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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개도국의 다국적 기업

떠오르는 개도국의 다국적 기업


제2의 MS와 GE가 신흥시장에서 나올 전망 하지만 앞날 험난할 듯 향후 10년간 전 세계 기업 순위에서 보일만한 가장 큰 변화는 개발도상국 대기업들의 상승세일지도 모른다. 중국의 화웨이(華爲技術; 원거리통신 장비), 인도의 인포시스(정보기술[IT]과 아웃소싱 서비스), 남아공의 SAB밀러(맥주·음료) 등은 이미 세계적 대기업이다. 그러나 이런 거대 기업들은 이제 막 탄력이 붙었을 뿐이다. 미국계 투자사인 이머징 마케츠 매니지먼트의 안토인 반 애그트마엘 사장은 지금까지의 유명 기업들(IBM·셸·소니 등)이 조만간 한물 간 기업이 될 위험에 직면했다고 말한다. 2007년 초 출간될 예정인 그의 매력적인 신저 ‘신흥시장들의 전성기(The Emerging Markets Century: How a New Breed of World-Class Companies Is Overtaking the World)’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리고 제2의 마이크로 소프트(MS)와 제너럴일렉트릭스(GE)는 선진국보다는 신흥시장에서 출현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신흥 다국적기업들은 2007년에 강한 역풍을 맞을지도 모른다. 어느 면에서 보면 이들 기업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순항(順航)하면서 국가적 한계를 벗어나 해외로 뻗어나갔다. 세계경제의 강력한 상승세, 저금리, 낮아지는 무역장벽, 자국의 시장지향적 정책 강화 등을 활용한 덕분이다. 또 미국 기업들이 각종 경제적 추문의 결과로 내부의 지배구조 문제에 사로잡히면서 투자 위험에 신중해졌던 상황도 신흥 다국적기업들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엔론 사태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미국 주식회사의 동물적 본능이 되살아났다. 세계적 확산을 중시하는 경영 방침이 거의 ‘열정’의 수준에 도달했다. 신흥 다국적기업들이 어려운 시절을 겪게 됐다는 뜻이다. 선진국 시장에서 초거대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고도로 정교한 경영 능력,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 문화적 감수성 등이 필요해졌다는 의미다. 게다가 반독점법부터 투명성까지 모두 서방세계 법규에 따라 경쟁해야 한다. 주목해야 할 네 가지 흐름을 소개한다.
중국의 기업들이 세계화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중국 정부가 시노펙(中國石油化工集團公司) 같은 천연자원 회사들의 국제적 팽창을 유리한 금융혜택으로 지원해 왔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 상대국 정부에 풍부한 원조를 제공함으로써 이들 나라가 그 대가로 중국 기업들에 각종 사업계약을 발주하도록 한다는 점도 사실이다. 그러나 하이얼 같은 여타 기업들은 경영의 전문성, 세계전략의 이해, 해외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결여 등에서 큰 문제가 있다. 가전제품 회사인 하이얼은 미국의 메이태그 인수전에서 패배했다. 또 중국의 전자제품 대기업 TCL은 프랑스 톰슨사의 TV사업부와 알카텔의 휴대전화 사업부를 인수했지만 실적 부진으로 실패했다. 중국의 야심적인 해외 팽창 노력이 부분적으로 좌절된 사례들이다. 또 중국의 자동차 업체 질리(Geely)나 상하이 자동차산업그룹(SAIC) 같은 기업들은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 계획을 연기했다. 해외 진출의 선도적 중국 기업은 레노버그룹이다. 레노버그룹은 2005년 5월 미 IBM의 랩톱 사업부를 17억5000만 달러에 인수해 세계 3위의 PC 제조업체가 됐다. 덕분에 IBM의 중요한 경영 지원을 포함, 신중하게 계획된 전략적 기업인수의 온갖 이점을 누려왔다. 또 주요 세계적 사모펀드들과 제휴하고, 노련한 외국인 전문 경영인들을 핵심 직책에 중용했다. 레노버그룹은 심지어 본사를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로 옮기고 영어를 사내 공식 언어로 지정했다. 그러나 아직 성공이 확실시 되지는 않았다. 