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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창업 다이어리(8)] 여의도 ‘교촌치킨’ 운영하는 개그맨 박명수

[스타 창업 다이어리(8)] 여의도 ‘교촌치킨’ 운영하는 개그맨 박명수

‘닭사마’로 불리는 개그맨 박명수(35)씨. 요즘 그는 최고 전성기를 만끽하고 있다. 각종 오락 프로그램의 인기 패널로, 교통방송 ‘2시가 좋아’를 진행하는 DJ로 재치 넘치는 입담을 선보이며 상한가를 올리고 있어서다. 최근 그가 가수로도 일을 냈다. 외모지상주의와 황금만능주의 세태를 비꼰 ‘탈랄라’라는 곡으로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10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낳은 것. 그의 재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닭사마’란 별명이 말해주듯 ‘전 국민’이 아는, 잘나가는 치킨 전문점 사장이다. 박명수 사장이 운영하는 ‘교촌치킨 여의도점’은 KBS 별관 뒤에 있고 2004년 2월 문을 열었다. 문을 연 뒤 지금까지 1000개가 넘는 교촌 매장 중 매출 1~2위를 놓친 적이 없을 만큼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박사장은 치킨 전문점을 오픈하기 전까지 개그맨 생활 12년 동안 연예계 밖의 일은 전혀 해본 적이 없었던 왕초보 창업자였다. 치킨 전문점은 사실 먹을 게 별로 없는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다. 2000년 이후 체인점과 독립점이 난립해 자영업자 4명 중 1명은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경쟁이 심해서다. 하지만 그는 피 튀기는 경쟁이 난무하는 레드오션을 자신만의 ‘블루오션’으로 만들면서 사업가로서 남다른 안목이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 박명수 사장이 빠르게 자리 잡은 비결은 뭘까? 우선 업종 선정 과정이 눈에 띈다. 창업할 때 보통 업종을 중심으로 입지를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박 사장은 이와 반대로 입지를 중심으로 창업 업종 아이템을 골랐다. 여기에는 주활동무대인 서울 여의도에 자리 잡아야만 두 가지 일을 병행하기 쉽다는 그 나름의 판단이 작용했다. 투잡스의 하나로 창업을 시작하려는 샐러리맨이라면 박 사장의 노하우를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한다. 창업 당시를 되돌아보자. 먼저 그는 여의도 내 각 방송국과 오피스가를 중심으로 상권을 둘러봤다. 또 아파트 밀집지역의 단지 내 상가도 살펴봤다. 1개월 동안 상권을 꼼꼼히 살펴본 결과 옷집이나 카페 등은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사무실과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여의도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할 때 먹는 장사가 가장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매장의 절반은 주방 다음 단계로 그는 먹을거리 업종의 종류와 숫자를 체크해 나갔다. 포장마차도 많고 일식·한식·양식 같은 음식점과 피자·햄버거 같은 간식형 외식업종도 많았지만, 상권 안에 의외로 치킨집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그가 치킨집을 오픈한 KBS 별관 뒤편에는 경쟁 점포가 전혀 없었다. 지금도 이는 마찬가지다. KBS 방송국 별관 뒤편은 주변에 오피스 타운과 최신 주상복합 아파트, 기존 아파트 단지 등이 있어 고정인구와 유동인구가 모두 두텁고, 그래서 여의도에서도 A급 상권에 속했다. 또 외식 음식점이 몰려 있어 수요를 끌어내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가 운영하는 점포는 실평수 30평으로 홀이 15평, 주방이 15평을 차지한다. 홀에는 24석의 좌석이 있다. 주목할 만한 특징은 주방이 전체 매장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 그는 “개점 준비를 하면서 잘되는 매장을 둘러본 결과 치킨은 한꺼번에 여러 곳에서 주문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몰리는 주문을 수용하려면 주방 규모가 클수록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큰 주방에서는 당연히 수백 마리의 닭을 동시에 튀겨낼 수 있다. 이게 박 사장 점포의 경쟁력이다. 이는 자연스레 매출 상승과 연결됐다. 인테리어도 깔끔하다. 격자 무늬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하얀색이 기본이고 테두리를 검정으로 처리한 벽면을 만나게 된다. 테이블 역시 검정 메탈로 마무리돼 있다. 단순하고 맛깔스러운 인테리어는 치킨집보다 미국 소호가의 카페를 연상시킨다. 투자비용은 3억5000만원 정도. 이중 권리금과 보증금이 투자비의 50%를 차지한다. 여의도는 핵심 상권이기 때문에 점포 구할 때 드는 돈의 비중이 높다. 현재 하루 평균 매출은 260만~300만원, 월 매출은 8000만~9000만원 선이다. 여기서 재료비 55%, 기름값 5%, 임대료 및 건물관리비 13%, 인건비 및 기타 유지비 15% 등을 제외하면 순이익률은 12% 수준이다. 월평균 매출 8500만원을 기준으로 실제 마진율을 적용하면 그가 벌어들이는 월 순수익은 1000만원 정도다. 매출에 비해 순이익은 크지 않다. 프랜차이즈의 특성상 이익 폭이 크지 않은 까닭도 있지만 닭과 기름 같은 원자재값 상승도 이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2004년 4월 터진 조류독감 파동 이후 원재료에 해당하는 닭값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이익률은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다른 치킨집들은 조류독감의 핵폭탄을 맞으면서 적자 경영에 허덕이다 문을 많이 닫았다. 하지만 박 사장은 박리다매 전략을 들고 나와 급격한 시장환경 변화에 맞섰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매출을 만회했다. 박리다매라고 하지만 재료비를 줄이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질이 떨어지면 고객도 떨어져 나간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다. 