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도취주의의 명암
Of Criminals And CEOs
브라이언 블랙웰은 잠시나마 사람들을 멋지게 속여넘긴 듯했다. 여자 친구는 리버풀 출신의 응석받이인 블랙웰이 프로 테니스 선수이며, 나이키와 12만5000달러짜리 계약을 맺어 호화로운 생활이 가능하다는 말을 믿었다. 블랙웰은 그녀를 개인비서로 고용해 9만 달러짜리 수표를 끊어줬다. 1만6000달러짜리 차도 사줬고, 2만2500달러어치의 항공권을 구입해 같이 뉴욕·마이애미·바베이도스·샌프란시스코를 여행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블랙웰은 여자 친구집에서 여름을 보냈다. 어느 날 경찰이 그녀의 집 문을 두드렸다. 블랙웰의 모든 삶이 거짓이었다. 그는 부모가 교육비로 마련해둔 신탁 자산에서 1만6000달러를 훔쳤고, 아버지 신용카드로 한도까지 흥청망청 써댔다. 9만 달러짜리 수표는 부도처리돼 돌아왔다(통장에는 16센트만 달랑 남았다). 나이키와의 계약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지난 6월 블랙웰은 갈고리 망치와 부엌칼로 부모를 살해한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블랙웰과 검찰 측 양쪽의 정신과 의사는 블랙웰이 심각한 자기도취적 성격장애(NPD)에 시달린다는 견해에 동의했다. 블랙웰은 책임감 결여에 따른 살인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블랙웰은 NPD를 앓기 전에는 교사들에게 호평을 받은 전 과목 A의 모범생이었으며, 그의 부모 자랑에 따르면 “그냥 의사가 아니라 외과의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 다니기 직전이었다.
그의 사례는 극단적이지만 연구자들은 사회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 중 일부도 가벼운 NPD를 앓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국 서리 대학 벨린다 보드와 카타리나 프리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성공한 회사 경영인들도 범죄자나 정신병 환자만큼이나 NPD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과장·냉담·착취가 그 특징이다. ‘생산적인 자기도취주의자’(The Productive Narcissist)의 저자 마이클 매코비는 “새 일에 착수하는 자기도취자는 최상의 혁신적 사업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기도취주의자들은 종종 뛰어난 경영인이며, 종업원들을 격려하고, 원대한 변화를 이루기도 한다. 자기도취적 경영인들은 창의적이고, 외견상 매력적인 동료로, 오만하고 모사(謀事)에 능한 동시에 카리스마가 넘치고 저돌적이기도 하다. 정치와 사업에서 점차 높이 평가받는 특성들이다. 그들과 대조적인 사람이라면 일만 알고 남 앞에 나서지 않으며 겸손한 생활방식을 유지한 월마트 창업자 샘 월턴이나 침착성과 정중함, 겸손으로 유명한 질레트의 콜먼 모클러 등의 경영인들이 꼽힌다. 경영 연구 전문가인 빌 피셔와 앤디 보이턴은 20개의 대기업에서 특별한 일을 수행해온 뛰어난 인물들에 관해 6년간 연구했다.
그 결과 기업들이 종종 아주 뛰어난 두뇌들을 영입하는 데는 열심이지만 그들의 능력을 잘 활용하는 데는 실패해온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가장 성공한 사례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공동 창업자 허브 켈리허 같은 경영인들은 “구태의연한 경제 규칙을 때려 부수고 자기 방식대로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짰다”고 매코비는 말했다. “그들은 회사를 자기의 원대한 계획을 펴기 위한 매개체로 이용한다.”
지도자들은 부하직원들을 잘 끌어들이는 능력 때문에 그런 종류의 성공을 거둔다. 빌 게이츠·오프라 윈프리·스티브 잡스는 카리스마가 강하고 미래관이 너무도 뚜렷해 부하직원들은 그들의 자기도취증으로 인한 안 좋은 면을 너그럽게 봐준다. 가장 뛰어난 인재 중 다수가 성공과 보람을 회사와 함께 나누기 위해 그들의 회사에 들어간다. 잭 웰치는 자서전에서 “GE를 뛰어난 회사 중 하나에서 확실한 세계 최고 기업으로 변모시키기”를 원했다고 썼다. 가장 유능한 자기도취적 최고경영자들은 또 자기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자기 단점을 보완해주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운다(예를 들면 켈리허에게는 사우스웨스트 항공 사장 콜린 배럿이 있었다. 배럿의 꼼꼼함은 아이디어만으로 밀고 나가는 그의 접근 방식을 완벽히 보완해줬다).
