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내 부부가 되다
Legal at Last
30여 년의 세월과 무수한 불륜의 만남들, 그리고 두 번의 이혼이 필요했다. 어쩌면 예보된 비가 내리지 않도록 한 하늘의 배려까지 필요했는지 모른다. 지난주 청명한 날씨 속에서 영국의 찰스(56) 왕세자가 자신이 늘 사랑해왔다고 말한 여인 카밀라 파커 볼스(57)와 결혼했다. 잔치는 여왕이 빌려준 롤스로이스를 타고 그들이 윈저 시민회관(길드홀)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찰스는 긴장한 듯했지만 카밀라는 행복하고 느긋해 보였다.
간략한 세속 혼례(영국 성공회 규칙에서 이혼 경력이 있는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재혼 방식이다)가 끝난 후 카밀라의 신분은 정부(情婦)에서 콘월 공작부인으로 변했다. 영국 왕실에서 두 번째로 높은 여성의 지위로서, 그녀보다 높은 여성은 여왕뿐이다. 식이 끝난 후 이들 신혼부부는 길 건너의 윈저성에서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고 캔터베리 대주교의 축복을 받은 후 부부의 신의를 지키겠다고 맹세했다. 여왕이 주최한 피로연에서 8백 명의 하객들은 새 커플을 위해 축배를 들었고 두 사람은 스코틀랜드로 밀월여행을 떠났다.
이날 결혼식은 조용히 치러질 예정이었다.
1981년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찰스와 다이애나의 성대한 결혼식과는 대조적이었다. 불과 2만 명 정도의 시민들만이 윈저 거리에 늘어서 갈채를 보냈다. 왕족의 공식 행사라기보다는 가족 차원의 결혼식과 비슷했다. 결혼식을 지켜본 많은 이들은 스캔들이 끝나서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윈저성 인근의 리젝트 차이나 숍에서 일하는 에마 호어는 “두 사람이 좀 더 일찍 결합하지 못한 것은 불행이었다. 카밀라는 정말로 찰스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약혼 직후부터 재혼식이 성사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찰스와 카밀라는 애당초 윈저성에서 혼례를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성공회 규칙상 윈저성에서는 혼례를 올릴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그 계획은 취소됐다. 그래서 식장이 평민적 장소인 시민회관으로 변경됐다. 그런 상황에서 여왕이 그 세속 혼례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공식적인 불참 이유는 결혼식을 ‘조용히’ 치르고 싶다는 당사자들의 뜻을 존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왕이 그들의 결합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예상하지 못한 사태마저 벌어졌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이 그들의 결혼식과 같은 날로 예정된 것이다. 찰스는 혼례를 24시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보안 비용은 물론 심술궂은 언론 보도도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주 토요일(9일) 그 모든 것은 잊혀졌다. 카밀라의 한 친구는 그녀가 찰스를 얻은 것은 연인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며, 심지어 진정한 어머니 역할까지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밀라는 그에게 헌신적이며, 다이애나와 달리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피한다. 그리고 거의 모든 일에서 찰스에게 양보한다. 마치 여왕이 거의 모든 왕실 업무에서 필립공에게 양보하는 식이다. 찰스와 다이애나는 공통점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찰스와 카밀라는 많은 면에서 취향이 같다. 두 사람은 원예·여우사냥처럼 영국인들이 “전원 취미”라 부르는 것들을 특히 즐겼다.
그들의 네 자녀는 결혼식 후 합쳐진 새 가족으로 시민회관 계단에 함께 섰다. 찰스는 카밀라의 아들 톰(30)의 대부이며, 그녀의 딸 로라(25)와도 잘 어울린다. 최근에는 톰과 로라를 위해 각각 180만 달러 규모의 신탁기금을 만들기도 했다. 카밀라는 윌리엄(22)과 해리(20)의 마음을 사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했다. 친구들은 윌리엄과 해리가 그들의 결혼에 동의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윌리엄과 해리가 카밀라를 생모 다이애나의 자리를 대신할 인물로 본 것은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다이애나를 그리워하면서 그녀에 관한 좋은 추억들만 간직하려 애쓴다. 그들은 다이애나의 사진을 자신들의 침실에 걸어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밀라로선 이번 결혼식이 오랫동안 힘들었던 여정의 끝이었다. 90년대 초 그녀는 왕실의 신데렐라 전설을 산산이 깨버린 여성으로 경멸의 대상이었다. 진실 여부를 떠나 카밀라에 관한 부정적인 얘기들이 너무도 많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 자체가 일종의 전설이 됐다.
