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에서는 여성의 나부를 통해 시대의 아름다움을 담아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비너스다. 서양미술사 첫 장에 등장하는 뮐렌도르프 비너스는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 없다. 오스트리아 뮐렌도르프에서 발견된 이 돌 조각은 몽땅하고 뚱뚱하기까지 하다. 구석기 시대 것으로 그 시대 아름다움의 상징인 ‘풍요와 다산’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스 시대 아름다움은 이상적인 비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황금비(1 대 1.618)나 팔등신 비례의 발견이 그러한 노력의 결과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밀로의 비너스(그리스 밀로스 섬에서 발견)는 그리스 시대 미의 척도인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낸 대표적 조각품이다. 인물화가 많지 않았던 동양권에서는 불상 조각을 통해 시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불상 조각은 서양의 영향으로 태어났다. 진정한 세계 국가 건설을 꿈꿨던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은 인도 간다라 지역에 그리스의 형상 문화를 심었고, 그 결과 불상 조각이 나타난 것이다. 이것이 간다라 불상이다. 그래서 초기 불상들은 서양인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다. 삼국시대 우리나라 불상들은 풍만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당나라 영향 탓이다. 당나라의 아름다움은 글래머 스타일이었으니까. 당대 최고 미인으로 꼽혔던 양귀비는 뚱뚱한 몸매를 지닌 여인이었다. 이 시기에 태어난 명품이 있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83호)’이 그것이다. 필자 사견으로는 현재까지 인류가 창조한 조각 중 가장 빼어난 작품의 반열에 속한다는 생각이다. 이 작품은 몸체가 풍만하지는 않지만 충만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생명력이 넘치는 어린 아기의 몸에서 선을 따왔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이라는 추상적 주제를 인체로 나타낸 것이다. 56억7000만 년 후 세상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래의 부처인 미륵보살이 윤회의 마지막 단계인 도솔천에서 다시 태어날 먼 미래를 생각하며 명상에 잠긴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즉 생각하는 모습을 사실 형상을 바탕으로 변형시킨 것이다. 모나리자 미소를 능가하는 신비한 미소, 유려한 선으로 단순화시킨 세련된 형태,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에서 보이는 섬세한 움직임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은 시대를 넘어서는 감동을 주기에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맑고 청아한 생각의 이미지가 잘 나타나 있다. 이 걸작은 당시 일본에도 영향을 줘 거의 똑같은 모습으로 제작되었다(일본 아스카 시대의 목조반가사유상, 교토 고류지). ‘생각하는 사람’의 주제는 19세기 프랑스의 조각가 로댕에 의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그것이다. 미륵보살반가사유상보다 자그마치 1200여 년 후에 제작된 것이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사실적인 모습으로 고뇌에 가득 찬 모습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로댕의 작품이 예술성 높은 조각으로 대접받는 동안 미륵반가사유상은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불교적 유물 정도로나 알려져 왔다는 점이다. 우리의 서구추종적 미술교육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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