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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發 쓰나미가 덮쳐온다

부동산發 쓰나미가 덮쳐온다

부동산 시장의 투기 바람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최근엔 금융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급증하면서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시발점이 된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 버블 붕괴가 단순히 부동산 시장과 그 참가자들의 손실에만 그치지 않고, 일본 경제에 사상 유례가 없는 불황을 유발했다는 데 있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1980년대 연평균 3%대 후반에서 90년대에는 2%대 중반으로 급감한다. 가계 부도도 엄청났다. 일본최고재판소에 따르면 가계 부실 문제로 90년 1만 명 내외에 불과했던 소비자 파산 건수는 2002년 20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2006년 말 현재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외상구매액)을 합친 가계신용 잔액은 약 582조원으로 2005년 말에 비해 60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이런 높은 가계 부채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에서 가계 부채 문제로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리’ 약해진 상태라 더 심각 사실 가계 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에 큰 짐이 된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2002년에도 소비자 신용 시스템의 무리한 확장과 신용카드사들을 중심으로 금융권의 무분별한 대출 경쟁으로 가계 부채가 급속하게 확대됐던 적이 있다. 2002년 한 해 동안 늘어난 가계 부채 증가분은 97조4000억원으로 지난해(60조5000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2003년께부터 이 같은 비정상적인 신용 확대 추세가 끝나고 개인 신용불량자 급증, 카드채 문제로 인한 금융시장 교란으로 한국 경제에 유례없는 소비 침체가 찾아왔다. 2002년 연간 7.9%에 달했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1.2%, 0.3% 감소세로 전환됐으며, 이는 결국 2003년 이후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에 빠지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그러나 가계 신용 증가율이 2005년 이후 다시 급증해 2006년 현재 가계 신용 잔액은 소비 버블 붕괴 직전 해였던 2002년 말(439조1000억원)보다 33%나 늘어난 상황이다. 최근의 가계 부채 급증은 근본적으로는 시중 부동자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금의 수급적 측면에서 보면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가 유지돼 대량의 자금이 민간 부문에 공급됐다. 그러나 자금의 주된 수요처인 기업 부문이 투자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급 불일치가 발생했다. 그 결과 2006년 3분기 현재 560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시장 구조적 측면에서 은행들 간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격화되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거슬러 올라가면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과 비은행권 간의 업무영역 붕괴가 확산됐고, 특히 글로벌 금융 회사들이 국내 부실은행들을 인수하면서 은행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따라서 기업 부문의 수요를 대신해 은행들은 가계 부문에 대한 대출 유치에 주력하게 됐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외환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으로 은행 수 자체는 33개에서 18개로 줄었으나, 은행권의 점포 수는 2001년 말 약 6200개에서 2006년 3분기 말 현재 7000여 개로 급증해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기간 증권회사의 점포 수는 1700여 개에서 1600개로 줄었다. 셋째, 외부적 요인으로 부동산값과 시중 금리의 격차가 확대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06년 연평균 5.6%에 불과하지만, 2006년 12월 말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 상승률은 전국 기준으로 연 14%, 서울 강남 아파트는 28%에 이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시중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가계 부문이 금융 시장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 시장에서 자산을 사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된다. 이런 직관은 당연히 시중은행의 가계 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말 51.7%에서 54.9%(2005년 말), 57.9%(2006년 말)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현재의 시중 과잉 유동성, 가계 부채 급증, 부동산 투기 문제 등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세 가지 현안이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정부 정책이 이 3대 현안에 대한 상호 연관 작용과 세심한 고려가 없을 경우 경제 전체에 매우 우려스러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의 주된 정책 목표가 부동산 시장에만 국한돼 있는 것처럼 보여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2003년 이후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은 10여 차례가 넘었다. 이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그 정책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는 가계 대출에 대한 직접적 규제까지 사용하게 됐다. 지난해 11·15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고자 주택담보비율(LTV·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시 담보 가치에 대한 최대 대출 가능 한도) 한도를 크게 축소했다. 또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시 가계의 미래 예상 소득을 근거로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것)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형편이다. 거시경제 정책인 긴축적 통화정책도 사용하고 있다. 시중 부동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정책금리인 콜금리를 2005년 9월 3.25%에서 4.50%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11월에는 이례적으로 16년여 만에 시중은행들의 평균 지급준비율을 3.0%에서 약 3.8% 수준까지 인상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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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너무 닮은’ 정책이 문제 이런 정부 정책들은 과거 일본의 버블 붕괴 직전에 관찰되는 일본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대장성의 금융권 부동산 담보 대출에 대한 직접적 규제, 일본은행의 정책금리인 공정할인율 인상, 토지 거래에 대한 공개념 도입 등이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반복되고 있다. 물론 일본과 한국 부동산 시장은 많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일본은 80년대 후반 6대 도시 기준 평균 토지가격은 300%가량의 기록적인 상승률(실질가격 기준)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버블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전국의 주택 가격은 2003년을 기준으로 할 때 채 15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서울 강남권마저 2003년 실질 가격의 20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때 시중 자산 가치 100% 이상의 담보 비율 관행이 지금의 우리나라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금융권의 주택담보 비율은 투기 지역 아파트에 대해서 은행·보험권의 경우 40%, 나머지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50%를 적용하고 있다. 이같이 일본의 90년 전후 부동산 버블 붕괴 시의 상황과 지금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유사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일본식 불황이 시대와 장소를 달리해 재현될 수 있을지 여부는 확언할 수 없다.

