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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상가보다 임대수입 ‘짭짤’

일반 상가보다 임대수입 ‘짭짤’

대기업 임원 출신인 박모(58)씨는 요즘 살맛이 난다. 2년 전 퇴직금으로 분양받은 인천의 한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 덕분에 매달 짭짤한 고정 임대 수입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편의점과 문구점으로 운영되는 상가 1층 점포에서 박씨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의 임대 수익을 얻고 있다. 정부의 잇단 집값 안정 대책으로 주택 투자 분위기가 싸늘해지면서 수익형 부동산인 상가가 대안 투자 상품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경기 불황으로 대부분 상가는 침체 상태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는 사정이 다르다. 안정적인 고정 수익을 보장받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는 보통 1000~2000명 이상의 고정 손님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독점 업종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반 근린상가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가뉴스레이다 정미현 연구원은 “세금·대출 측면에서 아파트보다 규제가 덜해 일부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는 분양을 시작하자마자 마감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인기 상가의 경우 연 임대 수익률이 10%를 넘는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틈새 상품으로 인기 아파트형 공장이란 도시의 비싼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건립된 아파트 형태의 기업용 건물을 말한다. 사실상 일반 사무실이다. 최첨단 부대시설, 친환경적인 근무 여건, 저렴한 임대료 같은 장점을 고루 갖춘 까닭에 중소기업 같은 실수요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형 공장은 1996년 7월 서울 구로구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들어선 동일테크노타운이다.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하는 기업에는 취득·등록세가 100% 면제된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초반 서울 디지털산업단지 같은 지역에 이미 수많은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섰다. 최근엔 안양·성남·부천 같은 곳에서도 신규 공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아파트형 공장과 이들 건물 내 상가는 2000년부터 4년간 투자자와 중소 벤처기업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다가 한동안 공급 과잉으로 침체 상태에 빠졌다. 그러던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가 최근 다시 틈새 투자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신규건축이 뜸해 기존 공급과잉 상태가 어느 정도 해소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또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는 건물 입주자들을 고정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세금과 대출 측면에서 주택보다 규제가 덜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상가 분양시장 호조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의 인기는 최근 선보인 상가 분양에서도 그대로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에서 공급된 ‘두산벤처다임II’는 분양 개시 하루 만에 계약이 완료됐다. 상가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지하 1층~지상 15층 규모에 총 점포 수가 7개에 불과할 정도로 상가 비율이 낮은 데다 분양가가 평당 900만원 선으로 주변 시세(1층 평균 평당 1500만~2000만원)보다 쌌던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건물에서 매물로 나온 상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점포 수가 워낙 적은 데다 올 10월에 사무실 입주가 끝나면, 이 건물 내 상가 몸값(매매·임대료)이 치솟을 것으로 판단한 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이 경기도 부천시 삼정동 옛 한국화장품 공장 부지에 짓는 아파트형 공장 부천 ‘테크노파크III-비즈시티’도 분양 1년도 안 돼 거의 모든 점포가 팔렸다. 최근 입점한 영등포구 문래동 3가 ‘에이스하이테크시티’ 상가 1층 점포(평균 평당 분양가 1800만원 선)의 경우 벌써 상당한 수준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상태다. 20평형대 상가에는 웃돈이 5000만원 넘게 형성됐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근 당산동 S공인 관계자는 “아파트형 공장 상주 인구만 1만 명에 이르는 풍부한 고정 고객 확보 호재로 1층 점포의 경우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웃돈이 꽤 붙었으나 사려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임대료·매매가 동반 상승세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의 수익성은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모든 지역의 상가가 높은 수익을 올리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공급 과잉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서울 구로 디지털산업단지 같은 인기 지역과 목 좋은 곳에 들어선 상가의 경우 대부분 연 8~10%가량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매매가와 임대료가 덩달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실제로 구로동 일대 벤처단지에 들어선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 1층 점포의 분양가와 매매가는 평당 평균 1800만~2000만원 선이다. 5년 전 분양가(평당 1000만원 선)보다 갑절 정도 뛴 것이다. 임대료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1층 대로변을 기준으로 5년 전 월 300만원 정도에서 현재는 500만~600만원으로 뛰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들어선 N상가 2층 55평짜리 점포 매매가는 2억8000만원 선으로, 지난해 이맘 때보다 5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임대료도 보증금 2500만원에 월 20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올랐다. 현재 이 상가의 임대 수익률은 12.78%(대출 5600만원, 연이자 6% 기준)에 이른다. 서울 가산동 N공인 관계자는 “구로지역 중소 벤처타운 일대에 현재 5700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데다 이곳 직장인 등 유동인구도 5만 명에 달해 상가시장이 활성화할 여건은 충분히 갖춰졌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의 인기가 높은 것은 이 상가가 지닌 여러 가지 장점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왜 인기인가 아파트형 공장은 업무 공간 외에 연 면적의 30~50% 정도를 휴게실 및 구내식당, 상가 등의 지원시설을 갖추도록 정해져 있다. 보통 상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10~20% 미만으로 편의점·문구점·은행·전문식당·클리닉센터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상복합 내 상가처럼 상가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설사 공장 입주율이 높지 않다고 해도,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는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게 장점이란 얘기다. 공장 내 거주자를 고정적인 고객 수요로 확보하고 있는 데다 교통의 요충지나 인구 밀집 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유동인구를 많이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1층 상가 분양가가 일반 상가보다 싸다는 것도 매력이다. 보통 일반상가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투자 대비 수익률 면에서 유리한 셈이다.

