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콧대 꺾인 블랙베리
BlackBerry Smackdown 소프트웨어 제조사 시벨 시스템스의 그룹 담당 임원인 에릭 린드퀴스트는 블랙베리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다. 블랙베리는 캐나다의 휴대전화 솔루션 업체 ‘리서치 인 모션’(RIM)이 개발한 휴대용 e-메일 및 정보단말기다. 그럼에도 린드퀴스트는 미 버지니아주의 한 지방법원 판사가 블랙베리 서비스에 중단 조치를 내릴지 모른다는 소식에 별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지적재산권을 주장하는 한 영세 업체가 RIM을 상대로 낸, 4년간 끌어온 특허 위반 소송의 잠재적인 결과다. 모토롤라·노키아·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들도 RIM의 블랙베리를 대체할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만일 RIM이 패소한다면 린드퀴스트는 다른 기기로 바꾸면 그만이다. 그래도 린드퀴스트는 뼈있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다른 기기들이 블랙베리처럼 잘 작동할지, 또 망치로 부숴도 깨지지 않을지는 전혀 다른 얘기다.” RIM사의 블랙베리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500만 엄지족은 일단 이 단말기를 쓰기 시작하면 계속 쓰기로 유명하다. 이용자 다수는 분명 법원 명령에 따라 휴대전화가 회수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RIM과 버지니아주의 특허업체 NTP 홀딩스와의 싸움은 끝없는 맞고소와 모순된 판결의 연속이었다(대다수 판결은 RIM 측에 불리했다). 얼마 전까지도 평행선을 달리던 두 건의 소송에서 RIM과 NTP는 각각 한 차례씩 승소했다. 그러나 RIM은 NTP와의 법정 싸움에서 이기려는 마음이 너무 앞서 더 큰 싸움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 회사는 올해 주가가 25% 하락했다(업계 분석가들은 무엇보다도 결과가 불확실한 소송전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에서 블랙베리 서비스가 실제로 중단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RIM 측은 화해를 하거나 서비스 내용을 바꾸는 방식으로 NTP의 특허를 우회하려 할 듯하다) 경쟁업체들은 업계 선두주자가 처한 난관을 지켜보며 군침을 흘린다. 무선통신업계 분석가 롭 엔덜은 “마이크로소프트나 팜 같은 업체들에겐 RIM의 고객을 공략할 엄청난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RIM의 특허권 분쟁이 각별한 사건은 아니다. 하이테크 기업 대다수는 제품 생산도 하지 않고 단지 지적재산권만 가진 채 이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NTP 같은 특허권 소유 회사의 공격을 받기 일쑤다. 일부 대기업은 이 같은 행태가 노골적이지만 않을 뿐 협박과 다름없다며 맞소송을 제기한다. 예컨대 이미 자취를 감춘 웹사이트 MercExchange가 e베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현재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대부분 엄청난 소송 비용과 못 믿을 배심원 판결을 감수하기보다 영세 업체들에 특허권 이용료를 지불한 뒤 폐업을 유도한다. 이 때문에 미 의회는 특허제도 개혁을 고려 중이다. RIM은 소송 관련 비용이 늘어나는 데도 NTP와의 화해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화해금 액수가 너무 과다하다는 생각이다(RIM은 이 기사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에 있는 RIM은 기술혁신에 열정적으로 매진하기로 유명하다. 가트너 그룹의 무선통신업계 분석가 켄 덜레니는 “이 회사는 자부심이 강하다. 일단 확신이 서면 끝까지 밀고 간다”고 말했다. RIM은 NTP가 처음 보낸 편지를 무시했다(NTP는 지난해 사망한 엔지니어 토머스 캠패너의 이름으로 보낸 편지에서 RIM이 e-메일 무선 전송과 관련한 특허 8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NTP는 결국 소송을 제기했고, 배심원단은 2002년 RIM 측에 2300만 달러(RIM 매출의 5.7%)를 특허권 이용료로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RIM은 항소했고, 소송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로열티의 원천이 되는 RIM의 수입도 급증했다. 지난해 양측은 4억5000만 달러에 합의를 본 뒤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거래는 수포로 돌아갔고, 양측은 다시 법정 싸움에 뛰어들었다. RIM 측은 현재 NTP의 특허권 소유 주장에 대한 미 특허사무국의 재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법원이 기다려주길 바란다. 특허사무국은 2주 전 NTP 측의 결정적 주장 한 가지를 거부했지만 이미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는지 모른다. 버지니아주의 제임스 스펜서 판사는 2주 전 판결에서 특허사무국의 업무 지체를 기다릴 수 없으며 미국 내 블랙베리 서비스 중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정 싸움에서 결국 승리해도 RIM으로선 NTP보다는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유념해야 한다고 업계 분석가들은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가 대용으로 내놓은 무선통신 e-메일 서비스는 아직은 RIM의 블랙베리 서비스만 못하다. 곧 출시될 모토롤라·HP·팜의 이동통신 e-메일 기기도 블랙베리만큼 날렵하지 못할지 모른다. 그러나 만일 블랙베리란 말이 e-메일 중독만이 아니라 혼란스러운 끝없는 법정 싸움까지 연상시킨다면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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