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은‘샌드위치’아니다
조선업은‘샌드위치’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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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격차는 불과 5년 지난 1월 하순 이건희 삼성 회장이 꺼내 신년 벽두 경영 화두가 된 샌드위치론은 조선에는 해당하지 않는 셈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한국은 조선의 절대 강자라고 못 박았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 5년에 대해서도 그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국과의 격차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의 한 임원이 한 얘기입니다. ‘내가 사원일 때 5년이었는데, 지금도 5년이다. 앞으로도 5년 정도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 그는 반도체·철강 같은 소재 산업과 조립가공 산업인 조선은 경우가 다르다고 말했다. “소재 산업은 라인만 깔면 바로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장치 산업이기는 하지만 배를 만드는 데는 숙련공과 3만 개 이상의 부품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1~2년의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불황 닥치면 한국이 가장 불리 조 센터장은 2015년까지는 중국이 세계 2위에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언젠가 한국을 따라잡겠지만 지금의 설비 확장은 중국 자체의 조선 수요를 충당하려는 것일 뿐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년 후엔 어떨까? 이건희 회장은 샌드위치론을 펼 당시 “앞으로 20년이 더 걱정”이라고 했었다. 샌드위치론의 귀결점인 ‘앞으로 20년 동안에 대한 걱정’에서조차 조선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중국의 추격 속도가 눈부시기 때문이다. 강판 기술은 거의 따라왔다. 다만 일본이 품질 면에서 우리나라를 앞서 가고 있는 형국은 아니다. 그러나 해운 강국인 일본은 자기 나라 배를 건조하는 것만으로도 수주량의 절반을 채울 수 있다. 중국의 무기가 가격 경쟁력이라면 일본은 기술력이라는 비가격 경쟁력이 있다. 그렇다면 국내 조선업계의 과제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원가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대형 조선소는 고정비용의 부담이 크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기술력은 뒤지면서 임금 수준은 거의 비슷하다. 일본은 내수용 외 일반 선종은 아예 손을 놓은 상태다. 양성호 삼성중공업 닝보유한공사 경영지원팀장은 “조선 불황이 오면 한국이 가장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발주량이 많으니까 비용이 분산돼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물량이 줄어들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사가 고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 인력의 고령화도 피할 수 없는 조건이다. 일본 조선소의 생산직 평균 연령은 55세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아직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 10여 년은 버틸 수 있다. 노사 문제도 잠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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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투자 늘려야 승산 크다 조선은 동양의 세력이 서구를 잠식해 가는 동세서점(東勢西漸) 형 산업이다. 조선 산업의 주도권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데 30~40년이 걸렸다. 언젠가는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이 저가 수주로 공급을 늘려 시장을 교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인표 부장은 “중국과의 수주전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캐퍼를 늘려 나가고 있습니다. 2012년이면 공급량이 늘어나고 중국과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겁니다. 중국의 저가 공세를 당해 내기는 어렵겠죠.” 조용준 센터장은 조선 업계가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돈을 많이 벌 때 차세대 선종 등에 대해 업계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회사마다 1조~2조원의 현금을 쌓아 놓고 있습니다. 그동안에야 일본을 따라잡기 바빴지만 이제 1등이 됐으니 새 영역을 만들어 가야죠.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를 찾아내기 위한 R&D를 하라는 겁니다. 미래가 보여야 직원도 새로 뽑죠. 과거엔 그룹 차원의 사업에 돈을 내줘야 했지만 이제 그럴 일도 없지 않습니까?” 그는 일본처럼 거대한 해상 철구조물-메가 플로트(부유체)를 만들어 해양 도시를 조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도시에 공항도 유치할 수 있고 교도소 등 사람들이 육지에서 추방하고 싶어하는 시설을 옮길 수도 있다. 대도시 인근 해상에 보잉747 같은 대형 여객기가 이착륙하는 공항이 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강의 조선 기술을 응용하면 우리도 이런 꿈의 공항을 만들 수 있다. 일본은 10여 년 전부터 이런 대형 해상 구조물을 만들어 다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실험하고 있다. 12개 조선소와 5개 철강사가 참여한 이 프로젝트로 대형 부유 구조물에 관한 기본적인 요소 기술은 개발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 주자의 추격을 걱정한다면 리딩 국가가 아니다. 진정한 조선 강국이라면 일등에 연연하기보다 새로운 분야를 개발하고 그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나는 첩경일는지도 모른다. 시장 선점은 가장 확실한 수익 확보 전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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