가장 좋은 해답은 ‘좋은 일자리’ 그러나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부동산값 상승 정도가 미약하고,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낮은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가계발(發) 금융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다른 불안 요인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당시 일본의 가계와 현재 한국 가계들의 건전성이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는 당시 일본과 달리 외환위기 이후 경제 구조조정에 따르는 고용 불안에 직면해 있고, 2002년의 소비 버블 붕괴로 중산층마저 상당 부분 붕괴돼 취약한 대출 상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정부가 무리한 대출 규제와 통화 긴축을 지속할 경우 일본식 장기 불황이 재현될 여지는 충분하다. 따라서 버블 붕괴 과정과 양상에는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그 결과는 역시 금융 시스템의 붕괴와 내수 부진 심화, 그리고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한국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재현될 것이다.
이런 가계 부채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현재 표류 중인 자본시장통합법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조기 정착을 유도해 자본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단기 부동자금이 생산적인 기업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자산 시장에서 투기로 집중되는 자금의 악순환 구조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즉 이 법의 시행을 통해 시중 부동자금이 비(非)생산적이고 버블 유발 가능성이 큰 부동산 시장에서, 기업 투자와 같은 생산적 자금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자금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돼야 한다. 둘째,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최근과 같은 금융 시장에서의 대출 규제, 통화 긴축 등과 같은 직접적인 시장 규제를 주된 정책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보다는 한국에서의 부동산이 가지는 의미, 즉 가장 중요한 노후 대책의 일환일 뿐만 아니라 높은 교육열을 반영하는 ‘한국적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소득 증대에 따라 더 나은 주거 문화를 원하는 사회문화적 요인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좀 더 멀리 본다면 중장기적으로 인구 구조 변화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인프라 확충 수요 등을 고려해 종합대책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셋째, 단기적으로는 가계 부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금융기관의 가계 대출에 대한 감시를 보다 강화하고, 특히 ‘통제 제로’에 놓여 있는 사(私)금융 대부업 시장에 대해서도 감독 기능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금융기관 간 금리 인하 경쟁, 불법 광고 등 불공정 과열 경쟁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 확충이 시급하다. 다시 말해 가계의 가장 큰 소비 여력인 근로소득을 높여주기 위해, 고용시장의 실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고용과 충분한 소득이 확보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민간 부문에서만이 가능한 것이다. 당연히 이를 위해서는 기업 투자가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기업가 사기 진작 등 ‘귀에 못이 박이도록’ 나온 이야기들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티끌’ 같이 취급하다 ‘쓰나미급 위기’를 불러오지 않으려면 말이다.

무엇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닮았나
-전반적으로 물가가 안정된 가운데 부동산 가격이 뛰는 양상 -저금리 정책으로 지가 상승 빌미 제공(이후 콜금리·지급준비율 인상)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사회 분위기 만연
2007년 한국과 1980~90년대 일본, 이것이 다르다
-일본은 80년대 후반 6대 도시 토지 가격 300%가량 올라 -한국은 일부 지역 국한된 이야기, 강남권 200% 정도 상승 -일본은 자산가치 100% 이상까지 담보 인정하며 경쟁적 대출 -한국은 투기 지역 아파트에 대해 40~50%로 엄격히 규제
이래서 가계發 금융위기 가능성 있다
-당시 일본과 달리 IMF 거치면서 고용 불안에 직면해 있는 상태 -2002년 소비 버블 붕괴 이후 중산층의 취약한 대출 상환 능력도 문제 -무리한 대출 규제와 통화 긴축 지속 때 내수 부진, 금융 시스템 붕괴 우려
이렇게 해야 버블 붕괴 막을 수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도입으로 시중 부동자금 기업 투자로 유입시켜야 -대출 규제, 통화 긴축 NO! ‘한국적 특수성’ 감안한 입체 대책 긴요 -단기적으론 사금융권의 가계 부채에 대한 감시 강화해야 -본질적으론 일자리 창출 노력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 확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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