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세계의 도로와 바다를 지배한다

세계의 도로와 바다를 지배한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은 단일공장으론 세계 최대 규모다. 울산공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액만 약 20조원에 달한다.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연간 1조2000억원이다. 현대차가 파업이라도 하면 울산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방 재정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현대차는 2004년 612억원의 지방세를 납부해 울산시 지방세 총액의 9%를 차지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연간 200억원대의 지방세를 납부하고 있고, 1조5000억원대의 직원 급여 및 3조5000억원의 자재 대금 등을 통해 지역 금융권 및 경제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설립한 울산대와 울산과학대, 현대 청운고(자립형 사립고)는 지역 인재 양성의 요람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본산이다. 1967년 울산시 북구 영포로와 아산로 사이 150만 평의 광활한 부지에 세워진 이 공장은 포니·엑셀·쏘나타 등으로 수출 신화를 창조하며 한국자동차산업을 선도해 왔다. 생산 차종별로 나뉜 1~5공장을 비롯해 모두 30여 개의 공장(연건평 70만 평)에서 소형차 클릭부터 최고급 대형차 에쿠스까지 총 16개 차종을 직접 조립·생산한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연간 16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르노삼성, GM대우 등 다른 업체와 달리 현대 울산공장은 엔진과 변속기를 생산하는 별도 가공공장과 자동차 전용 선박부두까지 모두 한 울타리에 있는 등 ‘집적화’ 가 잘 구축돼 물류비 절감과 생산효율성이 높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생산단지의 집적화는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적지 않다. 대표적 단점으로는 인력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울산공장에는 정규직 2만5000여 명을 비롯, 협력업체 종사자를 합해 3만5000여 명의 인력이 일한다. 홍보팀 남창훈 과장은 “넓은 부지에 수많은 인원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 울산공장이 안고 있는 단점 가운데 하나”라며 “지난 85년 이후 체육대회 등 직원 전체가 참여하는 행사를 일절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회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기현상으로 회사 측은 사내 유동인구를 줄이고 근무태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지만 효율적인 관리통제가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대자동차 노사관계는 경쟁업체인 GM대우나 르노삼성은 물론 도요타 등 세계적 자동차 회사들의 노사관계와 비교해 극히 불안정하다. 이는 경쟁력 향상의 구조적 제약요인으로 첫손가락에 꼽히고 있으며,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의 도약에 발목을 잡은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울산은 어떻게 기적을 낳았나


1. 중화학공업 육성정책 차관도입과 지급보증으로 자금 지원

2. 과감한 투자 선진기술을 소화해 한국 고유제품 제조

3. 근로자의 열정 성실하고 손재주 많은 근로자들이 좋은 제품 생산

4. 엔고(高) 등 유리한 국제 경영환경 엔고로 일본 제품에 비해 경쟁력 높아져

5. 새로운 변신의 모범도시 역할 기존 산업 고도화에 새로운 산업 창조해야 발전한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현대차 울산공장의 경우 지난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거의 매년 파업투쟁을 벌여왔다. 노조는 노동계의 구심점 역할은 물론 민주노총 투쟁의 선봉장으로 임단협 투쟁뿐만 아니라 노동계의 각종 파업투쟁에도 거의 빠지지 않는다.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투쟁으로 현대차는 수천억원 이상의 생산 차질을 빚기 일쑤다.

