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으로 추정되는 사내의 거시기에 고래를 잡은 흔적이 없으면 십중팔구 간첩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북한에는 포경수술을 하는 문화가 아예 없어 간첩을 비롯한 북한 남성들은 포경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럼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도 아직?

한국이 어처구니 없게 포경수술의 세계 최고 기록을 수립하고 있는 터에 북한 사내들이 모두 포경된 페니스를 달고 다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남과 북의 성문화가 얼마나 이질화됐는지를 어림짐작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남쪽은 초등학생까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는데, 북쪽에서는 그러한 사회적 문제가 없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사회의 성 풍속을 엿보는 한 가지 방법으로 2004년 4월 29일 개정된 북한 형법의 관련 조항을 살펴보기로 한다. 최근 한 일간지가 간추려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회 전반에 만연되고 있는 성 문란 행위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조항이 신설된 것으로 밝혀졌다.

먼저 형법 제6장 ‘사회주의 문화를 침해한 범죄’를 보면 신설된 제193조에서 퇴폐적이고 색정적이며 추잡한 내용을 담은 음악 ·춤 ·그림 ·도서 ·녹화물 따위를 다른 나라에서 들여왔거나 만들어 유포한 자는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이어서 제194조에서는 위와 같은 것을 여러 번 보았거나 들은 자는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하도록 했다. 말하자면 포르노와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노동단련형은 이번 헌법 개정에서 새로 추가된 형벌이다. 우리나라의 징역에 해당되는 형벌을 북한은 노동교화형이라 이른다. 이에 비해 노동단련형은 불량배 등을 선도하기 위해 각 시 ·군 단위 인민보안서(경찰)에서 시행해 오던 ‘노동단련대’를 법적 형벌 조치로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일정 장소에 합숙하면서 거리 청소 ·건설 노동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사회봉사 명령제도와 비슷한 것 같다.

제8장 ‘사회주의 공동생활 질서를 침해한 범죄’에는 매음 행위(261조) ·그룹섹스(262조) ·미성년 성교(295조)를 금지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제261조에는 매음 행위를 여러 번 한 자는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하며, 상습적으로 매음 행위를 했거나 매음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는 2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2004년 9월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우리나라의 성매매 특별법에 해당하는 조항이라 할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인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매춘을 하나의 사회제도로 규정하고, 경제조직이 변하면 매춘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이제 우리는 하나의 사회적 변혁을 향해서 전진하고 있으며, 일부일처제라는 이제까지의 경제적 기초는 그 보완물인 매춘과 마찬가지로 확실히 소멸될 것이다…일부일처제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아내에게만 강요된 것이다.

앞으로 도래할 사회변혁은 적어도 영구적 상속을 가능케 하는 생산수단 대부분을 사회적 소유로 전환함으로써 상속에 관한 모든 배려를 최소한으로 축소할 것이다…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 전환과 더불어 프롤레타리아도 역시 소멸할 것이며, 따라서 일정한 수의 여성들은 화폐 교환으로 자신의 육체를 제공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매춘은 소멸한다.”
엥겔스의 기대와는 달리 북한의 기차역이나 민가에서 매춘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제262조에 여러 남녀가 모여 음탕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그룹섹스 등 변태 성행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제295조는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원조교제를 단속하는 법이라고나 할까. 15세에 이르지 못한 미성인과 성교한 자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새 형법은 북쪽에도 남쪽처럼 인간이라는 동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북한 주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인터넷에서 포르노를 보면서도 붙잡혀 가지 않는 남한 사람들을 부러워하는지 여론조사라도 한 번 해봤으면 좋으련만.

(과학문화연구소장 ·국가과학기술자문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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