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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더 짧게… 책 한권 읽는데 5분…직장인들 인기 끄는 ‘다이제스트 비즈니스’

짧게, 더 짧게… 책 한권 읽는데 5분…직장인들 인기 끄는 ‘다이제스트 비즈니스’

일러스트 : 조경보
'아침 8시 30분 출근, 오전 9시 팀장급 회의, 오전 10시 임원회의, 오후 12시 점심 약속, 오후 2시 사무실 복귀, 오후 3시 그룹 연수원으로 출발, 오후 4시 신입사원 연수원 강의, 오후 7시 서울 복귀, 저녁 약속…’ 한 대기업 마케팅 담당 상무의 하루 일과표다. 마침표 없이 쉼표로 계속 이어지는 일정은 저녁이 돼서도 말줄임표로 마무리된다. 언제까지가 업무이고, 어디까지가 비즈니스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잠깐 잠깐 쉬는 시간은 각 일정들이 교차하는 10여분간의 자투리 시간. 하지만 어쩌다 회의가 늦어지기라도 하면 화장실만 들렀다가 다시 회의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이런 현상은 위로 올라갈수록 심해져 계열사 사장쯤 되면 여기에 외부 행사와 해외 출장이 빈번하게 끼어들고, 심심치 않게 언론과 인터뷰도 해야 한다. 이런 일정 속에서도 이들은 새로운 조류를 읽고,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에 대해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 후배들의 도전도 도전이지만 ‘윗분’들이 독서 경영이니, 토론 경영이니 하면서 수시로 이들의 정진(精進)을 점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빡빡한 일정에서 자기계발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만큼 회사 분위기가 너그럽지도 않다. 방법이 없을까? 이미 시장에서는 이런 사정을 간파하고 하나 둘씩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다이제스트(digest) 비즈니스’다. 원래 ‘음식물을 소화하다’는 뜻을 지닌 단어인 다이제스트는 문건이나 책의 ‘요약, 간추림’이란 뜻도 포함하고 있다. 음식물을 소화시키듯 어떤 책이나 문건의 내용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 간추려 주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인 다이제스트 비즈니스 제품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경영자들에게 제공하는 ‘SERICEO’(www.sericeo.org)다. 여기에는 경영자나 기업의 임원·중간간부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내용이 들어 있다. 최신 트렌드를 분석해 놓은 핫이슈 브리핑에서부터 경영 분야별 핵심전략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실전사례를 소개해 놓은 경영아카데미, 시장동향을 분석해 놓은 산업동향 분석, 이외에 CEO들이 읽어야 할 책이나 영화·골프 등 취미와 관련된 정보까지 빠짐없이 들어 있다. 흠이라면 1년에 120만원이라는 가입비가 만만치 않다는 점. 내용도 내용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전달방법이다. 이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컨설턴트는 “SERICEO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이라도 5∼6분 정도의 동영상으로 압축해 그 이슈의 핵심이나 그 책의 주제를 간략히 요약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SERICEO의 동영상 강의는 연구소의 연구원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각 전문 분야를 맡아 마치 CEO 한명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하듯 설명한다는 점이다. 이컨설턴트는 “처음에는 20분 정도로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바쁜 CEO나 임원들은 20분씩 자리에 앉아 강의를 볼 수 없다는 요구가 있어 5분 내외로 압축했다”며 “압축을 하기 때문에 내용은 더욱 핵심만 찌르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종만 아비코전자 사장은 “예전에는 어떤 궁금증이 있으면 일일이 직접 찾아 다녔어야 했는데 SERICEO가 전해주는 요약 내용은 그런 불편함이 없어서 좋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핫이슈·경영정보 5분이면 OK SERICEO는 단순히 경영 정보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남녀 문제·개봉 영화·최신 경영서적·골프 클리닉 등 CEO에게 필요한 전반적인 정보를 요약해 준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이미 회원이 4,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달 평균 200명 정도의 신규 회원이 생긴다는 것이 삼성경제연구소 측 설명이다. 회원 수만 아니라 하루 접속자가 전체 회원의 절반인 2,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만큼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회원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것. 경영자가 아닌 직장인을 위한 상품도 있다. 네오넷코리아(www.summary.co.kr)의 해외 경영서적 요약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한 해외서적 요약 서비스는 올해로 5년째를 맞고 있다. 매주 해외 경영서적 중 2권을 선정해 한글로 번역해 구독자에게 배달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영서적 요약 사이트인 ‘서머리’(summary)사가 선정한 책과 요약본을 한글로 번역하고 있다. 한국에 출판되지 않았거나 향후 출판될 유명 베스트셀러를 A4 크기의 용지 10매 내외로 요약해 제공한다. 장규성 네오넷코리아 대표는 “IMF 이후 구조조정이 일상화하면서 직장 내 개인의 경쟁력이 중요해졌고 개인의 자기계발 욕구가 커진 것이 이 사업을 하게 된 배경”이라며 “실제 주요 구독층이 기업체 부장 또는 임원급으로 회사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계층”이라고 설명했다. 부단히 자기계발을 해야 하고 경영·경제 트렌드를 따라 잡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핵심 내용만 요약 정리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1년 구독료는 8만원. 북코스모스(www.bookcosmos.com)의 서적 요약본 제공 서비스인 ‘국내외 북 다이제스트’도 비슷한 서비스다. 국내 신간 도서의 핵심 내용을 5% 내외로 요약한 콘텐츠를 제공해 바쁜 현대인들이 꼭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도록 도와준다. 대학 교수와 학술단체 회원들을 포함한 자체 전문 집필진이 국내 신간도서 중에서 도서를 선별하고 1주일에 10여권씩 신간도서의 요약 정보를 제공한다. 매월 50권씩 새로운 책 정보가 더해진다. 책 한 권의 요약정보는 A4용지 10장 내외 분량으로 20분이면 독파할 수 있다. 북코스모스의 최종욱 사장은 “일반 개인 회원뿐만 아니라 문화관광부·한국은행·포스코·삼성전자 등 국내 140여개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단체 회원으로 가입해 임직원 교육과 지식 인프라스트럭처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기업체 150곳과 개인회원 4만명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 정보나 책뿐만 아니라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서도 다이제스트 서비스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포털사이트 드림위즈는 지난 6월17일부터 인터넷상의 새로운 정보를 요약해 보여주는 ‘RSS 서비스’(rss.dreamwiz.com)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RSS는 ‘리얼리 심플 신디케이션’(Really Simple Syndication) 또는 ‘리치 사이트 서머리’(Rich Site Summary)의 약자로 뉴스·게시판 등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웹사이트 정보를 자동으로 가져와 이용자에게 보여주는 서비스다.

인터넷도 요약해 줘 RSS리더기를 개인 컴퓨터에 설치하면 RSS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의 컨텐츠를 웹이 아니라 자신의 RSS리더기에서 광고 없이 볼 수 있다. MS사의 아웃룩익스프레스 환경처럼 컨텐츠의 제목과 요약된 내용이 보이고, 관심 있는 내용일 경우 사용자가 클릭해서 해당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신문사 사이트와 블로그의 게시판은 RSS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털사이트로는 드림위즈가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 드림위즈의 허윤영 팀장은 “주로 기자나 증권사 직원, 바쁜 직장인 등 시간은 없고 인터넷 정보를 체크해야 되는 직종의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지식 사회로 가면서 지식과 정보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지만 넘쳐나는 정보와 바쁜 일정 때문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다이제스트 비즈니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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