레노버의 미국 사업부들은 손실을 보는 중이고,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델·HP에 시장점유율을 빼앗긴다. 결국 레노버는 초기 계획과 달리 대규모 직원 해고를 단행해야 했다. 만일 레노버가 그 모든 이점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은 정부 지원을 받는 에너지와 천연자원 기업들을 제외한 중국의 여타 세계화 추진 기업들의 전망을 평가하는 데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인도는 초강대국이 되려는 야심에 사로잡혔다. 인도는 핵무기 보유, 중국의 대항세력으로서 미국이 부여하는 중요성, 경제 호황 등으로 수 세기 동안 보지 못한 자신감에 차 있다. 그러나 인도 기업들은 위험할 정도로 스스로를 과신하는 위험에 빠졌다. 특히 외국 기업들과의 합병을 맹렬히 추구하는 점에서 그렇다. 2006년 1~9월 인도 기업들은 기록적으로 많은 112건의 외국 기업 인수 사례를 발표했다. 금액으로는 총 72억 달러였다. 2006년 말께는 이런 인수합병 거래의 합계가 2005년의 세 배인 160억 달러를 능가할 듯하다. 인도 기업들은 인수 관련 국내 법규의 철폐, 저금리, 증시 활황의 덕을 보았다. 대규모 해외 진출에 열중하는 인도 산업체 중에는 자동차 부품, 트랙터, 제약 분야가 포함된다. 그러나 과연 인도 기업들은 초대형 인수합병을 감당할 만한 준비가 됐는가? 그에 수반되는 높은 금융 비용과 여타 불리한 경제적 여건들을 견뎌낼 역량이 있는가? 또 골리앗 같은 외국 대기업들을 감독할 만한 경영 능력을 지녔는가? 철강부터 음료까지 수십 개 산업체를 거느린 인도의 재벌그룹 타타&선스는 주목할 만한 기업이다. 타타그룹은 그동안 유럽과 미국으로 사세를 확장해왔고, 베트남·인도네시아·남아공·브라질·아르헨티나·이란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2006년 10월 타타 철강은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법인 코러스그룹 PLC를 95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의했다. 코러스는 타타의 3배나 되는 철강을 생산하는 거대기업이다. 그리고 11월 경쟁 관계에 있는 브라질 기업 CSN은 더 높은 인수 가격을 제시해 치열한 입찰 전쟁을 예고했다. 타타가 그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또 다른 대기업 인수에 나서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만일 승리한다면 인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셈이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철강회사 목록에서 6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동시에 타타는 50억 달러의 추가적인 채무를 지게 되면서 유럽 지역 사업체들에서 어느 정도 감원의 고통을 감수해야 할 듯하다. 심지어 타타 간부들은 자기네 그룹이 합병 뒤 오늘날 타타철강이 누리는 만큼의 수익을 거두려면 여러 해 걸릴 듯하다고 말한다. 타타는 많은 고통을 겪게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타타그룹 만큼의 경영 경험과 능력이 없는 다른 인도 기업들이 타타의 전철을 밟으려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만일 어느 인도 대기업이 큰 실수라도 저지르게 되면 시장에서는 인도 기업들의 과도한 확장에 두려움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러시아의 천연자원 회사들은 해외에서 적대감의 벽에 부닥칠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인도처럼 러시아에서는 국가의 자신감·전략과 대기업들의 해외 활동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에너지·광물 부문을 사실상 국유화했다. 그들은 천연자원을 자국의 경제적 번영뿐만 아니라 외교적 지렛대로 이용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지금까지는 성공했다. 2006년 11월 러시아 1위의 알루미늄 회사인 루살은 2위인 수알과 합병하고, 동시에 스위스 글렌코어사의 탄광 사업체를 인수했다. 그로써 루살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알루미늄 회사가 됐고, 곧바로 회사명도 러시안 알루미늄으로 바꿨다. 