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믈리에 기자 손용석의 와인&] 샴페인 버블에 담긴 황제의 사랑
[소믈리에 기자 손용석의 와인&] 샴페인 버블에 담긴 황제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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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은 병 밑바닥이 움푹 패어 있지 않고 평평하다. 투명하기까지 하다. 샴페인뿐 아니라 전 세계 고급 와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디자인이다. 1876년 샴페인 애호가였던 러시아 황제 알렉상드르 2세(Alexander Ⅱ)는 “나를 위한 특별한 샴페인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주문을 받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의 와인업자 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 2세는 크리스탈 수공업자에게 대형 샴페인 병을 특별 주문했다. 폭탄을 숨기지 못하도록 밑바닥은 평평하게 만들었고 병 주위에는 황제의 문양을 둘렀다. ‘제정 러시아 황제 차르의 샴페인’ 크리스탈이 탄생한 배경이다. “잘 숙성된 샴페인은 거품의 크기가 매우 작습니다. 숙성이 덜 되면 거품 크기도 크죠. 그렇다고 샴페인이 너무 오래 되면 거품 자체가 줄어듭니다. 크리스탈은 거품이 작으면서도 끊임없이 피어 오르는 그런 샴페인입니다.” 지난해 말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프레데릭 루조 사장은 8대(代)에 걸쳐 230년 동안 이어온 가족기업의 수장이라고 보기엔 아직 앳된 모습이었다.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샴페인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경영자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크리스탈의 가격이 비싼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산 공정을 본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겁니다. 100가지가 넘는 생산 과정을 거쳐야 되고, 숙성 기간만 6년에 달합니다. 보통 회사들은 시장을 생각해서 제품을 만들지 모르지만 우리는 최고의 샴페인을 만드는 데만 집중합니다. 크리스탈은 수요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항상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이다. 수요가 넘쳐나기 때문에 매출에 따라 국가별로 일정량을 할당하고 있다. 작황이 나쁘면 일부 제품은 아예 생산조차 하지 않는다. 6년 숙성을 거치는 크리스탈은 2001년과 2003년 빈티지(생산연도)가 없다. 대신 루조 사장은 1,400만 병의 와인을 프랑스 랭스 본사의 카브(지하 저장고)에 쌓아 두고, 매년 조금씩 시장에 푼다. 하지만 크리스탈의 마니아들은 전 세계 도처에 넘쳐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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