질 좋은 재료를 써 맛을 확보해야만 살아남는 게 외식업의 특성이다. 외식 창업으로 장수하려면 다소 높은 재료비 비중을 어느 정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 그는 원가 상승을 감수하고 재료비에 대한 추가 투자를 감행했다. 가격이 최소 10% 이상 비싼 어린 닭을 공급받아 몸에 좋은 유채꽃 샐러드유를 사용해 튀겼다. 손님을 위한 이른바 ‘웰빙 전략’을 대폭 강화해 나갔다.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여의도 직장인 대상 인기투표에서 맛있는 야식집 1위로 뽑힐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박명수네 치킨’(단골들이 붙인 애칭)의 맛은 고소하면서도 담백하다는 인정을 받고 있다. 입안에서 연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란 평도 있다. 골드윙·오리지널 같은 네 종류의 프라이드 치킨과 더불어 치킨볶이도 인기 메뉴다. 치킨볶이는 30평 이상의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만 운영하는 부메뉴로 매콤한 떡볶이와 고소한 치킨이 조화로운 맛을 내고 있다. 남성들에게는 가벼운 술 안주로, 여성들에게는 가벼운 점심 메뉴로 인기가 높다. 입지와 치킨 맛 못지않은 성공 요인으로는 박 사장의 ‘발로 뛴 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다. 창업 초기 그는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방송국으로, 아파트로, 사무실로 치킨 배달을 다녔다. 심지어 아파트 게시판에 전단지를 붙이는 맨투맨 홍보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모두 점포의 위치를 각인시키려는 오픈 마케팅 전략이다. 또 직장인을 겨냥한 개점 기념 사은품 증정을 통해 점포를 알렸다. 퇴근시간에 맞춰 한 달 동안 증권사·은행 등 대형 오피스 빌딩을 돌면서 그의 얼굴과 점포 전화번호가 찍힌 볼펜·포스트잇을 나눠줬다. 현재 주고객층의 80% 정도가 30~40대 직장 남성이다. 오픈 기념품이 30~40대 남성 공략의 견인차였다면 마일리지 제도는 20대 여성을 고객층으로 흡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결제금의 4% 정도를 적립해 주는 제도로 교촌 치킨 체인점 중 유일하게 박 사장의 여의도점에서만 실시되고 있다. 무엇보다 매출 신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일명 ‘홈서비스 배달’. 고객이 부르면 언제 어디든 집처럼 배달해 준다는 의미에서 붙인 말이다. 사무실이나 아파트뿐 아니라 한강변까지 직접 배달해 주고 있다. 특히 한강변 홈서비스 배달은 여의도 입지의 특성을 활용한 박 사장의 아이디어인데, 이 덕분에 주말 매출도 크게 오르고 있다. 여의도 한강변은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높다는 점을 간파해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10월엔 피자집도 새로 열어 ‘박명수’, 그리고 ‘교촌’이란 브랜드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지속적인 광고를 통해 인지도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브랜드를 택했다는 점과 연예인 프리미엄이 맞물려 상승 효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또 독립점 대신 프랜차이즈를 이용한 이유에 대해 “마진은 적지만 물품을 쉽게 공급받을 수 있고 맛의 노하우도 전수받을 수 있다는 이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년7개월 동안 치킨 전문점을 운영하면서 탄탄한 외식 사업의 노하우를 익힌 박명수 사장. 외식사업을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긴다는 그는 얼마 전 ‘왕관표 임실피자’ 서울지사를 열어 또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 들었다. 10월께에는 피자집을 열 예정이다. 이미 치킨집 바로 옆에 30여 평의 점포도 계약해 뒀다. 그는 치킨과 피자는 ‘따로 또 같이’ 어울리는 업종 아이템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사업가로서 한발 한발 영역을 확장해 가는 그의 행보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창업 키포인트 3

●인테리어 비용의 거품을 빼라 창업할 때 인테리어 비용은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된다. 특히 대형으로 할 경우 테이블 세트는 단가를 낮춰야 투자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로 할 경우 무조건 본사에 맡기지 말고 직접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해 직원들을 독려하라 투잡스족이 아니더라도 창업주가 24시간 점포를 지키기는 힘들다. 따라서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능력에 따른 인센티브제 도입이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은 손님들에게 잘해서 더 팔려고 노력한다. 이는 자연히 매출 상승으로 직결된다.

●배달 도착 시간을 알려라 치킨 전문점은 좌석을 갖추고 있더라도 배달 주문이 전체 매출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배달의 생명은 시간 지키기다. 하지만 주문이 밀릴 경우 제대로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게 사실. 이를 보완할 방법은 물론 있다. 대기 주문 물량까지 고려해 실제 배달 도착시간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박명수 사장은 이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정확하게 시간 예고를 해주면 고객들은 그 점포에 대해 더 큰 호감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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