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축구를 이끌 진흙 속의 진주
Beauty in the Beasts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기는 어렵다. 가령 돼지를 놓고 아름다움을 얘기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러나 아름다운 경기로 불리는 축구에서는 그저 그런 재목으로 평가받다가도 종종 비할 데 없이 귀중한 보석으로 탈바꿈한다. 단신에 다부지고 도도한 디에고 마라도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그라운드의 신이 됐다. 수비수들을 제치는 그의 재능은 정말로 하느님이 내려준 듯했다. 마르세유의 험악한 동네에서 알제리 이민의 아들로 태어난 지네딘 지단은 프랑스를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 대회 우승으로 이끌었다. 심지어 초특급 스타 데이비드 베컴조차 과거에는 에섹스 노동자 계급 동네 출신의 수줍음 많고 온순한 꼬마에 불과했다. 2006년 여름에 개최되는 독일 월드컵에서도 틀림없이 일단의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리라. 그리고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는 예술 축구를 구사하는 브라질의 카카와 포르투갈의 ‘얼짱’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에 언론의 조명이 집중되겠지만 열심히 뛰어다니고 고집 센 미운 오리새끼 3인방이 백조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 독일의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그들이다. 21세 이하인 이들 셋은 모두 1970년대 말과 80년대 초 젊은 시절의 마라도나와 똑같이 힘이 넘치는 경기를 펼친다. 마라도나는 코카인과 인기의 유혹에 빠져 숨을 헐떡이기 전까지 우리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그리고 2006년 여름 한 달에 걸쳐 힘겨운 토너먼트 경기를 치르며 베컴, 미카엘 발락, 후안 로만 리켈메 같은 선배 선수들의 다리에 힘이 빠져갈 때 이 젊은 선수들이 팀을 이끌어나가리라 예상된다. 그들은 이미 기대 이상의 능력을 보여줬다. 날카롭게 찔러주는 패스 능력을 타고난 18세의 미드필더 메시는 2005년 여름 세계 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 동안 발이 느린 스트라이커들의 역할을 대신 맡아 득점 선두로 부상했다.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 대회 도중 잉글랜드의 마이클 오언은 어디를 가나 수비수들의 강한 압박에 시달렸다. 반면 18세의 스트라이커 루니는 팀을(그리고 온 나라의 희망을) 자신의 두 어깨에 짊어지고 용감무쌍하게 상대방 골문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 골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8강으로 이끌었다. 그가 다리 골절로 절뚝이며 그라운드를 떠나자 잉글랜드 팀은 자신감을 잃고 허둥대다 포르투갈 팀에 패했다. 거칠고 폭발적이며 환상적인 몸매의 슈바인슈타이거(메시와 같은 미드필더)는 바이에른 뮌헨의 동료 선수 발락이 부진할 동안 몇 번이나 거듭 상대 수비망을 돌파했다(그는 대체로 수비를 경시하는 듯하다. 2005년 6월 독일 수비수들이 호주의 공격에 혼쭐이 났을 때 4-3의 승리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후 이렇게 큰소리쳤다. “7골을 먹어도 8골을 넣는다면 문제 될 게 없다”). 21세의 슈바인슈타이거는 2006년에도 변함없는 능력을 펼쳐보이리라 예상된다. 그때가 되면 현재 발락과 스트라이커 루카스 포돌스키에 집중된 언론의 모든 관심이 세 명에게로 확대되면서 기존 두 사람은 언론으로부터 ‘태클’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젊은 혈기에는 종종 욱하는 성향도 따르게 마련이다. 그리고 월드컵에서 상대편 선수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이 방약무인한 젊은이들을 자극하려 들 것이다. 노골적인 파울을 곧잘 범하는 약점을 가진 슈바인슈타이거는 이미 여러 차례 옐로 카드를 받았다. 메시는 적어도 아르헨티나에서는 대체로 침착하고 집중력이 있다고 간주되지만(하지만 그런 표현은 지역적으로 상대성을 갖는다) 데뷔전에서 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는 수비수를 떨쳐내려다 레드 카드를 받았다. 소속팀 FC 바르셀로나에서도 옐로 카드를 여러 번 받았다. 독일에서도 심판이 메시 편이 아니라면 몇 개 더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렇게 되면 팀에 훨씬 더 큰 피해를 주게 된다. 루니의 발끈하는 기질은 이미 전설적이다. 2005년 9월 잉글랜드가 북아일랜드에 참패했을 때 성질을 부린 일로 옐로 카드와 한 게임 출장 정지 처분을 당하고 언론의 집중 비난을 받았으며(‘짐 싸서 내보내라’는 제목도 있었다) 라커룸에서 주장 베컴과 말싸움까지 벌여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선배 선수들이 존중하는 점이 있다면 바로 그들의 재능이다. 한때 곧잘 성질을 부렸지만 지금은 30세의 고참이 된 베컴은 루니가 가진 격정적인 성격의 장점을 인정한다. “결과적으로는 어떻게 보면 그렇게 반응하는 선수들이 있는 게 좋다”고 북아일랜드와의 경기 후 베컴이 말했다. “그런 선수들은 뜨거운 정열이 있으며 웨인의 경기에는 정열이 넘친다.” 45세가 되어 더 현명하고 머리가 맑아진 마라도나는 영구 결번된 자신의 10번 유니폼을 독일에서 메시가 입도록 하라고 아르헨티나 축구협회에 요청했다(세계 언론은 실제로 메시를 곧잘 마라도나에 비유한다). 그리고 슈바인슈타이거는 독일의 축구 전설 프란츠 베켄바우어로부터 엄청난 찬사를 들었다. 슈바인슈타이거라는 이름이 직역하면 ‘돼지 타는 사람’(pig mounter)을 뜻할지 몰라도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그와 그의 동료 새내기들이 독일에서 입증하게 되리라. 차진우 jinc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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