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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위기 해법 시급하다

대학의 위기 해법 시급하다

세계적인 기업을 갖는 것이 경제 발전을 위해 중요하듯이 실력있는 학생을 길러내는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산실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대학들은 생존과 불신의 위기에 처해 있다. 위기의 양상도 다양하다. 지난해 고교 등급제를 적용하여 물의를 빚은 일부 대학의 문제에 이어 서강대 입시 부정 사건, 그리고 서울대 미대 김민수 전 교수의 복직 판결과 관련한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그밖에도 교육부 감사 결과 확인된 세종대 재단 비리는 사학 비리 중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이러한 대학의 위기상황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이 아니다. 대학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재단과 구성원인 교수에 의하여 누적된 문제가 하나둘씩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히 지방 소재 대학은 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해 입시철이 지났어도 추가 학생 모집 공고를 내고 있으며,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많은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고교 등급제 적용은 우수 학생을 입도선매하듯이 쟁탈하려는 대학간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는 무관심하고 우수 학생을 먼저 선점하여 다른 대학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대학간 소모적 경쟁이 빚은 결과다. 대학이 우수 학생을 선발하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수시 입학의 제도적 목표를 달성할 만한 고교 내신 성적의 공정성도, 이 제도를 관리하는 대학의 도덕성도 부족하며 수시 입학생 선정의 기준도 성적 위주로 편향되어 있다는 점이다.



수시 입학의 장점은 고교 내신을 중시하여 공교육을 강화하고, 학생의 다양한 학교생활 측면을 평가하여 선발하는데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하여 내신성적 조작이 이루어지고, 3학년 고교 교실은 1학기부터 수시 입학 합격자와 실패자로 나뉘게 된다. 또한 수시 입학의 절차상 허점은 고교 등급제 적용과 서강대 입시 부정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이처럼 문제점은 상호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성과 도덕성의 위기일 것이다. 서울대 미대 김민수 전 교수의 복직 판결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표를 제출한 미대 교수들, 서울대 인사위원회의 복직 부결 결정을 보면 대학 사회가 얼마나 반지성적인 모습을 내면에 감추고 있는지 드러난다.



감정이 살아있는 인간 사회이니까 만일 사람이 미워서 함께 근무하기를 기피한다면 이러한 동료 교수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는 바도 아니다. 그리고 최초 채용 때 이러한 판단을 하였다면 더욱 좋았을 터다. 그러나 상황은 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변했고, 서울대는 법원의 판결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이 그나마 지식인다운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본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학들의 노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하에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학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교수들의 사고가 피상적이고 문제의 핵심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현재 거의 모든 대학들은 대학을 선전하기 위하여 홍보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기관을 통하여 대학내 시시콜콜한 소식까지 언론에 제공하고, 언론에 등장하기 위해 별 내용도 없는 온갖 협약들을 대학간에 맺고 이것이 보도되도록 언론사에 협조를 요청한다. 마치 이러한 활동이 자신의 대학을 질적으로 고양시키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지나 않은지 의문이다.



총장 선출 방법 역시 대학 위기의 원천이다. 대부분 선거로 선출되는 총장들은 표를 얻기 위한 여러가지 선거공약을 내걸고, 당선되면 선거참모들을 대학의 주요 보직자로 임명한다. 하다 못해 하위 보직이라도 자신과 인연이 있는 교수를 임명하는 것이 정치판과 똑같다. 그러나 이 문제도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립대학의 경우 직선제는 총장을 선임하는 권한을 가진 법인이사회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이처럼 문제점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얄팍한 언론 홍보나 이벤트성 행사 주최를 대학 발전인 것처럼 생각하고 자기 만족을 얻는 것은 우리 대학들의 반지성적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예다.

결국 제도적 개혁과 교수 사회의 지성적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는 한 우리 대학의 위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연세대 법대 학장·for NW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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