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주택과 악기가 시너지를 낸다? 정몽규 회장 생각에 놀랐어요”
- “주택과 악기가 시너지를 낸다? 정몽규 회장 생각에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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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의 프로젝트? 현대산업개발 측은 인수금액 286억5000만원을 내게 되면 정식으로 새로운 영창악기의 최고경영자(CEO)로 박 단장님을 임명한다고 했습니다. 임명장은 받았습니까. “인수단장 임명장만 받은 거지요. 정리 채권 납입일이 아직 안 됐으니까. 이런 말씀은 하시두만요. 정몽규 회장이 영창악기 문제로 저를 보자고 불렀을 때 회장님하고 얘기가 끝나니까 이방주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부르더니 ‘됐어요. 박 부회장님(자동차에 있을 때 직함이다)이 맡기로 했습니다’고 해요. 사전에 이 사장하고도 누구한테 경영을 맡길지 의견을 많이 나누셨다는 얘기지요.” 영창악기 인수 문제는 언제 연락을 받았습니까. “2월 26일 오전 9시30분쯤에 회장님이 직접 전화를 주셨더군요. 지금도 현대정보기술에 있느냐고 물어요. 아니라고. 그럼 잘됐으니 곧바로 만나자고 해서 찾아뵈니까 영창악기 말씀을 하십디다. 말씀을 들어보니 여러 가지로 정말 많은 고민을 하셨더라고. 악기회사를 인수해야 하는 문제에서부터 누구한테 맡겨야 되나 하는 문제까지, 명예회장님(정세영)이라도 계셨으면 저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고민을 하셨어요. 아마 사모님(박영자 명예회장을 일컫는다)도 조언을 해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우선협상 대상자 공표가 2월 28일 나오고 언론에는 3월 2일자로 실렸는데 재계에서도 의아했겠지만 현대가 어른들과 집안에서는 얼마나 예민하게 봤겠어요. 거기까지도 몽규 회장이 얼마나 고민을 했겠어요. 평소 말수도 적은 분이지만 눈에 보이더라고. 더 이상 내가 드릴 말씀이 없겠더라니까. 영창악기를 내가 쏟을 수 있는 최대의 열정으로 쏟아 넣어 마지막 작품으로 키워 보겠다는 말만 하고 물러나왔어요.” 영창악기라면 국내 최대의 악기회사입니다. 더구나 현대산업개발이라는 우량기업이 인수하게 됩니다. 범현대가에서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회적인 관심이 될 텐데, 왜 언론 취재도 차단한 채 인수식을 조용히 진행했습니까? “언론 차단은 아니고…. 생각해 봐요. 정세영 명예회장님 1주기가 어제(5월 21일)였고, 장자인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께서 저렇게 돼 있는데 동네방네 소문내고 북적거리며 잔치 기분 낼 상황이에요? 잔치거리도 아니지만. 내가 조용히 격식만 차려서 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현대 친인척들은 하나도 안 불렀고 서명식에는 정몽규 회장, 이방주 사장, 리딩투자증권 박대혁 사장, 우리은행이 주거래니까 문동성 부행장, 그러고 영창악기 이호석 사장하고 영창악기 국내외 대리점 대표들까지 20여 명만 참석했어요.” 현대 친인척들이 전부 모이게 되면 현대가의 문화사업으로 공식화될까봐 초청을 안 한 것은 아닙니까? “범현대가다, 현대가의 프로젝트다, 장자를 포함한 정씨 가문의 계획이 있다, 별별 소리를 다 듣는데. 특히 최근에 와서 언론들이 그렇게 몰아가는 경향이 있지만 내가 아는 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이런 소리는 합디다. ‘앞으로는 전부 영창 피아노로 바꿔야 되겠네. 울산에 있는 현대 학교부터 전부 영창으로 바꾸라고 해야 되겠군.’ 그러면서 웃었는데 그건 서로 돕는다는 의미지 특별히 목적이 있어서 하는 얘기는 아니라고요. 울산에는 현대 학교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다 있잖아요. 그러니 자꾸 현대 가문하고 연결시키면 일하기도 굉장히 어렵다고요.”
