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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정말 ‘금값’ 되나

금값이 정말 ‘금값’ 되나


수급구조 전과 달라져… 10년 내 6000달러 전망까지 나와 요즘 금시장만큼 호황인 시장도 없다. 지난 한 주 동안 요동치던 금값은 5월 19일 온스당 658달러에 마감했다. 그 1주일 전에는 730달러로 26년래 최고를 기록했다. 역시 시장에서는 요즘의 금값 상승이 ‘거품’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흘러나왔지만 낙관론자들은 개의치 않았다.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서리라는 전망도 많고 일부 개인적 전망치는 1만5000달러까지 간다. 언스트&영 회계법인의 광업·금속 담당 부장 마이클 린치-벨은 금시장의 잠재력이 아직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1970년대 석유 전문가들은 유가가 언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가리라고 전망했다. 당시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으나 그 말은 오늘날 현실로 나타났다. 금값이 1000달러까지 가리라는 예상도 지금은 어리석게 들린다.” 이번 금값 상승은 옛날처럼 불확실한 시기에 금을 사두는 차원이 아니다. 아시아와 중동 국가들의 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보석류로서의 금 수요도 크게 증가했고 개인이 금을 거래하기 쉽게 해 주는 펀드가 많이 생기면서 투자 목적의 금 수요도 증가했다.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금 생산이 줄어든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금값에 근본적인 변동이 시작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골드먼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갑자기 발생했다. 골드먼삭스의 상품조사 부장 제프리 쿠리는 “지난 20년간 온스당 금의 균형가격(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가격)은 350달러였다”고 말했다. “6주 전 금의 균형가격은 온스당 650달러가 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나? 금은 일반적인 원자재와 다르다. 실용적으로 쓰이지도 않고(예를 들면 석유), 좀처럼 소비되지도 않는다(공업용으로 쓰이는 드문 경우는 제외). 따라서 품귀될 우려가 전혀 없다. 다른 상품들의 경우에는 그것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다. 캐낸 금은 대부분 보석의 형태로 유통된다. 그러므로 금은 구리나 주석 같은 금속보다 마치 화폐처럼 가치 저장 수단의 기능이 강하다. 실제로 골드먼삭스의 차트를 보면 오랫동안 금값은 달러를 반영했다. 350달러라는 균형가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달러와 반비례 관계에 있었다. 달러가 강하고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금값은 싸면서 안정적이었다. 그러다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005년 말 위에서 언급한 금의 수요 압박이 가중되자 달러와 금값 사이의 관계가 깨졌다. 달러화의 하락보다 금값이 훨씬 더 빨리 상승했다. 몇 주 전에야 다시 안정을 찾았으나 균형가격은 약 650달러로 훨씬 더 높아졌다. 골드먼삭스는 새 균형가격이 800달러까지 점점 오르고 내년 초께 그 수준에서 안정되리라 본다. 그러나 달러가 크게 떨어진다면 금값이 더 오를지도 모른다고 전망한다. 쿠리는 “길게 볼 때 현재 금값은 아직도 싼 편”이라고 말했다. 1980년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던 851달러의 금값은 지금 시세로 따지면 2149달러다. 낙관론자들은 현재의 금값이 거품이라는 얘기에 코웃음 친다. 2003년 가격의 배로 올랐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들이 낙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액 투자자들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주식을 거래하듯이 상품을 거래하게 해 주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생겼기 때문이다. 2003년 호주에 첫 금 ETF가 생겼고 이제는 다섯 개로 늘었다. 그 결과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전체 연간 금 수요는 37% 늘었고 금 ETF의 보유액은 2005년 시작 당시 12억 달러에서 오늘날 102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금 펀드를 대표하는 ‘익스체인지 트레이디드 골드’의 수석 마케팅 고문 오언 리스는 “실적이 상상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구매자들이 금을 직접 사고 파는 중동에서도 이와 비슷한 투자펀드가 개설될 예정이다. 인도와 중국에서의 두 자릿수 수요 증가에 힘입어 금 장신구의 전 세계 수요는 지난해 5% 늘어 총 27억t이 됐다. 더욱이 최근의 업계 정보에 따르면 1989년 이래 금의 매수보다 매도가 더 많았던 세계 중앙은행들이 이제는 매수가 더 많아졌다. 국제금위원회와 골드먼삭스는 러시아, 중국, 일부 중동 국가들, 아르헨티나의 중앙은행들이 달러에서 벗어나 보유통화를 다각화하고자 가까운 시일 내에 금을 사들이려 한다는 뚜렷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동시에 금 공급이 정체돼 간다. 90년대 후반 금값이 252달러로 바닥을 친 후 광업회사들은 소비를 줄이고 탐사를 중단했다. 지질학과 졸업생들도 금 관련 분야를 기피했기 때문에 숙련 근로자가 부족해졌다. 이제 가격이 회복됐지만 광산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다. 지난해 금 채굴량은 겨우 1% 늘었다. 생산이 다시 느는데 드는 시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2010년까지는 공급이 수요를 맞추지 못할 전망이다. 금값 상승론자들이 금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다음 조치를 걱정하지만 금을 거래하는 이들은 그렇지 않다. 2001년 전 세계 원자재 가격 상승을 정확히 예견한 홍콩의 ‘미스터 비관론자’ 마크 페이버는 FRB가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 저리자금의 계속된 유입으로 금값이 계속 올라가리라 전망했다. FRB가 금리를 올려 저리 자금의 시대를 끝내고 경기가 둔화돼도 투자가들은 여전히 위험 회피책으로 금을 산다. 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금값이 6000달러까지 올라가리라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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