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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사랑] 간지럼과 성감대

입력 2005.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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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사랑] 간지럼과 성감대

일러스트:조태호

섹스에서 나타나는 반응은 그 상황에서 그 여성이 어떤 성심리 상태에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테면 프라이버시가 완벽하게 보장되는 산장의 호텔 룸인가, 아니면 주차장에서 갖는 카 섹스인가에 따라 같은 사람도 나타나는 성 반응이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혼외정사에서도 그 경험이 많은 여성은 별로 심리적 동요가 없으며, 숫처녀의 경우에는 두려움 때문에 섹스가 주는 감미로운 쾌감을 느끼지 못하고 고통만 느낀다. 즉 어떤 섹스 서베이에 의하면, 성행위 중 통증을 느끼는 여성이 47%, 가벼운 통증은 있지만 그래도 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19%, 그리고 전혀 통증이 없었다는 여성이 16%였다고 한다. 물론 아직 성경험이 없는 숫처녀가 섹스를 했을 때 이야기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쾌감이란 대발작을 의미하는 오르가슴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성기 자극이 가져다주는 단순한 쾌감을 가리키는 것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성교 도중에 간지럼을 느꼈다는 여성이 예상 외로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간지럽다는 느낌은 원래 생리심리학적으로 매우 문제시되는 부분이다. 이것은 과연 쾌감일까, 불쾌감일까. 흔히 즐거움이라고 표현하는 그 느낌의 정체는 무엇일까? 진화론을 주장했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유인원도 갓난아기처럼 간지러우면 웃는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반드시 마음이 유쾌한 상태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예를 들면 낯선 사람이 간질이면 웃는 것이 아니라 마구 울어댄다는 것이다. 간지럼을 가장 잘 타는 부위는 겨드랑이나 발바닥·옆구리·사타구니 등과 같이 평소에는 타인과 접촉이 없는 부위다. 그런데 간지럽다는 감각이 갖는 특징은 접촉을 예견하고 있으면 그 효과가 작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똑같이 접촉해도 스스로 손을 내밀어 갖다대서는 별로 간지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간지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성의학자인 하벨록 엘리스는 “인간의 간지럼은 섹스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처녀가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간지럼을 잘 타는 까닭은 강간이나 성적 구애에 대한 자기 방어의 메커니즘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이성과 별로 접촉이 없었던 여성이 간지럼을 훨씬 잘 탄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남성과 접촉하게 되면 몸의 어느 곳이든 다 간지러워지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점차 나이가 들거나 이성과의 접촉이 잦아지면 하복부·겨드랑이·유방·목·외음부·발바닥 등은 간지럼에 대한 민감성이 감퇴하는 경향이 있다. 영어의 tickling, titilation 등은 모두 ‘간질이다’라는 뜻의 단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단어와 같은 의미를 지닌 독일어 kitzlen(간질이다)에서 파생된 클리토리스를 구미의 식자층들은 점잖게 kitzler(간지럽게 하는 사람)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예를 통해 보면 간지럼증과 성감은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처녀나 순진한 남녀가 육체적 접촉을 할 때 먼저 간지럽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한 감각생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성심리가 확립되지 않아 긴장상태에 있는 여성의 질강 속으로 남자의 성기가 진입하면 간지럼 대신 통증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여성은 마조히즘, 즉 학대받음으로써 심리적 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여성들은 누구나 다소 그런 마조히즘적 기질이 존재하므로 섹스에서 비록 고통스럽다 해도 대부분은 그대로 수용한다. 성감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쾌감과 통각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초조함과 마조히즘적 사랑의 혼합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 일반적 해석인 듯하다. 이상과 같은 이론에 입각하면 간지럼을 잘 타는 여성은 그만큼 섹스에서 쉽게 흥분할 수 있다는 의미와도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