그런 ‘잘난’ 경영인들을 어떻게 다룰지가 최근 기업 이사회의 중요한 의제가 됐다. 자기도취적인 경영인들은 용감한 지도자들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직장에서 공격성과 이기심을 심화시켜 잔인함과 속임수가 용인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있다면 버나드 에버스(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회계 부정을 저지른 월드컴의 전임 회장)나 데니스 코즐로스키(타이코 인터내셔녈 최고경영자로 회사 돈을 횡령해 호화판 생활을 했다)가 있다.
사실 선견지명 있는 지도자와 통제 불능의 인사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많은 탁월한 업적을 쌓는 인사들은 남들보다 더 깊은 절망감·무력감을 보상받기 위해 부와 높은 지위를 추구한다. 그리고 남들과 동화가 안 되는 이런 감정은 직원들에게 투영되며, 직원들은 자기도취적인 지도자의 무례함과 냉정함, 심지어 시도 때도 없는 잔인한 행동의 희생자가 된다. 보드는 “극단적인 인물들이 분명히 있다.
그들이 우리에게 올 때는 이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보드는 기업체에 조직심리에 관해 자문해주는 피플와이즈라는 심리학자팀을 운영한다. 많은 자기도취적 경영인들은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조언이나 견해를 요청하는 일조차 유약성을 드러내는 일로 여긴다. 그들의 악동짓이나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해 “직원들은 심리적으로 다치거나 상처받기 쉽다”고 보드는 말했다.
블랙웰의 사례에서 보듯, 자기도취자들은 특히 자기 선전을 높이 사는 문화에서 거의 자각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보드는 필이라는 대형 공기업 경영인을 기억한다. 그는 자기 팀의 수익성에 관해 계획적인 거짓말을 늘어놓다 발각된 뒤 추천에 의해 보드에게 왔다. “필은 결코 발각되지 않으리라 믿었다”고 보드는 말했다. “그리고 부인하지 못할 증거가 나오고 나서야 회사도 그에 대한 나쁜 얘기를 믿었다.” 5개월간의 행동 인지 치료를 받은 뒤 필은 자신이 했던 일을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동료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법을 배웠다.
회사들은 자기도취적 경영인들의 창의성과 비전의 진가를 알게 되면서 실패 조짐을 발견하는 법도 더 많이 알게 된다. 자기도취적 경영인들은 회사를 바꿔놓을지 모른다. 그러나 브라이언 블랙웰이나, 자기도취가 조직 내부에 제도화된 엔론이 남긴 그림자는 때로는 분별력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나타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정택진 ctjin
@joongang.co.kr
브라이언 블랙웰은 잠시나마 사람들을 멋지게 속여넘긴 듯했다. 여자 친구는 리버풀 출신의 응석받이인 블랙웰이 프로 테니스 선수이며, 나이키와 12만5000달러짜리 계약을 맺어 호화로운 생활이 가능하다는 말을 믿었다. 블랙웰은 그녀를 개인비서로 고용해 9만 달러짜리 수표를 끊어줬다. 1만6000달러짜리 차도 사줬고, 2만2500달러어치의 항공권을 구입해 같이 뉴욕·마이애미·바베이도스·샌프란시스코를 여행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블랙웰은 여자 친구집에서 여름을 보냈다. 어느 날 경찰이 그녀의 집 문을 두드렸다. 블랙웰의 모든 삶이 거짓이었다. 그는 부모가 교육비로 마련해둔 신탁 자산에서 1만6000달러를 훔쳤고, 아버지 신용카드로 한도까지 흥청망청 써댔다. 9만 달러짜리 수표는 부도처리돼 돌아왔다(통장에는 16센트만 달랑 남았다). 나이키와의 계약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지난 6월 블랙웰은 갈고리 망치와 부엌칼로 부모를 살해한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블랙웰과 검찰 측 양쪽의 정신과 의사는 블랙웰이 심각한 자기도취적 성격장애(NPD)에 시달린다는 견해에 동의했다. 블랙웰은 책임감 결여에 따른 살인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블랙웰은 NPD를 앓기 전에는 교사들에게 호평을 받은 전 과목 A의 모범생이었으며, 그의 부모 자랑에 따르면 “그냥 의사가 아니라 외과의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 다니기 직전이었다.
