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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 나도 사회도 젊어진다

‘클릭’하면 나도 사회도 젊어진다

▶사이버 외교관인 최종성씨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잘못 알려진 부분이 바로잡히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알게 되었다는 감사의 메일을 받을 때 행복했다고 한다.

정보기술(IT)은 이제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느새 노인들에게도 사는 데 필요한 무기가 됐다. 노인들도 컴맹이면 소외돼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반대로 노인이 컴퓨터를 알면 자신감을 갖고 보람찬 여생을 살 수 있다. 사회에 도움되는 일을 할 수 있고 모든 이에게 존경 받는 세상이 됐다. 최종성(78)씨는 사이버 외교관이라 불린다. 최씨는 컴퓨터 한 대로 인터넷을 통해 우리나라를 세계에 홍보하는 외교관이다. 최씨의 인생 1막은 육군 중령으로 마감한 29년간의 군인생활이었고, 2막은 사이버 외교 사절단인 반크(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소속의 대한민국 사이버 외교관이다. 반크는 1999년 당시 대학생이던 박기태(34)씨가 외국 친구들과 e-메일을 주고받던 중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만들었다. 전 세계 8억의 네티즌을 상대로 7개 국어(영·일·중·러·프랑스·독일·스페인어)로 우리나라를 알리고 잘못 알려진 것들을 바로잡는 운동을 펼치는 민간 외교단체다. 홍보 방법은 첫째, 홍보 자료를 모으고 영어로 자기 소개문을 만든 뒤 펜팔을 통해 한국을 홍보한다. 그 다음에는 외신 및 외국 교과서와 서적을 번역해 한국 관련 오류를 찾아내고 외국 교과서 및 출판사에 시정을 요구하며 나아가 항의서신을 보낸다. 이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회원은 1만4000명이며 이 가운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공인 사이버 외교관은 1300여 명에 이른다. 최씨는 이 조직의 최고령자로 반크에서도 ‘적극적인 반키’(반크 외교관의 애칭)라 불린다.
최종성씨, 사이버 외교관 변신
최씨가 반크를 통해 사이버 외교관이 된 것은 일흔네 살이었던 2004년 9월이다. 평소 익혀 뒀던 컴퓨터 실력으로 인터넷을 두루 서핑하던 중 반크를 발견하고 즉시 가입했다. 그 후 3년간 인터넷을 통해 5개국 150여 명에게 우리나라의 역사·문화·풍속 등을 영어로 소개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은 물론,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키고 다시 제국주의 야욕으로 우리나라를 침략한 고약한 이웃이라는 것을 역사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 동북공정의 허구성도 설명한다고 했다. 최씨는 자신의 e-메일을 통해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고쳐질 때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e-메일을 주고받던 한 독일 여성은 한국에 여행 왔다가 동해의 역사적인 설명을 듣고 일본의 역사왜곡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말레이시아의 한 여성은 최씨와 e-메일을 주고받다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일부러 계획을 세워 8박9일의 여행을 다녀갔다고 했다. 최씨는 열일곱 살 때인 1948년 국방경비대에 입대해 51년 1월 소위로 임관한 뒤 횡성전투에 투입됐다가 중공군에 포로가 돼 모진 고생을 하다 53년 포로교환 때 석방됐다. 최씨는 다시 원대에 복귀해 군 생활을 하다 75년에 중령으로 전역했다. 그는 “나이 들어서도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것이 가슴 뿌듯하다”며 “설명을 더 잘하려고 마산대 평생교육원에서 1주에 4시간씩 캐나다 강사로부터 영어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의 ‘어르신 IT 봉사단’ 소속 IT 강사 윤아병(69)씨는 2남 2녀에 친손·외손 합쳐 일곱 명의 손자를 둔 할머니다. 집에서 아이들이나 돌볼 나이의 그는 1주일에 두 번 안산 시내 각 경로당·노인회 등을 찾아가 비슷한 연령의 노인들에게 컴퓨터 초보지식을 가르쳐 주는 IT 전도사다.
컴맹 노인 가르치는 할머니

▶IT 전도사인 윤아병씨는 경기도 안산 어르신 IT봉사단에서 비슷한 연령의 노인들에게 컴퓨터 초보 지식을 가르친다.