또 지난 몇 주 동안에만도 러시아 최대 철강 생산회사 에브라즈는 미국의 오리건 스틸 밀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세계 최대 니켈 생산업체인 러시아의 노릴스크는 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소재 OM그룹의 니켈 사업부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시해야 할 러시아 기업은 국유 천연가스 독점회사인 가스프롬이다. 가스프롬의 시장가치는 2500억 달러로 미 엑손모빌과 거의 맞먹는다. 지난 1년 내내 푸틴은 우크라이나 같은 이웃 나라들과 이탈리아·독일 같은 여타 국가들에 압력을 행사하는 도구로 가스프롬을 이용해 왔다. 천연가스 공급 가격을 올리고 배급 시스템에의 접근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다. 이제 유럽연합(EU)은 가스프롬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EU의 에너지 안보에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고 공개적으로 우려한다. 러시아 기업의 대외적 팽창에서 다음 단계는 자본금 확충을 위한 기업공개(IPO) 건수를 늘리고 외국 기업을 더 많이 인수하는 일이다. 그런 IPO에 대비해 러시아가 형편없기로 소문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할지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울 듯하다. 러시아 기업들은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고, 소유구조가 불투명하며, 소수 주주를 무시하기로도 악명높다. 기업 지배구조를 전횡하고 마구잡이식 상업 외교를 펼치는 러시아 정부의 태도는 서방 각국의 반발을 야기하고 추악한 무역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신흥 다국적기업들은 텃밭을 지키는 데 여느 때보다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서방과 일본의 세계적 기업들이 개도국들에 더 많이 진출하려고 투자를 늘리기 때문이다. 최근 인텔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자가 됐다. 월마트는 중국에서 몹시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며, 인도에서도 대규모 합작사업을 벌인다. GE·펩시코·프록터&갬블·IBM을 비롯한 거의 모든 최상급 다국적기업은 장차 신흥시장에서의 수익을 크게 늘려잡는 사업전략 계획을 수립했다.
신흥 다국적기업들은 또 자국의 보다 작은 회사들과의 경쟁에도 대처해야 한다. 후자의 기업들은 서방의 주요 사모펀드들, 예컨대 블랙스톤 그룹, 워버그 핀커스, TPG 뉴브리지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전략적 조언을 들어왔다. 이들 투자업체 중 가장 공격적인 사모펀드는 칼라일 그룹이다. 칼라일 그룹은 아시아와 중남미에서 투자의 모범을 보이려는 듯하다. 최근에는 대만의 어드밴스트 세미컨덕터 엔지니어링 그룹을 64억 달러에 사들였다. 이들 사모펀드가 신흥시장의 비교적 작은 기업들에 제공하는 자본 못지 않게 중요한 점은 바로 기회다. 주식을 상장하고 주주들을 위해 단기적 수익을 벌어줘야 하는 부담 없이 세계적 경영전략을 개발할 기회를 신흥시장 기업들에 제공한다는 얘기다. 사모펀드들은 또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해 최고 수준의 유능한 기업 지도자들을 유치하는 데도 능숙하다. 그리고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들을 세계적인 경영 정보·기술의 네트워크 속으로 데려가며, 비슷한 외국 기업들과의 우호적인 결합도 촉진한다. 또 효과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설계해 주기도 한다. 요컨대 사모펀드들은 참호 속에 들어 있는 기업들을 맹렬히 공격하는 경쟁사들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2007년의 궁극적 전망은 어떨까. 신흥 다국적기업에 투자하는 일은 장기적으론 좋다. 그러나 1~2년 동안은 자갈투성이 도로에 대비해야 한다. (필자는 예일대 경영대학원 국제 무역·금융분과의 후안 트리페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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