MK 사태로 행사 조용히 치러 정몽구 회장이 구속 중이다 보니 현대가에서는 어떤 행사도 조용하고 조촐하게 치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현대가의 담장 밖에서는 아직도 미완(未完)의 드라마가 계속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 문제, 최근에 불거진 현대증권의 현대건설 인수설, 거기에 현대중공업 임직원 2만5000여 명의 현대자동차 살리기 서명운동. 그리고 현정은 회장 주도의 현대그룹 계열사 전체 임직원의 정몽구 회장 석방탄원서 제출이 마치 서로가 맞불이라도 놓는 것처럼 비춰져 연일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몽자 항렬의 몽규 회장이 현대가와 상의 없이 악기 회사를 인수하고 나섰을까. 최근 전개되고 있는 현대가의 스캔들을 볼 때 정씨 가문으로서는 국민을 향한 이미지 쇄신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다가오고 있다. 그랬을 때 서명운동과 석방탄원서도 장손의 마음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면 누구보다 정몽규 회장의 움직임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구명운동을 한다면 현대가에서는 정몽규 회장의 동선(動線)이 가장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MJ(정몽준 의원)는 여전히 차기 대권 후보라는 인식 때문에 보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정몽규 회장은 재계·정계·법조계·외교가 등에 깨끗한 거목으로 심겨져 있는 선친(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후광이 있고 현실적으로 검찰을 비롯해 법조권의 고려대 인맥과도 가장 폭넓게 인과를 맺고 있다. 고려대 출신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2세 경영인 중에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특히 선후배 간에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는 것도 정몽규 회장의 장점이다. 그래서 현대가의 주변 인맥들은 몽규 회장이 언제 큰형수(몽구 회장 부인인 이정화씨)를 만나느냐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큰형수를 만나면 몽구 회장의 석방 시간이 임박했다고 본다는 얘기였다. 장자의 구속으로 인수식 같은 행사도 영향을 받는데, 울산 현대차 공장에서는 기본급 15만원 선을 인상해야 한다는 노조의 강력한 요구를 놓고 임단협이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구명운동은 터키를 비롯한 해외에서도 전개되고 국내 지방 상공회의소에서도 탄원하고 있습니다. 현대가에서도 당연히 움직임이 있겠지요? “그런 문제는 모르겠어요. 현대가라는 소리엔 예민해진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대가 있잖아요. 바깥에서는 같은 현대가라고 알았는데 자의든 타의든 한쪽은 아닌 것처럼 돼버렸다고. 나는 그냥 1주기고 숙연한 분위기니까 작은 행사라도 조용하게 치른다는 것이고 악기밖에 생각하고 있는 게 없어요.” 영창악기는 어떤 상태의 회사였습니까. “인수를 목표로 그동안 실사를 철저히 했는데, 외형적으로는 인천에 본사와 악기공장이 있었고 중국에 톈진공장, 미국에 전자악기연구소를 두고 세계 각국에 수출을 해온 글로벌 기업이더라고요. 그것도 영창 상표로 생산하고 수출을 해왔어요. 국내 시장 점유율은 50% 정도 되고. 잘 나갈 때는 연간 판매가 2000억원 정도? 그랬던 회사예요. 직원이 한국에 340명, 중국은 주로 부품을 생산하는데 1250명, 미국에 50명, 보스턴 악기연구소에 15명, 그런 정도인데 특히 영창 자회사로 쿼즈와일(Kurzweil)이라는 전자악기 종합 메이커가 있더라고요.” 그동안 해외 시장이나 악기회사들도 둘러보셨을 것 아닙니까. “한마디로 큰일났다, 이거였어요. 중국도 가고, 일본도 가고, 미국도 가봤고. 독일에서 국제 악기 박람회가 열린다고 해서 거기도 가서 박람회장을 샅샅이 훑었는데 국내 수준하고는 마감 처리 기술에서부터 격차가 확 나요. 생산 기술은 내가 아직 몰라요. 자동차를 했으니까 마감 처리는 한눈에 점수가 나오잖아요. 원인도 짚어내는 거고. 그래서 당장 톈진의 피아노 공장에 모든 공정을 최대한 자동화하라고 지시했다고요. 중국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고 있으니까 효율성과 정확성이 떨어지는 건 뻔하잖아요. 인구 때문에 채용을 해야 한다는 불가피성도 있지만 현대가 맡은 이상 하라면 하는 거야, 무조건 최대한 하라고 했지. 나중에 회장님하고 둘러보니까 개선이 되고 있어요.”
“도요타와 싸우듯 야마하와 경쟁” 일본의 야마하도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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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학교부터 영창으로 바꿔야겠군” 큰 짐을 짊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몽규 회장이 생각하고 계시는 것도 뒷받침을 하려니 큰 짐을 짊어졌다고 하는 것 같은데, 현대차에서 쌓은 수출 영업의 노하우를 이용하면 영창악기의 세계 시장 확장이나 기존 판매망 복구도 이른 시간 내에 해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여러 전략을 구상해야겠지만 국내 가정용(업라이트) 피아노 시장 점유율부터 높여가면서 세계 시장을 열어나갈 것 같은데 분명한 건 세계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악기 제조업체로 육성할 수 있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겁니다. 우린 현대차로 도요타하고 경쟁했던 노하우가 있다고요.” 박 단장은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녹록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경기 침체로 새 피아노를 사려는 사람들보다 중고 피아노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결혼 혼수품에서 피아노가 빠지고 있는 것도 박 단장에게는 표정이 일그러지는 일이다. 중국산 중·저가 악기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집이 많지 않은 얼굴에 웃음이 번지는 것은 복안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아이파크가 신축하는 아파트에는 가스레인지나 식기건조기 대신 ‘음악’이 걸어다니도록 무조건 악기 하나씩을 거실에 선물하겠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몽규 회장의 깊숙한 야심이 표출되는 시간은 박 단장이 스케줄을 짜고 있는 것 같다.
영창악기 맡은 박병재 전 현대정보기술 회장 1942년 경북 문경생 문경고·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68년 현대자동차 입사 1987년 현대자동차 캐나다 법인장 1990년 현대자동차 부사장 1996년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1998년 현대자동차 부회장 2004년 현대정보기술 대표이사 회장 2006년 5월∼現 영창악기 인수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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