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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INSIDE] 파장 국회에 후원회 러시

[정치INSIDE] 파장 국회에 후원회 러시

한 의원의 후원행사에 참여한 유권자가 모금함에 후원금을 넣고 있다.
최근 여의도에선 국회의원의 후원회와 출판기념회가 성황이다. 휴일인 토·일요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국회의원회관 등에서 현역 의원의 후원회와 출판기념회가 열리고 있다. 2월에만 20여 차례가 개최됐고 3월까지 줄줄이 일정이 잡혀 있다. 16대 국회가 파장인 점을 감안하면 아무런 명분이 없는 후원회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임무가 사실상 끝났는데 무슨 후원을 받을 일이 있다고 사람을 불러모으고 돈을 달라느냐는 핀잔을 받기 딱 좋다. 더구나 여야가 합의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에는 후원회 행사 개최를 통한 정치후원금 모금이 전면 금지돼 있다. 후원금을 빙자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원들이 숱하게 쇠고랑을 차게 되자 아예 관련 조항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사문화된 것이나 다름없는 현행 정치자금법의 후원회 조항을 이용해 돈을 걷고 있으니 후안무치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같은 막차 후원회를 줄지어 열고 있는 목적은 뻔하다. 17대 총선 선거자금 마련을 위해서다. 실탄 비축용 후원회인 셈이다. 이처럼 후원회를 통해 모인 돈이 선거에 풀리면 경쟁자도 돈을 안 쓸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또 한번 돈 선거가 된다. 물론 뒤늦게 후원회를 여는 의원들만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른 의원들은 일찌감치 정기국회를 전후해서 후원회를 개최했고, 두둑이 자금들을 챙겼기 때문이다. 후원회나 출판기념회 러시가 비난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 행사가 합법을 가장한 사전선거운동이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후원회에 두 종류의 손님을 초대한다. 한 종류는 자신이 속한 상임위원회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정부기관이나 국영기업체 임직원, 그리고 재계인사들이다. 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물론 봉투다. 여권 실세쯤 되면 간단히 수억원대의 자금을 후원회 한번으로 조달할 수 있다. 또 다른 부류의 손님은 지역구 유권자다. 의원들이 감히 이들에게 후원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 음료수와 소주·맥주에 안주까지 실은 수십대의 관광버스를 지역구 구석구석에 세워놓고 조직원들을 동원해 마구잡이로 주민들을 실어 나른다. 이렇게 유권자들을 후원회장에 데려와서는 실컷 자기 자랑을 한다. 음식 대접을 해 가면서 왜 자신이 한번 더 국회의원을 해야 하는지 선전한다. 동원된 연사들도 침을 튀겨가면서 해당 의원을 홍보한다. 경쟁자도 없고 비판 의견도 없으니 효과는 만점이다. 돌아가는 길에도 향응은 계속된다. 후원회에 참석한 지역구민 1천여명에게 생선회 파티를 열어주고 한끼 식사값으로 1천6백만원을 쓴 뒤 선관위에 적발된 경우도 있다. 책을 펴낸 뒤 개최하는 출판기념회도 이름만 다를 뿐 실제 진행되는 상황은 후원회와 다르지 않다. 2월 중 열렸거나 3월까지 열릴 예정인 후원회 개최 의원의 정당별 숫자는 민주당 10명·열린우리당 7명·한나라당 4명·자민련 2명 등이라고 한다. 어느 당 할 것 없이 막판 후원회 러시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할 일도 간간이 벌어진다. 후원회를 열어 모금을 마친 다음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하는‘먹튀’(먹고 튀는) 의원들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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