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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판교 단독주택 단지 유망…판교에 베벌리힐스 탄생할까?

서판교 단독주택 단지 유망…판교에 베벌리힐스 탄생할까?

판교 서쪽은 전원주택 단지로 꾸며진다. 사진은 판교인근 용인의 고급 주택단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부촌 베벌리힐스. 이곳에는 대부분 단독주택이 들어 서 있다. 언덕으로 올라갈수록 조망이 좋아 집값이 비싸다. 우리 돈으로 수백억원이 넘는 저택이 즐비하다. 길 하나를 사이로 마주한 LA시의 집과는 가격이 하늘과 땅 차이다. 부자들이 이곳에 몰리는 까닭은 뭘까. 물론 살기 좋아서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유는 커뮤니티와 동류의식, 그리고 치안이다. 미국의 내로라 하는 영화배우·모델·스포츠 스타와 기업가들이 이곳에 산다. 베버리힐스는 세계 최고의 치안을 자랑한다. 이곳 사람들은 부자 동네의 권리를 향유하는 만큼 많은 세금을 낸다. 우리나라에도 베벌리힐스가 탄생할 것 같다. 판교 신도시의 블록형 단독주택 단지다. 베벌리힐스처럼 화려한 명성을 얻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부자 마을을 이룰 만한 요건을 여럿 갖췄다.

판교 신도시의 역발상 투자 ‘한국판 베벌리힐스’를 얘기하려면 판교 신도시의 입지부터 꺼내야 한다. 올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판교 얘기로 시작해 판교 얘기로 끝날 것 같다. 그만큼 판교 신도시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크다. 청약통장 가입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판교 아파트를 지었다 허물었다, 하면서 판교 입성을 꿈꾼다. 하지만 판교로 가는 길은 험하다. 아파트의 경우 11월에 1만6157가구를 한꺼번에 분양하기로 해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당첨 기회는 더 줄어들었다. 여기서 역발상을 해보자. 아파트만 보지 말고 단독주택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이다. 시장의 관심은 아파트에만 쏠리고 있지만 정작 신도시 완공 후 부자 마을은 단독주택 단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판교 신도시는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동쪽은 밀도가 높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분당 신도시 야탑동과 가까운 곳이다. 용인 동천동과 이웃한 서쪽은 전원형 주택단지로 꾸며진다. 판교에는 2만6804가구의 집이 들어선다. 아파트·연립주택·주상복합 등 공동주택이 2만4191가구이고, 나머지 2613가구는 단독주택이다. 이들 단독주택은 서판교 북쪽에 있는 녹지 주변과 경부고속도로 인근에 전체 물량의 70~80%가 배치된다. 특히 16필지, 8만5000여 평에 이르는 블록형 단독주택 용지는 자연지형이나 나무를 최대한 살려 개발된다. 단독주택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주어진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물량이 적다는 게 흠이다. 부동산개발업체 로쿠스 서효진 사장은 “서판교에 들어설 단독주택 단지는 한국판 베벌리힐스로서 입주 후에는 부르는 게 값이 될 것”이라고 봤다. 분양방식은 공개 경쟁입찰이다. 블록형 단독주택 용지는 적정 규모의 블록을 하나의 개발단위로 공급한다. 아파트처럼 체계를 갖춰 조성함으로써 고급 주택단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다. 투자자들은 자연 지형·입지 여건·선호도 등에 따라 단독주택, 단독형 집합주택, 3층 이하의 공동주택을 골라 집을 지을 수 있다. 일반 단독주택은 대부분 판교에 가옥이나 땅을 갖고 있는 원주민들에게 이주자 택지나 협의양도인 택지 형태로 배정된다. 일반에 분양되는 일반 단독주택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판교에 사는 원주민이 많아 다른 택지지구와 달리 일반에 분양되는 용지가 없는 것이다. 일반인은 원주민의 ‘딱지’(이주자용 택지와 협의양도인 택지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웃돈을 주고 사는 수밖에 없다. 딱지는 분양계약 체결 후부터 소유권 이전등기 전에 한 차례 전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딱지 값이 치솟고 있다. 60∼100평 단위로 거래되는 원주민용 택지는 판교 분양가 논란이 일면서 오름폭이 커졌다. 한 중개업자는 “80평 기준으로 8평의 상가 딱지가 포함된 딱지의 웃돈이 4억7000만∼5억원을 호가한다”고 귀띔했다.

