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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에어로빅과 조깅 즐겼던 베이비부머들… 지금은 남다른 방법으로 건강 관리에 열중 베이비부머 여러분, 잠깐 주목. 1980년대에 열심히 에어로빅 운동을 하다가 90년대에 쉬면서 몸이 좀 불었고, 이제 퇴직을 앞두고 다시 운동을 시작할 생각이라면 뉴스위크가 두 가지만 충고하겠다. 첫째, 몸이 상할 염려가 있으니 무리하지 마시라. 이런 말 듣기 싫어하는 줄 알지만, 이제는 스물다섯 청춘이 아니다. 둘째, 아메리칸 어패럴(대형 의류업체)이 몸에 딱 붙는 유니타드(전신을 덮는 원피스형의 운동복이나 무용복)의 부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지만 스물다섯 살 때도 그런 복장이 어울리지 않았다면(정말이지 제인 폰다 빼고는 그 누구도 어울리지 않았다) 이제 와서 어울릴 까닭이 없다. 부머 여러분, 자신에게 선심 한 번 쓰시라. 스판덱스에서 천천히 물러나자. 단, 헬스클럽에서 물러나지는 마라. 왜냐하면 요즘 몸이 아주 좋아 보이니까. 수전(사이매스터) 소머스(1946년생), 리처드(‘옛노래에 맞춰 땀 흘리세’) 시먼스(1948년생), 태보 가이(1955년생이며 본명은 빌리 블랭크스) 같은 재미난 친구들은 모두 부머들 덕분에 나왔다. 이제 ‘늙은이들과 함께 땀 흘리세’라 할 만한 새 유행은 모두 그 사람들 책임이다. 인생 황혼을 앞두고 전에 없이 많은 부머가 다시 헬스클럽을 찾는다. 그들은 운동 개념을 통째로 바꾸면서 자신들의 불어난 몸에 어울리는 새로운 운동법을 만들어낸다. 부머들은 지난 10년 동안 다른 연령대보다 더 빠른 속도로 헬스족을 양산했다. 이제는 헬스클럽들이 사은 차원에서 늘어나는 40대, 50대, 60대 고객들의 수요에 부응한다. 거추장스럽고 이용하기 힘든 장비를 줄이고 대신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수중 에어로빅) 정신적 상처도 주지 않는(태극권과 적어도 10여 가지 변종의 요가) 집단운동을 강화했다. 새 기구(‘폼 롤러’ ‘스터빌러티 디스크’)도 있고, 에어로빅이나 벤치 프레싱 대신 순발력과 균형감각을 강조하는 새 운동이 나왔다. 심지어 부머들 전용의 전국적 헬스 잡지도 있다. 2005년 창간됐으며 발행부수가 5만 부인데 증가 추세다. 이 잡지의 창간 취지는 특이할 정도로 노골적이다. 커피 테이블에 놔두고 싶은 마음이 드는 번지르르한 책은 못 되는데도 말이다. 이름하여 기저작(GeezerJock). 부머들은 언제나 청춘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듯하다. 그러나 체력을 유지하면 늙었다는 기분을 덜 느끼게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 30여 년 전 헬스 열풍에 휩싸인 이래 전문가들이 부르짖어온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를 마침내 받아들였다. 그래서 이들의 최근 헬스 열풍은 외모보다 건강을 우선시한다. 물론 운동이야 여전히 하지만 이유는 종전과 다르다. “그들은 이제 멋지게 보이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캘리포니아주 산카를로스에 있는 부머 피트니스(B-Fit) 클럽의 최고경영자 알린 카우키가 말했다. “그보다는 인생을 즐기려 한다. ‘나 자신에게 만족하고, 손자들과 놀아주다 허리를 삐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식이다.” 말 한번 잘했다. 올리비아 뉴턴-존의 노랫말로 쓰기에 썩 어울리지는 않지만 말이다. 부머들이 그토록 오랜 세월 건강 관리에 신경 써왔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들이야말로 건강 관리 차원에서 운동을 시작한 첫 세대이기 때문이다. 최고령 부머들이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인 1954년 연구원들은 미국 어린이들의 건강 상태를 측정한 뒤 뚱보 세대로 자랄 위험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근 60%의 어린이가 적어도 한 가지의 시험에서 기준치에 미달했다. 