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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시행 2주만에 삐그덕

도서정가제 시행 2주만에 삐그덕

도서정가제가 무분별한 할인 규제냐, 시장경제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냐를 두고 서점계가 시끄럽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서정가제’가 시행 보름만에 다시 삐그덕거리고 있다. 도서정가제란 ‘인쇄 및 출판진흥법’에 따라 지난 2월27일 시행된 제도. 발행된지 1년 미만의 신간도서에 대해 오프라인 서점의 할인과 온라인 서점의 10% 이상 할인 판매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초 업계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할인판매의 이점이 대폭 줄어드는 인터넷 서점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2주 동안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하루 평균 매출은 대략 5억원으로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둔 ‘떨이 판매식’ 할인으로 매출이 크게 늘었던 2월보다는 떨어졌지만, 정상적인 매출 규모인 지난 1월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스24의 주세훈 팀장은 “지난해에 비해 매출 증가율이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교보문고의 경우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매출액 비중이 제도 시행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도서정가제의 영향이 예상보다 약한 것은 ‘마일리지(적립금)제도’ 때문으로 보인다. 도서정가제 시행 후 대부분의 온라인 서점들이 10% 가격할인에 추가로 10%의 마일리지 적립금 혜택을 주고 있다. 도서 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온라인 서점들이 평균 2%대에 머물던 마일리지 적립을 5∼10%로 늘였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의 책 할인율이 종전 30∼50%보다 떨어지긴 했지만, 사실상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도서정가제가 온라인 서점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자 도서정가제의 수혜자로 기대가 많았던 오프라인의 군소 서점이 울상이다. 서울 대학가의 한 서점은 “도서 정가제가 실시된 뒤에도 손님이 전혀 늘지 않았다”며 볼멘 소리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서점들은 법에 규정된 10% 할인 외에는 모두 편법 할인에 해당한다며 마일리지를 축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마일리지·배송료 등을 신간 할인 폭 10%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 오프라인 서점측의 요구사항이다. 서점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 문을 닫은 전국 서점만도 2천4백여 곳이다”며 마일리지·경품 등 간접 편법 할인에 대한 규제 없이는 앞으로도 중·소 동네서점들의 도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문광부는 지난 9일 마일리지 폭을 더욱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출판물 유통질서에 관한 고시(가칭)’를 늦어도 이 달 안에는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적립금이 5%정도로 제한 될 것이라는 것이 문광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온라인 서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도서정가제에 이어 마일리지까지 규제할 경우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측은 정부측의 이같은 고시가 소비자의 가격과 서비스 선택권을 뺏고 시장 고유의 마케팅 기능을 해치는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이에 관련해 모닝365 등 주요 인터넷 서점 3사는 문광부가 추진 중인 ‘출판된 간행물의 유통질서에 관한 고시(가칭)에 대한 인터넷 서점 입장’이라는 글을 발표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측은 애초 도서정가제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 서점연합회 등이 이에 대한 포괄적 규제 등을 주장하자 문광부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만일 이 고시안이 확정되면 인터넷 서점들은 앞으로 마일리지·사은품 제공·배송료 할인 등의 부분도 규제를 받게 된다. 중견 온라인 서점 관계자는 “문화부의 마일리지 규제고시는 오프라인 서점만을 위한 조치일 뿐이며, 이는 곧 중견 온라인 서점들을 고사위기로 내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문광부는 마일리지 규제 내용을 도서정가제 이전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온·오프라인 서점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두 번이나 연기한 바 있다. 제도를 시행한지 채 한 달이 안됐으니 섣부른 평가는 위험하다. 하지만 ‘편법을 동원한 무분별한 할인에 대한 규제’냐 ‘자유로운 시장경제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냐를 두고 서점계가 다시 한번 출렁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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