주변 지역에도 눈길을 분양계약 전에 원주민들로부터 딱지를 사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이주자용 택지 등은 위치 추첨을 한 뒤에 팔아야 정상적인 거래다. 그것도 1회에 한해서다. 따라서 지금처럼 딱지 형태로 미등기된 상태에서 거래되는 것은 불법이다. 가끔 이중매매된 딱지나 분양권리가 없는 물딱지를 사서 피해를 보는 일도 있다. 원주민이 어느 위치의 땅을 받을지를 결정하는 것이 위치 추첨이다. 택지를 공급하는 토지공사·주택공사·성남시·경기도 4곳에서 한다. 토공 관계자는 “필지당 80평씩 공급할 방침이며 택지 공급가는 조성원가의 80% 수준에서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판교 단독주택 단지의 물량이 적기 때문에 주변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판교에 한국판 베벌리힐스가 조성되면 주변 지역도 전원주택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판교 근처 임야나 논밭을 사서 전원주택으로 개발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 성남시 대장동·석운동·백현동·동원동 일대를 눈여겨볼 만하다. 판교 나들목~세종연구소~시흥 네거리 도로변은 고급 주택촌으로 바뀌고 있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판교 베벌리힐스 입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이곳을 대체 투자처로 삼고 있다. 그러다 2003년 말 판교 신도시 계획의 윤곽이 드러나자 개발 바람이 불어닥쳤다. 시흥동 포스힐은 대지 200~270평의 단독주택 24가구인데, 분양가만 20억~25억원이다. 세종연구소 옆에는 한 채에 40억~50억원 하는 단독주택 21가구가 곧 들어선다. 대지 300평, 건평 80~100평으로 수영장이 있고 지하에는 와인 바가 갖춰진다. 성남시 대장동 남서울골프클럽 안에는 전원주택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필지당 규모는 200∼500평이며 150여 가구가 들어선다. 궁내동 톨게이트 근처의 분당 금곡동 광교산 자락에도 전원주택 단지가 펼쳐진다. 고기리 계곡으로 들어가는 동원동에도 전원주택 공사가 한창이다. 도로공사 주변 동판교 근처도 전원주택 단지로 떠오른다. 필지당 200평 안팎의 10∼20여 가구 단지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판교 신도시 착공이 다가오면서 주변의 전원주택 용지 값은 오름세다. 분당이나 판교 옆은 평당 400만∼500만원을 넘는다. 땅값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고기리 계곡의 동원동 일대 전원주택 부지도 평당 300만원을 부른다. 판교 신도시 남서쪽에 유럽형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성남시는 분당구 대장동 일대 30만 평을 저밀도 전원주택 단지로 개발하는 내용의 2020년 성남 도시기본계획안을 확정해 지난해 12월 건설교통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대장동 일대를 도시계획에 포함해 체계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성남시는 올 상반기 중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승인이 나면 세부계획을 세우고, 부지를 일반인에게 분양할 예정이다. 다만 건교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과정에서 규모가 축소되거나 보류될 수도 있다. 대장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판교 단독주택 단지에 버금가는 단지가 조성될 것이기 때문에 서울 강남과 분당의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임대아파트 많은 것은 흠 판교 신도시의 단독주택 단지에도 흠은 있다. 한국판 베벌리힐스로 자리 잡으려면 부유층이 모여야 하는데, 판교의 주택 구성을 볼 때 한계를 보이는 요인이 있다. 우선 단독주택 단지와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신도시 전체로 볼 때 임대아파트가 많은 편이다. 임대아파트와 33평형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를 합치면 전체의 70%가 넘는다. 이런 점은 부촌의 이미지를 깎아내릴 수 있다. 단독주택 단지가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동서로 나뉘어 조성되는 것도 옥에 티다. 특히 동판교의 단독주택은 규모가 작고, 분당의 아파트 단지와 가깝다는 점에서 쾌적한 주거단지로서 장점을 떨어뜨릴 여지도 있다. 판교 신도시 주변으로 눈을 돌리면 선택의 폭은 넓지만 걸림돌은 있다. 자연녹지나 보존녹지로 묶여 개발이 쉽지 않다. 매물로 나오는 땅도 500~1000평 이상이어서 개인이 집 짓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흠은 판교의 전체적인 장점으로 가려지고도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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