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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부금융사 자동차 임대 상품 오토리스 2차전… 오토리스 “법인 시장을 잡아라”

할부금융사 자동차 임대 상품 오토리스 2차전… 오토리스 “법인 시장을 잡아라”

삼성카드의 오토리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애경에서 이른 아침에 차량 출고를 준비하고 있다.
고소득자를 주로 상대하는 수입차 오토리스는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개인대상 오토리스 시장은 포화지만 법인 쪽은 이제 시작이다. 업계에서는 성장가능성이 높은 법인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매일 아침오토리스 사업 실적과 경쟁사 동향을 보고받는다. 내수 불황으로 소비가 줄어 자동차 할부판매 실적은 부진하지만 자동차를 빌려주는 금융상품인 오토리스 분야는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어 관심이 각별하다. 정사장이 요즘 특히 신경쓰는 것은 법인 고객이다. 현대캐피탈 영업팀 관계자는 “법인시장에 대한 영업을 특히 강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개인들은 지갑을 닫고 있지만 법인들은 오히려 비용 절감을 위해 회사용 차량을 구입하는 대신 빌려 쓸 것을 고려해 오토리스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8월 ‘플릿리스’라는 법인 전용 브랜드를 내놓았다. 정세종 삼성카드 오토리스팀장은 “수입차 위주인 개인 대상 오토리스 시장은 포화상태라서 법인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대상 오토리스만 제공하던 대우캐피탈은 이 같은 경쟁사들의 움직임에 따라 올해부터 법인 대상 오토리스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오토리스(auto lease·자동차 임대 할부금융)에 집중하고 있는 할부금융업계가 개인을 주로 공략하던 1차전을 마치고 법인시장을 놓고 2차전에 돌입했다. 오토리스는 자동차를 빌려 타고 매월 이용료를 내는 금융상품이다. 해마다 시장 규모가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률이 차츰 둔화하며 새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할부금융업체들의 모임인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오토리스 시장 규모는 지난 2000년 630억원, 2001년 1,622억원, 2002년 6,635억원, 2003년 1조844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2004년 시장 규모가 1조 8,000억원일 것으로 추정한다. 오토리스는 렌터카와 비슷한 자동차 임대 서비스다. 렌터카는 자동차 임대업이고, 오토리스는 할부금융사에 이용료를 매월 내고 차를 빌리는 금융상품인 것이 다르다. 렌터카는 영업용 차량이라 ‘허’ 번호판을 쓰고, 하루부터 수년에 걸친 장기 임대도 가능하다. 반면 오토리스는 개인용 차량으로 일반 번호판을 사용하고, 18개월 이상 장기 임대만 가능하다.

해외 금융업체도 진출 여신금융업체들이 자동차 리스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현대캐피탈이 처음으로 자동차 리스 상품을 내놓으며 시작됐다. 원래 할부금융업체들의 주요 사업 아이템은 주택·가전할부금융이었다. 그러나 주택할부금융은 은행권에, 가전할부금융은 신용카드업계에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마땅한 사업 아이템이 없어 고전하고 있었다. 장귀성 여신금융협회 할부금융팀장은 “조달금리가 문제였다. 우량한 할부금융업체도 은행권과 비교하면 조달금리가 2~3% 이상 높아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새롭게 눈을 돌린 것이 자동차 리스였다”고 설명했다. 할부금융업계가 고민 끝에 개발한 신규 사업 아이템이 바로 오토리스였던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개발한 대안이었지만 오토리스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기존 할부금융 고객들보다 오토리스 고객층의 경제력과 신용도가 높아 부실 우려가 적었기 때문이다.송승은 여신금융협회 리스신기술금융팀장은 “오토리스 고객들은 개인의 경우 주로 수입차를 이용하는 중산층 이상 전문직 고소득자들이고, 법인들은 국산차를 많이 이용하지만 아무래도 개인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이나 신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망 좋은 신규 아이템을 찾은 할부금융업체들은 일제히 오토리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캐피탈·삼성카드·대우캐피탈·스타리스·CNH캐피탈·산은캐피탈·한미캐피탈 등 어지간한 할부금융업체들은 모두 시행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같은 자동차업체 계열 할부금융사들은 계열사의 국산차와 수입차를 함께 취급한다. 자동차 관계사가 없는 할부금융사들은 수입차 위주로 사업을 한다. 오토리스 시장이 잘 된다는 소문에 외부에서 들어온 업체들도 여럿 있다. 하나은행은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코오롱캐피탈 지분의 14.5%를 인수하고 2대 주주로 위탁경영을 맡으며 지난해 9월 오토리스 시장에 진출했다. 렌터카 사업을 하는 아주그룹은 지난 9월 아주오토리스를 설립했다. 해외금융업체들도 최근 1~2년 사이 잇따라 진출했다. 현대캐피탈과 제휴한 GE캐피털, GM 합작사인 GMAC캐피탈, 일본계 오릭스오토리싱코리아, CNH캐피탈과 제휴한 일본 스미쇼오토리스 등이 있다.업계에 따르면 2004년 수입차 오토리스 시장은 약 7,000억원 규모였다. 전체 오토리스 시장의 40% 규모다. 국산차는 소수의 자동차업체 계열 할부금융사들만 취급한다. 따라서 자동차 관계사가 없는 할부금융업체들은 수입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많은 회사들이 오토리스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상품은 BMW·벤츠·렉서스 등 인기 있는 몇몇 수입차로 한정됐다.윤국일 대우캐피탈 과장은 “올해 수입차 신차 출시가 적어 차량 교체 수요가 함께 줄었다. 그래서 수입차 오토리스 시장이 더욱 힘들었다”고 말했다. 작은 시장에서 한정된 상품으로 사업을 하다보니 이 과정에서 출혈경쟁도 벌어졌다.

수입차에서 국산차로 확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작은 시장에 많은 회사들이 뛰어들다보니 소수의 고소득자 고객들을 유치하려고 덤핑 공세를 하는 회사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수입차 오토리스 운용금리가 2004년 초보다 3%쯤 하락했다”고 말했다.개인 대상 수입차 시장이 과열되자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법인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에 법인고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고객에 비해 적극적으로 영업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유는 법인이 주로 국산차를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개인이 주요 고객인 수입차 리스의 운용마진보다 국산차 리스 운용마진이 3%가량 낮아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것이다. 그러나 개인 대상 수입차 리스 시장에 경쟁이 격화되자 새로운 시장으로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법인시장이 부각되면서 할부금융업체들은 차량 유지·관리 서비스에 특히 신경쓰고 있다. 정세종 삼성카드 팀장은 “기업들이 차를 빌리는 것은 차량 아웃소싱을 통해 차량 관리와 정비 등에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 시간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법인 대상 오토리스는 유지·관리 서비스가 필수”라고 말했다. 개인고객도 유지·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는 있지만 그만큼 자동차 임대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별로 인기가 없다. 업계에서는 개인시장은 포화상태지만 법인시장은 이제 시작이라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현대캐피탈 영업팀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법인 등록 차량이 700만대인데 그중 오토리스 차량이 240만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법인 등록 차량 100만대 중에서 오토리스와 렌터카 등 장기 임대한 차량을 다 합해도 6~7만대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 개척의 여지가 많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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