또래 유럽 아이들의 경우는 9%였다. 고교 시절 미식축구와 야구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크게 놀랐다. 그래서 1956년 대통령 직속기구로 청소년건강위원회를 만들었다. 존 F 케네디는 한발 더 나아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대담에서 국민이 “연약”하다고 말했다. 당시는 냉전시대였다. 어떤 형태가 됐든 연약하다는 말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대응책으로 전국의 학교가 즉시 체육교육 프로그램을 손질했다. 그것이 주효했다. 튼튼한 청년 부머들은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체육시간에 배운 원칙을 명심하고 그에 따라 달리면서 70년대의 조깅 열풍을 일으켰다. 60년대와 70년대 초 올림픽에서 미국의 장거리 육상 선수들이 갑자기 메달을 따는 데 자극받아, 그리고 심장병 환자가 급증하는 데 놀라, 한 세대가 조깅화의 끈을 묶었다. 전국을 휩쓴 대규모의 첫 헬스 열풍이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1964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참가자는 403명이었다. 5년 뒤에는 인원이 세 배로 늘었다. 1984년 4월 16일 보스턴 대회의 참가자는 6924명이었지만 그 밖에도 수백만 명이 자기 동네의 거리를 달렸다. 그 무렵 부머들은 헬스 세계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변모시켰다. 여배우 제인 폰다는 헬스의 여신 제인 폰다가 되면서 당시 잘 알려지지 않은 에어로빅(이 용어는 1968년 공군 군의관 케네스 쿠퍼가 만들었다)을 시작하고 1978년부터 소규모로 친구들을 모아 가르쳤다. ‘제인 폰다의 건강 관리’는 비디오 역사상 최고의 히트작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극소수는 폰다의 즐거운 에어로빅을 애써 외면했지만 3년 정도 지나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에어로빅은 문화를 지배했다. 아이젠하워가 25년 뒤인 1981년에 나온 뉴턴-존의 대박 비디오 ‘피지컬(Physical)’을 보았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겉으로 운동을 권유하는 체하는 이 프리섹스 송가(모두들 ‘Let me hear your body talk!(몸으로 말해줘)’를 따라 불렀다)는 80년대 최고의 히트곡으로 등극했다. 뉴턴-존이 스피도 수영복 차림의 건장한 청년들과 함께 껑충댄 비디오 덕이 컸다. 운동 강습 같기도 하고 포르노 같기도 한 비디오였다. 남자들이 서로 손 잡고 달려가는 마지막 장면은 아무래도 좋다. 이 노래 덕분에 부머들 사이에선 온갖 성적 취향의 공상이 만발하고, 두꺼운 테리천 머리띠가 엄청나게 팔렸으며, 운동은 가장 인기있는 전희(前戱)로 바뀌었다. 그 뒤 리처드 시먼스가 등장했다. 이 사람 때문에 폰다와 뉴턴-존이 했던 섹시 스타일의 운동은 모조리 사라질 뻔했으나 어쨌든 그 과정에서 수십만 명이 새로 헬스 열풍에 동참했다. 이어 사이매스터(Thigh- Master, 허벅지 운동기구)가 나왔다. 소머스가 발명하지는 않았으나(발명자는 조수아 레이널즈라는 사람이며, 효능이 의심스러운 무드링이라는 또 다른 기구도 발명했다), 여기서 소머스의 역할은 다리 들어올리기를 유행시킨 폰다와 같았다. 이어 다기능 운동기구 보플렉스와 노르딕트랙이 나오고, 킥복싱·요가·필라테스가 등장했다. 이제 요즘 한창인 ‘에어로빅 스트립티즈’ 비디오를 이야기할 차례다. 이 운동을 하는 사람은 원치 않는 부위의 살과 옷을 떨어내 버린다. 외설스럽다고? 사실 ‘피지컬’ 비디오보다 그리 외설스럽지도 않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교외의 부머 가정에서 에어로빅 스트립티즈 비디오가 쉽게 눈에 띈다. 거실에 스트립쇼에서 쓰는 봉을 설치한 주부들도 있다. 뉴턴-존의 얼굴이 카르멘 일렉트라로 바뀐 이 운동 비디오는 불티나게 팔린다. 