윤씨는 원래 전업주부였으나 자녀들을 다 출가시킨 후 무슨 일을 하며 여생을 보낼까 궁리하던 중 남편의 권유로 2001년 1월 ‘은빛둥지’라는 컴퓨터 동호회에 나가 2년 동안 집중적으로 컴퓨터를 공부했다. 실력을 쌓고 2003년 4월부터 IT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은빛둥지는 외지에서 사업을 하다가 귀향한 나영수(67·교육원장)씨가 조직한 것으로 그동안 2000명이 넘는 노인에게 컴퓨터 교육을 했다. 특히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윤씨 등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IT 봉사단을 결성해 컴퓨터에 관심은 있지만 접할 기회가 없었던 노인들에게 마우스 잡는 법부터 워드 등 컴퓨터 지식을 단계별로 가르쳐 왔다. 윤씨는 “젊은 IT 전문가가 잘 가르쳐 줄 테지만 역시 노인끼리는 통하는 데가 따로 있어 대화가 잘 된다”고 말했다. 윤씨 등 은빛둥지를 모체로 한 동호인들은 IT 교육 봉사뿐 아니라 활발한 작품 활동 및 대외 활동도 한다. 지난달 10일부터 17일까지는 안산시 고잔동 올림픽 기념관에서 디지털 카메라 사진전을 열었고 소설 상록수의 실제 주인공인 최용신을 도와 계몽·독립운동을 한 이 지역 출신 염석주 선생 다큐멘터리(제목:염석주를 찾아서)를 제작하고 있다. 염석주 선생은 지금의 안산시 본5동 샘골에서 농촌계몽 운동을 하던 최용신을 도왔으며 그 후 만주로 가 농장을 경영하면서 독립운동 군자금을 지원한 독립운동가다. 이번에 지린성까지 가 자료를 수집하고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윤씨는 “컴맹 노인들의 눈을 뜨게 해주는 것도 큰 보람이지만 나의 여생도 새로워졌다”고 했다. 윤씨는 IT 봉사 이외에도 한국무용을 배워 일행과 함께 양로원 등 노인시설을 찾아 공연하기도 한다.
고령자 인터넷 클럽도 인기
마땅히 컴퓨터 공부를 할 수 없는 고령자들에게 무료로 컴퓨터 교육을 하고 갖가지 동호 활동을 펼치는 고령자 인터넷 클럽도 있다. ‘KTH 원로방’(http://club. paran.com/newsilver)이 그것이다. 15년 전인 1992년 고(故) 유경희씨 등 IT에 관심 많았던 노인들이 단말기 대여 등 약간의 정부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 이 클럽 가입 자격은 57세 이상으로 제한돼 있다. 현재 전국에 27개 지역 클럽이 있으며 회원은 4754명이다. 이 중 65세 이상이 2300여 명이다. 10월 29일 현재 클럽의 총 방문 횟수는 175만5406회, 총 게시 글 수는 49만8939개, 총 조회 수는 1514만9786개다. 이 인터넷 클럽의 설립 캐치프레이즈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낙오될 수 없다. 노인 컴맹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지역 원로방에 컴퓨터 교실을 설치해 노인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하는 것이다. 또 노인들을 위한 바둑·등산 등의 취미 마당, 노래방, 토론방, 칼럼방, 사진 교실, 종교방 등 다양한 메뉴를 올려놓고 있다. 원로방 회장을 맡고 있는 이인규(78)씨는 “고령자들은 컴퓨터를 하려고 해도 마땅한 놀이터(인터넷 카페)가 없다. 원로방은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카페에 들어와 마음껏 놀고 취미생활을 하며 지식을 습득하게 해 준다”며 “정부의 지원이 아쉽다”고 했다. (주)주연테크 부산사직점 대표인 이인형(60)씨는 홈페이지(http://SureTek. NamoWeb.Net)에서 무료로 고급 컴퓨터 강의를 하고 갖가지 국내외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의 컴퓨터 학술전문지 등에서 최신 정보를 뽑아 번역해 올린다고 한다. 지난해 8월 17일 개설된 이씨의 홈페이지에는 10월 29일 현재 162만1685명이 방문했다. 초로의 어른이 젊은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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