그의 사례는 극단적이지만 연구자들은 사회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 중 일부도 가벼운 NPD를 앓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국 서리 대학 벨린다 보드와 카타리나 프리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성공한 회사 경영인들도 범죄자나 정신병 환자만큼이나 NPD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과장·냉담·착취가 그 특징이다. ‘생산적인 자기도취주의자’(The Productive Narcissist)의 저자 마이클 매코비는 “새 일에 착수하는 자기도취자는 최상의 혁신적 사업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기도취주의자들은 종종 뛰어난 경영인이며, 종업원들을 격려하고, 원대한 변화를 이루기도 한다. 자기도취적 경영인들은 창의적이고, 외견상 매력적인 동료로, 오만하고 모사(謀事)에 능한 동시에 카리스마가 넘치고 저돌적이기도 하다. 정치와 사업에서 점차 높이 평가받는 특성들이다. 그들과 대조적인 사람이라면 일만 알고 남 앞에 나서지 않으며 겸손한 생활방식을 유지한 월마트 창업자 샘 월턴이나 침착성과 정중함, 겸손으로 유명한 질레트의 콜먼 모클러 등의 경영인들이 꼽힌다. 경영 연구 전문가인 빌 피셔와 앤디 보이턴은 20개의 대기업에서 특별한 일을 수행해온 뛰어난 인물들에 관해 6년간 연구했다.
그 결과 기업들이 종종 아주 뛰어난 두뇌들을 영입하는 데는 열심이지만 그들의 능력을 잘 활용하는 데는 실패해온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가장 성공한 사례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공동 창업자 허브 켈리허 같은 경영인들은 “구태의연한 경제 규칙을 때려 부수고 자기 방식대로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짰다”고 매코비는 말했다. “그들은 회사를 자기의 원대한 계획을 펴기 위한 매개체로 이용한다.”
지도자들은 부하직원들을 잘 끌어들이는 능력 때문에 그런 종류의 성공을 거둔다. 빌 게이츠·오프라 윈프리·스티브 잡스는 카리스마가 강하고 미래관이 너무도 뚜렷해 부하직원들은 그들의 자기도취증으로 인한 안 좋은 면을 너그럽게 봐준다. 가장 뛰어난 인재 중 다수가 성공과 보람을 회사와 함께 나누기 위해 그들의 회사에 들어간다. 잭 웰치는 자서전에서 “GE를 뛰어난 회사 중 하나에서 확실한 세계 최고 기업으로 변모시키기”를 원했다고 썼다. 가장 유능한 자기도취적 최고경영자들은 또 자기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자기 단점을 보완해주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운다(예를 들면 켈리허에게는 사우스웨스트 항공 사장 콜린 배럿이 있었다. 배럿의 꼼꼼함은 아이디어만으로 밀고 나가는 그의 접근 방식을 완벽히 보완해줬다).
그런 ‘잘난’ 경영인들을 어떻게 다룰지가 최근 기업 이사회의 중요한 의제가 됐다. 자기도취적인 경영인들은 용감한 지도자들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직장에서 공격성과 이기심을 심화시켜 잔인함과 속임수가 용인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있다면 버나드 에버스(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회계 부정을 저지른 월드컴의 전임 회장)나 데니스 코즐로스키(타이코 인터내셔녈 최고경영자로 회사 돈을 횡령해 호화판 생활을 했다)가 있다.
사실 선견지명 있는 지도자와 통제 불능의 인사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많은 탁월한 업적을 쌓는 인사들은 남들보다 더 깊은 절망감·무력감을 보상받기 위해 부와 높은 지위를 추구한다. 그리고 남들과 동화가 안 되는 이런 감정은 직원들에게 투영되며, 직원들은 자기도취적인 지도자의 무례함과 냉정함, 심지어 시도 때도 없는 잔인한 행동의 희생자가 된다. 보드는 “극단적인 인물들이 분명히 있다.
그들이 우리에게 올 때는 이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보드는 기업체에 조직심리에 관해 자문해주는 피플와이즈라는 심리학자팀을 운영한다. 많은 자기도취적 경영인들은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조언이나 견해를 요청하는 일조차 유약성을 드러내는 일로 여긴다. 그들의 악동짓이나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해 “직원들은 심리적으로 다치거나 상처받기 쉽다”고 보드는 말했다.
블랙웰의 사례에서 보듯, 자기도취자들은 특히 자기 선전을 높이 사는 문화에서 거의 자각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보드는 필이라는 대형 공기업 경영인을 기억한다. 그는 자기 팀의 수익성에 관해 계획적인 거짓말을 늘어놓다 발각된 뒤 추천에 의해 보드에게 왔다. “필은 결코 발각되지 않으리라 믿었다”고 보드는 말했다. “그리고 부인하지 못할 증거가 나오고 나서야 회사도 그에 대한 나쁜 얘기를 믿었다.” 5개월간의 행동 인지 치료를 받은 뒤 필은 자신이 했던 일을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동료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법을 배웠다.
회사들은 자기도취적 경영인들의 창의성과 비전의 진가를 알게 되면서 실패 조짐을 발견하는 법도 더 많이 알게 된다. 자기도취적 경영인들은 회사를 바꿔놓을지 모른다. 그러나 브라이언 블랙웰이나, 자기도취가 조직 내부에 제도화된 엔론이 남긴 그림자는 때로는 분별력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나타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정택진 ctjin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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