편하다. 말레이시아 라부안·카리브해의 케이먼군도 등 조세 피난지역(Tax Haven)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들은 자본금이 1달러 내외인 회사도 많다. 신규 설립도 가능하고, 기업을 매입해도 된다. 감독당국이 외국인 계좌 등록시 이들 유령회사의 주주명부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해 명의대여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이 성행할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외국인으로 등록되고 계좌만 개설되면 한국인 개인이 외국인 기관으로 둔갑, 증거금 면제(매매약정을 이용한다는 증거로 증권사에 맡기는 돈)라는 혜택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게 된다. A씨는 “검은 머리 외국인들 대부분은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몸담은 경험을 갖고 있다. 여기에 한국시장에 대한 정보를 훤히 꿰뚫고 있다”고 했다. 그는 “네트워크를 조직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선진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이들이 맘만 먹으면 작전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국시장을 전문으로 투자하는 외국 금융기관의 B씨도 “이번 사고의 매매수법이나 HTS를 이용했다는 점, 그리고 코스닥기업까지 두루 손을 댄 것을 보면 실체는 검은 머리 외국인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런 주장은 최근 금감원이 3년간 10건의 외국인 불공정거래를 조사한 결과 검찰에 통보한 6건 중 5건이 내국인이었고 외국인은 리젠트 그룹 짐 멜론 사건밖에 없었다는 사실로 뒷받침된다. 한국증시, 외국인만 쳐다보는 해바라기 외국인이 되고 싶은 내국인의 심정은 그들의 영향력이 실로 막강하다는 데서 충분히 설명된다. 외국인 투자비중은 11월 말 현재 35.9%. 기업의 오너·대주주 지분이 묶여 있는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은 국내 유통시장의 1대주주임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국인 계정을 손에 넣고 싶은 게 투자자들의 바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검은 머리 외국인’의 성행은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영향력에서 비롯된다. 외국인은 이미 ‘㈜ 코리아’의 최대주주로 등재됐고, 한국증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다. 12월24일 현재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이 54.02%인 것을 비롯, SK텔레콤 39.13%·KT 41.59%·국민은행 69.80%·포스코 61.57%·현대차 47.17%·삼성화재 53.33% 등 대표기업들의 최대주주는 단연 외국인이다.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거래소 상장 주식은 1백6조7천7백84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3백35.9%를 차지한다.이러다 보니 주가는 당연하게도 이들이 팔면 떨어지고 사면 오른다. 예외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외국인 동향과 주가와의 연관성이 높다. 한국시장을 ‘외국인만 쳐다보는 해바라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이는 비단 주식매매뿐 아니라 선물옵션시장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의 시장지배력이 너무 커지다 보니 장중 실시간 제공되는 매매정보를 놓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선다. 찬성하는 쪽은 정보가 차단되면 루머가 난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외국인 추종매매가 설쳐 정보 자체가 왜곡된 형태로 유통된다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투자자문사의 한 사장은 “외국인 매매정보 공개는 본질적으로 매매의 불평등을 야기시키는 주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개인뿐 아니라 기관까지 해바라기가 된 상황에서 공정한 게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내·외국인 구분하는 곳은 한국과 대만뿐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에서 내·외국인이 구분되는 나라는 대만과 한국뿐이다.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는 SK텔레콤·KT·데이콤(통신주),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담배인삼공사(공기업), 대한항공(항공주) 등 거래소시장의 경우 외국인 한도가 있는 7개 종목을 관리하기 위해 도입됐다. 금감원은 그러나 해당 종목이 줄어든 데다 시장 완전개방으로 구분의 실효성이 미미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재정경제부와 협의를 거쳐 외국인등록제도를 폐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외국투자가 현황=11월 말 기준 외국인으로 등록된 투자자는 1만4천61명(작년 말 1만2천8백60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다. 이 중 기관이 9천48명(64.3%), 개인이 5천13명(35.7%)이다. 국적별로는 미국이 5천4백9명, 영국 1천2백21명, 일본 1천1백44명 순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5백32명)·아일랜드(3백93명) 국적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조세 피난지역(Tax Haven)의 해외자금도 상당 부분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면 우선 금감원에서 투자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어 외국환은행에 ‘증권투자 전용 외화계정’과 ‘증권투자 전용 원화계정’을 만들고 증권회사에 위탁계좌를 개설, 주식투자를 하게 된다. 외국인 계좌 거래는 금감원의 외국인투자관리 시스템에 집계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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