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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당대표 릴레이 인터뷰②…새천년민주당 대표 조순형

[특별인터뷰]당대표 릴레이 인터뷰②…새천년민주당 대표 조순형

조순형 새천년민주당 대표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결과적으로 가난한 임차인, 열악한 중소기업 등 사회 취약계층에 전가되지 않도록 보완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조순형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별명은 ‘미스터 쓴소리’다. 상대가 대통령이든 동료 의원이든 상관없다. ‘아니다’ 싶으면 쓴소리를 해댄다. 그는 과거 이승만 정권 시절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선출됐다가 선거를 한달 앞두고 갑자기 사망한 유석(維石) 조병옥 박사의 아들이다. 사람들은 야성(野性) 강한 이들 부자를 두고 “피는 못 속인다”고 말한다. 조대표는 깨끗한 정치인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그의 쓴소리는 더욱 설득력 있다. 지난해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분석한 한국유권자운동연합에 의해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책심의·공정성·민주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우직하게 정도(正道)를 걷는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희생적인 선택도 과감히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거리가 있는 대구 출마를 택한 것은 고질적인 지역감정의 벽에 도전하려는 그의 고집스런 선택이었다. 이러한 장점들은 대부분 정치적인 면에서 발휘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조대표의 경제관은 지금까지 그다지 드러나 있지 않다.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덕목 중에 경제관을 빼놓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본지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추진한 당대표 릴레이 인터뷰는 국가 최고경영자(CEO) 후보자들의 경제 인식을 집중 조명한 기회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대표의 경제관을 들어보았다.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데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습니까?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19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더 좋은 조건에서 출발한 참여정부 하에서는 1년 만에 오히려 일자리가 4만개나 줄었습니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경제정책의 실패가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돼요. 민주당은 금년 예산에서 청년실업비를 1천7백억원 늘렸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업대책 재원만으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힘듭니다. 학교교육과 산업수요의 일치, 취업 눈높이의 조정, 정확한 인력수급 전망, 청년고용 인프라에 대한 투자 등이 필요하죠.”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어떤 대책이 있을까요. “유동성이 높은 외국인의 간접투자는 상당히 증가했지만 직접투자는 2002년 신고 기준으로 91억1백만 달러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64억6천7백만 달러로 28.9%나 줄어들었습니다. 대규모 투자가 줄고 중소 규모의 투자 건수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죠. 이라크전 등 대외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이웃 중국은 오히려 12%나 증가한 것을 볼 때 투자유치를 위한 우리의 환경과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의한 투자 인센티브 제공, 범정부 차원의 투자유치체제 구축, 투자유치 내국인에 대한 예우, 투자정보의 원활한 제공, 외국인투자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 외국인에 대한 경영·생활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령화 시대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매년 20만명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현재 1.17%인데다 평균수명까지 늘어나 2019년이 되면 인구의 14%가 고령인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가 차원에서 다각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노인복지 예산은 4천9백억원으로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민연금 재정을 장기적인 차원에서 적정하게 조정하고, 기초생활 보장과 경로연금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노인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경제공부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아시다시피 저는 법학도이며 국회 법사위에 소속돼 있습니다. 하지만 의정활동은 여기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모든 경제법안도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게 돼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경제제도와 현실을 접목시키는 노력을 해 왔습니다. 당과 개인 참모를 통해 경제현안을 보고받고 있으며 경제학 교수를 비롯한 경제 전문가들과도 부지런히 만나고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경제뉴스를 열심히 경청하고 틈나면 경제서적도 읽죠.”

국내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중국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한국의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제조업은 모두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임금상승 등 국내 환경 변화와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전략에 따라 우리 제조업이 해외로 대거 나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중국행이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탈공업화가 아닌 제조업 공동화로 급속히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제조업이 떠나 버려 국내 제조업 기반이 상실되고 물류·금융·사업 중심지도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는 ‘동북아 중심국가’가 아닌 ‘주변국가’로 전락할 것입니다.”

‘규제 때문에 기업 못 해먹겠다’는 말들이 많습니다. “정부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규제개혁위원회가 활동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지만, 기업은 여전히 불평하고 있습니다. 건축·환경·식품·금융 등 규제와 관련된 민원도 많습니다. 개발시대의 규제를 시대와 환경이 변했는데도 그대로 존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공익과 사회질서 확보를 위한 합리적인 사회적 규제는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규제는 네거티브 시스템에 의해 과감히 혁파해야 합니다.”

