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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프라이빗뱅커를 찾아서(10)]“50세 넘으면 돈버는 일 하지말라"

[한국의 프라이빗뱅커를 찾아서(10)]“50세 넘으면 돈버는 일 하지말라"

김억만 하나은행 PB
하나은행 삼성동 지점의 김억만 차장. 그는 지난해 이름(億萬)값을 확실히 했다. 2002년 하나은행 최고의 PB로 선정된 것이다. 단순히 수신고만으로 평가된 성적이 아니다. 고객수신 실적·증가율·고객 관리·상품 활용도·조직 기여도 등 모든 분야의 성적을 종합한 결과다. 그가 혼자 관리하는 고객은 2백여명, 관리하는 돈은 무려 2천9백억원이다. 지점 5∼6개의 수신고와 맞먹는다. 고객 1인당 평균으로 따져봐도 15억원 남짓의 부자들을 관리하는 셈이다. “제가 5남 1녀 중 막내입니다. 집안 어른들은 막내인 제가 딸이길 바라셨죠. 기대와 달리 또 아들이 나오자 실망한 할머니께서 ‘아들은 많다’는 의미에서 억만으로 이름을 지으셨대요.”

10억원 이상 2백여명의 고객 확보 그는 숫자와 관련 있는 이름 덕에 학창시절 수학 선생님들의 단골 호명 학생이었다. 그러다보니 신경을 쓰게 됐고, 그래서 수학을 잘했다. 대학 때도 수학이나 경제학과를 갈까 고민했을 정도다. 금융업에 일자리를 얻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수학 시간에 자주 불리면 오히려 수학이 지겨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김차장은 ‘수학을 열심히’ 하는 쪽을 택했다. 성실한 단면을 볼 수 있는 에피소드다. 스스로도 ‘신뢰성과 성실성’을 자신의 최고 경쟁력으로 꼽았다. 사실 십억원 이상의 부자 2백여명의 자산을 혼자서 관리한다는 게 보통 부지런해서 될 일이 아니다. 부자들은 돈에 관한 프로들이다. 조금만 허술했다간 단박에 티가 나게 돼 있다. 양과 질을 겸비한다는 게 녹록치 않다. 김차장은 신뢰와 성실 위에 특유의 전략을 가미해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사실 2백여명의 고객을 상시 완전 커버한다는 것은 힘듭니다. 그래서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채택한 전략이 선택과 집중이죠. 고객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금융 환경에 맞춰 포커스를 달리 하는 거죠. 예컨데 주가가 많이 빠진 상황이라면 공격적 성향의 고객들에게 집중합니다. 주식투자에 신경을 써야 할 타이밍이니까요. 주가는 좋은데 금리가 심상찮다 싶으면 안정성향의 채권과 은행예금 비중이 높은 고객들에게 치중합니다. 그런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상황에 맞춰 마케팅 포인트를 두는 거죠.”

고객 재산 현황은 ‘노코멘트’ 철저한 비밀보장 역시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다. “대개 신규고객 확보는 기존 고객의 소개를 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면 친구를 고객으로 모실 때도 있죠. 그렇게 되면 ‘저 친구가 내 재산을 알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고객들도 있습니다. 그런 점까지 배려해 제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재산 사항은 절대 ‘노코멘트’ 원칙을 철저히 지킵니다.” 김차장이 뛰어난 실적을 올린 비결이 또 하나 있다. 세금상담까지 포함해 자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는 점. 단순 수익률이 아니라, 상속과 증여까지 고려해 최적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언했다. 이런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부동산·주식·채권·각종 금융신상품 등은 물론 세금도 상당 수준의 지식을 갖춰야 합니다. 물론 특정 분야의 세무에 대해 깊이 들어가면 네트워크를 통해 세무 전문가와 연결시켜 드리죠. 하지만 전체적인 틀을 짜고 포트폴리오 투자의 전략을 제대로 짚을 수 있을 만큼 다방면에 많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한국 부자들의 경우 부동산은 자산 비중도 높고 늘 관심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상담할 수 있는 정도로 무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내친 김에 논란이 되고 있는 내년도 아파트 값 전망에 대해 물었더니 곧장 일장 분석이 시작됐다.

올해 부동산 수익률 떨어진다 “부동산 시장 수익율이 지난해만은 훨씬 못할 겁니다. 하지만 일부에서 말하는 폭락 사태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폭락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금리인상으로 인해 가계대출 금리 부담이 늘어나면서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시나리오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리가 부동산 가격 폭락을 촉발시킬 정도로 인상되기가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내년도 경기가 불안한데 금리를 파격적으로 올릴 수 있겠습니까?” 그는 곧장 계산기를 두들겼다. “예컨대 1억원의 대출을 받은 경우 현재 대출이자 6.7%를 적용해서 월 55만8천원의 이자를 물고 있습니다. 금리가 1.3%포인트 올라 8%가 되면 월 이자지급액이 66만원정도 됩니다. 약 10만원 정도의 부담이 늘어나는 거죠.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금리가 1.3% 포인트 이상 인상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거죠.” 금리뿐 아니다. 인구통계학적 분석까지 부연한다. “현재 연령별 인구비를 볼 때 베이비붐 세대인 30대가 가장 많습니다. 30대면 한창 내집 마련 수요가 높을 때죠. 이런 요인까지 감안하면 갑작스런 아파트 값 폭락 시나리오는 큰 설득력이 없습니다.” 부동산뿐 아니다. 주식·채권·예금 등은 물론 고객이 필요하면 유학·여행·장례 등의 지원까지 만능 해결사가 돼야 한다. “하나은행 PB의 강점은 시스템과 교육에 있습니다. 그 혜택을 많이 봤죠. 부동산·세무·주식·채권·보험 등 각종 금융상품까지 금융과 관련된 교육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여기에 미술품·경매시장·골프 등 부자 마케팅을 위한 추가 교육까지 받습니다.” 김차장은 지난해에도 총 3백시간 이상을 교육 받았다. 현재 그가 갖고 있는 자격증은 CFP등 총 4개. 이것도 성에 안 차 내년에는 MBA에 등록까지 할 작정이다. ‘주5일 근무제에 따라 휴일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란다. 영어 공부도 강도 높게 해 외국인 고객을 개척해 보려는 목표도 갖고 있다. “금융 환경도 많이 변하고,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금세 뒤쳐집니다.” 그의 퇴근 시간은 보통 10시. 주말에도 공부나 골프로 바쁘게 지내다보니 “남편 점수는 50점도 안 될 것”이란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여가시간까지 자신의 경쟁력 업그레이드에 전력투구하는 데는 나름의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제 나이 또래는 아마 평균 연령이 1백세까지 갈 겁니다. 1백세를 살려면 70세까지는 뭔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유익하게 할 뭔가가 있어야 오래 살 수 있죠. 50세까지는 부를 축적하는 시기로 생각합니다. 그 이후 70세까지 20여년 동안은 일을 가지되 포커스는 나누는 삶에 두고 싶습니다. 돈도 나누고, 지식도 나누고?” 그러자면 평생 샐러리맨으로는 불가능하다. 포스트 샐러리맨 생활을 계획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은 현재 맡은 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쌓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그리고 50대에는 CEO로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펼쳐보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개인적인 재테크 노하우에 대해 물었더니 “정작 스스로의 재테크는 거의 못한다”고 답했다. “하루를 거의 전부 고객 서비스에 바치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서 재테크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하나은행 최고의 PB다운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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