투자할 때 조심할 점은 상가 투자의 성패는 아파트형 공장 활성화 여부에 달려 있다. 공장이 활기를 띠면 유동 인구가 늘고 직장인들의 구매력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반대로 공장이 죽으면, 그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유망 아파트형 공장 밀집 지역으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와 영등포 벤처밸리, 성남지방산업단지 등을 꼽을 수 있다. 영등포 벤처밸리는 문래동과 양평동 일대 공장 및 물류창고 부지에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선 것이다. 입주 수요가 많아 공급이 부족할 정도다. 이 지역은 목동, 여의도 등과도 인접해 있기 때문에 연계 비즈니스 단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성남지방산업단지는 서울 강남권과 경기도 분당, 판교 등과 가깝고 서울 지역에 비해 분양가도 싸다. 그래서 이곳으로 이전하려는 벤처기업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에서 점포는 건물 주 출구에 인접하면 좋다. 지하층인 경우라도 상층부와 연결된 엘리베이터나 계단에 가까울수록 유리하다. 같은 건물 내에서도 건물 주 출입구나 엘리베이터, 계단 주변 같은 수요층의 주 동선 인근에 위치한 점포가 수익률이 높다. 또한 향후 시세 차익도 얻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얘기다. 또 투자에 앞서 아파트형 공장의 분양 실적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장 내 직원들이 주 손님들인 만큼 공장이 텅 비게 된다면 상가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주말과 휴일에는 건물 내 상주 인원이 빠져나가 텅 빈 경우가 많다는 것도 잊지 말자. 이 때문에 상가를 선택할 때는 주변 지역 수요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업종 선택이 필요하다. 분양계약서에 건물 안에 유사 업종 입점을 막는 조항이 들어 있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한 건물에서 장사를 하는데 같은 업종의 점포가 한 곳 더 있다면 수익이 절반으로 줄 수밖에 없다. 기존 상가를 매입할 경우 주변 시세와 비교해 적정한 가격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장사가 잘 되더라도 적정 가격 이상으로 매입하면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가의 공급과잉 문제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수석연구원은 “아파트형 공장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상가 입점 수도 많이 늘고 있다”며 “특히 비슷한 업종이 늘어나면서 수요층을 분산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형 공장 내 상가는 입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업종 선택도 입지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도 마음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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