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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이 공장서 365일 상주하며 독려

회장이 공장서 365일 상주하며 독려

경남 창원시 외동에 있는 S&T중공업. 통일중공업으로 더 잘 알려진 회사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파업이 있었다. 민주노총 본산이라고 자부하는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노조’와 ‘만년 적자회사’. 많은 사람이 아직도 통일중공업 하면 떠올리는 단어다. 하지만 통일중공업에서 지난해 이름을 바꿔 S&T중공업이 된 이 회사는 최근 들어 크게 달라졌다. 이에 앞서 통일중공업은 2003년 발전용 열교환기 생산업체인 삼영(현 S&TC)에 인수됐다. 만년 적자기업이던 통일중공업은 M&A된 뒤 2004년, 2005년 연속 흑자를 냈다. 2005년 1월 주주총회에서는 22년 만에 처음으로 주주에게 5% 배당도 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3650억원(지난해 대비 35% 증가)에 250억원의 영업이익을 목표로 정했다. 1분기에 이미 흑자를 냈다. 그만큼 경영이 안정궤도에 진입했다. S&T중공업은 ‘중공업 1세대 기업’으로 꼽힌다. 그만큼 오랜 역사와 기술력을 자랑한다. 특히 공작 기계와 차축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이 있다. 전체 매출의 32%를 차지하는 방위산업 분야는 알짜배기다.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경영이 가능한 회사다. 1959년 공기총 제작업체인 ‘예화산탄공기총 제작소’로 출발한 이 회사는 7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방산업체로 지정됐다. 이후 기계전문 공단인 창원공단에서도 가장 오래된 기업이 됐다. 몇 번 주인이 바뀌면서 회사 이름도 동양기계, 세일중공업 등으로 바뀌었다. 90년대 초 통일그룹에서 인수한 뒤 95년에 회사이름을 통일중공업으로 바꿨다. 그러나 제대로 된 경영진이 없었고 민주노총 등 마창(마산-창원) 금속노련 강성노조 운동의 본산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올해 경남지사 후보로 나선 문성현 민노당 대표도 80년 통일중공업에 위장 취업해 이 회사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이처럼 S&T중공업은 지난 20여 년간 항상 파업과 분규의 중심에서 가장 골치 아픈 기업의 하나로 통했다. 강성노조의 파업과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이 회사는 98년 11월 부도를 맞았다. 당시 통일중공업은 부채비율 1920%에 임금체불로 회생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 후 4년여의 법정관리를 거쳐 2003년 4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발전용 열교환기 업체인 S&TC의 최평규 회장이 인수한 것이다.
연속 흑자에 주주배당까지
“최 회장이 통일중공업을 인수할 당시 주위에서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적자기업도 적자기업이지만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기업을 왜 굳이 인수하려하느냐”며 인수를 극구 말렸다. 하지만 그는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최 회장의 회고다. 내가 통일중공업을 인수하고 난 후 일부에서는 이 회사가 망해야 지역사회가 산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만성 노사분규 때문에 주변기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해 오히려 회사가 없어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다. 그만큼 지역사회에서는 천덕꾸러기 회사였다.” 하지만 기계공학도 출신인 최 회장은 생각이 달랐다. 통일중공업의 기술잠재력을 본 것이다. 방위산업 제품은 물론 초정밀 자동차용 변속기와 차축은 최고 수준이었다. 또 기계공업의 꽃이라는 공작기계와 산업의 기초소재인 주조품 등에서도 최고의 기술력이 있었다. 최 회장의 이런 혜안은 곧 결과로 나타났다. 부도 당시 1920%였던 부채비율은 2003년 107.1%, 2004년 94.9%, 2005년 58.7%로 바뀌었다.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구조가 됐다. 매출액 역시 2003년 2232억원에서 2004년 2638억원(18.2% 성장), 2005년 2782억원(5% 성장)으로 뛰어올랐다. 영업이익도 2004년 84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55억원으로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강성노조에 주민들 “문 닫아라” 2004년과 2005년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을 마쳤다. 지난 2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파업을 벌였던 사업장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창원지역 기계업계에서는 최 회장의 뚝심과 직원들의 변화된 노동의식 등이 이 같은 일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한다. 최 회장은 통일중공업 인수 후 노조와 대타협을 했다. 인원감축 등을 하지 않을 테니 노조도 회사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그 결과 2004년 4월 이른바 경영 정상화를 위한 ‘통일중공업 노사 대타협’ 성명을 발표할 수 있었다. 최 회장은 통일중공업 인수 뒤 창원 공장에서 365일 숙식을 해결했다. 점심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했다. 공장인 만큼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작업복을 입고다녔다. 노사 문제가 생기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갔다. 지난해 노조가 불법 집회를 할 땐 단상에 직접 올라가 불법 집회를 막았다. 회장이 직접 나서서 집회 현장을 몸으로 저지한 것이다. 분규로 직장폐쇄를 했을 때는 회장이 관리직원과 함께 정문 출입을 통제했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도 있었다. 최 회장도 공장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조합원도 쓰러졌다. 그러면서도 용역경비원을 불러들이지 않았다. ‘집안 싸움에 바깥 사람을 끌어들이면 나중에 회복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5월에는 금속노련 간부 및 통일중공업 해고노동자 50여 명이 회사 임원실에 난입했다. 최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집단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 회장은 목과 허리에 3주 부상을 입고 입원했고 박재선 대표이사는 타박상으로 전치 2주의 부상을 입는 등 상당수 임원이 폭행을 당했다. 비록 노조가 개입된 사건은 아니었고 해고자와 금속노련의 폭력행위였지만 S&T중공업의 강성 노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최평규 S&T중공업 회장은 “본격적인 비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자신했다.

