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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걸음하는 아프리카 축구

제자리 걸음하는 아프리카 축구


경기장 등 인프라 열악하고 스타 선수들의 해외 유출 심각해 다카르 교외 인근의 사막. 높이 세워진 뎀바 디옵 스타디움에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초록·빨강·노랑의 삼색 국가대표팀 유니폼 셔츠를 입은 세네갈 팬 수천 명이 질서정연하게 두 줄로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 한 악단은 서아프리카 음악을 연주하고 볶는 듯한 태양열 아래 일부 소년들이 식수를 팔았다. 그로부터 두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팬들은 기대감에 들뜬 채 경기장을 나왔다. 세네갈 대표 팀이 라이베리아 팀을 6대1로 대파한 뒤였다. 일명 테랑가의 사자로 알려진 세네갈 대표 팀은 또 한차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보장된 분위기였다. 2005년 3월의 이야기다. 그전의 많은 아프리카 축구 강국이 그랬듯이 세네갈은 그 뒤로 무너져버리면서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4년마다 아프리카의 한 팀이 전통 강호들을 놀라게 하면서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1990년의 카메룬, 1994년의 나이지리아, 2002년의 세네갈이 그랬다. 가나의 마이클 에시앙이나 아이보리코스트의 디디에 드로그바 같은 선수가 유럽 클럽 팀의 주전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늘어난다. 아프리카 대륙은 축구의 미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남아공은 차기 월드컵인 2010년 대회를 주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선 아직 안정적인 강호가 등장하지 않았다. 올해 본선 진출국인 앙골라·튀니지·토고·가나·아이보리코스트 중에서 2002년에 본선에 진출했던 나라는 튀니지뿐이다. “아프리카 축구는 조금도 발전하지 않는다”고 축구 전문가 제프 피어슨은 말했다. 아프리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프리카 축구의 문제는 곧 아프리카의 문제”라고 피어슨은 말했다. 부패가 만연하고, 신규 투자에도 불구하고 축구 인프라(경기장과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등)는 여전히 열악하다. 축구판 두뇌 유출이라 할 스타선수들의 해외 유출이 가장 큰 타격이다. 유망주가 아프리카에서 자리를 잡기도 전에 유럽의 스카우트들이 채 간다. 스타급 선수들은 세계 강호들과의 경쟁에서 큰 이득을 챙기지만 그들이 떠나온 팀의 수준은 뚝 떨어진다. 남아공의 퀸턴 포춘과 베니 매카시 같은 일부 스타들은 심지어 자국보다 소속팀을 더 중시해 월드컵 예선에서 국가대표 팀에 합류하기를 거부했다. 이처럼 국내의 깊이와 안정성 결핍으로 아프리카는 각 대회는 물론이고 심지어 한 달 동안의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꾸준한 기량을 유지하는 국가대표 팀을 구성하지 못했다. 리버풀 대학의 연구기관인 풋볼 인더스트리 그룹의 로건 테일러 소장은 “그들의 경기는 마치 술에 취한 듯 경기마다 수준이 변했다”고 말했다. 1977년 펠레는 아프리카의 한 나라가 2000년 이전 월드컵에서 틀림없이 우승한다고 자신있게 예측했다. 그 예언이 맞지 않자 시한을 2010년으로 연장했다. 아프리카의 미래가 오기에는 그것도 너무 이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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