경쟁력 발목 잡는 파업투쟁 울산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잘 나타내주는 사례를 보자. 지난 5월 초 이두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비자금 사태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구속되자 이 회장은 탄원서에서 “정몽구 회장 구속은 울산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현대차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1800여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관련된 기업들까지 감안하면 무려 3000여 개 기업이 현대차에 목을 매고 있다” 며 “이들 연관기업에서 일하는 130만~140여만 명의 종사자들 일자리가 줄어들면 그 파장은 단지 울산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울산 지역 주요 인사를 포함한 12만 명의 주민들도 탄원서에 서명하고 “현대차 없는 울산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정몽구 회장의 선처를 호소했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거점인 울산에서 패배했다. 노동자들의 텃밭인 울산에서의 충격적인 이 패배를 놓고 원인 분석이 분분했지만 재계에서는 울산 특유의 ‘현대 분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민노당 울산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정몽구 회장과 관련 경영진 퇴진을 요구했다. 특히 울산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박맹우 후보는 정몽구 회장 구명운동에 나선 데 반해 민노당 노옥희 후보는 퇴진을 요구했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민노당의 정체성을 보여주겠다는 선거전략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비참했다. 민노당 노옥희 후보는 25.3%밖에 득표하지 못하고 한나라당 후보에게 큰 표 차이로 패배했다. 울산 지역의 한 경제인은 “울산 지역 경제는 현대자동차와 연관이 깊은 만큼 민노당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면서 “민노당이 정몽구 회장 퇴진을 요구하자 울산시민들은 ‘민노당이 울산 경제를 파탄시키려 한다’면서 등을 돌린 게 가장 큰 패인” 이라고 지적했다. 아무튼 울산 지역 주민들은 매년 되풀이되는 현대차의 파업과 분규에 진저리를 내며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장 인근 주민 김영섭(43)씨는 “현재의 현대자동차 노사관계로는 회사 발전은커녕 몇 년 안에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비판과 함께 “한때 벌어졌던 현대차 불매운동의 의미에 대해 노사 모두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J기업 박모(56) 사장은 “매년 악순환되는 파업으로 피해 보는 것은 항상 납품업체”라며 “중소기업보다 월급을 훨씬 많이 받는 대기업 근로자들의 이기적인 행태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매년 모기업인 현대차로부터 납품가격 인하 압력을 받는데다 파업이라도 하면 이중·삼중고로 회사를 꾸려갈 희망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함께 울산 지역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이 현대중공업이다. 1972년 텅 빈 바닷가에서 고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의 뚝심 하나로 시작한 현대중공업은 올해 매출 12조7000억원이 예상되는 세계 최대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종업원도 협력업체를 포함, 2만5000여 명에 이를 정도다. 울산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6남인 정몽준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현대중공업은 형님 기업인 현대차가 매년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는 것과 대조적으로 올해로 12년째 무분규를 기록하면서 노사안정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선박 수주 예상액이 146억 달러에 달해 국내 1위는 물론 세계 1위 조선소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계열사로 현대삼호중공업과 미포조선 등을 거느리며 자산 규모(17조3000억원)로 재계 8위에 올랐다. 정몽준 회장의 현대중공업은 최근 현대건설 인수문제를 놓고 현대그룹과 사활을 건 대결을 벌이고 있어 시동생(정몽준)과 형수(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간 한판 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대 조선소 현대중공업 울산 지역은 올 들어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대단위 설비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들뜬 분위기다. 특히 대규모 투자유치가 예정된 울주군과 남구 지역 등지는 ‘기업특수’ 효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 삼남·상북면과 언양읍 일대 주민들은 ‘삼성 특수’ 로 기대가 높다. 이곳에는 삼성SDI가 7300억원을 들여 삼남면 가천리 소재 기존 사업장에 ‘PDP 4라인’ 건설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현재 충남 천안공장에 생산시설 1~3라인을 가동 중이다. 지역에서는 이 증축공사로 당장 100여 개의 지역건설업체가 공장 건설 공사에 하도급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도급 발생 비용만 700억원에 달하고 인건비 규모도 향후 2년간 연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증축기간 중 타워크레인과 중장비 등 40여 대의 건설장비 대여와 공구, 소모품, 자재 구입 등은 물론 2000~3000여 명의 고용효과도 기대된다. 지난 6월 착공된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단지 내 SK㈜ 중질유 분해공장 증설공사도 지역 경제계에 큰 기대감을 던져주고 있다. 총 1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이 공사는 착공과 동시에 건설플랜트 업체 40여 개사가 참여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울산시 지역경제과는 3조2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99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438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SK㈜로부터 남구 황성동 일대 10만여 평을 사들여 선박 블록 생산공장을 지난 5월 준공했고, 현대미포조선도 올해 남구 장생포 해양공원 부지 2만5000여 평을 임대해 선박블록 생산공장을 준공한 바 있다. 