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수이볜의 마지막 수난
부인 총통부 판공비 유용 혐의로 기소…조기 사임 가능성도 뤼슈롄(呂秀蓮) 대만 부총통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대만해협의 한 섬에 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타이베이(臺北)에서 검찰이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부인을 총통부 자금 유용 혐의로 기소하려 한다는 연락이었다. 사실로 드러나면 총통 자신도 무사하지 못하다. 뤼 부총통은 위기 수습을 도우려고 점심도 거르고 황급히 타이베이로 돌아갔다. 여차하면 자신이 총통직을 떠맡게 될지도 모를 사안이다. 천 총통은 지난 주말 자신과 부인, 그리고 핵심 측근들이 외교기금 중 약 45만 달러를 불법 사용했다는 혐의를 공개적으로 반박할 예정이었다. 검찰의 기소 내용에 따르면 그 공금은 외국 영부인들에게 선물로 줄 다이아몬드 반지와 천 총통 손자들의 유아복 구입 등에 사용됐다. 천 총통은 그 돈이 은밀한 외교활동에 쓰였으므로 국가안보를 해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그 돈이 그런 용도로 사용됐다는 증거가 희박하다고 맞섰다. 궁지에 몰린 천 총통은 다시 재개된 거리 시위와 입법원에서 야당이 주도하는 또 한 차례의 해임 투표에 직면했다. 만일 총통직을 사임하거나 임기가 끝나는 2008년 이전에 물러나면 뤼가 총통직을 계승한다. 그러나 뤼가 총통직에 오르면 정치적 긴장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뤼는 대만 독립을 훨씬 더 강력하게 지지할 뿐 아니라 천 총통만큼 예측이 어렵다. 그녀가 총통이 되면 야당이 지배하는 입법원에서 입지가 매우 약해질 뿐 아니라 가뜩이나 북핵 위기에 손발이 묶인 중국과 미국의 신경만 곤두서게 할 공산이 크다. 자신의 변덕스럽고 노골적인 성격 탓에 국내적으로도 통합 역할을 맡기 어렵다. “앞으로 몇 달간은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가 예상된다”고 한때 대만에서 국가안보 고문으로 일한 안토니오 창(江春男)은 말했다. 천 총통이 일종의 ‘자충수’에 빠져 이번 혼란이 초래된 사실은 역설적이다. 그는 1990년대 초 입법원 의원 시절 국민당이 38년간의 군사통치 기간 중 저지른 부패를 폭로하면서 유명해졌다. 2002년엔 총통으로 첫 임기를 보내며 국가 자금 지출을 보다 치밀하게 감독하겠다고 맹세했다. 국민당 출신의 전임 총통이 해외 외교활동을 목적으로 비밀금고를 운영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다. 천 총통의 추락은 대만 사법부가 펄펄하게 살아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역사가 미천한 대만 민주주의에는 건전한 징조다. 그러나 더 많은 추문이 차례를 기다린다는 뜻도 된다. 일례로 천 총통을 몰아내려는 운동은 국민당이 주도하는 야당 세력을 주축으로 진행되지만 국민당 스스로 당 소유의 땅과 계엄령하에서 불법 취득한 기업체를 포기하도록 하는 법안도 현재 추진 중이다. 타이베이에 있는 중국학 연구소의 슈융밍 연구원은 현 위기를 이렇게 진단했다. “총통이나 그의 가족까지 수사의 대상이 된다. 이것은 당장은 [천 총통에게] 악재가 되지만 장기적으론 대만에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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