예컨대 그녀는 온 집안에 더러운 옷들을 내팽개쳐두는 지저분한 사람이고, 승마 후 목욕도 하지 않은 채 무도회복으로 갈아입는 냄새나는 사람이며, 얼굴도 못생겼다는 식이다. 다이애나는 그녀를 암말의 얼굴에 종마의 엉덩이를 가진 여자로 묘사했다고 한다(그런 묘사 덕분에 이번 결혼식 기념품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에는, 찰스가 백마 모양의 카밀라를 행복한 표정으로 타고 있는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도 있다).
두 사람의 이혼 후(카밀라는 1995년 앤드루 파커 볼스와, 찰스는 1년 뒤 다이애나와 이혼했다) 찰스의 홍보 전문가는 카밀라의 대중적 이미지를 재창조하는 일에 참여했다. 1997년 카밀라는 어머니 로살린드가 골다공증으로 사망한 후 영국 골다공증협회의 후원자가 됐다. 그해 7월 찰스는 자신의 하이그로브 별장에서 카밀라의 50회 생일 파티를 열었다. 그러나 몇 주 후 다이애나가 사망하면서 카밀라의 이미지 홍보 작업은 한동안 중단됐다. 이들 커플이 그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장소에 나타난 것은 1999년 카밀라의 동생 애나벨 엘리엇의 50회 생일 파티에서였다.
카밀라는 왕자님을 얻었지만 대다수 영국인들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다. 다수는 여전히 그 결혼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압도적 다수의 태도는 무관심이다. 다이애나 결혼식 때는 상점들에 결혼 기념품들이 넘쳐났지만, 이번에는 윈저성 인근 상점들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 상점에서 기념품들이 팔리는 주된 이유는 혼인 날짜가 잘못 인쇄된 품목들이 언젠가 더 값이 나갈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그 오랜 세월 수많은 스캔들에 시달려온 찰스와 카밀라에게는 국민들의 무관심이 진정한 축복일 수도 있다.
With GINANNE BROWNELL in London
30여 년의 세월과 무수한 불륜의 만남들, 그리고 두 번의 이혼이 필요했다. 어쩌면 예보된 비가 내리지 않도록 한 하늘의 배려까지 필요했는지 모른다. 지난주 청명한 날씨 속에서 영국의 찰스(56) 왕세자가 자신이 늘 사랑해왔다고 말한 여인 카밀라 파커 볼스(57)와 결혼했다. 잔치는 여왕이 빌려준 롤스로이스를 타고 그들이 윈저 시민회관(길드홀)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찰스는 긴장한 듯했지만 카밀라는 행복하고 느긋해 보였다.
간략한 세속 혼례(영국 성공회 규칙에서 이혼 경력이 있는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재혼 방식이다)가 끝난 후 카밀라의 신분은 정부(情婦)에서 콘월 공작부인으로 변했다. 영국 왕실에서 두 번째로 높은 여성의 지위로서, 그녀보다 높은 여성은 여왕뿐이다. 식이 끝난 후 이들 신혼부부는 길 건너의 윈저성에서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고 캔터베리 대주교의 축복을 받은 후 부부의 신의를 지키겠다고 맹세했다. 여왕이 주최한 피로연에서 8백 명의 하객들은 새 커플을 위해 축배를 들었고 두 사람은 스코틀랜드로 밀월여행을 떠났다.
이날 결혼식은 조용히 치러질 예정이었다.
