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꼬꼬댁 꼬꼬, 삐약 삐약… 아유! 저 놈의 괭이 새끼!”이런 소리라도 들리는 것 같다. 한낮 조용하던 시골 농가 마당에서 약육강식의 소란이 벌어졌다. 주린 배를 채우려 먹잇감을 노리던 도둑고양이가 순식간에 병아리 한 마리를 물고 달아난 것이다. 졸지에 새끼를 도둑맞은 어미 닭은 날개를 퍼덕이며 고양이에게 달려 들고 있다. 운 좋게 목숨을 구한 병아리들은 혼비백산, 사방으로 달아나고 있다. 조선 후기 풍속화가 김득신(1754~1822)의 걸작 ‘파적도’다. ‘고요함을 깨는 그림’이라는 제목이 말해 주듯 이 그림은 단순히 풍속만을 주제로 삼은 것이 아니다. 돌발적 상황을 빌려 극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연출한 작가의 솜씨는 전통 미술 속에서 유례를 찾기 쉽지 않다. 이제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가 그림을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구성이다. 그림의 짜임새를 말하는데, 좋은 그림일수록 구성력이 탄탄하다. 작가가 화면에 배치해 놓은 여러 가지 짜임새를 읽어 나가는 재미가 그림 감상의 묘미인 것이다.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 뼈대로 주제를 읽어 내는 틀에 해당한다. 이 그림의 경우 시골 농가의 해프닝을 내세웠지만 극적인 역동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작가의 의도인 듯하다. 극적 상황, 즉 긴장감을 주는 기본 뼈대는 사선의 움직임이다. 이 그림에서는 오른쪽 위 뛰어 나오는 두 사람에서 시작해 탕건, 어미 닭, 그리고 왼쪽 아래 병아리로 이어지는 사선의 흐름이 그것이다. 또한 이 그림은 화면 가운데의 수직 기둥을 경계로 두 가지 상황이 대비를 이룬다. 왼쪽은 소란의 실체인 병아리 사냥 상황이며, 오른쪽은 주인 내외가 소란을 수습하려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의 눈은 왼쪽으로 끌린다. 짙은 먹으로 고양이와 어미 닭을 그렸기 때문이다. 그림의 주제인 정적을 깨는 요소를 강조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바로잡습니다  | ▶ <독서여가> 독서여가> | 910호에 소개된 그림은 정선의 ‘독서여가’가 아니라 ‘인곡유거도’이기에 바로잡습니다. |
이 그림에서 가장 정적인 요소인 기둥 바로 앞의 주인의 포즈는 아주 요란하다. 도망치는 고양이와 함께 가장 역동적인 자세다. 맨버선 발에 앞으로 고꾸라지듯 퉁겨져 나오는 자세로 탕건은 벗겨지고 자리를 짜던 기구는 나뒹굴고 있다. 고양이를 향해 쭉 뻗은 장죽은 주인의 다급한 마음을 더욱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이어서 뒤따라 나오는 부인의 자세가 주인의 안타까운 심정을 더욱 강조해 준다. 조용한 농가의 적막을 깨는 소란의 주인공인 고양이를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는 또 있다. 뒤뜰의 삐쭉 나온 나뭇가지가 고양이를 향해 내려와 있고, 삼각형의 역동적인 포즈로 그린 어미 닭의 방향 또한 고양이를 쫓고 있다. 또 창문으로 보이는 나무 줄기는 부인의 머리로 이어지고, 다시 앞으로 쭉 뻗은 부인의 팔은 주인의 머리, 장죽으로 이어지며 우리의 시선을 끌고 간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시선이 도달하는 곳은 고양이다. 그런데 정작 고양이는 소란과는 상관없다는 듯 얄미운 여유까지 보여 준다. 비웃는 듯 돌아보는 얼굴 표정과 S자로 흔들리는 꼬리가 그것이다. 이것이 해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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