부산대우버스는 울주군 상북면 길천리 길천지방산업단지 안 7만5000여평에 버스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밖에 주류회사인 무학이 울산에 처음으로 진출,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 6000여 평에 하루 40만 병을 생산하는 소주공장을 건설 중이다. 내년 하반기 완공이 목표다. 김상채 울산시 투자지원단장은 “울산의 3대 주력산업 구조 고도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부품 혁신센터·조선해양기술 혁신센터·정밀화학 지원센터 등이 내년에 준공돼 기술 연구개발 지원업무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공업도시 울산의 미래를 위해 울산은 올해 초 투자지원단을 설치했다. 국내 최대 산업도시 울산은 최근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굴뚝산업으로 국내 경제를 떠받쳐온 울산은 점차 제조업의 양적 성장 한계를 느끼는 가운데 환경문제까지 겹치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근래 들어 제조 중심에서 탈피, 연구기관 유치 및 접목으로 첨단 R&D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 시작했고 태화강 살리기 운동 등 꾸준한 환경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울산시 홍성철 정보화담당관은 “태화강 상류는 물론 하류까지 폭넓게 감시 센서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오염도를 측정하고, 시 행정에 즉각 반영할 계획”이라며 “시범적으로 오염도가 높은 산업 및 관련 공장에 설치해 온실·배기가스 유출 감시센서를 보다 폭넓게 활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삼건 울산대 건축과 교수는 “울산은 1960년대 정부 주도로 경제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공장’이라는 두 단어만 각인될 정도로 개발 위주로 진행돼왔다”면서 “이제는 울산시민의 행복과 웰빙을 위한 도시개발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석유화학 수출 1위 도시
1997년 광역시로 승격된 울산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중화학공업단지로 중공업·자동차·석유화학 업체들이 포진해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옛 현대그룹의 간판기업들이 지역경제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고 석유화학단지도 그 역사가 오래다. 울산공업단지는 1962년 국가경제개발계획 실시에 따라 우리나라 공업화의 핵심 지역으로 지정돼 정부계획 주도형으로 건설된 국내 최초·최대의 임해 국가공업단지다. 5·16 이후 정부가 정치적 안정과 함께 공업발전을 중심으로 한 종합경제개발계획 수립과 그 맥락을 함께해왔다. 울산은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울산에 현대중공업 터를 잡을 때 조선소 위치로 바다는 필수조건이었고, 비 내리는 날이 적다는 점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조선소 작업은 대부분 노천에서 하는 관계로 비가 자주 내리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울산을 택했다는 얘기다. 울산광역시가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자(2005년 말 기준 울산상공회의소 자료). 면적은 1057㎢로 남한 면적의 1.1%에 불과하다. 그러나 울산 경제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는 비중이 큰 편이다. 인구는 110만 명으로 2.2%를 차지하고 있고 기업체 종업원 수는 281만 명으로 5%를 차지한다. 광공업 생산액은 96조원으로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1%에 달한다. 무역 규모와 항만물동량을 보면 그 비중이 더 커진다. 2005년 울산시 수출액은 450억 달러로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5.9%로 경기도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수입액도 384억 달러로 14.7%를 차지하고 있다. 항만 물동량은 1억7000만t으로 전국 물동량의 17.0%를 점유하고 있다. 지역내 총생산을 보면 2004년도 기준 울산시는 38조6000억원으로 부산에 이어 광역시 중 2위다. 1인당 지역내 총생산액은 2004년 기준 3567만원으로 전국 평균(1638만4000원)의 두 배가량 된다. 서울시를 비롯한 여타 광역시보다도 월등히 높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울산시의 1인당 지역내 총생산액은 대전이나 광주광역시의 세 배에 가깝다. 그만큼 인구 대비 부가가치 창출이 많다는 얘기다. 울산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현대다. 국내 최대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있고, 국내 최대규모의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있기 때문이다. ‘울산=현대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포항에서 포항제철을 빼놓고 포항 경제를 생각할 수 없듯이 울산에서도 자동차와 조선을 빼놓고 울산 경제를 논할 수 없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유흥가·골프장 인근 음주운전 집중 단속..."걸리면 차량 압수"

2'저출산을 막아라'...정부, 인구전략기획부 만든다

3임영웅, "마음이 드릉드릉" 말 한마디 했다가 곤욕

4정부, '소부장 핵심 기술' 육성 위해 700억 투입

5NH농협카드 “NH페이로 해외QR결제하고 15% 즉시할인 받으세요”

6美 전기차 시장서 테슬라 점유율 '뚝뚝'...현대·기아 '쑥쑥'

7신한카드, ‘제1기 쏠트래블 대학생 해외 원정대’ 발대식 개최

8日 새 지폐 인물에 '일제강점기 침탈 장본인'...서경덕 "역사 수정하려는 꼼수"

9멀쩡한 사람을 성범죄자로 오인..."화성동탄경찰서장 파면하라"

실시간 뉴스

1유흥가·골프장 인근 음주운전 집중 단속..."걸리면 차량 압수"

2'저출산을 막아라'...정부, 인구전략기획부 만든다

3임영웅, "마음이 드릉드릉" 말 한마디 했다가 곤욕

4정부, '소부장 핵심 기술' 육성 위해 700억 투입

5NH농협카드 “NH페이로 해외QR결제하고 15% 즉시할인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