1981년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찰스와 다이애나의 성대한 결혼식과는 대조적이었다. 불과 2만 명 정도의 시민들만이 윈저 거리에 늘어서 갈채를 보냈다. 왕족의 공식 행사라기보다는 가족 차원의 결혼식과 비슷했다. 결혼식을 지켜본 많은 이들은 스캔들이 끝나서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윈저성 인근의 리젝트 차이나 숍에서 일하는 에마 호어는 “두 사람이 좀 더 일찍 결합하지 못한 것은 불행이었다. 카밀라는 정말로 찰스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약혼 직후부터 재혼식이 성사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찰스와 카밀라는 애당초 윈저성에서 혼례를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성공회 규칙상 윈저성에서는 혼례를 올릴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그 계획은 취소됐다. 그래서 식장이 평민적 장소인 시민회관으로 변경됐다. 그런 상황에서 여왕이 그 세속 혼례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공식적인 불참 이유는 결혼식을 ‘조용히’ 치르고 싶다는 당사자들의 뜻을 존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왕이 그들의 결합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예상하지 못한 사태마저 벌어졌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이 그들의 결혼식과 같은 날로 예정된 것이다. 찰스는 혼례를 24시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보안 비용은 물론 심술궂은 언론 보도도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주 토요일(9일) 그 모든 것은 잊혀졌다. 카밀라의 한 친구는 그녀가 찰스를 얻은 것은 연인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며, 심지어 진정한 어머니 역할까지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밀라는 그에게 헌신적이며, 다이애나와 달리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피한다. 그리고 거의 모든 일에서 찰스에게 양보한다. 마치 여왕이 거의 모든 왕실 업무에서 필립공에게 양보하는 식이다. 찰스와 다이애나는 공통점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찰스와 카밀라는 많은 면에서 취향이 같다. 두 사람은 원예·여우사냥처럼 영국인들이 “전원 취미”라 부르는 것들을 특히 즐겼다.
그들의 네 자녀는 결혼식 후 합쳐진 새 가족으로 시민회관 계단에 함께 섰다. 찰스는 카밀라의 아들 톰(30)의 대부이며, 그녀의 딸 로라(25)와도 잘 어울린다. 최근에는 톰과 로라를 위해 각각 180만 달러 규모의 신탁기금을 만들기도 했다. 카밀라는 윌리엄(22)과 해리(20)의 마음을 사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했다. 친구들은 윌리엄과 해리가 그들의 결혼에 동의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윌리엄과 해리가 카밀라를 생모 다이애나의 자리를 대신할 인물로 본 것은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다이애나를 그리워하면서 그녀에 관한 좋은 추억들만 간직하려 애쓴다. 그들은 다이애나의 사진을 자신들의 침실에 걸어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밀라로선 이번 결혼식이 오랫동안 힘들었던 여정의 끝이었다. 90년대 초 그녀는 왕실의 신데렐라 전설을 산산이 깨버린 여성으로 경멸의 대상이었다. 진실 여부를 떠나 카밀라에 관한 부정적인 얘기들이 너무도 많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 자체가 일종의 전설이 됐다.
예컨대 그녀는 온 집안에 더러운 옷들을 내팽개쳐두는 지저분한 사람이고, 승마 후 목욕도 하지 않은 채 무도회복으로 갈아입는 냄새나는 사람이며, 얼굴도 못생겼다는 식이다. 다이애나는 그녀를 암말의 얼굴에 종마의 엉덩이를 가진 여자로 묘사했다고 한다(그런 묘사 덕분에 이번 결혼식 기념품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에는, 찰스가 백마 모양의 카밀라를 행복한 표정으로 타고 있는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도 있다).
두 사람의 이혼 후(카밀라는 1995년 앤드루 파커 볼스와, 찰스는 1년 뒤 다이애나와 이혼했다) 찰스의 홍보 전문가는 카밀라의 대중적 이미지를 재창조하는 일에 참여했다. 1997년 카밀라는 어머니 로살린드가 골다공증으로 사망한 후 영국 골다공증협회의 후원자가 됐다. 그해 7월 찰스는 자신의 하이그로브 별장에서 카밀라의 50회 생일 파티를 열었다. 그러나 몇 주 후 다이애나가 사망하면서 카밀라의 이미지 홍보 작업은 한동안 중단됐다. 이들 커플이 그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장소에 나타난 것은 1999년 카밀라의 동생 애나벨 엘리엇의 50회 생일 파티에서였다.
카밀라는 왕자님을 얻었지만 대다수 영국인들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다. 다수는 여전히 그 결혼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압도적 다수의 태도는 무관심이다. 다이애나 결혼식 때는 상점들에 결혼 기념품들이 넘쳐났지만, 이번에는 윈저성 인근 상점들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 상점에서 기념품들이 팔리는 주된 이유는 혼인 날짜가 잘못 인쇄된 품목들이 언젠가 더 값이 나갈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그 오랜 세월 수많은 스캔들에 시달려온 찰스와 카밀라에게는 국민들의 무관심이 진정한 축복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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