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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는 1인당 소득 2만5000달러”

“거제도는 1인당 소득 2만5000달러”

"요즘 가장 잘 사는 동네는 강남 압구정동이 아니라 거제도라면서요? 1인당 소득이 2만5000달러나 된대요.” 조선업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면서 나온 얘기들이다. 정확한 소득 통계치가 있는 건 아니지만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가 몰려있는 거제도 근무자들은 각종 보너스와 성과급으로 요즘 주머니 사정이 두둑해졌다는 얘기다. 아무튼 국내 조선업이 단군 이래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한국은 수주 잔량 기준으로 평가한 세계 조선소 순위에서 1∼7위까지 독식했다. 조선·해운 시황 전문 분석기관인 영국의 클락슨은 “한국이 전 세계 수주 잔량(올 2월 말 기준, 1억734만cgt)의 35%를 점유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1082만cgt(표준 화물선 환산 t수)로 세계 1위다. 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782만cgt와 744만cgt로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393만cgt) 과 현대삼호중공업(327만cgt)도 4, 5위에 포진해 세계 5강 대열에 끼었다. 특히 그동안 6위 자리를 지켜오던 일본의 자존심인 미쓰비시중공업’이 수준 잔량 209만cgt로 주춤하는 사이 STX조선(213만cgt)과 한진중공업(210만cgt) 이 6위와 7위로 올라서 관심을 끌었다. 이뿐 아니다. 국내 대형 업체들이 시설 용량 포화로 더 이상 수주를 받지 못하자 국제 선사들은 중소형 업체까지 찾아다니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중소형 선박업체들이 수주한 물량까지 합치면 전 세계 물량의 5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통영의 중형 선박업체인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2월 말 기준 수주한 물량이 112만cgt에 달했다. 국내 중형업체도 본격적인 ‘100만cgt 시대’를 연 셈이다.
선체 두께 기준 강화하자 수요 폭발 조선업계의 수주 전략도 바뀌었다.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영업하고 있다. 지난해 LNG선(액화 천연가스 운반선)과 5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 초대형 유조선(VLCC) 수주는 각각 71.3%, 64.3%, 42.4%를 차지할 정도였다. 사실 국내 업체들은 외환위기 이후 제살깎기식 수주 경쟁을 벌였다. 제값을 받지 못해 2~3년간 ‘일만 하고 돈은 못 버는’ 현상이 벌어졌다. 그러나 최근엔 사정이 달라졌다. 선박 가격도 많이 올랐다. VLCC는 현재 척당 1억30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석유 시추선은 척당 건조 가격이 5억~10억 달러다. 전 세계에서 발주하는 석유 시추선을 우리 조선업계가 95% 이상 독식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원화 절상 등으로 영업이익이 악화될 전망임에도 불구하고 배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향후 수익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측도 “LNG선 등은 한국이 아니면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격 결정권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요즘 조선업 호황의 원인은 뭘까. 언제까지 이런 호황이 지속될까. 전문가들은 “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국 등 이른바 BRIC(신흥 경제 중진국)의 경제성장과 동남아·중남미 국가의 꾸준한 경제성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나라의 경제성장으로 교역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선박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전에는 그리스 등 전통적인 선박 강국이 대부분 주문을 했으나 요즘은 러시아와 인도, 브라질 등에서 많이 의뢰를 받는다”고 전한다. 이와 함께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 강화로 선박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IMO는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름 유출에 따른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선체를 기존보다 2배 이상 두껍게 만들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 운반선 등 기름을 실어나르는 배는 2010년까지 의무적으로 철판 두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020년까지 1위 무난할 듯 김징완 조선공업협회장(삼성중공업 사장)은 3월 31일 한국무역협회 최고경영자 조찬 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세계 1위를 지킬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사장은 우리 조선업의 강점으로 ▶매년 850명 정도가 배출되고 있는 조선공학을 전공한 우수한 인재 ▶일본이나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생산성 및 품질 ▶세계 최고의 품질 관리 시스템 등을 꼽았다. 김 사장은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개념, 차세대 선박인 LNG선, 크루즈선 등의 조기 건조로 후발국과 격차를 벌려야 한다”며 “특히 인력 고령화에 대비해 우수 인력 유치 및 안정적인 노사문화 정착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체들은 밀려드는 수주를 감당하기 어렵자 해외에 신규 조선소나 블록 공장 등의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조선용 블록은 후판을 가공해 만든 선체 구조물이다. 선박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뼈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 블록들이 결합해야 하나의 선박이 완성된다. 현대중공업은 다음달 중국 상하이 푸둥 지역에 지주회사를 설립한다. 현대중공업 측은 중국 조선소 설립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지주회사 설립 자체가 중국 진출 교두보 마련을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국내에서 더 이상 시설을 늘릴 수 없어 향후 중국에서의 선박 제조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계열인 현대미포조선도 국내에서 선박 수리업을 접고 현재 베트남 현지법인인 현대-비나신 조선소에서 선박 수리업을 대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을 향후 조선소로 전환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루마니아 망갈리 조선소를 기반으로 한 해외 생산기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브라질, 앙골라 등의 지역에서 중소형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 인수도 추진 중이다. 대우조선 측은 “현재 중국에서 조선소를 건립하려면 중국 측이 지분 51%를 갖도록 규정돼 있어 경영권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일단 지분 제한이 없는 블록 공장 건설을 통해 중국에 거점을 확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저장성 닝보에 단독 법인으로 연간 12만t 규모의 블록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올해 산둥성에 또 다른 블록 공장을 짓기 위한 부지 매입을 검토 중이다. 부산시 영도 조선소의 부지 협소로 고민하고 있는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필리핀 수비크만에 70만 평 규모의 조선소를 짓기로 결정했다. STX조선소도 생산 규모 확장을 위해 중국에 블록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이기수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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