이것저것 변화하는 듯해도 실은 옛날 그대로다. 물론 중요한 것 하나는 정말로 바뀌었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옷을 벗고, 발길질을 하고, 스텝을 교차하며 전진하고, 손발로 바닥을 딛는 요가 자세를 취하지만 그들의 팔다리가 늘 마음대로 움직여주지는 않는다. 근육이 아프고 무릎이 삐걱댄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특히 그래서 요즘 부머들이 운동에 열을 올린다. 50세 이상의 부머들은 왕년처럼 빨리 달리지도 못하고 멀리 뛰지도 못하며 들어올리는 중량도 떨어졌다는 사실에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고 물리 치료사 메릴린 모팻이 말했다. 그는 최근 ‘나이를 이기는 건강’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이들이 지난 40년 동안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착각하는 때가 있다”고 말했다. “자기중심 세대라서 그런가 보다. ‘난 하고 싶으면 뭐든 할 수 있고, 원하는 때 언제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그건 옛날 이야기다. 여러 해 동안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갑자기 “무리해서 사용하면” 파열하기 십상이라고 그가 말했다. 그의 고객인 앤서니 테라노는 고생을 통해 그 사실을 터득했다. 달리기 선수였던 그는 55세에 관절염 때문에 운동을 그만둔 뒤 체중이 14㎏ 늘었다. 살이 더 찌지 않도록 “중량운동을 하곤 했다”고 그가 말했다. “그러나 매번 몸을 다쳤다.” 주말에만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이든 옛날에 운동깨나 했던 사람이든 모두 무턱대고 새 운동을 시작했다가는 다칠 위험이 크다. 전자는 오랜 세월 건강 관리 차원에서 별로 한 일이 없기 때문이고, 후자는 능력은 안 될지언정 의욕만큼은 젊은 시절 못지않아 열심히 대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집단 모두 고통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운동을 제대로 한 뒤의 충족감을 느낄 방법이 있다. 트레이너는 부머들에게 “저단계에서 천천히 시작해” 점차 강도를 높여가되 청춘시절 하던 수준에는 도달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테라노는 그 방법으로 효과를 본 셈이다. 심폐운동, 중량운동, 스트레칭을 적당히 섞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그것도 운동이라고 하는지 창피할 정도였다”고 그가 말했다. “그러나 인내가 중요하다. 약골이 된 기분이 들지만 아무 운동도 안 하느니보다는 백 배 낫다.” 부머들은 균형과 종합적 체력에 초점을 맞춰 운동의 형태도 바꿔간다. 간혹 60대 노인이 러닝머신 위에서 힘들게 걷는 모습을 보지만 이 세대는 대체로 사이매스터와 스테어매스터를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이들이 새로 애용하는 도구는 물리치료실에서 보는 장비와 비슷하다. 탄력성 높은 라텍스 밴드는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 좋고, 커다란 플라스틱 공은 허리를 펴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모팻은 심지어 물리치료 환자들에게 시키는 가장 쉬운 운동을 건강한 50~60대 고객들에게 시킨다. “이를 닦는 동안에도 세면대 앞에서 발돋움하는 운동을 하도록 한다.” 등받이 자전거도 무릎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 인기가 높다. 태극권을 비롯한 기타 심신 단련운동도 그렇다. 물론 골프·수영·테니스 등 여전히 사랑받는 운동도 늘 대기한다. 부머는 요구 사항이 많기로 악명 높다. 헬스클럽들도 거기에 반응했다. 