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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전문직들 ‘일요 데이트’

다양한 전문직들 ‘일요 데이트’

KSC는 가족 ·건강 ·취미 ·이웃을 모두 챙길 수 있는 마라톤 커뮤니티다.매주 일요일 이들의 ‘행복한 달리기’는 지칠 줄 모른다.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앞 잔디밭은 아침 8시에도 한낮 같은 분위기다. 6월 12일 일요일, 내리쬐는 태양을 피하지 않고 잔디밭으로 모여든 용감한 가족들이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여있지만 일가친척들이 야유회를 나온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차림새가 예사롭지 않다. 제법 멋진 러닝복 ·러닝화에 선글라스를 쓰고 선크림까지 바른 손색없는 마라토너들이다. 일사불란하게 행과 열을 맞춘 이들은 “하나, 둘, 셋, 넷!” 구령에 맞춰 제법 숙련된 동작으로 스트레칭을 한 다음 몇 그룹으로 나뉘어 공원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KSC(코리아스포츠클럽)’로 불리는 이 모임은 가족동반 마라톤 동호회다. 현재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윤재승(42) 대웅제약 사장이 4년 전 몇몇 지인들과 ‘가족들 데리고 운동 좀 해보자’는 뜻을 모아 결성했다. 해마다 회원이 늘어 현재 모두 25가족으로 약 100명 정도가 활동 중이다. 이홍선 삼보컴퓨터 부회장 ·남승우 풀무원 사장 ·윤재훈 대웅상사 대표 ·장흥순 터보테크 대표 등 경영인들과 교수 ·연구원 ·검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그 가족들이 회원이다.

네 살배기 아이부터 환갑을 앞둔 나이 든 어른까지 한데 어우러져 마라톤을 즐긴다. 회장인 윤 사장은 “초기 회원들이 저마다 아는 사람들에게 권유하면서 대가족을 이뤘다”며 “모두가 서로 불편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함께 달리는 즐거움이 더하다”고 얘기한다. 일요일마다 어김없이 모이지만, 장소는 매주 바뀐다. 잠실 올림픽공원 ·상암 월드컵경기장 공원 등지는 물론이고 오르막 ·내리막 코스를 연습하기 위해 남산공원이나 산악코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가족동반 마라톤 모임이라고 KSC 회원들의 달리기 실력을 얕봐서는 안 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제대로 배워 실력을 갖춘 마라톤 마니아들이다. 대부분 국제관광 ·중앙일보 ·코리아오픈 등 하프코스 경기에 출전한 경험들이 있다. 하프코스를 완주하는 것은 기본이고, 풀코스 완주기록을 가진 실력파들도 여럿이다. 윤 사장을 비롯, 고범규 인트런트 사장 ·유승신 바이로매드 연구원 등은 하프코스를 1시간대에 주파하는 실력자들이다. 여성회원 가운데 최강자는 임춘수 삼성증권 상무의 부인 강윤주 씨로 풀코스를 4시간 안에 완주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풀무원 남 사장은 고교시절 이후 달리기를 거의 해보지 못했을 만큼 마라톤 초보자였지만, 모임에 들어와 괄목할 만한 실력을 쌓았다. 김영수 중앙대 교수는 암 투병 과정에서 모임에 들어와 마라톤으로 병을 완치한 성공 케이스다. 현재 김 교수는 국내에서 열리는 어지간한 풀코스 경기는 모두 참가해 완주하는 수준급 러너다.
하나같이 마라톤 초보자들이 모여 불과 몇 년 사이 이처럼 실력을 갖추게 된 데는 무엇보다 코칭 스태프의 역할과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세계적인 마라토너 황영조 선수를 초빙해 지도를 받았을 만큼 처음부터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현재 황 선수를 고문으로 체육대 출신의 여러 전문 코치들이 회원들의 달리기 전반을 지도하고 있다. 모임 때마다 수준에 따라 A ·B ·C조로 나뉘어 각각 6 ·8 ·10km를 달리고, 조마다 코치가 따라붙는다. 코치들은 개인별로 속도를 체크해 그래프를 만들어 개인 실력을 관리해 준다. 하프코스나 풀코스 출전을 앞둔 회원들은 특별관리 대상이다. 모임이 없는 평일에도 어떻게 개인적으로 연습해야 하는지를 전화와 e메일로 원격지도 해준다.

경기 일정이나 코스 정보를 꼼꼼히 챙겨 알려주기도 한다. 1시간 정도의 조별 주행을 마치고 다시 한자리에 모인 회원들은 코치의 구령에 따라 15분간 충분히 몸을 푼다. 그런 다음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둘러앉아 샌드위치 ·김밥 ·음료 등 식도락을 즐긴다. 땀을 식히며 도란도란 웃음꽃을 피우는 사이 일찍 시작한 일요일 오전이 다 가는 줄 모른다.

터보테크 장 사장은 “모임에서 사업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며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KSC에서는 마라톤 외에도 계절에 맞게 탁구 ·등산 ·승마 ·수영 ·하이킹 ·스케이트 ·인라인스케이트 ·스포츠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마라톤 초보자, 이것만은 꼭!
KSC 회원들을 지도하는 손근성 헤드코치는 “아무리 마라톤 초보자라도 6개월만 제대로 연습하면 하프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 과욕은 절대 금물!

‘인생은 마라톤’. 지나친 욕심이 인생을 망가뜨리듯 마라톤에서도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달리기 전에는 스트레칭으로 경직된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어야 한다. 특히 술 ·담배 ·스트레스 등으로 근지구력과 심폐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직장인들은 단계적으로 주행거리와 속도를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 의욕만 앞서다 몸이 따라주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거나 관절을 다치는 초보자들이 많다.

2. 자세가 중요하다

마라톤을 마치 100m 달리기쯤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속력을 낸다는 뜻이 아니라 뛰는 자세가 단거리형이란 얘기다. 초보자들은 처음부터 허리를 구부리고 뛸 준비를 한다. 고개를 숙이고 앞꿈치로 디뎌 추진력을 얻으려 한다. 마라톤은 장시간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고 피로가 쌓이는 종목이다. 따라서 상체를 펴 가슴 속을 최대한 확장해야 한다. 발 ·무릎 ·척추의 충격과 피로를 최소화하려면 항상 뒤꿈치로 디뎌야 한다. 그래야 스프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3. 끊임없이 관리하라

한 번 완주했다고 해서 다음에도 반드시 완주할 것으로 과신하는 초보자들이 많다. 경기 자체도 중요하지만 경기와 경기 사이에 꾸준한 자기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평소 체력 관리는 물론이고 경기 직후 지친 몸을 어떻게 풀어주고 회복시키느냐에 따라 다음 경기의 승패가 좌우된다. 산모가 산후조리를 잘해야 병치레를 안하는 것처럼 마라토너도 완주 후 몸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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