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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어느 ‘호모 노마드’의 인터넷 일기

[화제의 책] 어느 ‘호모 노마드’의 인터넷 일기

한 권의 일기가 은근히 화제다. 『박노자의 만감일기』. 지난 1월 중순 출간되어 열흘 만에 3쇄를 돌파하더니 한 달 만에 5쇄를 찍었다. 놀라운 스피드다. 이 책은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학의 박노자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기록해온 일기를 주제별로 분류해 엮은 책이다. 일기라는 글쓰기가 본디 필자 자신과 내면의 대화일진대 ‘인터넷 일기’는 그 형식부터가 공공연하게 역설이고 모순인 셈이다. 은밀한 기록을 인터넷에 올린다는 바로 그 모순을 두고 저자는 “타자의 시선이야말로 인터넷 일기쓰기의 장점”이라고 갈파한다. “타자의 시선이 나의 내면에 어떤 변화를 주고, 나의 일기가 누군가의 내면에 가 닿아 의미를 빚어내는 ‘타자들 사이의 거미줄’이야말로 인터넷 일기라는 역설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까.” 이 책은 박노자 교수의 12번째 한글 저서다. 벌써 수십 쇄를 돌파한 저서도 한둘이 아니니 출판 ‘복’은 타고났는가 보다. 2001년 ‘박노자’라는 이름으로 한국인으로 귀화했으므로 만 6년 사이에 12권, 해마다 평균 2권을 썼다는 얘기다. 본명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어느 날 우연히 영화 ‘춘향전’을 보고 ‘한국’에 필이 꽂혀 그만 팔자를 바꿨다고 한다.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한국의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러시아 국립인문대학에서 강의까지 하다 그예 뿌리를 옮긴다. 경희대 등에서 강의하다 지금은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학 부교수로 교편을 잡고 있으니, 역마살 제대로 뻗친 ‘호모 노마드’라 이를 만하다. 한국인 부인과의 사이에 아들 율희를 두고 있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으로 시작된 그의 저서들은 대부분 솔직하고 예리한 비판의 행군이다. 한국 사회의 여러 현상과 그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들이 박노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들인데, 상처에 조금 예민한 사람들이라면 책장을 편하게 넘기기 어려울 정도다. 이번 책에서는 박노자의 관심 영역이 전방위로 넓어진다. 한국 이야기 말고도 조국 러시아와 현재 거주지인 노르웨이의 학교와 사회, 학술 관련차 둘러보는 유럽과 미국, 일본, 중국 등에 대한 소견들을 역시 솔직하고 예리한 시각으로 정리하고 있다. 아들 율희를 둘러싼 또래집단의 왕따 문화와 타향살이에 대한 소회, 노르웨이 직장의 송년회, 거절 방식의 문화권별 차이 등 필자의 관심사가 시시콜콜한 걸 보면 역시 일기는 일기 고유의 형식을 갖게 마련인가 보다.

『박노자의 만감일기』 저자:박노자 출판사:인물과사상사/02-471-4439 값: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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