최 회장은 굽히지 않았다. 노조의 불법 행위에 몸으로 맞서며 노조를 설득했다. 투명경영, 정도경영 등 정공법으로 돌파해 나갔다. 경영에 대한 모든 사항을 전 임직원이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회사의 모든 상황과 현실을 숨김없이 공개하고 사원들의 협조를 구해야 노사 모두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직원들도 처음에는 “회장이 몇 달 정도 현장에서 왔다갔다 하다 그만두겠지”하며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 회장이 365일 현장에 머무르며 하나하나 챙기는 것을 보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던 직원들도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초창기 분위기를 최 회장은 이렇게 전한다. “한번은 제가 직원들이 일하는 현장을 돌아보기 위해 한 사무실 문을 열었는데 한 직원이 저보고 그러는 거예요. ‘회장으로 대접받고 싶으면 올라가 가만히 앉아 계시지 왜 남의 사무실에 마음대로 들어오느냐’고 따져묻더군요. 그만큼 초창기에는 노조가 경영진을 바라보는 시각이 냉담했습니다.” 최 회장은 직원들의 기를 살리고 내 회사란 소속감을 불어넣기 위해 2004년 4월 전 직원에게 주식을 나눠줬다. 최 회장은 S&T중공업 대주주인 S&TC가 보유한 주식 중 45억3000여만원어치의 주식을 1인당 7892주씩 액면가 500원에 나눠줬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사명 변경과 함께 생산직·사무직 직원 전원에게 1인당 1만 주씩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이는 상장기업 중 최고 많은 스톡옵션을 부여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2004년 여름방학부터 시작된 ‘청소년 영어캠프’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직원 자녀 중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2주간 사내 어학실에서 실시하는 영어캠프다. 지금까지 참가 인원이 1000명을 넘었다. 지난해 여름방학에는 영어캠프 참가자 중 성적이 우수한 학생 15명을 선발, 캐나다 밴쿠버 해외 어학연수까지 무료로 보냈다. 올해 여름에도 20명 정도 해외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5월 새로운 CI(기업이미지 통합 작업)를 통해 S&T그룹을 출범시켰다. 통일중공업의 이름이 S&T중공업으로 바뀌었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영은 S&TC로 회사명이 바뀌었다. S&T그룹은 이외에 S&T상호저축은행, 설악파크호텔 등 총 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전 직원에 1만 주 스톡옵션 S&T중공업은 현재 옛 대우정밀 인수를 추진 중이다. 대우정밀은 매출액이 6000억원대로 S&T중공업보다 몸집이 큰 회사다. 대우정밀을 인수할 경우 S&T중공업은 단숨에 매출 1조원대의 대기업으로 부상한다. 이 회사는 또 현재 국방부와 공동으로 155mm 자주포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 역시 S&T그룹의 위상을 크게 바꿔줄 전략사업이다. 2010년까지 총 460억원의 개발비가 들어갈 이 사업은 기존 자주포를 향상시키는 작업이다. 2010년에는 이 사업 매출액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큰 사업이다. 회사 관계자는 “마력수와 변속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이 자주포 사업이 완성되면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최첨단 자주포를 갖춘 나라가 된다”고 설명한다. 최 회장은 현재의 S&T중공업 회생에 대해 “기적이 아니라 저력”이며 “본격적인 비상(飛上)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S&T중공업은 올해 임단협을 이제 막 시작했다. 노사가 상견례를 마친 상태다. 이 회사의 직원 평균 연령은 47세가 넘는다. 극한 투쟁을 하기에는 나이가 많아 보인다. 그리고 노조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앞으로는 극한 투쟁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마산-창원 일대 금속노련의 본거지인 만큼 언제, 어떤 이슈가 터져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해고자 복직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무분규 임단협을 이뤄낸 S&T중공업이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낼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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