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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엄지족 CEO] 신훈(금호건설) 사장 입력 번호만 1000개
- [늘어나는 엄지족 CEO] 신훈(금호건설) 사장 입력 번호만 1000개
만일 머리가 희끗한 당신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나 고위 임원이 집무실에서 조그만 휴대전화 창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엄지손가락을 바삐 놀리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해 보자. 그 내용이 신입사원에게 보낸 “요즘 많이 힘들죠?”라는 것이라면 메시지를 수신한 새내기 사원에게는 그 자체가 감동일 것이다. 올해 환갑인 신훈 금호건설 사장은 업계에서도 잘 알려진 ‘엄지족 경영인’으로 통한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CIO(기업정보책임자) 출신 CEO인 그는 휴대전화에 1000개에 달하는 전화번호가 입력돼 있고, 젊은층 못지 않은 문자 메시지 입력 속도를 자랑하는 노장이다. 금호건설 측 관계자가 전하는 그의 일화다. ‘휴대전화와 경영’. 그럴 듯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별 상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CEO나 임원들이 휴대전화를 경영에 애용한다. 주로 내부 고객(직원)을 위한 이른바 ‘감성 경영’‘스피드 경영’의 일환이다. 단문 문자 메시지(SMS)가 많이 활용된다. 임원들은 직원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사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업무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릴 때도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한다. 휴대전화가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e-메일보다는 ‘휴대전화’가 더 정(情)적이기 때문일까. CEO가 휴대전화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한다는 것 자체가 팍팍한 비즈니스 장에서는 훈훈한 미담으로 들리곤 한다. ‘소통 경영’ 하면 빠지지 않는 CEO가 있다. KT 남중수 사장이다. 남 사장은 이동통신 업체인 KTF 사장 출신답게 휴대전화를 주요한 경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남 사장은 임직원들과 수시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고 한다. 소소한 얘기도 있고, 간략한 업무나 긴급한 업무의 경우도 SMS로 보고받거나 지시를 내린다. 비서진이나 홍보실도 KT나 남 사장과 관련된 언론 기사를 SMS로 보고한다고 한다. 그에 앞서 이용경 전 KT 사장도 휴대전화 업무보고를 활용한 CEO였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도 휴대전화 매니어다. ‘유머를 아는 CEO’로 통하는 신 회장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애찬론차에 가깝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얘기다. 그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글이 있다. 신 회장이 모 언론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돌아보면 인생은 대인관계의 연속이고, 대인관계의 모든 것은 의사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사이에 빠르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졌다면 그 남녀는 더 오래 행복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만일 두 남녀가 요즘처럼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 그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신 회장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글이다. 실제로 신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축하나 격려를 할 때 문자 메시지를 곧잘 보낸다고 한다. 업무나 간략한 결재도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활용한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반드시 내부 소통용만은 아니다. 하나로텔레콤 두원수 상무의 경우는 주로 기자들과 SMS를 많이 주고받는다. 한 주에 약 20회 정도 메시지를 발송하고, 50회 정도 수신한다. 또다른 홍보 창구로 휴대전화가 사용되고 있는 예다. 휴대전화로 관료주의 타파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임원이 휴대전화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는 경우도 있다. 김정만 LG산전 사장이 그런 경우다. 회사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심지어는 냉혈한 재무통이라는 평까지 받았던 김 사장은 올 설날 전 직원에게 ‘신년 인사 문자 메시지’를 보내 직원들을 의아해하게 했다. 회사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그가 보낸 메시지의 효과는 컸다고 한다. 이미지부터 달라졌다는 것이다. 한 번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이후 수시로 CEO 메시지가 임직원들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지난해 말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LG카드를 정상화한 박해춘 사장도 직원들에게 휴대전화로 ‘직원 애(愛)’라는 메시지를 전해 화제가 됐다. 박 사장은 올 추석 전 직원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귀성이 되라’는 메시지를 직접 음성으로 남겼다고 한다. 이수그룹의 지주회사인 ㈜이수의 김성민 사장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휴대전화 애용을 장려하는 CEO다. 김 사장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중요한 결재수단으로 삼는다. 하루 받는 문자 메시지만 100통이 넘는다고 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임직원들이 처음에는 ‘설마 진짜 휴대전화로 결재를 맡으라는 것일까’하며 스스로 반신반의했지만 몇 달도 되지 않아 회사의 문화로 정착됐다고 한다. ‘휴대전화 경영’을 얘기할 때 빼놓으면 섭섭할 듯한 CEO가 또 있다. 구자준 LG화재 부회장이다. 지난 2002년 사장에 취임할 때부터 구 부회장은 “직원들이 CEO를 만나기 위해 몇십 분씩 기다리는 것은 시간낭비”라며 휴대전화 경영 도입을 강조했었다. 구 부회장은 회의 중이거나 출장 중에도 문자 메시지를 활용하면 즉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임직원들에게 적극 장려했다. 여기에 관료주의 타파라는 생각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보안 이유 휴대폰 사용 못 하는 곳도 많아 휴대전화가 기업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에티켓’이나 ‘보안 유출’ 문제로 찬밥 신세인 곳도 많다. 주로 공장이나 연구소 등이 이에 해당된다. 최근에는 아예 휴대전화의 휴대를 금지하는 곳도 늘고 있다. GS칼텍스는 정유공장의 생산설비 근처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을 원천 금지하고 있다.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설비가 오작동될 가능성이 있고, 작업 집중도가 떨어져 안전상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상식품 제조공장도 올 초부터 휴대전화를 가지고 공장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 현대자동차는 본사를 비롯해 연구소·공장 등에서 내외부인의 촬영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특별 지역 내에서는 카메라폰 휴대도 금지된다. GM대우차를 방문하는 외부인도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카메라폰을 면회실에 맡겨야 한다. 아예 카메라폰 렌즈를 막는 스티커를 붙이는 경우도 있다. 공장이나 연구소가 보안의 문제라면 기업 사무실은 ‘에티켓’에 주의해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알려진 사례가 없지만 외국은 ‘휴대전화 에티켓’에 대해 매우 철저하다. 미국의 애플릭스라는 소프트웨어 업체는 회의 중 휴대전화 벨이 울리면 해당 직원에게 5달러의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RSM이라는 회계법인도 회의 중 휴대전화 벨 소리에 대해 무려 50달러의 벌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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