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손실 줄여야 승진한다
환경 손실 줄여야 승진한다
‘녹색 GDP’ 관심 높아지자 중국 관리들 처신에 전전긍긍 아카데미상 시상식과는 달랐다. 지난 12월 말 중국에서 방영된 제2차 연례 ‘중국 친환경 챔피언’ 시상식의 식전 연예행사에서 턱시도를 착용한 테너 3명이 중국의 ‘녹색 꿈’을 불렀다. 그러곤 장내가 칠흑같이 어두워지더니 귀를 찢는 듯한 전기 드릴 소리와 대형 트럭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베이징을 뒤덮은 황사, 중국 7대 강 중 하나인 화이강에 유입된 공장 폐기물, 그리고 기타 환경오염 장면을 담은 몽타주 사진이 비쳐졌다. 그 다음 중국 정부의 통계학자 가오밍슈를 포함한 수상자 명단이 발표됐다. 가오는 국민의 협조에 감사하는 대신 대담하게도 자신과 동료들이 ‘녹색 GDP’의 개념을 알리는 과정에서 “힘든 문제들”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이 시상식은 중국 정부가 녹색 GDP 운동을 얼마나 중시하며, 그 과정에서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TV로 중계된 시상식은 중국 국가환경보호총국(SEPA)이 기획한 행사다. SEPA는 홍보를 통해 각 성들이 GDP 성장 통계를 낼 때 환경피해로 인한 손실을 감안하도록 압박한다. 1990년대 말 해외에서 녹색 GDP의 개념이 등장하자 SEPA와 중국 국가통계국은 2004년 성(省)정부와 지방정부들에 녹색 GDP의 계량화를 요청했다. 가오가 소속된 팀은 수많은 통계를 집계한 뒤 지난해 9월 중국 최초의 녹색 GDP 보고서를 출간했다. 환경피해로 인한 GDP 손실액은 645억 달러였다. 즉시 파문이 일었다. 사실 녹색 GDP의 개념은 아직도 많은 중국인에게 불분명하다. 물론 관리들은 수질오염, 토양침식, 산업 재해, 근로 일수 감소 등 수많은 요인에 따르는 GDP 손실액을 계산해내려 노력하지만 계량화 작업은 어렵다. 9월 보고서가 나오기 전 SEPA는 자체조사에서 근로자의 장기결근·질병·사망 등으로 인한 경제손실을 2000억 달러로 추산했다. 중국 연간 GDP의 10분의 1에 해당한다. SEPA의 판위에 부국장(시상식의 폐막가 가사를 직접 작사했다)은 환경적 손실이 중국의 경제성장을 완전히 상쇄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계 자료가 불완전하다 보니 수치가 이처럼 들쭉날쭉하다고 지적한다. 정치적 요인도 있다. 과거엔 경제성장 통계가 지방 당간부의 승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제 관료들은 성장을 달성하는 동시에 ‘환경친화적’이 돼야 하는 고민을 안게 됐다(아직 친환경 지침이 공식화하진 않았다). 따라서 일부 지방 당간부들은 신속한 이익을 위해 환경의 질을 희생시켰다는 불편한 사실을 직시하게 됐다. “지방정부들은 ‘환경의 질과 돈 중 무엇을 중시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부닥친다”고 이 문제에 관해 말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중국 정부의 한 고문은 말했다. “물론 그들은 당연히 돈을 택한다. ” 지난 9월 공개된 보고서에선 “현지 정부의 분노를 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각 성의 오염 관련 손실액의 구체적 내용이 삭제됐다고 또 다른 고문은 전했다. 에너지 사용과 오염물질 배출에 관한 까다로운 녹색 GDP 기준을 지키기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최근 몇 주간 중국 정부는 공식 언론보도를 통해 지방정부가 새로운 환경 기준을 따르는 데 주저하거나 아예 수치를 조작한다고 비난했다. 성정부와 지방정부가 친환경 기준에서 아예 빠져나오려 한 경우도 있다. 중국 국영 언론은 12월 초 녹색 GDP 실행 계획의 조사책임자인 왕진난의 말을 인용해 “일부 성과 지방정부는 녹색 GDP 시험 실시 대상에서 제외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SEPA의 홍보 노력은 먹혀드는 듯하다. 장쑤(江蘇)성의 창슈·우샨시 등 녹색 GDP 개념을 지지하는 시장이 늘기 시작했다고 농촌 문제 전문가 원티에준은 말했다(그는 중국의 ‘녹색 대사’로 위촉됐다). 다른 현지 관료들에게도 곧 선택의 여지가 없어질지 모른다. 올해 말 열리는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환경보호가 당간부 승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질 듯하다”고 원은 말했다. 시상식 녹화가 끝난 지 며칠 안 돼 지방정부 관리 여러 명은 자신은 녹색 GDP 운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사석에서 부인했다. 녹색 GDP 운동에 관련된 한 소식통은 “그들은 적극적인 참가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충분히 납득되는 행동이다. 전국적으로 방영되는 TV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With B. ROBERTSON in Beijing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28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일부구간 '경고 파업' 철회
2‘하늘길도 꽁꽁’ 대설에 항공기 150편 결항
3‘이재명 아파트’도 재건축된다…1기 선도지구 발표
4코스피로 이사준비…에코프로비엠, 이전상장 예비심사 신청
5‘3000억원대 횡령’ 경남은행 중징계….“기존 고객 피해 없어”
6수능 2개 틀려도 서울대 의대 어려워…만점자 10명 안팎 예상
7중부내륙철도 충주-문경 구간 개통..."문경서 수도권까지 90분 걸려"
8경북 서남권에 초대형 복합레저형 관광단지 들어서
9LIG넥스원, 경북 구미에 최첨단 소나 시험시설 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