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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소니-도시바-IBM의 생존법

[ceo 칼럼] 소니-도시바-IBM의 생존법

▶이휘성 한국IBM 대표이사 사장.

소니-도시바-IBM. 이들 각사의 머리글자를 따면 STI가 된다. 그런데 이들 3사는 ‘STI디자인센터’를 만들었다. 450명의 엔지니어를 뽑아 공동개발에 나섰다. 전자제품과 첨단 칩의 전문 기술, 그리고 원천적인 과학기술을 합친 셈이다. 이렇게 해서 ‘셀 브로드밴드 엔진(Cell Broadband Engine)’이라는 초강력 칩을 만들었다. 게임기는 물론 의료 장비와 항공기 가상 시뮬레이션 등 대용량 컴퓨터 작업에 적합한 기능을 가진 칩을 만든 것이다. IBM은 이 프로젝트 과정에서 셀칩의 새로운 아키텍처(아키텍처란 컴퓨터의 설계 사상 및 논리 구조 등 기본요소의 계획 및 고안 방법을 종합한 것)를 설명하는 700쪽 분량의 서류와 1100여 쪽에 달하는 무료 개발 키트를 과감히 개방한 바 있다. 이들 3사는 이 칩을 활용하면 새로운 차원의 제품과 서비스가 가능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세 개의 회사가 합심하면 한 산업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기업 간 협업을 통한 서비스 혁신(이노베이션)을 강조하는 말이다. 현재 기업들이 관심이 있는 이노베이션 분야는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과 프로세스, 기업 문화, 그리고 정책적인 측면 등 6대 분야다. 요즘은 초기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과감하게 다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상호 공개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혁신하는 선진기업의 사례가 늘고 있다. 뉴욕시 경찰당국의 경우 지난 4년간 범죄발생률을 20% 이상 낮췄다. 911 전화로 수집된 데이터 및 범죄 보고서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심층 분석했다. 도시의 위성 사진과 정교한 지도를 일치시키며 범죄 발생 위치와 시간을 예측하고 경찰을 미리 배치해 사전에 예방했다. 경찰의 도심 현장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와 지식, 그리고 정보 분석을 위한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과 통신 기술 등의 접목으로 서비스를 혁신했다. 시큐어 트레이드 레인(Secure Trade Lane)사의 경우, 선적된 컨테이너에 전자 컨트롤러를 내장하여 제품 발송자와 주문자가 실시간으로 컨테이너 내부의 온도와 제품 상태를 모니터할 수 있다. 대양 한가운데에서도 배에 실린 상품의 상태 정보가 실시간 취합되어 위성을 통해 제품 주문자와 발송자에게 보고된다. 뿐만 아니라 상품을 공급한 공급업체에도 그 정보가 공유되어 운송 중인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세관에서도 컨테이너와 제품 정보를 보고 통관과 검사 여부를 손쉽게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물류 전문업체의 전문성과 첨단 전자태그와 같은 지능형 장치, 그리고 글로벌통신 네트워크가 활용되어 새로운 차원의 로지스틱스 서비스가 만들어진 것이다. 인도의 통신업체 바티를 보자. 1995년에 설립한 이 업체는 유무선 통신망을 소유하지 않고도 인도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업체다. 통신 네트워크와 IT, 프로그램 관리, 헬프데스크 운영, 재해복구 등 핵심 업무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문 업체에 아웃소싱했다. 바티는 단지 내부 역량 강화와 고객 서비스 전략에만 주력했다. 신규 고객 발굴은 물론 기존 고객 로열티 증진에 힘썼다. 그 결과 바티는 2년 만에 가입자가 700만 명에서 1800만 명으로 급증했다. 2005년도 매출은 60% 이상 성장했다. 제품과 서비스가 타사에 비해 어느 정도 차별화돼 있는지? 회사의 재정 상태, 경영시스템, 비즈니스 모델 등 모든 것이 제대로 차별화돼 있는지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할 때다. 특히 혼자 하는 것보다 고객 및 협력업체 등과 협업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서비스 이노베이션을 강화해야 한다. 이노베이션은 차별화를 위한 것이고, 차별화를 통해서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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