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원의 건강칼럼] 제발 ‘키드니 펀치’는…
[권성원의 건강칼럼] 제발 ‘키드니 펀치’는…
김기수, 홍수환, 유명우, 알리, 타이슨…. 고단했던 시절 시름에 젖어 있던 국민들을 열광케 했던 이름들입니다. 전 국민을 라디오와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 모았던 프로 권투선수들이지요. 세월이 흐르더니, 안방을 주름잡던 프로 권투는 어느새 슬며시 멀어져 가고 요즘은 이름도 생소한 K-1인가 하는 격투기가 TV 화면을 장악해 갑니다. 롱 훅, 쇼트 블로, 잽, 어퍼컷…. 이런 용어들이 나오면 아! 권투 이야기구나! 할 것입니다. 하이킥, 로킥, 사이드킥, 플라잉킥…. K-1 이야기구나! 할 것입니다. 상대의 아래, 위, 중간 할 것 없이 가차 없이 차고 때립니다. 이 격투기에서는 한술 더 떠 육중한 무릎으로도 가격을 합니다. 권투나 K-1 격투기 용어 중 비뇨기과 의사가 들으면 끔찍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키드니(Kidney·콩팥) 펀치’란 말입니다. 즉 콩팥(腎)을 때리는 것이지요. 마이클 타이슨의 강철 주먹이 옆구리를 후려치거나 육중한 K-1 선수의 무릎이 옆구리를 강타하면 상대는 맥없이 주저앉고 관중들은 열광합니다. 해설자는 ‘멋진 키드니 펀치’라며 떠들어 댑니다. 콩팥의 병을 치료하고 보호해야 하는 비뇨기과 의사들로선 선수, 해설자, 관중 모두가 무지막지한 사람들로 보입니다. 인간을 만든 분이 하느님이든 조물주이든 분명히 완벽한 분들임에 틀림없습니다. 또한 그분은 최상, 최고의 비뇨기과학 권위자임에도 틀림없습니다. 그분은 생명을 지탱하는 데 콩팥의 역할이 절대적이란 사실을 아셨기 때문에 우리 몸 가장 깊숙이 그리고 가장 안전한 곳에 자리 잡도록 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혹시 충격을 받더라도 막아낼 수 있는 보호 장치들도 고려한 것입니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였던지 아예 여분을 생각해서 두 개로 만들었지요. 콩팥의 크기라야 길이 10cm, 너비 6cm, 두께 5cm 정도이고 무게는 150g 밖에 안 됩니다. 양쪽 콩팥 모두가 공통적인 것은 복막 뒤쪽(後腹膜)에 있어 우리 몸에서 가장 쿠션이 좋은 창자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옆이나 뒤쪽에는 아주 튼튼한 측복근과 허리 근육들이 단단히 둘러싸고 있습니다. 또한 위쪽 3분의 1쯤은 늑골로 된 상자 속에 있는 셈이 됩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런 물리적인 방어체제도 강력하지만, 아주 지능적인 방어망을 하나 더 구축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콩팥 속의 실질(實質)에는 지각신경이 없습니다. 그런데 콩팥의 바깥쪽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皮膜)에는 엄청난 양의 지각 신경을 깔아 놓았고, 이 신경들은 복막이나 창자에서 들어가는 지각신경들의 가지와 같이 척수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콩팥에 질병이 생기거나 충격을 받으면 심한 통증을 느끼게 한 것이지요. 현실적으로 K-1 선수의 무릎이나 권투선수의 막강한 주먹이 옆구리를 가격하면 그 충격으로 콩팥 껍질의 지각신경들은 기절초풍하게 되고 동일 가지를 통해 전달되는 창자들의 신경도 화들짝 놀라게 됩니다. 그러니 맞는 선수는 맥없이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이지요. 약은 것이 인간이라 이 약점을 급소로 이용하게 됐고, ‘어떻게 하면 옆구리를 쳐서 콩팥에 충격을 줄까?’ 하고 꾸준히 개발한 것이 바로 키드니 펀치인 것입니다. 키드니 펀치나 무릎치기를 기차게 날리는 선수가 악마처럼 보이는 것은 필자의 망발일까요? 때로는 오히려 상대방 선수가 일찍 한 대만 맞고 떨어지길 기원합니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옆구리 가격은 신장을 멍들게 합니다. 나중엔 신성(腎性) 고혈압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혈뇨도 나오게 합니다. 낭종이 크면 터지기도 합니다. 선수들에게 한마디 합니다. 제발 키드니 펀치는 맞지 마세요! 선수들의 옆구리에 키드니 프로텍터(Protector)를 걸치게 하면 어떨까요. 모양새는 웃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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