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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서민도시로 개발 강남 집값 잡기는‘글쎄’

판교 서민도시로 개발 강남 집값 잡기는‘글쎄’

전문가들은 판교 신도시가 개발되더라도 소형 평수가 많아 강남 아파트값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수도권에서 주거지로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인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됐다. 정부는 최근 당초 계획보다 가구 수를 늘려 3만가구 정도의 주택을 짓기로 했다. 분당 등 기존 5대 신도시나 김포·파주 등 앞으로 건설될 신도시보다 녹지율을 높여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 치열한 청약경쟁이 예상된다. 하지만 판교신도시 개발의 주된 동기인 서울 강남 집값 안정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양적인 주택공급량 확대 정책이기 때문에 강남 수요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9만명 거주할 쾌적한 주거지=신도시 규모는 2백81만7천평으로 변함이 없지만 건립 가구 수가 1만9천여가구에서 1만가구 늘어난다. 주택용지 89만7천평(31.9%)에 공동주택 2만6천4백가구, 단독주택 3천3백가구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공동주택 중 6천가구가 국민임대주택으로 공급되고 소형(전용면적 18평 이하) 9천5백가구, 중·소형(18∼25.7평) 1만1백가구, 중·대형(25.7∼40.8평) 5천8백가구, 대형(40.8평 이상) 1천가구 등이다. 이밖에 공공시설용지 1백67만2천평(59.3%), 상업업무용지 4만8천평(1.7%), 벤처업무용지 20만평(7.1%), 공원·녹지 98만3천평(34.9%), 도로 등 기타 공공시설 용지 68만9천평(24.4%)이다. 수용 인구도 5만9천명에서 8만9천명으로 3만명 늘어난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밀도가 다소 높아졌다. 당초 1백%로 계획됐던 용적률이 높아져 판교 서쪽 지역이 1백20%, 동쪽 지역(역세권 주변)은 1백50%다. 인구가 3만명 정도 늘면서 인구밀도는 ㏊당 96명.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용적률을 1백%로 할 경우 아파트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를 크게 웃돌 것으로 판단돼 상향조정했다”며 “그래도 분당의 평균 1백85%보다 낮은 수준이다”고 말했다. 인구밀도도 분당(1백98명)·김포(1백32명)·파주(1백56명)보다 훨씬 낮다는 설명이다. 풍부한 녹지공간이 조성된다. 산림과 녹지·물길 등을 보전해 녹지율(당초 30%)을 35%(분당 19%, 과천 14%)로 높인다. 생태도시로 만들기 위해 하수처리장 중수 활용, 5곳의 강수 저류지 건설, 쓰레기 수송관로 설치, 무공해 궤도버스와 노면전차 도입 등이 추진된다.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규모 벤처단지를 조성, 자족기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서울∼판교·분당∼용인·화성·평택을 연결하는 광역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어 판교신도시는 물론 성남과 수도권 남부지역의 자족성도 높이기로 했다. 2천개 이상의 벤처기업을 끌여들여 대규모 벤처단지를 조성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 산하기관을 유치하고 서울 기업체 본사가 이전하면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또 최소한 3개의 특목고와 특성화고, 디지털대학을 설립해 최고 수준의 교육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교통난 대책도 내놨다. 판교∼양재간 고속화도로와 신분당선(강남∼양재∼판교∼정자역) 전철, 판교∼분당간 도로(4㎞) 등을 계획대로 건설한다. 주택 건립가구 수가 1만가구 늘어남에 따라 판교∼헌능로간 탄천변도로(5.8㎞)를 신설하고 23번 도로를 확장(판교∼동천교 6㎞는 확정, 판교∼세곡 5㎞는 검토 중)키로 했다. 판교역에 1천대를 수용할 수 있는 환승센터를 짓고 판교역과 분당·수지 등을 도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서울 직행 광역버스도 도입하고 평일 버스전용차로제가 시행된다. 정부는 오늘 10월 말까지 개발계획을 확정하고 연내 토지 보상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2005년 상반기부터 아파트를 분양하고 입주는 2007년 말 또는 2008년 초부터 시작된다.

◆강남 집값 잡을 수 있을까=강남은 택지 부족 등으로 인해 주택 공급이 수요에 비해 크게 모자라는 실정이다. 판교 신도시는 이같은 상황에서 강남 대체 주거지로 개발되는 것. 그러나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강남 집값을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소 박사는 “강남은 20년, 분당은 10년 이상 걸려 현재의 주거 여건을 갖췄다”며 “신도시가 제대로 정착할 때까지는 강남 집값 상승 억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공급 내용에서 강남의 고급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강남의 중대형 평형 수요를 겨냥해 전용면적 25.7평 이상 평형 가구 수를 당초 4천1백가구에서 6천8백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전체 평형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5.2%에서 25.8%로 0.6%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전용면적 40.8평 이상이 1천가구에 불과하고 중소형 아파트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민 도시’로는 강남을 선호하는 고급주택 수요를 흡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대형평형의 고급 주택이 최근 강남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앙일보조인스랜에 따르면 20∼30평형대보다 40평형대 이상의 가격 상승률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주간 가격 상승률이 정부의 5·23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이후 처음으로 0.5%를 넘은 지난 8월15일 조사에서도 40평형대와 50평형대는 각각 0.47%, 0.59%를 나타냈다. 20평형대와 30평형대는 0.40%, 0.35%로 다소 낮았다. 서울 강남구 우진공인의 고재영 사장은 “강남의 고급주택지 이미지가 높아지며 고급주택 수요가 더욱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통장 가입해도 1순위 청약 가능=판교신도시 아파트 분양은 2005년 초 시범단지 2천여가구를 시작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분양가는 1천만원 선으로 예상된다. 중소형 중밀도아파트가 들어서는 동쪽 지역은 평당 9백만원, 중대형 저밀도 아파트가 입주하는 서쪽 지역은 평당 1천2백만∼1천3백만원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수도권 거주자는 지금 청약통장에 가입해도 2년 뒤인 2005년 8월 말부터 분양되는 물량에 1순위 자격으로 청약 가능하다. 수도권 거주자의 경우 25.7평 이하 민영 아파트에 청약하려면 2백만원, 그 이상은 평형에 따라 3백만∼5백만원을 청약예금에 예치해 둬야 한다. 아파트 2만6천4백가구 중 국민임대(6천가구) 1백%와 일반분양 물량 2만4백가구의 30%(6천1백20가구)는 성남시 거주자에 우선 공급되기 때문에 지역 거주자의 당첨 가능성이 높다.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된 2001년 12월26일 이전부터 아파트 분양 공고일까지 성남에 거주해야 지역 우선공급 혜택을 받기 때문에 지금 성남으로 이사해도 지역 우선 청약자격을 받지 못한다. 나머지 1만4천2백80가구가 성남을 제외한 수도권 거주자 등의 몫이다. 판교신도시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경우 분양물량의 절반이 우선 공급되는 청약 1순위 무주택 세대주가 유리하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세대원 중 한명이라도 분양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 5년 내에 아파트 분양 당첨 사실이 있으면 1순위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청약 평형을 정하고 개발계획을 꼼꼼히 따져 지금부터 청약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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