한국 경제는 앞으로 성장 해법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지금까지 저렴한 양질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습니다. 그동안 내외 경제여건이 급격히 변했기 때문에 앞으로 수십년 또는 수백년을 내다보며 성장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수출 주도형 성장전략은 앞으로도 계속 유효하겠지만 공산품 수출만이 아니라 외국인이 국내에서 돈을 많이 쓰게 하는 것,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것, 세계적 수준의 서비스·문화산업을 육성하는 것 등 다각적인 부가가치 창출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최근 읽은 경제경영서 가운데 기억나는 책이 있다면. “어려운 민생과 경제상황을 풀기 위한 거시적인 전망을 얻기 위해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2004 세계대전망」을 읽었습니다.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우리 수출도 증가하고 있으나 수출증가가 투자확대와 내수진작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경제적 원인이 있겠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치와 경제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큰 문제입니다. 또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관련 서적인 「파산법」(전병서, 법문사)이란 책도 읽고 있습니다.”

평소 경제 문제에 대해 자문을 받거나 상의하는 분으로 어떤 분들이 있습니까? “장성원 정책위의장을 통해 경제정책은 물론 사회·문화 부문까지 포괄적 정책자문을 받고 있습니다. 장재식 민생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위원장과는 중소기업 활성화, 민생안정에 관한 정책을 상의하고 있습니다. 전성철 정책특보는 세계 경제 동향과 국내 제도개선에 관해 많은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신용불량자가 급증해 사회 문제로 불거지면서 정부에서도 대책을 마련 중인데 어떻게 해결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신용불량 문제는 국민경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살인·자살·가정파탄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사태가 이같이 악화된 것은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데도 내수를 진작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카드사 신설을 과잉 허용하고 카드사들이 카드 발행을 경쟁적으로 남발한 데다가 현금서비스 한도 폐지 등 신용카드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지난 1월 초 한국금융연구원을 방문해 ‘3개월 이상 30만원 이상 연체’로 규정하고 있는 신용불량자 등록제도의 개선, 카드회사와 은행별 신용회복 지원 프로그램에 따른 대환대출 금리인하, 개인신용평가회사(CB)의 보다 용이한 개인신용정보의 수집 지원 등을 검토하도록 제안한 바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안정대책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으나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다 강남아파트 가격은 폭등을 거듭하자 부랴부랴 종합적인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토의 5% 수준인 도시용 토지를 지역 특성에 맞게 확대 공급하되 난개발을 방지하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부동산대책은 종합적인 경제 활성화 대책과 병행 시행해 부동자금을 흡수할 필요도 있어요. 사회간접자본을 균형 있게 확충하고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결과적으로 가난한 임차인, 열악한 중소기업 등 사회 취약계층에 전가되지 않도록 보완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정치와 관련돼 온 것이 지금까지 우리의 현실이었습니다. “정치는 최소한의 공정거래 풍토를 확립하되 경제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불필요한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경제 또한 정치 권력에 접근해 특혜를 보려는 생각과 행태를 과감히 버려야 할 것입니다. 요즘 정치자금 문제로 기업인이 사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어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혹시라도 정치권력이 사법처리나 이권을 빌미로 새로운 정경유착을 획책한다면 단호히 맞설 생각입니다.”

최근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는 등 금융회사에서 외국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금융자유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시각과 이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습니다만.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고 은행지분도 50%에 육박했으며, 상장 주요기업의 외국인 지분율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금융과 산업에서 외국자본의 긍정적 역할도 큽니다. 금융개방화 시대에 금융자유화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작용도 물론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열악해질 때 IMF 외환위기 같은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잖아요. 금융시장 자유화에 따라 금융감독체계가 고도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는. “보스톤 컨설팅사의 분석에 의하면 매년 8% 성장과 2% 환율 하락을 가정할 때 2010년이 돼야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 국민들의 합리적인 의식개혁과 함께 경제시스템의 선진화가 꼭 선결돼야 해요. 이공계 인력을 획기적으로 양성하고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은 물론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도 육성이 시급합니다. 2만 달러 시대를 여는 것 못지않게 사회계층의 ‘부익부 빈익빈’ 악순환을 끊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질적인 측면에서의 성장도 중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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