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ch&You…돈도 아니면서 돈인 척하는 것들
인터넷 혁명의 사생아일 수도 있는 사이버머니. 대한민국은 사이버머니로 라면을 사 먹는 첫 번째 나라가 될 수도 있다. 교수님, 도토리 주세요!” 프로그래밍 언어 수업 시간에 앞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던 여학생의 입에서 갑자기 나온 소리였다. 수업시간에 뜬금 없이 나온 소리에 당연히 학생들은 폭소를 터뜨렸지만 ‘싸이질(?)’에 몰두해 있던 그 여학생에게는 도토리를 선물하는 내가 너무 친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지난해부터 재미를 붙인 싸이질을 하다 방문객을 늘릴 요량으로 시작한 도토리 선물 작전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주위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이들은 사이버머니를 사귀고 싶어하는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작업용(?)으로 사용한다고도 한다. 사실 1만원짜리 용돈보다 5000원 상당의 도토리를 선물받는 것을 더 좋아하는 어린이가 상당수 있다고 하니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다. 사이버머니는 통신망을 통해서만 통용되는 실체 없는 화폐다. 하지만 기능은 이미 돈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단순히 가상공간에서 사용되는 테크놀로지의 산물이 아니라 진짜 ‘돈’이 돼 가고 있다는 얘기다. 사이버머니가 해커들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해커들은 불법적으로 사이버머니를 발행해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시키기도 하고, 심지어 현금화하는 경로를 통해 사이버머니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앞으로 인터넷 사용도가 증가하고, 사이버머니가 더욱 활성화되면 해커로부터 사이버머니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또 현행법에서 배당의 현금화가 불법 행위로 지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온라인 경마장에서는 사이버머니를 현금화해 주는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카지노를 끝내고 나오면 영업장 앞에서 돈으로 교환해 주는 이른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방법도 있고, 좀 더 대담하게 직접 현금으로 사이버머니를 교환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머니를 현금과 교환하는 산발적인 사건들이 조직적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사이버머니의 매매를 계속 금지할 수 있는가’다. 혹은 금지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어쩌면 현금과 연계되는 사이버머니의 추세는 막을 수 없는 대세일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사이버머니는 시장에 의해 사회가 인정하는 또 하나의 구매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사이버머니의 영향력이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뛰어 넘고 있다면 사이버머니의 유통 구조 개선은 더 이상 미뤄 놓을 수 없는 중요한 논제다. 사이버머니는 이제 더 이상 예전에 딱지치기나 구슬치기를 하던 때의 장난감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사이버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매체가 되기 때문이다. “돈도 아닌 것들이 돈인 척한다”고 나무라는 사이 당신의 자녀가 세뱃돈으로 사이버머니를 달라고 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사이버머니를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의 범위가 넓어지고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실제 돈의 기능과 역할이 사이버머니로 옮겨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자. 인터넷 혁명의 사생아일 수도 있는 사이버머니의 위력은 더 없이 강력해질 것이고 사이버머니로 라면을 사 먹는 첫 번째 나라가 대한민국이 될 수도 있다는 신선한 상상을 하며 인터넷의 창을 연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3%룰까지 더했다…더 세진 상법 개정안, 빠르면 이번주 입법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힘들어” 김보라, 이혼 후 근황..결국 떠났다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李 대통령, 정무·홍보·민정 수석 임명… “국민통합과 소통 중심”(상보)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새정부 출범에 불확실성 해소…대체투자 탄력 붙는다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진단 전성시대]①체외진단 대표 분자진단, 액체생검으로 ‘날개’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