개인 트레이너 열풍이 사실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데 안내자가 필요한 부머들 사이에서 작게나마 다시 유행이다. “젊은이들은 자기가 알아서 하지만 부머들은 삶의 다른 분야에서 약간의 안내를 받는 데 익숙하다”고 B-Fit의 최고경영자 카우키가 말했다. “투자 전문가와 보험 전문가는 이미 뒀다. 따라서 헬스클럽에서도 전문가의 도움을 고맙게 여긴다.” B-Fit은 모든 고객에게 트레이너를 붙여주고, 고객이 좋아하는 스포츠(그 스포츠가 테니스·골프·하이킹·자전거 등 부머들의 전형적 스포츠일 때 한해)에 따라 운동처방을 내려준다. 카우키는 그런 영업전략 덕분에 “사업계획 실적이 매주 바뀐다”고 말했다. 또 전국의 컨트리클럽과 골프장에 부머 전용 헬스클럽을 짓는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한다. 어떤 면에선 부머들의 수요에 부응하는 전국적 규모의 헬스클럽이 이미 있다. 커브스는 공식적으로는 모든 연령대의 여성을 상대하지만 애초 자유시간이 많지 않은 바쁜 부머 여성을 위해 고안된 30분짜리 운동이 모태였다. “부머들은 시간이 제한된 세계에서 산다”고 국제활동노화위원회(ICAA)의 최고경영자 콜린 밀너가 말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신속히 처리한다.” 한편 일부 부머가 새 운동습관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아 새 산업이 태어났을 정도다. 헬스 위주의 모험여행이다. 부머들은 태국의 요가 캠프를 찾고, 일본에 가서 무술을 배우며, 어디서든 하이킹을 한다. “아마존강을 67일 만에 헤엄쳐 종단했다는 50대 남성과 방금 전화 통화를 했다”고 기저작의 편집인 숀 캘러헌이 말했다. “하지만 돌아서기가 무섭게 방금 들은 이야기보다 더 기막힌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나온다.” 기저작은 부머들의 과격 추구 성향을 찬양한다. 그런 성향이 때론 경쟁욕으로 나타난다. 이 잡지의 최근호 커버스토리는 “젊은 경쟁자들을 이긴 철각”의 비밀을 전한다. 표지인물은 로이 피룽이다. 5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 육상 24시간 경주대회에서 220여km를 달려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잡지는 해마다 미켈롭 울트라 맥주와 공동으로 “올해의 기저작”을 뽑는다. 현재 후보에 오른 사람은 피룽과 리즈 존슨이다. 존슨은 47세의 나이에 캐롤리나 스파르탄스 팀 소속으로 프로 여자 태클풋볼 경기를 치렀다. 최근에는 야구로 방향을 바꿨다. 지난 1월에는 만 50세의 나이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팀의 모의 훈련캠프에 참가했다. 여성 참가자는 단 두 명이었다. 존슨 같은 부머 여성들에게 경쟁의 기회는 특별한 매력을 지닌다고 캘러헌이 말했다. “이 여성들은 수정교육법 9권(여성차별 폐지) 이전 세대이기 때문에 이것이 진정으로 최초의 기회다.” 남녀 성별을 떠나 모든 노익장이 그처럼 수상(受賞)에 목을 매지는 않는다. 또 다른 수상 후보 린다 글릭은 다음번 노인 올림픽에서 100m 달리기와 멀리뛰기에 출전할 생각이다. 예선 탈락 가능성을 인정하지만 그 때문에 안달복달하지는 않는다. 사실 어느 날 느닷없이 우편으로 메디케어(65세 이상 고령자 건강보험) 카드를 받고서야 운동을 시작했다고 그는 말했다. 물론 상당수 부머에게 메디케어는 아직 먼 이야기다(이 세대의 최연소자는 현재 43세다). 그러나 여기서 그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또 해야겠는데, 세월은 유수 같다. 부머들이 기저작의 마지막 수상 후보 레어 루켄을 귀감으로 삼으면 좋겠다. 물론 그는 현직에서 은퇴하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에서 산다. 그런데 지난해 골프장에서 81타를 기록했다. 나이보다 6타 아래였다. 그건 제인 폰다도 뛰어넘지 못할 일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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